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의 대결투
원제 : Guns of the Magnificent Seven
1969년 미국영화
감독 : 폴 웬드코스
음악 : 엘머 번스타인
출연: 조지 케네디, 제임스 휘트모어, 몬테 마캄
레니 산토니, 조 단 베이커, 버니 캐시
스콧 토마스, 페르난도 레이
'황야의 7인'은 참 많이 우려먹은 서부극입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일본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헐리웃 서부극 방식으로 리메이크 한 '황야의 7인'은 'O.K 목장의 결투'
'건 힐의 결투'를 연출한 명장 존 스터지스 감독의 절묘한 연출로 역대급 서부극으로
탄생되었고, 거기에 엘머 번스타인의 음악은 가장 호쾌한 서부영화의 명곡으로 길이
남았습니다.
'율 브리너'는 당시 헐리웃 스타였지만 나머지 6인은 무명이거나, 아직 헐리웃에서 이름을
떨치지 못한 외국배우였습니다. 이 영화 이후 브레드 덱스터를 제외한 모두는 스타가 되었고,
악역 칼베라 역의 일라이 월락도 헐리웃의 감초같은 조연배우로 활약했습니다.
이렇게 히트하고 배우들도 떴는데 한 번 우려먹기는 아쉬운 작품이지요. 하지만 6년뒤
속편을 만들면서 너무 머리가 커버린 다른 배우들이 율 브리너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에
기꺼이 출연할 수는 없었습니다. '7인'중 살아남은 '치코(홀스트 부크홀츠)와 빈(스티브
맥퀸)은 이미 율 브리너에 뒤지지 않은 인지도를 가진 배우가 되었습니다. 결국
속편에서는 치코와 빈은 다른 배우가 연기했고, 율 브리너만 다시 출연했습니다.
2편으로 끝나지 않고 3년뒤 3편이 등장했습니다. 1, 2편처럼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는데
3편에서는 율 브리너 조차 빠지고 크리스 역을 조지 케네디가 연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개봉되긴 했지만 완전히 '황야의 7인'의 색깔을 빼버렸습니다. 아마도 황야의 7인
시리즈인데 율 브리너마저 빠졌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 같아서였는지 철저히
황야의 7인 3편이라는 것을 감추고 '마상의 대결투'라는 독립적 서부극처럼 개봉했습니다.
말 위에서 특별히 싸우는 것도 아닌데 '마상의 대결투'라는 제목은 정말 활당합니다.
'황야의 7인 3편'으로 개봉하기 싫었다면 '황야의 구출작전'이나 '혁명의 무법자'
'요새의 대혈투' 등 나름 부합되는 제목이 있었을 것인데.
하긴 조지 케네디가 대타로 율 브리너가 2차례 연기한 '크리스'를 연기하긴 하지만
이름만 크리스일뿐 기존 율 브리너의 캐릭터와는 너무도 다릅니다. 이글거리는
매서운 눈을 부릅뜨고 악에 당당히 맞서는 용맹함을 갖추었으면서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도 갖춘 율 브리너와는 달리 조지 케네디는 날렵하게 움직이기에는 너무
육중한 몸이고, 특별히 두드러진 활약조차 하지 못합니다. 리더의 카리스마 자체가
없더군요. 왜 이런 배우가 율 브리너 대체배역으로 캐스팅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조지 케네디는 조연 전문 배우이며 더구나 서부극 전문 배우는 더더욱 아닙니다.
하긴 유명 배우가 어쨌거나 율 브리너의 그늘에 가리는 역할인데 굳이 쉽데 출연하지는
않았겠죠.
크리스 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출연하는 것보다 엘머 번스타인의 음악때문에 기존
황야의 7인 시리즈 분위기가 납니다. 그 음악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음악 아니었다면 분위기가 덜 살았겠죠.
기존 1, 2편이 멕시코 어느 마을을 괴롭히는 좀도둑들 혼내주는 영화였는데 이번에는
너무 스케일이 많이 나갑니다. 멕시코의 대통령 휘하의 군대를 상대하는 일이니.
일단 7인의 총잡이들이 습격하는 철옹성 같은 요새에만 200명의 군인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너무 크게 일을 벌린 것이지요.
악덕 대통령의 통치아래 괴롭힘을 당하는 멕시코 마을, 혁명의 기운이 일어나는 와중에
마을의 지도자격인 퀸테로(페르난도 레이)가 군인들에게 잡혀갑니다. 퀸테로를 따르던
청년 맥스는 퀸테로가 몰래 전해준 600달러를 들고 마을을 위해 싸워줄 총잡이를
구하러 갑니다. 익히 명성이 알려진 크리스를 만나서 그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것입니다.
한편 크리스는 말도둑으로 몰려 교수형을 당할 뻔한 키노라는 청년을 구해주고
친구가 됩니다. 맥스를 만나서 사정을 들은 크리스는 6명을 구성하기 위해서
키노를 합류시키고, 흑인인 캐시, 인디언여인과 결혼한 나이든 칼잡이 레비(제임스
휘트모더), 외팔이 총잡이 슬레이터(조단 베이커), 병을 앓고 있지만 총솜씨는
좋은 PJ 까지 합류시켜 총 6인을 구성합니다. 여기에 맥스도 함께 싸우겠다고
나서서 총 7명인 것입니다.
아니 '황야의 7인 1편'에 등장한 칼베라 같은 산속에서 사는 좀도둑 무리와는
차원이 다른데, 그것도 요새를 지키는것이 아니라 정규군이 지키는 요새에
쳐들어가서 갇혀있는 지도자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6명이면 충분해'라고
말하는 크리스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인간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정작 마을에
와서도 무슨 작전을 짜는게 아니라 그냥 한탄하듯 앉아있기만 하고..... 지나가다
군인들을 만나면 맞서는게 아니라 깨갱하면서 약한척 하고 있고..... 도저히
율 브리너가 연기한 크리스와는 손톱만큼도 안 닮았습니다. 물론 좀 더
현실적이기는 하죠. 신출귀몰한 총솜씨를 가진 것도 아니고, 무조건 용감한
모습보다는 전략적 후퇴나 전략적인 굴복도 하고 있으니까요.
7인의 구성도 나름 한 솜씨 자랑하는 기존 7인 이미지와는 다른, 색다른 구성
입니다. 말도둑, 흑인, 외팔이, 노인네, 병자, 거기에 제대로 싸워본적도 없는
멕시코 청년....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6명이면 충분해'라고 말한건지. 기존의
무법자들과는 좀 다른 이런 다양한 구성을 한 것을 보면 겉멋들린 아메리칸
고전 웨스턴 시대는 가고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수정주의 서부극'이 득세하던
시대라서 이 영화도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신출귀몰하고 총을 잘 쏘는
비현실적인 영웅보다 뭔지 핸디캡이 있어 보이는 불완전한 인간들이라는 것이
전형적인 수정주의 서부극 시대에 맞는 스타일입니다.
배우들이 확실히 1편보다 많이 빈약한데 1편도 영화개봉 당시 기준으로는 율 브리너를
제외하고는 그닥이었으니 단지 후속 영화들에 출연한 배우들이 뜨지 못한 탓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3편의 구성을 보면 조연 전문 조지 케네디가 리더고, '쇼생크
탈출'에서 책방에 있는 할아버지 죄수였다가 출옥해서 자살하는 브룩스 역의 제임스
휘트모어가 나이튼 칼잡이인데 이 배우도 제법 주조연 가리지 않고 많이 활동한
인물입니다. '워킹 톨'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조 단 베이커가 외팔이 총잡이로 등장하고
흑인 총잡이 캐시 역의 버니 캐시는 상당히 근사한 체격과 외모인데 이 영화가 데뷔작이고,
이후 '샤키머신'이나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등 우리나라에서 크게 히트한 영화에
조연으로 등장했습니다. 스페인 배우 페르난도 레이는 2편에서는 신부로 출연했는데
3편에서도 등장하고 있는데 지도자인 퀸테로 역입니다.
1, 2편과는 달리 요새에 쳐들어가서 싸우는게 클라이막스인데 7인뿐 아니라 봉기한
멕시코 의병들까지 꽤 많은 인워들을 데리고 대규모 전투를 보입니다. 7인은 비교적
'현실적인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고, 그래서 대부분 장렬히 전사하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사람 숫자는 늘 비슷합니다. 크리스는 좀 덜 용감히 싸우는 느낌인데 요새의 우두머리
라고 할 수 있는 대령을 처단한 것 정도가 리더다운 모습입니다. 근데 총격전에서 이긴게
아니라 그냥 무방비 상태의 상대를 쏜 것. 동료들이 장렬히 싸워 하나 하나 희생할 때
둔한 몸으로 제대로 못 싸우다가 무방비인 적장을 죽인것 뿐입니다.
주연급 배우가 아닌 조연 전문이 무리하게 주연으로 나오면 영화가 완성도와는 별개로
별로 볼만하지 않다는 것을 조지 케네디가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조지 케네디는
이후에 다시 조연배우로 제자리를 찾아가서 '에어포트' '에어포트 75' '나일 살인사건' '
총알탄 사나이' 등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여러 영화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강한
연기를 보였습니다
요새에서의 격전장면은 꽤 볼만하며 전체적으로 요새습격 전까지 생각외로 무기력한
7인 때문에 좀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영화입니다. 1편의 제임스 코반 같이 멋진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입니다.
황야의 7인 시리즈는 이후에 리 밴 클리프가 주연한 4편이 나왔고, 이후 크리스와 빈의
캐릭터를 살려서 90년대 후반 22부작의 TV 외화로도 만들어졌고 2016년에 이병헌이
출연하여 화제가 된 신작도 등장했습니다. 2016년 영화엔 크리스라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아서 비로소 '크리스'가 빠진 황야의 7인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한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 실베스타 스탈론, 케빈 코스트너, 톰 크루즈, 커트 러셀 등을
출연시켜서 리메이크 한다는 루머가 90년대에 등장했으나 무산되었습니다. 그런 비싼
배우를 한 자리에 모으는게 가능할 리 없지요.
전투의 규모는 가장 컸는데, 역시나 1편의 작품성에 비견될 후속작은 결국 나오지
못한 것이 바로 '황야의 7인' 후속편들입니다. 하긴 율 브리너, 스티브 맥퀸, 홀스트
부크홀츠, 찰스 브론슨 같은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게 어디 쉬운 일일까요.
그런 캐스팅에 엘버 번스타인의 음악에 서부극에서 캐릭터 살리는 일가견이
뛰어난 존 스터지스의 연출까지, '황야의 7인'은 워낙 역대급으로 재미난 서부극
이라서 이렇게 아류 같은 속편들을 계속 나오게 한 것입니다.
ps1 : 1편에서는 멕시코 마을 상금이 1인당 20달러였는데 여기서는 100달러로
대폭 인상되었습니다. 600달러는 당시에 엄청 큰돈이었을텐데.
ps2 : 엘머 번스타인은 이 음악으로 로열티를 얼마나 받았을까요?
ps3 : 조지 케네디는 검은 옷조차 입지 않고 출연했습니다. 율 브리너와 굳이
유사한 것을 찾는다면 끊임없이 담배를 피고 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ps4 : "겁쟁이는 여러 번 죽지만 용감한 자는 한 번 죽는다" 라는 나름 명언
흉내내는 대사가 나옵니다.
ps5 : 네이버 영화에는 이 영화 제목을 '황야의 7인 2'라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돌기 전에는 시리즈 3편에 '2'라는 제목을 붙이지는 않지요.
2편의 제목은 '돌아온 황야의 7인', 3편의 제목이 '황야의 7인 2'라니...
네이버 영화 담당자는 1, 2, 3, 4 도 못세나 봐요.
[출처] 마상의 대결투(Guns of the Magnificent Seven 69년) 황야의 7인 3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