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워야 살 수 있다
사람은 지혜로워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살아
나갈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어린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이런 지혜를 바탕으로
전세계의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그아이는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사회의 일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다.
할아버지는 부모한테 그런
가르침을 직접 받지는 못했지만,
등창으로 누위만 지냈던 탓에
스스로 하나씩 지혜를 깨치게 되었다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자연과 사물의 이치와 사람
사는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했던 것이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어.
어떻게든지 살려고 노력하다 보면
물리가 터지고 지혜롭게 돼.
나무하는 소질도 없고 그렇다고
머슴 살기도 싫었던 어느 날에,
내가 시장에 나가보니 동네
애들이 미꾸라지를 팔고 있는 거야.
번개처럼 머릿속에 미꾸라지를
잡아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당시에 미꾸라지를 잡아서
부잣집에 가져다주면 한 대접에
쌀을 한홉 정도는 주었단 말이지.
그래서 종일 미꾸라지를 잡으면
쌀을 한두되는 얻을 수가 있었지
그렇게 미꾸라지를 잡으러
다니는데 하루는 또 꾀가 나.
논에 미꾸라지가 펄펄
뛰어노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이것을 잡으려면 적어도 하루나
이틀은 물을 품어내야 한단 말이야.
그게 좀 고단해. 그래서 물을
안 품고 미꾸라지 잡는 법은 없을까
여름내 연구를 한 거야.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안 떠올라서
길을 가던 어떤 영감을 보고.
'할아버지, 미꾸라지가 무슨
벌레를 먹고 살죠?' 물어봤지.
근데 그분이
아주 쉽게 대답해주는 거야.
'이놈아, 미꾸라지라는 것은
쇠똥벌레를 제일 좋아한단다.'
나는 다시 '쇠똥이 어떻게
해서 벌레가 돼요?' 하고 물었지.
그런데 그분이 친절하게도
소가 길을 가면서 똥을 길바닥에
싸놓으면 그 속에 벌레가 생기는데,
미꾸라지는 그 쇠똥벌레를
제일 잘 먹는다고 알려주는 거야
나는 속으로 쇠똥벌레를 이용해
미꾸라지를 어떻게
잡을까 궁리하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가마니에 미꾸라지들이
파고들 만한 조그만 구멍을 뚫고
그 속에 쇠똥을 넣어보기로 했어.
미꾸라지들은 쇠똥벌레를 먹으러고
하나둘씩 가마니 속으로 파고들 거고,
그렇게 미꾸라지가
가득 찼을 때 가마니에 매달린
새끼줄을 끌어올리는 거지.
그런데 이런 방법을 다른 놈들이
알면 헛수고니까 우선
한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실험해봤지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가마니에 미꾸라지가 가득 차 있어.
이렇게 사방으로 250리를 다니면서
미꾸라지를 잔뜩 잡아서 재미를 본 거야
그런데 미꾸라지하고
쌀하고 바꾸어서 집에 들어가면
우리 어머니가 어디서
쌀을 매일 훔쳐 오는 줄 알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우리 어머니가 마흔하나에
혼자되셨어도 그저 아비 없는 자식
잘되라고 정성으로 키우는데.
내가 영문 모를 쌀을
가져오니까 몽둥이를 들면서
'쌀을 어디서 훔쳐왔냐? 뭐가 되려고
그러나?' 하면서 때리시려고 해.
미꾸라지를 잡아다 어디
부잣집에서 쌀로 바꾸어왔다고 해도
이 엄동설한에 미꾸라지를
어디서 잡느냐고 야단이신 거야.
그래도 나는 그것이 사실이니까
있는 대로 대답할 수밖에
우리 어머니가 사실인지
확인해 보려고 나 모르게 살짝
그 부잣집에 가서 미꾸라지를
쌀과 바꾸어주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잡아오면 또 바꾸어준다고 하거든.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미꾸라지가 보신탕이야 특히
겨울에는 아주 좋은 음식이지.
그때부터는
어머니가 나를 믿어주었어 .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 다니면
시간이 많이 걸려 발이 어니까 같이
잡으러 가자고 조르시는 거야.
나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리면서
어머니에게도 안 가르처주었어.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들키면
미꾸라지 잡는 방법이 탄로 나가든.
누구나 내 방법으로 미꾸라지를
잡게 되면 우리는 또 굶을 수밖에 없어.
나야 고랑을 타고 가다가 사람이
보이면 수챗구멍에 쏙 숨으면 되지만,
어머니는 덩치가 크고
느려서 딱 들킨단 말이야. 그래
가까스로 어머니를 이해시켰지.
이렇게 잠 안 자고 밤새도록
미꾸라지를 잡으니
어느 놈이 이 비법을 알겠어.
10리. 20리 멀리
가서 미꾸라지를 잡았어도
시장에는 쌀자루 속에 넣어
가지고 가니 한두 마리가
죽었어도 제값을 받았던 거지
난세에 살려면 사람이 영리해야 해.
어떻게 해서든지
살려고 해야 살 수 있는 거지
멍청해 가지고는 못 살아.
살면서 무작정 끌려가지
말고 이런 원리들을 깨달아야 해.
사물을 잘 관찰해보면
그 속에 원리가 있는 거야.
방법이 나올 때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원리를 찾다보면 무릎을 탁
치며 그거였구나 하는 순간이 오거든.
그때가 바로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순간이야. 그렇게 되면 배는 곯지 않지.
왜 다른 집에 가서 머슴을 살아?
그것은 소나 말이나 똑같은 신세지.
죽어라 일해주고
여물이나 얻어먹는 거잖아.
생각을 하고
지혜를 써야 진짜 사람이지.
동물처럼 먹기에만 매달린다면
평생 그렇게 살다가 죽고 말아.
불쌍한 인생이지."
할아버지는 이렇게 미꾸라지를
잡아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밤을 세워가며
미꾸라지만 잡는 일이 싫어서
더 편하게 돈 버는 일이
없을까 또다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람들이
점을 많이 본다는 것을 알고,
직접 접 보는 법은 배위서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리고 점쟁이와 대화를 해보니
사실은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요령껏 겁을 주거나 그럴 듯한
말을 들려주고는
돈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그들이 쓰는
말투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미꾸라지 잡아서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것
말고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지.
미꾸라지만 잡아도 우리
식구가 밥은 먹어. 아니.부자야
농사 안 지어도. 장에 가면
한 말씩은 짊어지고 다녀. 그렇지만
어디 사람 사는 재미가 있어야지
그래 점을 봐야겠다 생각한 거야
점은 우리 외가에서 처음 배웠지.
외조부를 뵈러 가면 종종
과부 할머니 한 분이 와 계셨거든.
어느 날인가 세배를 하러 갔는데.
외조부는 없고 그 할머니만 있어.
근데 그분이 가위를
거꾸로 매달아서 점을 쳐.
호기심도 나고 또 배워보고도
싶어서 나도 한 번 봐달라고 했더니
'내년, 내후년에는
대운이 올 것 같다' 하거든.
보아하니 할머니가 사람들
설득시키는 솜씨가 기가 막힌 거야.
그때부터 점을 배우기 시작했지
그런데 점을 쳐주다가 똑똑한
놈을 만나면 시비가 막 들어와.
'어떻게 알고 하냐? 지금 뭐를
하는 거냐? 어째서 그러느냐?'
시시콜콜 따지면
대답해주기도 괴로워.
그래서 나중에는 점 본다고
하지 않고 관상 본다고 했지.
실제로도 상대방의
상을 읽는 법을 배웠고
관상이란 관형찰색 觀形察色 이야
우선 형을 먼저 보고
그다음엔 색깔을 관찰해야 해.
형을 잘 보아도 색을 보지
못하면 틀려. 욕만 바가지로 먹어.
또 색을 잘 보아도
형을 보지 못하면 그것도 위험해
그러니까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다가
상을 잘 본다는 놈을 만나면
서로 아는 걸 가르쳐
주면서 실력을 늘리는 거야.
그러다 보니까 관상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지."
그러나 요령껏 점을 보아서 돈을
버는 일은 계속 할 짓이 아니었다.
멀쩡한 사람을 겁주어
주눅 들게 하고, 해결책이랍시고
안 해도 될 일을 시키며
돈을 받다보니 스스로 너무 치사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가슴속에는
진실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점을 보든 관상을 읽든, 그 사람의
길흉화복을 정확하게 알려주어
실제로 화를 면하게 하고 복을
주는 공부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점 보는 것을 그만 두고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고픔이라는
고통이 여전히 그를 따라다녔다.
약초에 대한 공부도 배고픔을
메우기 위해 풀뿌리와 나무
뿌리를 캐먹으며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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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워야 살 수 있다---장병두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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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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