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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미끼
“흥, 이정도 크기의 참새라면 정찰인 내가 잡아도 잡겠구만~ 이건 그냥 내가 먹도록 할께~”
말을 한 티모시가 자신의 BCD인 마이크폰을 앞으로 내밀자, 약 400미터 상공으로부터 대형 독수리(Bold eagle) 한 마리가 매서운 속도로 망고를 향해 날았다.
“아아, 독수리 로봇 한 마리가 약 380미터 상공으로부터 망고 향해 날아들고 있어요. 아, 상대는 분명 망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 같군요.”
케리가 말했다.
“아마 그럴거에요. 팀울페는 공식적인 대회가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아아~, 저~런 작은 앵무새가 아틀란티의 로봇이었다니.. 누군들 생각이나 했을까요?”
케리가 말했다.
“아, 그보다 과연 망고는 지금 자신을 향해 날아든 독수리로봇의 존재를 알고 있는걸까요?!”
빈센트가 흥분하며 말했다.
“분명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팀 울페의 정찰담당은 그 닥터 D&J의 딸 앙샬롯이니까요.
그녀의 오른쪽 귀의 백금의 에펠탑 루는 닥터 주디의 가능한 모든 기술력이 탑제되어 있어요. 그녀의 흰올빼미 로봇인 크로와상은 보호색이 아닌, 아예 투명화기능이 있어요. 거기다 스텔스 기능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 은폐가 가능해요. 그 때문에 저희들이 가진 그 어떤 장비로도 크로와상을 잡아낼 수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크로와상은 분명 이 모든 것을 관전하고 있고, 그 정보를 앙샬롯에게 전달하고 있을거에요. 그녀가 이걸 모를 리가 없어요.
제가 장담하는데, 저 망고는 단지 미끼일 뿐이에요~!!”
독수리 로봇은 약 15미터 상공에서 날개 짓을 멈추었다. 그때부터는 속도를 내지 않고 남은 속도로 접근하며 사냥하는데, 바로 대상이 움직일 경우를 대비해서이다. 독수리로봇은 이미 망고가 움직이는 방향과 날개의 모양을보고 망고가 날아갈 수 있는 예상 방향 등을 계산하며 날카로운 날을 세웠다.
“쀠이이이이이이이이익-”
독수리 로봇은 울음소리와 함께 먹이감에게 전파를 발산하였다. 그것은 아주 순간이지만 대상 로봇과 그의 BCD의 교신을 끊어놓는다. 물론 상대가 파워가 낮은 로봇이라면 말이다.
독수리 로봇이 망고에게 약 1미터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날아드는 독수리로봇을 170km가 넘는 속도로 달려와 물어챈 것이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팀의 정찰 포워드인 치타 로봇이었다.
-팀 네쉬빌, 티모시 아웃-
치타로봇은 입에 물고있던 독수리로봇을 그대로 물어서 아작을 내어버렸고, 그럴경우, 탈락자인 티모시의 메달은 자연스레 치타로봇의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하지만 독수리로봇을 처리한 치타로봇은 다시 건물 뒤에서 나타난 말벌로봇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말았다.
-팀 완다, 말리 아웃-
이경우에 말벌로봇의 주인은 매달을 두개를 획득하게 된다. 말벌로봇은 근처를 정찰중이던 또 다른 팀의 로보컴이었다.
망고로부터 시작한 아주 작은 파장은 주변의 정찰로봇들을 끌어들였고, 그것은 곧 세개의 팀을 동시에 말려들게 했다. 망고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에 팀완다의 팀장이자 센터인 개코원숭이 로봇이 포악하게 소리를 지르며 풀숲으로부터 나왔고, 말벌 로봇들은 그것을 간단하게 피해서 하늘로 날아 올랐다.
팀 완다는 완전히 화가난 모양이었다. 예선전에서 잃은 전력은 본선에서 회복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 씨X, 진짜 매너 좀 이 양아치들아~” 개코 원숭이로봇이 분개하며 소리쳤다.
“야~, ㅈ, 매너같은 소리하네.니들이 그게 할 소리냣?!! 개 자식들아(M.F)”
어디선가 붉은털의 대형 말로봇이 달려와 소리쳤다. 하룻밤에 천리를 달린다는 그 소문의 붉은 말은 팀 네쉬빌의 주장인 짐의 로보컴이었다. 붉은 말은 무서운 속도로 말벌 로봇들을 향해 달려가 약 2미터 이상을 점프하더니, 입으로 거대한 화염을 흩뿌려 말벌 로봇들의 절반 정도를 불태워 버렸다.
일부 말벌 로봇들이 흩어지며 화염을 피했지만, 이번엔 팀 완다의 개코 원숭이 로봇이 엉덩이에서 알 수 없는 까스를 말벌로봇들에게 방출하였고 그나마 남았던 말벌로봇들이 땅에 맥없이 떨어졌다.
-팀, 토비스, 스칼렛 아웃-
이렇게 될 경우, 개코원숭이로봇의 주인과 적토마로봇의 주인은 각각 메달 1과 1/2개씩을 얻게 된다.
“아아~!!, 다중킬이 나왔습니다. 작은 앵무새로봇인 망고를 잡으려다가 이거 세개의 팀들이 얽혀 들었군요~!!”
빈센트가 심각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네, 이건 분명히 앙샬롯이 계획한 대로일 거에요.”
레리가 말했다.
“예? 이모든 걸 그 천재소녀 앙샬롯이 계획했을 것이라구요?”
“네, 그녀라면, 아니 그녀와 그녀의 로보컴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에요.”
“에이~, 뭐 의도적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행동한 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게 그녀의 시나리오라구요? 에이, 그건 너무 그녀를 과대평가 하는 것 아니에요? 아무리 천재소녀라도 말이죠~.”빈센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그녀와 그녀의 두 로보컴이라면 가능해요. 말씀 드렸다시피 그녀는 전세계에서 오직 0.1% 가능하다는 다중 BCDs의 유저에요. 보통 사람들과는 처리 속도와 성능면에서 전혀 다른 레벨의 뇌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런 그녀가 그 두 천재부모의 최고의 메카니즘을 응축한 로봇들과 콤비를 맞추는 거에요.
그녀는 시작점 부터가 상식을 벗어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여러분.”
“그런데 상황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은 망고는 아예 코빼기도 안보이는 군요.”
캐리가 카메라와 레이다를 살펴보며 말했다.
“망고는 이미 임무수행이 끝났으니 그들이 숨어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갔을 거에요.”
“네? 다시 돌아가서 숨었다? 대체 어디로요? 그러고 보니, 적외선 카메라로도 아이들이 보이지가 않네요. 대체 팀 울페는 다들 어디로 간 건가요?”
“근처 어디 인가에 있을거에요. 우리가 그 아이들을 볼 수 없는 건, 아마 앙샬롯의 BCD 루-팡이 만들어낸 홀로그램 장막 때문일거에요.”
“홀로그램 장막이라구요?”
“예, 앙샬롯의 BCD는 그 자체로도 다양한 기능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주변에 피라미드 모양의 홀로그램을 만들어서 그 속에 은패하는 것이죠. 가시광선 즉, 실제로 보는 것 외에는 적외선이나 레이더로는 잡히지 않는 홀로그램 막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죠. 망고는 지금 분명 그 안에 있을 거에요. 때문에 저희가 찾을 수 없는거구요.”
“아~ 홀로그램 장막이라... 그런 신통방통한 능력이… 역시 닥터 D&J군요.
다양한 기능을 가진 BCD 루-팡… 여러분 역시 그녀는 요주의 플레이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요. 아직 놀라긴 일러요.”
레리가 차분히 말했다.
“뭐가 또 남았나요?”
“네, 엄청 많이요.”
“잠깐만, 잠깐만, 그러니까 아까 그 나무가… 생명의 나무인 일루미나… 뭐라고??”
“아니 아니, 일루미나티라고 일루미나티. 그리고 그 나무가 일루미나티가 아니라, 그 나무를 생산하는 술법 이름이 일루미나티라구.”
죠가 설명했다.
“음…”, 후서는 시원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왔던 길을 그대로 역행해서 돌아가는 길이었다. 메리는 이미 피곤에 절어서 죠가 후서에게 무엇을 설명해주던지 말던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죠의 설명은 이러했다.
솔로몬의 12 보물 중 하나인 일루미나티는 어떤 형상을 가진 도구가 아니라 생명의 나무와 가이아라는 여성을 만드는 술법 그 자체였다. 그 이유는 일루미나티는 해당 행성의 정기를 다루기 때문이란다.
우선 일루미나티의 그릇이 될 동정의 소녀의 두 눈에 일루미나티의 술법을 걸어 땅에 심으면, 그로부터 두 갈래의 나무가 자라나와 하나의 나무가 되는데, 그 나무는 행성의 정기를 끌어모으는 생명의 나무가 된다.
그렇게 자라나온 생명의 나무는 그 그릇인 인간과 동일한 파장과 생명력을 공유하게 되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녀와 나무를 함께 보게되면 그들을 하나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생명의 나무와 생명력을 공유하는 소녀를 가이아라고 불렀다. 가이아는 지구의 정기로 인해 다양한 초능력을 지니게 된다.
“음… 이제 조금 알겠어. 세번째 보물은 도구가 아니라 생명의 나무와 가이아를 만드는 술법 그 자체가 솔로몬의 보물이라는 거잖아? 아 그럼… 그 앋실라는….”
후서는 가이아와 생명의 나무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를 이해하자 그제서야 노파 가이아가 두 눈을 타인들에 의해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던 것이었다.
“그래. 그녀는 앞을 볼 수 없어.”
“아, 역시…그런...”
“눈을 잃지만 대신 그녀는 각종 이상한 힘을 가지게 돼. 그녀 자체가 솔로몬의 보물이 되는 것이니까. 그중에 하나가 가이아의 첸리엔(Qiānlǐyǎn:천리안)이라는 거야. 때문에 그녀는 눈은 없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볼수 있지. 뭐, 천리안은 이미 해방되어진 돌이지만 말이야.”
“해방되어진 돌?”
“음… 이 세상에 어떤 조건이 맞게되면 그에 해당하는 솔로몬의 돌들이 해방이 돼. 해방이 된 돌은 세상에 녹아들어 그 존재가 세상의 일부가 되고, 그것은 곧 세상을 변혁시키지.”
“뭐? 세상을 변혁? 그 천리안이란 돌이 세상에 이미 흡수되어졌고, 그것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응, 인터넷. 그게 바로 천리안이었어.”
“뭐? 인터넷?!!”
“그래, 천리안은 세상 곳곳을 보여주는 거울이었어. 천리안은 가이아에 속한 슬로쓰(Sloth)의 돌이었기 때문이야. 세상에 녹아든 천리안은 더이상 그 실체는 없어. 하지만 그것은 이 세상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 뭐 그 돌의 본래의 능력은 고스란히 가이아에게 남았지만 말이야.”
“아…. 마.. 말도 안돼… 잠깐만, 잠깐만… 그러면… 가이아의 슬로쓰인 천리안이 해방되면서 인터넷이란게 세상에 나왔다는 거야?”
“음… 믿기 어렵겠지만, 시기가 굉장히 맞아 떨어지거든. 뭐 우리쪽에서 증명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지 않겠어? 천리안이 해방된 시기와, 인터넷이 세상에 나오게 된 시기.”
“음… 20세기 말? 정말??”
“믿거나 말거나.”
“그럼, 왜 그것이 세상을 왜 바꿨다는 거지? 고작 인터넷인데..”
“하하, 넌 가이아의 슬로쓰인 천리안을 너무 얕잡아 보는구나.
잘 들어. 왜 솔로몬 대왕이 이 모든 것들을 봉인했었는지 다시 한 번 더 설명 해 줄테니까.”
죠가 진지한 눈으로 후서에게 말하자 후서는 침을 한번 꼴깍하고 삼켰다.
-천리안의 능력과 부작용-
“지금까지 해방되어진 돌은 천리안 뿐만이 아니야. 활발한 불(Mutable fire)의 욕심(Greed)의 돌인 훠야오(Gunpowder;화약), 그리고 기본적 공기(Cardinal air)의 분노의 돌인 디젤(Diesel)이 세상으로 해방된 대표적인 돌들이야. 천리안은 고정된 땅(Fixed earth)의 게으름(Sloth)의 돌이었구 말이야. 이것들은 세상으로 해방되었고, 그것은 곧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지.”
“아아아… 잠깐만 잠깐만… 그러니까, 인터넷 뿐만 아니라 화약과 디젤까지도 원래는 그 솔로몬의 보석들였다? 그것이 방출되면서 세상으로 나왔다구? 흠….미치겠네… 정말...”
“방출이 아니고, 해방.
뭐,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믿고 말고는 네 판단이야.”
죠가 말했다. 그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 가고 있었지만, 죠가 하는 말들이 워낙 기가차는 소리들이어서 후서는 자신들이 백악관을 걸어서 나오는 사실조차 신경쓰지 않았다. 백악관을 마치 편의점 걷듯 걸어나온 그들은 죠의 차를 타고 다시 백악관 밖으로 나섰다. 이번엔 후서가 조수석에 앉고 메리가 뒷좌석에 앉았다.
“아~~시끄러~ 나중에 좀 이야기 해~ 잠와 죽겠는데…아…”
메리가 피곤한듯 차에서 궁시렁댔다.
“천리안은 가이아의 게으름의 돌이었어. 세상의 곳곳을 보여주고 많은 것들을 알게 해주는 능력이 있었으니, 그 또한 많은 왕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 동화같은데서도 종종 등장하고 말이야.”
“그럼 그 동화들속의 이야기들이 전부 사실이란 거야?”
“하하, 동화는 동화겠지, 하지만 실화가 동화가 된 케이스도 많으니까. 하하, 이녀석
아직도 믿지 못하는 눈치이네? 방금 전에 피라미드와 가이아까지 만나놓고 말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상, 믿기 어려우니까 말이지...”
“하하, 어차피 믿고 안믿고는 내가 어떤 소리를 하건 상관없어. 믿음의 본질은 이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결정에 있는 거니까.”
“엥? 이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됐어~, 그것보다, 내가 솔로몬의 보물들은 너무 강력해서 솔로몬 대왕이 그것을 봉인 했다고 말했지? 그 이유들을 조금쯤 다시 알려 줄께. 솔로몬의 돌들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말이야.”
“응. 좋아.”
“천리안은 세상 곳곳을 보여주는 힘을 가진 돌이었지만, 그것에도 당연히 댓가 즉 부작용이 따르지. 사용하면 할 수록 말이야. 중독성도 유독 심했고 말이야.”
“아, 모든 돌들은 부작용이 있다고 했지.”
“모두는 아니야. 힘이 셀수록 부작용도 강해진다고 말했지. 힘이 약하다면 부작용이 없거나 미미할 뿐이야. 아,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해당 돌이 관장하는 인간의 욕심이야.”
“음, 그레서 천리안의 부작용은 뭐였어?”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 먹어서 황폐하게 만든다는 부작용이 있었어. 생각을 해봐, 네가 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볼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될지 말이야. 천리안의 주인들은 점점 더 성격이 급해지고,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귀찮아지고, 비현실적이고, 괴팍하고 독선적으로 변하는 등의 부작용들이 있었어. 천리안을 사용했던 많은 왕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말이야. 공교롭게도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요즘 사람들이 가지는 특징들과 닮아 있지.”
“흠… 잘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들어보자구.”
“그래, 그 이유를 알려줄께.
천리안은 매우 게으른 돌이야. 제일 안정적인 에너지인 땅의 계열중에서도 고정된 땅인 가이의 게으름이야.”
“고정된? 미안한데 조금전에도 그런 말을 했잖아, 활동적, 기본적, 고정적... 이게 다 뭐야?”
“아, 솔로몬의 12 보물들은 또한 황도 12궁을 대표하기도 하고, 그들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 쉽게 말해서 각각 네가지의 원소의 성질과 세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네가지 원소는 땅, 물, 공기, 불이고, 세가지 특성은 활동적, 기본적, 고정적으로 구성되어 져있어. 당연히 각 원소와 성질마다 특징이 다르고 말이야.”
“아, 그럼 타오구의 특성은 뭐야?”
“타오구는 고정적 물인, 명왕성과 스콜피오 자리의 보물이야. 그것은 조화와 생명. 그리고 비밀을 관장하지. 여튼 계속 들어봐.”
“응”
“땅의 특성은 정적이며, 무거우며, 단단한 등의 특징들이 있어. 그런 땅의 계열 중에서도 고정적 땅의 특성인 가이아의 게으름(Sloth)라면 얼마나 게으를지 짐작이 돼? 누워서 모든걸 보는 녀석이야. 근데 그 능력이라는게 처음엔 편하고 재미있거든, 궁금한 걸 다 보여주니까.
하지만 그걸 자꾸 쓰다보면 결국 점점 더 만족을 하지 못하게 돼.”
“그건 왜?”
“‘많이 본다’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많이 알게 된다’라는 말이기도 해. 그래서 또한 천리안의 주인들은 대체로 더 똑똑해져. 아는 것이 더 많아지게 되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 과정에 알지 않는 편이 더 좋은 것들도 많이 있어. 모르는게 약인 것들도 많으니까
또 한,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약 40년 전에 경고한 정보과부화(Information overload)처럼 너무 많은 정보는 사람이 판단을 하는데 혼란을 주기도 해. 너무 많은 정보를 감당하다보면 오히려 혼란을 야기 하거든.”
“정보의 과부화?”
“예를들어, 사과를 하나 사러 갔는데, 그냥 사과가 하나만 있으면 판단이 쉬워져. 하지만, 서로 다른 사과가 백여개가 있다고 생각해봐.”
“아…. 너무 많은 비교 대상…”
“그렇지, 때문에 과거에 천리안을 사용했던 많은 주인들은 쓸쓸하게 혼자서 죽음을 맞이 했어. 잘 고르지 못하고, 잘 만족하지 못하고, 잘 믿지도 못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천리안 정말 무서운 점은 그것이 사람의 모든 7가지 욕심을 다 증폭시켜버린다는 것이야. 천리안은 지원형의 돌이니까.”
“뭐?”
“생각해봐.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천리안으로 뭘 보고 싶을까? 혹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아…..”
“세상의 온갖 예쁘고 좋은 것들을 찾아 보게 되지.
자, 그럼 그 사람이 예쁜 것들을 한번 보게 되면 그 주인은 만족하고 그만 둘 것같니?”
“아…아니...”
“처음엔 천리안을 통해 예쁜 것들을 찾아보게 되겠지. 놀랍고 만족하겠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또 보고 싶은거야. 그렇게 보다보면 더이상 같은 정도로는 만족이 안돼.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니까. 그럼 더욱 더 예쁜것들을 원하게 되지.
그것이 식욕이던, 성욕이던, 물욕이던 천리안만 있으면 원하는 걸 다 볼수있으니까. 시공간을 초월하는 천리안은 미래를 제외한 현재까지의 정보를 다 알려주거든.
그래서 천리안은 한번 손 대면 쉽게 못 끊어. 시청각적으로 주인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줘 버리니까, 때문에 그만큼 중독성도 강한거구.
그런 천리안은 게으름의 돌 중에서도 아마 가장 강력한 돌일꺼야.
그렇게 모든 걸 보다보면, 더 욕심나게 되고, 욕심이 커지면 그만큼 만족을 쉽게 못하게 되니 성격도 급해지고, 사람의 속속의 더러움까지 알게되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결국 온갖 세상의 좋고 험한 것들을 보지만 그러는 사이 영혼을 점점 잃어가게 되는거야.
결국, 천리안을 통해 세상을 볼수 있게 되지만, 그 주인의 영혼은 바로 눈 앞의 진실도 볼 수 없고 판단 할 수도 없는 장님이 되지. 마치 가이아가 눈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 처럼 말이야.”
“아….”
“그것이 이제는 전 세계의 사람들의 손에 들어갔어. 지금은 비록 컴퓨터로 천리안을 사용하지만, 앞으로 1~2년 안에 사람들은 손에 손에 천리안을 들고 다니게 될거야. 그건 막 세상에 나오고 있는 스마트폰이란 것을 통해서 현실화 될거고 말이야.”
“아, 스마트 폰… 그럼 불과 1~2년 안에 사람들이 다들 스마트폰을 쓰게 된다는 거야?”
2012년 초, 스마트폰의 등장 초기인 당시에는 후서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휴대폰(Celluar phone)를 사용하고 있었다.
“응, 아직도 과정 중에 있으니까. 곧 훨씬 더 많은 세상 사람들이 손에 손에 천리안을 쥐게 될거야.
그리고 그것이 솔로몬이 염려하던 일 중의 하나일테지.
경고하는데, 인터넷이라고 하는 그것을 조심하는게 좋아. 인터넷은 가이아의 게으름인 천리안이 바로 그 실체이니까.
해방된 천리안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은 다시 말해 누구나 천리안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적당히 써야, 적당히 도움되는게 솔로몬의 보물들이거든.”
“아…. 그럼 인터넷때문에 사람들이 변하고, 그 때문에 세상이 바뀐다?”
“아니, 천리안이 사람만 바꾸는게 아니야. 세상 자체를 바꾸지. 경제와 사회, 산업에까지 두루두루 그 영향을 미쳐. 그게 솔로몬의 보물들이 가진 힘이야. 돌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지.”
“하지만 인터넷이 세상을 뒤바꾸진 않았잖아.”
“아직은 말이야. 하지만 결국엔 뒤 바뀔거야. 혁명이라는 레벨로 말이야. 지금은 그 과정일 뿐이니까”
“인터넷이?”
“그래, 과거 화약과 디젤이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도 현재 산업과 경제를 바꿔놓고 있으니까.
천리안을 손에 쥔 사람들은 또한 더욱 똑똑해졌어. 그들은 곧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정보화사회를 열게되지. 근데 이 정보화 사회는 기존의 자본주의 사회의 관념과 통념이란 것을 완전히 역주행하는 특징을 가졌거든. 그게 뭔줄 아니?”
“응? 정보화 사회와 자본주의라….글쎄...”
“기존의 자본주의에서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원하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파는 것’이 이었어. 때문에 비법은 남에게 전수 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고 말이야. 내가 남들보다 우수해야 하는 경쟁의 원리니까 말이야.
하지만 발달한 정보화 사회에서는 ‘복사와 공유’라는 것이 클릭 한번이면 될만큼 쉬워졌다는 거야. 정보는 빠르게 복사되고 공유화 되어가고, 그 과정에서 오리지널 정보가 가지는 자본적 가치는 급격히 분산되어 공중으로 사라지게 돼. 바로 오늘 날에 천문학적인 자본적 가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야.”
“아… 난 복사가 오리지널의 가치를 상승시킨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건 미술품이나 사람과 같은 대처 불가능한 가치들만이야. 이경우에는 복사가 아니라 복제를 말하는 거지. 오리지널은 복제 되지 않으니까. 그때 그것에 대한 복사(카피본)가 많이 나오면 오리지널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는 거야. 결국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차이만큼 나는 것니까.
마찬가지로 만약, 오리지널이 복제가 가능하다면 오리지널의 가치 역시 빠르게 상실할테고 말이야. 인간복데를 두고 윤리를 운운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어. 인간이 복제되기 시작하면, 인간생명의 존엄성의 가치 역시 낮아지게 될테니까.
좀 이해돼?”
“음. 알 것 같고 모를 것도 같아.”
“뭐 인터넷이 사회뿐만 아니라 산업과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현대인들의 삶과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말을 모으는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아,…그런데 죠, 너 경제학 공부했었어?”
“어, 쟤 변호사야. 생긴건 저래도 아는 게 많아. 할라의 주인이란 놈이 닥칠줄을 모르지.”
차의 뒷자석에 앉아있던 메리가 말했다.
“우와, 변호사? 전혀 그렇게 안봤는데…”
“전혀 그렇게 안봤다니, 그건 뭐여?”
죠가 말했다.
그들은 금방 그들의 숙소란 곳에 도착했다. 죠는 길가에 아무렇게나 차를 세웠다.
“여기다가 차 세워도 돼?”
“어, 정부랑 같이 일해서 좋은 것들도 있어.”
“엥?”
“하하, 아니야. 알아서 발레파킹 해주니까 걱장 말고 들어가자구.”
“들어가다니.. 어딜… 이 시간에…”
그들의 앞에 있는 건물이라고는 스미소니언 성뿐이었다.
“아, 이 친구… 이 앞에다가 차를 세웠는데 그럼 여기서 텍시타고 다른데로 가겠어?”
“아, 설마 여기서 지내는거야?”
후서가 물었다.
죠는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스미소니언 성이라니. 설마..., 그 스미소니언 성이라니.
“여긴 마법으로 보호를 받는데다가 백악관이랑 공항 등이 가까워서 여러모로 좋아.”
죠가 말했다.
아아…. 대체 얼마나 더 듣고, 얼마나 더 놀라야만 그 밤이 끝이 난단 말인가… 놀라움에 피곤함마저 느낄 수 없었던 그 밤은 서서히 밝아 오는 동과 함께 사라져가고 있었다..
“하아....하아...”
후서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서려 나오는 걸보니, 꿈은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메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먼저 성안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죠도 성문 앞까지 가서 후서를 보며 손짓하고 있었다.
“젠장할… 아… 나도 모르겠다..”
후서는 복잡한 심경으로 스미소니언 성으로 달려 갔다. 하지만 후서는 스미소니언 성이 그들의 아지트라는 사실이 내심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