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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코끼리. (상)
“안녕하세요 여러분~!! 자, 행운의 순자 7!! 7초 광고, 잘 들 보셨나요~?!
자 광고가 나가는 동안, 저희는 저희 대회의 슈퍼컴퓨터의 팀별 분석 자료들을 체크업 했는데요, 우선 그 정보를 여러분들께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관련 플레이들의 특징과 해당 주요 영상이 같이 링크가 되어 있으니 참고 해주시구요~! 곧 골든 초이스 타임이 시작 되는 점도 유념해 주세요~!”
7초 광고가 지나자 빈센트가 촐랑거리는 말투로 나와서 골든 초이스타임을 언급했다.
골든 초이스 타임은 예선 경기 시작이후 15분~45분 내에 불시에 발령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때, 관람자들은 단 1분 안에 자신이 생각하는 우승팀 한팀을 선정할 수 있고, 해당 팀에게 자신의 골든 카드를 걸게 된다. 누가 우승을 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예선전의 초반, 때문에 배당률은 경우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모든 팀과 플레이어들의 정보를 다 체크 할 수는 없는 법. 선택은 단 하나.
모든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 골드와 블루카드 한장씩을 가지게 되는데, 골드카드의 용도는 처음에 거는 승리의 팀에게, 그리고 블루 카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팀에게 던지게 된다. 블루카드를 가장 많이 받은 한 팀은 경기 등수와 상관없이 인기팀 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골든초이스타임의 특성상, 골든초이스타임에서 가장 많은 배팅을 받은 팀이 보통 최고 인기팀이기 되기마련이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팀은 보통, 자신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는 팀이기 때문이었다.
XxX의 상금표 -
1등 : 10만G + 거래액의 1%
인기상 : 2만G + 거래액의 0.5%
2등 : 1만G + 거래액의 0.1%
3등 : 거래액의 0.01%
그렇다, 인기상이 대회의 2등 보다 두배 이상 상금이 높다.
이러한 이상한 형태의 인기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쇼맨쉽에 있었다. 그것은 플레이들에게 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플레이를 이끌어내게 하며, 동시에 관객들이 게임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대회에 없어서는 안되는 장치였다.
“아~, 이번 대회에서는 과연 어느 팀이 가장 많은 골든 카드를 받을 수 있을지!
케리, 케리는 어느 팀에 자신의 골든 카드를 던질 것인지 정했나요?”
빈센트가 케리에게 물었다.
사회자나 해설자들도 골든 티켓과 블루카드 한 장씩을 자신이 원하는 팀에 걸게 되는게, 이것이 가지는 선동효과는 강력했다.
“아~글쎄요 빈센트..., 이번 대회는 쟁쟁한 상금 사냥꾼 선수들이 워낙 많이 출전을 해서 말이죠. 봐야할 팀들이 아직 너무 많군요. 거기다 이번엔 새로운 루키인 아이언벨트의 학생팀들까지 대거 참여했으니까요…고민되는 군요.. 아~, 제발 골든타임이 좀 천천히 발령 났으면 좋겠어요~, 아, 안돼~~~”
케리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 언제 발령될 지 모르는 골든타임~!! 그렇기 때문에 더 스릴이 넘치는거겠죠~ 자 여러분, 이제 슬슬 경기 시작 17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골든초이스타임이 곧 발령될테니까~, 다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들 계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시간은 단 60초, 당신의 골든 카드를 한 팀에게 던져야 합니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느 팀에게 당신의 골든 카드를 던질까요~~?!
그전에, 분석의 대가인 레리씨는 과연 어떤 팀에 자신의 골든카드를 던질 것인지 한번 물어 볼까요~? 저도 무척이나 궁금한데요~”
빈센트의 물음에 케리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 그럼 물어보죠~ 궁금하니까~ 하하.
레리는 혹시 벌써 자신의 골든 팀을 정했나요?”
빈센트가 물었다.
“아…. 아직이요.. 저도 아직 정하질 못했어요. 하지만, 세팀 중에 하나에 걸 생각이에요.”
“아~~~, 세 팀이라... 이거이거이거 들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빈센트가 오버연기를 하며 말했다.
“들어요, 궁금해요~~”
케리가 말했다.
“그치만, 레리의 발언은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케리~.”
빈센트는 어차피 들을 것을, 최대한 사람들의 감질을 유도해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슬슬 짜증이 날 정도 까지만 의도적으로 지루한 뜸을 들이는 것이었다.
유니넷과 함께 고도로 발달한 기술 사회를 살아가는 그들은 꽤나 참을성이 없었다. 곧, 항의가 빗발 쳤고, 그것이 바로 빈센트에게는 ‘큐 싸인’이었다.
“아~~~아~, 그럼 어쩔수 없군요~. 어디 레리의 의견을 들어 볼까요?
레리, 사람들이 레리씨의 의견을 많이 궁금해 하는데요?”
빈센트가 실제로 고민하는 척을 하면서 조심히 말했다.
“아… 글쎄….불의 곰 벤허나, 현재 세계 상금 사냥꾼 랭킹 1위인 공포의 팽귄 오남매(The 5 Panguin siblings)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아~!!! 팽귄 오남매~!!! 아, 애들한테 정신이 팔려서 정말 깜빡하고 있었군요~! 그런 거물을요~!!”
“아, 저도, 역시 마음 속으론 팽귄 오남매 쪽에 걸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어요. 역시...프로는 프로니까요.”, 케리가 보탰다.
“하지만, 전 이번대회에서 도박을 하기로 했어요. 도박이 목적인 대회이니까요.”
레리가 안경을 바로 잡아 쓰며 말했다.
“예??”
“네?”
빈센트는 또 다시 레리의 발언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잘 나가던 진행이 다시 한번 멈춰섰다.
그때, 화면에서 불이 들어오며 자동으로 한 화면이 확대 되었는데, 그것은 가장 많은 시청자수를 가지고 있던 174번 채널이었다. 174번 채널에서는 팽귄 오남매의 예선 돌파 소식 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예선 시작 17분 12초만에 두 개의 팀을 초토화 시키며 단숨에 예선전을 1위로 통과했다.
세계 상금 사냥꾼 랭킹 1위의 그들은 수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스타이기도 했다. 곧 화면에서 그들의 테마송인 ‘슈파슈파슈파’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팽귄 오남매의 승리를 축하할 때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그들의 테마 음악이었다.
“아아~~! 역시~!!! 아, 174번 채널은 팽귄 오남매의 채널이었군요~!! 어쩐지 제일 많은 관객수를 가지고 있었거니 했는데…. 아, 이런, 잠시 틈을 주지 않고 벌써 일을 저질러 버렸군요~!!! 공포의 팽귄 오남매~!!!”
“네, 오 형제(5 brothers)가 아니라 남매겠죠? 2호기가 여성 유저이니까요.”
어쩐일로 케리가 뜬금포를 날렸다.
“예? 케리, 그런 당연한 소리는 왜 뜬금없이 하는 거죠?”
이번엔 빈센트가 케리의 멘트에 의문이 들었다. 다들 왜 이렇게 오늘 방송을 헷갈리게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빈센트였다.
“아하하… 그러게요. 제가 왜 그런 뜬금없는 소리를… 하하… 오늘 하도 놀라운 루키들을 많이 봐서 그런걸까요. 괜한 소리를... 하하하”
케리가 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빈센트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게 케리를 한번 쏘아보았다.
“자~~그럼, 현재 경기시작 18분째 경과하고 있는데요. 이미 두개의 팀이 탈락되었고, 여기 저기에서 탈락자들이 서서히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39명의 탈락자가 나왔군요.
아~! 방금 또 들어온 소식입니다. 안타깝게도 제일학원의 팀 무시시가 설전을 벌이다가 역시.. 죠나단 & 나달리 동맹에게 전원 탈락이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미나상~ 스미마생~~!”
빈센트가 일본어로 마무리 했다.
“아, 이렇게 되면 도쿄의 제일학원의 자존심이 많이 상하겠군요.”
케리가 받아주었다.
“그렇겠죠, 예선에서 떨어졌으니 말이에요. 상대를 잘 관찰하지 않으면 이렇게 곤란한 일이 생기죠. 하지만, 상대가 그 불곰의 벤허와 초록뱀 에메랄드였으니 창피는 면한다고 봐야죠. 그들은 프로페셔널급들이니까요.”
레리가 말했다.
파앙-!
그 때, 갑자기 총탄음과 함께 화면에 잡히고 있던 개코원숭이로봇이 땅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모두들 팽귄 오남매의 소식에 잠시 정신을 팔고 있었던 찰나였다.
-팀 완다, 아멜 아웃-
“아, 말을 하는 사이에 팀 완다의 개코원숭이 로봇이 쓰러졌습니다. 피격 당한 것 같은데요!!이게 정확히어찌된 일일까요?!”
“아, 이건 어쎄신이에요. 방금전 총성이 그것을 증명하구요. 잠시만, 여기 레이더를 보시죠.”
레리는 지면 레이더 화면을 끌어다가 확대 시켰다.
“외부에선 어떤 움직임도 포착 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지면이죠. 여기 땅속을 보시면 지금 두 대의 로보컴들이 있죠. 그 중 하나는 아프리카 흰게미 로봇들, 하지만 이건 팀 완다에요. 범인이 아니죠. 그렇다면 제일 수상한 건 역시 팀 토비스의 두더지 로봇인 ‘젤다(Zelda)’에요. 젤다는 팀 토비스의 어쎄신이니까요.”
레리가 화면을 보면서 설명했다.
“아, 땅속에서 나와서 한발 필살을 쏘고 다시 땅속으로 숨은 거군요~!!”
“예, 어쎄신의 특징이죠. 젤다는 지금 그 한방으로 메달 2.5개를 획득했어요.
프로 어드벤스트급인 아멜의 개코원숭이로봇은 결코 쉬운 상대가 이니었지만, 어쎄신들은 한 방 필살이 있으니까요. 어드벤스트급인 젤다는 방급 적의 수장급을 사냥 해버린 거에요. 이걸로 팀 완다는 사실상 전력의 반 이상을 잃었어요.”
“아, 승리를 탐하는자, 어쎄신을 조심하라.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군요. 메달을 아무리 모아도, 이처럼 어쎄신의 암살 한번이면 끝이니까요… 아…”
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팀 토비스, 로이 아웃-
“아! 팀 토비스의 어쌔씬인 젤다마저 잡혔어요!! 대체 땅속에 숨어 있는 두더지를 어떻게!!”
케리가 먼저 놀라서 물었다.
“아~!! 팀 네쉬빌이에요. 그들의 주장인 짐과 그의 적토마로보컴인 무스탕이에요~!!”
무스탕은 적이 두더지 로봇이라는 것을 알아 차리자 마자 그 구멍으로 가서 구멍안으로 폭발적인 화염을 내뿜어 넣었던 것이었다. 젤다가 뚫어놓은 다른 한쪽 구멍에서 3미터가 넘는 불기둥이 솟아 올랐다.
“아, 화염의 적토마 ‘무스탕’입니다. 그리고 그의 수장 ‘아메리칸 여포’ 짐 클라인입니다, 여러분~!!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몇 명되지 않는 프로페셔널 급입니다~!! 그를 상대하려면 상당한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할텐데 말이에요!! 손자가 말했듯 적을 알지 못하면 곤란합니다~”
빈센트가 중계했다.
“아, 이로써 적토마 무스탕과 짐은 메달 3.5개를 더하며 메달 총 6개를 소지 하게 되었군요. 팀 말리의 팀장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진지를 이탈해 나오면서 문제가 붉어졌는데....
개코원숭이는 자신들의 정찰인 치타로봇을 파괴한 말벌 로봇에게 화가 나 있었던 참이었고, 적토마 무스탕은 자신들의 정찰로봇을 파괴한 치타로봇에게 화가 났었으니까… 아...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네요...하하..”
케리가 말했다.
프로페셔널급의 화염의 적토마 무스탕에게 함부러 나설 로봇은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모두가 도발에 걸려들었다는 거에요. 그것이 의미하는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진짜 게임은 아직이라는 거죠. 그 도발을 건 당사자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레리가 자신의 3D 안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그 때 였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적토마 무스탕의 앞에 당당히 선 연갈색 족제비 한 마리, 그것은, 분명 앙샬롯의 바게트였다.
“그녀가 나왔어요.(There she is.)”
레리가 거의 속삭이듯 나직히 말했다.
“칫, 새대가리 오남매따위에게 예선 1위 자리를 내어주다니… 이렇게 따로따로 움직이지 않고 팀으로 움직였다면 그건 우리팀의 차지였을 텐데.. 아우, 혼자 움직이니까 빨리 움직일 수도 없고…”
방에서 혼자 일미호와 호흡을 맞추고 있던 호석이 중얼거렸다.
여우로보컴 일미호는 레이다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능과 함께 보호색기능으로 밖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었다.
일미호는 털의 색깔을 자유자제로 바꿀수 있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잘 찾기 어려운 탓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움직이면 주변 색도 바뀌기 때문이었다.
“뭐?! 벤허와 에메랄드?!”
큰일이었다. 일미호의 후각과 적외선 카메라에 의하면 벤허와 에메랄드가 약 50미터 밖에서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 오고 있었다. 그들이 일미호를 발견하고 달려올 확률은 98.31%.
에메랄드와 벤허는 매달을 각각 11.5개씩 가지고 있었다. 일미호 한마리만 더 잡으면 둘 다 예선을 통과하게 된다.
1인 팀인 벤허와 에메랄드는 시작부터 매달이 하나였기 때문에 메달 11개를 더 모아야 했을 뿐, 단 두명이서 그들은 현재까지 매달 21개를 모아왔다.
“아, 저것들이 어떻게 나를… 아, 이거 위험한데…. 어쩌지… 설마 여기서 아웃되면 철우형한테 맞아 죽을거 같은데...아...”
일미호로부터 그들과의 전력면에서 승률은 0%가깝다는 계산이 나왔다.
에메랄드의 후각은 인간의 8천배이다. 다른 로봇들과 마찬가지로 일미호의 털에 남아있는 사람의 냄새는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에메랄드의 후각 능력은 일미호의 것보다 범위가 훨씬 넓었기에 일미호가 자신이 발각된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메뉴얼은 단 하나.
38 + 911. 줄행랑과 지원요청이었다.
“비상사태야~!! 나 아웃 당하게 생겼어~!!!”
호석은 자존심을 구기고서 큰 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아래층의 다른 팀원들은 그것을 듣고 그저 입을 막고 키덕거리리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우뢰매 미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크크크…. 아 미치겠네 정말, 메달 하나도 못 만들고 911을 치다니.. 크크크크”
천빈이 웃으며 말했다.
시속 130km로 달리는 벤허는 이미 일미호의 바로 앞까지 달려와 그대로 여우로봇 일미호를 한 입에 덥석 물려고 할 때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눈 앞에 있던 일미호가 사라졌다.
벤허는 그저 주변을 두리번 할 뿐이었다. 벤허의 붉게 달아오른 이빨에선 열기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일미호의 기술인 “축지법(Chuk-ji beob)”으로써, 본래의 뜻은 ‘지면을 줄인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일미호의 긴 몸통의 약 70% 차지하는 것은 강력한 1배기통 피스톤 장치였다. 몸속내부의 폭발과함께 웅축한 에너지로 땅을 박차며 튀어오르는 ‘하핑(hopping)’이 그 축지법의 실체였다. 그 힘은 일미호의 한 방 필살의 에너지가 담겨 있는 만큼 총알만큼 빠른 속도였기에 벤허가 잡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에너지를 모으기 위한 최소 쿨 타임은 12초. 몸채가 흔들리는 빠른 이동 중에는 피스톤을 가동을 할 수도없었다.
일미호는 보호색을 포기하고 왔던 길을 빠르게 내 달리며 줄행랑 쳤다. 하지만 그런 일미호의 길목에는 이미 거대한 초록뱀 에메랄드가 혀를 내밀면서 잠복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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