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쓰면..두부 3개월, 고추장 3년?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냉장보관을 잘하면 현행 유통기한보다 몇 배의 시간이 지나도 섭취가 가능한 식품들이 많다.
유통기한이 보통 14일인 우유는 기간 만료 후 45일이 지나도 괜찮다. 슬라이스 형태의 치즈는 유통기한 6개월보다 70일이나 더 먹을 수 있다. 액상 커피 등 우유가 포함된 음료도 약 11주인 유통기한보다 30일가량 더 섭취해도 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냉동만두는 유통기한 만료 후 25일이 지나도 품질에 큰 변화가 없다.
유통기한이 2주인 두부는 90일이 지나도 섭취가 가능하다.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두부 업체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는데 두부가 상하질 않는다. 방부제를 얼마나 많이 넣은 것이냐"는 오해 섞인 항의를 받기도 한다. 달걀은 보통 유통기한이 45일인데, 25일이 더 지나도 괜찮다.
장류·기름류·통조림류는 수년을 더 먹을 수 있다. 고추장은 유통기한이 약 18개월로 설정돼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 후 2년이 지나도 섭취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유통기한이 2년인 식용유는 그 후로 5년 동안, 1년인 참기름은 2년 6개월이나 더 지나도 된다. 참치캔·통조림은 유통기한이 5~7년인데, 업계 관계자들은 10년은 더 먹어도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같은 식품군 내에서 차이가 있는 제품들도 있다. 식빵은 밀봉 후 냉장보관을 한다면 유통기한(3일)의 7배 수준인 20일까지 섭취할 수 있다. 다만 크림빵·케이크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2, 3일 내에 변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면은 유통기한 만료 후 50~90일까지 안전하지만, 생면은 제품에 따라 9일, 12일, 25일이 지나자 곰팡이균이 검출됐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이는 섭씨 0~5℃ 냉장 등 통제된 조건 하에 진행한 실험이기 때문에 현실보다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이 다소 길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며 "실제 소비기한제가 도입될 경우 엄밀한 과학적 판단을 거쳐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위 결과보다 보수적으로 날짜가 설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행 유통기한제는 식품 품질 변화시점의 70% 선으로 설정하는데, 소비기한은 80~90% 선으로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으로 식품별 소비기한 일수를 산정하는 기준이나 제조사ㆍ유통업체 간 책임분배 기준 등은 법안 통과 후 고시·시행규칙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국회 소위 통과, 이대로 의결 시 2023년부터 적용
지난 5월 30일 식약처는 ‘2021 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에서 소비기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17일 법안 소위를 열고 소비기한제 도입을 규정한 ‘식품 등 표시ㆍ광고에 관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소비기한제는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소비자기후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유통기한 제도 때문에 폐기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제기하며 그동안 소비기한 도입을 요구해왔다. (▶관련기사: 50일까지 멀쩡한 우유 '유통기한' 탓 버리는 일, 언제까지?)
법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소비기한제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유제품 등 냉장식품에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2026년부터 적용된다.
대다수 식품업체들은 제도 방향성에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한 음료 업체 관계자는 “음료제품은 유통기한도 1년으로 긴 편이라 소비기한제 도입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농심ㆍ오뚜기ㆍ대상ㆍ동원 등 식품 대기업들도 “소비기한을 설정하는 세부 규칙이 발표되는 대로 식품별 기한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ttps://news.v.daum.net/v/20210706140013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