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반과 캠핑카 활용에 있어 편안한 취침 공간과 화장실 사용, 샤워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꼽힌다. 이 3가지가 없다면 텐트 캠핑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카라반은 캠핑카와 달리 주행 시에는 실내에 탑승이 금지된다.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견인차와 카라반은 연결을 해제해 서로 분리된 상태에서 각각의 용도로 활용하는 피견인차임을 명심해야 한다.
카라반의 실내는 라운지=거실 공간, 주방=조리 시설, 메인 침대(모델별로 형태와 사이즈는 천차만별), 변환 침대, 변환 테이블, 이층침대, 수직하강 침대 등으로 브랜드와 모델별 레이아웃의 변화를 갖게 된다.
카라반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화장실 겸 샤워실은 알비어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있는 대부분의 가족 구성이라면 화장실 겸 샤워실은 클수록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비스너 하모니 465TS 모델의 화장실과 샤워부스로 활용하는 모습
대부분의 일반적인 유럽 카라반이라면 고정 침대 측면으로 화장실 변기와 샤워 커튼, 샤워용 긴 수전(샤워헤드)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 공간은 대략 성인 한 명이 들어가 360도 회전이 가능할 정도의 공간이라 좁고 불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이 얼마나 편리하고 유용한 것인지는 실제로 사용해 보아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델은 비스너 AVERSO PLUS 520TL 모델의 화장실겸 샤워공간이다
가장 일반적인 유럽 카라반의 화장실 공간, 사이즈를 엿볼 수 있다. 가구의 색상과 고정 변기의 디자인, 창문의 위치와 사이즈는 전체 레이아웃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혹시라도 몸집이 큰 남성이라면 샤워 커튼을 두르고 샤워 하기엔 불편할지 모른다. 아니 불편할 것이다. 약간의 요령이 필요한데 해외에 출장을 갔을 때 레지던스급의 작은 객실 욕조를 상상하면 된다. 샤워 커튼의 일부를 적셔 화장실의 가장 바깥부분으로 밀착시키면 몸에 감기는 것은 피할 수 있다. 너무 과하게 벽면에 물을 쏠 경우, 바닥 어딘가로 흘러 내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엔트리급 카라반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터커먼 390CP 모델의 좌측 화장실겸 샤워실 내부이다
일부 모델은 최소화된 화장실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세면대를 폴딩 타입으로 제작하고 있다. 화장실 변기를 사용할 때는 세면대를 접고, 세면대를 사용할 경우 고정장치를 풀어 세면대를 내리고 사용하는 타입이다. 움직이는 동선을 피하고 있어 의외로 넓고 편하다.
아드리아 아도라 572UT 모델의 넓고 세련된 화장실과 독립 샤워부스는 영국식과 비슷하지만 배치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
아드리아의 엔트리급 모델 아비바 360DD의 화장실겸 샤워실 내부이다
동일한 300급의 화장실 + 샤워공간이지만 브랜드별 사용된 부품과 디자인, 레이아웃에 따라 분위기와 실제 체감 공간은 개인별로 달라진다. 이 모델의 경우, 세면대가 좁고 길어 실내의 동선은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느끼게 될 것이다.
2021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데스렙스 에어로 520ER 모델의 화장실겸 샤워공간이다
이 모델 역시 차세대 버전으로 제작되어 실내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마치 조립식 레고 혹은 이케아 풍의 화장실 용품들을 가득 넣어놓은 모습이다. 화장실 자체가 카라반 선택에 있어 메인 포인트가 되지는 않겠지만 의외로 사용 시간이 많고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므로 잘못 선택했다면 후회할 수 있는 공간이다.
NAXUS 420 모델의 화장실과 샤워부스는 기존의 모델과 다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모델은 폴딩 타입의 카라반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폴딩 타입 카라반은 대부분 지하 주차장 출입을 염두해둔 모델로 실제 사용 시에는 루프, 지붕을 위로 열어 확장해야 비로소 성인 한 명이 서서 다닐 수 있는 실내 전고를 확보하게 된다. 화장실은 포타포티 휴대용 변기가 마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폴딩 카라반은 화장실에 있어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단한 가구로 제작된 화장실은 창문이나 상단부의 헤키창으로 냄새가 자연스럽게 빠지지만 폴딩 타입의 상단부는 스킨 타입이라 취약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나인캠핑카에서 제작한 포드 트랜짓 베이스 캠핑카의 화장실겸 샤워 공간이다
포드 트랜짓 베이스의 Class B 타입 캠핑카와 르노 마스터의 실내 공간 조건은 비슷한 편이다. 1톤 화물차 베이스의 확장형 모델은 화장실, 샤워실의 구성을 늘릴 수 있지만 전장이 제한적인 동급의 모델들은 화장실, 샤워실을 좁게 제작해야 그나마 실내에 누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는 제한된 조건이다. 나인캠핑카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동선을 고려한 변환 화장실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항은 다른 리뷰를 참고하기 바란다.
듀오탑의 와이드 550 모델의 화장실겸 샤워실이다
이 모델의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르노 마스터 기반 캠핑카는 1열 뒤에 화장실 겸 샤워 공간을 마련하여 중앙에 구조물이 생기는 단점을 보완한 후면부 화장실 구성이기 때문이다. 후면부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과 장점을 동시에 갖게 된다. 개방감 가득한 후면부 뷰를 포기한 대신에 전면부에 일체형의 넓은 생활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실내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2021년 새롭게 출시된 월든 오버랜드의 화장실 겸 샤워공간
화장실, 침실이 확장된 월든 캠핑카
베이스의 차이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기존의 르노 마스터 베이스보다 600mm가 길어짐에 따라 2열에 2명이 앉을 수 있고 1열과 마주할 수 있는 유럽 모터홈의 라운지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테이블 하단의 확장 테이블까지 펼치면 상당히 넓은 식탁이자 작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월든 모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측면 확장은 실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별거 아니라고 느낄 수 있지만 화장실 내부에 서서 몸을 움직여보면 성인 키 기준으로 팔을 좌우로 자연스럽게 움직여도 닿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쟁 모델의 화장실에서 움직여보고 다시 월든 시리즈의 측면 확장 공간에 들어가보면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다온티앤티 포스 650, 1톤 확장형 모델의 화장실과 샤워실
1톤 축 연장 + 확장 모델은 Class C 타입으로 전폭이 2,200mm로 일반적인 르노 마스터 베이스보다 확연히 넓은 공간감을 보이게 된다.
위의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캠핑카는 전체 길이와 레이아웃에 걸맞은 화장실, 세면대, 샤워실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화장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적으로는 많은 고민을 하지만 실제 사용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캠핑카, 카라반은 제한된 청수용량과 오수용량을 갖게 된다. 언제든 물이 공급되고 배출할 수 있는 집과는 다른 구조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청수 40리터 용량, 씻고 음식을 하고 화장실까지 사용하기에 부족할 수도 있고 남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가족의 인원수를 나누어야 한다. 4명이면 개인당 10리터가 할당되는 셈이다.
부족한 물은 누군가가 아쿠아롤(40리터 탱크)같은 용품에 담아 다시 청수 탱크에 넣어주어야 한다. 쓰고난 물은 오수 탱크에 받아 개수대 하단 하수구에 비워주고 다시 받쳐야 한다. 4인 가족 기준 2박 3일이면 대략 80~100리터의 물을 사용하게 된다. 샤워가 필수라면 물 사용량은 크게 증가할지 모른다.
카라반, 캠핑카만 사면 모든 것이 편해질 것이란 생각은 당신의 오산이다. 대신 최근 들어 사이트당 수도 연결, 오수 배출 시설이 잘 갖추어진 RV 전용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어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설이 보편화되면 수도에서 카라반, 캠핑카로 직접 연결하는 직수 방식이 될 것이고 하수구에 직접 배관을 끼워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카라반, 캠핑카 전용 사이트의 가격이 약간 더 비싼 이유는 이런 시설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비용만 올려 받는 캠핑장은 반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