제2절 일승법의 믿고 알기 어려움
1 그때 부처님께서는 삼매에서 조용히 일어나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심히 깊고 한량이 없다. 그 지혜의 문은 알기도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워, 모든 성문과 벽지불은 잘 알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부처님은 일찍이 백천만억 한량없는 부처님을 가까이 섬겨, 모든 부처님의 도법을 모두 행하고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심히 깊고 일찍이 없었던 법을 성취해서 근기를 따라 설하신 뜻은 알기 어려운 것이다.
사리불이여, 나는 성불한 뒤로 갖가지 인연과 온갖 비유로써 널리 법을 설하며, 수없는 방편으로 중생을 인도하여 모든 집착을 여의게 하였다. 그 까닭은 여래는 방편과 지견 바라밀이 모두 갖추어진 때문이다. 여래의 지견은 넓고도 깊어서 사무량심. 사무애지. 십력. 사무소외. 사선. 사무색정. 팔해탈. 삼삼매 등이 있어, 끝없이 깊이 들어가 온갖 미증유한 법을 성취하였다. 여래는 여러 가지로 분별할 수 있고 교묘하게 모든 법을 설하면서도, 말씨가 부드러워 중생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사리불이여, 간추려 말한다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미증유의 법을 부처님은 모두 다 성취하였다. 그만두자, 사리불이여, 더 말하지 않겠노라. 어째서 그러냐 하면, 부처님이 성취하신 바는 가장 희귀하여 알기 어려운 법이므로, 오직 부처님끼리만 모든 법의 실상을 잘 연구하여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모든 법이 이와 같은 상이며, 이와 같은 성이며, 이와 같은 체이며, 이와 같은 역이며, 이와 같은 작이며, 이와 같은 인이며, 이와 같은 연이며, 이와 같은 과이며, 이와 같은 보이며, 이와 같이 처음의 상과 끝의 보가 마침내 평등하니라.
2 그때 대중들은 저마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 지금 부처님께서는 어째서 열심히 방편을 찬탄하여 이런 말씀을 하실까? 부처님이 얻으신 법은 아주 깊어서 알기 어렵고, 말씀하신 뜻도 알기 어려워, 모든 성문과 벽지불로는 미칠 수 없다는데, 부처님이 하나의 해탈법을 설하시어 우리들도 또한 이 법을 얻어서 열반에 이르렀는데, 지금 이 말씀의 뜻은 알 수가 없다.’
그때 사리불은 사부대중의 의심을 알고, 자신도 또한 알지 못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거듭 찬탄하시며, 모든 부처님의 가장 큰 방편은 아주 깊고 미묘하여 알기 어려운 법이라 하십니까? 저는 일찍이 부처님에게서 이와 같은 말씀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사부대중이 모두 이 말씀을 의심하오니,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이 일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이시여, 어째서 거듭 찬탄하시며, 아주 깊고 미묘하여 알기 어려운 법이라 하십니까?“
3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서라, 그만두라. 다시는 더 말하지 말라. 만약 이 일을 설한다면, 모든 세간의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의심하리라.“
사리불은 거듭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바라건대 이것을 말씀해 주소서. 말씀해 주소서. 어째서 그러냐 하면, 이곳에 모인 수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중생은 일찍이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섬겨, 모든 근기가 날카롭고 지혜가 밝아 부처님께서 설하심을 듣는다면, 곧 공경하고 믿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거듭 말리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만약 이 일에 대하여 말한다면 모든 세간의 하늘. 사람. 아수라는 다 놀라고 의심할 것이며, 거만한 비구들은 장차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사리불은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오직 원하는데 이것을 설하소서. 부디 말씀해 주소서. 지금 이 모임에 저와 같은 무리 백천만억은 많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일찍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았으니, 이러한 사람들은 반드시 잘 공경하고 믿어서 오랜 세월을 안온하며 이로움이 많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성으로 세 번이나 청하니 어찌 설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를 위하여 가려서 해설하리라.”
이런 말씀을 하실 때, 모여 있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오천 인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그 까닭은 그들은 죄가 깊고 무거운데다가 거만하여, 아직 진리를 얻지 못하고서도 이미 얻었다 생각하며, 아직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들이므로, 이러한 허물이 있어 더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잠자코 이를 말리지도 않으시고,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이 대중은 다시 지엽도 없고, 순수한 정실만 있다. 사리불이여, 그와 같이 거만한 자들은 물러가는 것도 좋다. 너는 이제 잘 들르라.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사리불은 기뻐서 이렇게 아뢰었다.
“그러하겠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원하건대 즐거이 듣고자 합니다.”
4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다음같이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묘한 법은 모든 부처님께서 때를 만나야 이것을 설하시니, 마치 우담바라가 어느 때 한 번밖에 피지 않는 것과 같다. 사리불이여, 너희들은 믿어야 할 것이다. 부처님이 하는 말은 결코 허망하지 않다는 것을… .
사리불이여, 모든 부처님깨서 근기를 따라서 설하는 법은 그 뜻을 알기가 어렵다. 그 까닭은, 내가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로써 모든 법을 설하기 때문이다. 이 법은 생각과 분별로써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모든 부처님만이 이를 잘 아신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들께서 단지 중생을 제도하려는 일대사인연으로서 세상에 나오시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어째서 모든 부처님이 오직 일대사인연으로서 세상에 나오시는가 하면, 모든 부처님은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을 열어 청정함을 얻게 하려고 세상에 나오신 것이며, 중생에게 부처님의 지견을 보이려고 세상에 나오신 것이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 하려고 세상에 나오신 것이며, 중생으로 하려금 부처님 지견의 도에 들어가게 하고자 하여 세상에 나오신 것이다. 사리불리여, 이것이 모든 부처님께서 오직 일대사인연으로서 세상에 나오신다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을 이었다.
“모든 부처님은 다만 보살을 교화하신다. 여러 가지 하는 일이 있음은 항상 이 한 가지 일을 위하심이다. 그것은 오직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에게 보여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여래는 다만 일불승으로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다른 법은 없는데, 어떻게 이승이나 삼승이 있겠는가. 시방세계에 계신 모든 부처님의 법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사리불이여,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갖가지 인연과 비유의 말로써 중생을 위하여 온갖 법을 설하시니, 이 법이 모두 일불승을 위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중생이 부처님에게서 법을 듣고는 마침내 일체종지를 얻는다.
사리불이여, 이 모든 부처님은 보살만을 교화하시니,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에게 보이고자 함이며, 부처님의 지견으로써 중생이 깨치도록 하고자 함이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 지견의 도에 들어가게 하고자 하는 까닭이다. 나도 이제 또한 이와 같이 모든 중생이 온갖 욕망에 탐착되어 있는 것을 알고 그 본성에 따라 여러 가지 인연과 비유와 방편력으로써 법을 설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모두 일불승의 일체종지를 얻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시방세계에는 오히려 이승도 없는데 어떻게 삼승이 있겠느냐.
사리불이여, 모든 부처님께서는 오탁악세에 나오신다. 이른바 겁탁. 번뇌탁. 중생탁. 견탁. 명탁이다. 겁탁으로 어지러운 때에는 중생의 업장이 무거워 아끼고 탐내며, 질투하는 마음으로 모든 착하지 못한 일을 성취하므로, 모든 부처님께서 방편력으로써 일불승을 삼승으로 분별하여 설하는 것이다. 사리불이여, 만약 내 제자로서 스스로 ‘아라한’ ‘벽지불’이라 말하면서, 모든 부처님께서 오직 보살만을 교화하시는 것을 듣지 않고 알지도 못하면 그는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며, 아라한도 벽지불도 아니다.
또 이 모든 비구와 비구니가 이미 아라한이 되었다 하고, 이것이 마지막 몸이다, 구경의 열반이다 하여, 다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할 뜻이 없다면, 이러한 무리들은 다 교만한 자들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비구가 아라한을 얻기 위해서는 이 법을 믿지 않고는 이 경지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너희들은 일심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알아서 받아 지녀야 할 것이다. 모든 부처님의 말씀은 허망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법이 없고 오직 일불승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