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의 산행기를 총무가 카피하였습니다
“인왕산 정상을 갈거야? 그러지 말고 둘레길 따라 걷자.”
“네!”
그러나 현 회장이 전 회장의 지시인지 업무 협조인지를 따를 생각이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속을 어떻게 알겠는가? 인왕산 정상 오르는 길로 갈라지는 윤동주 기념관 아래에서 이미 현 회장 등 일행은 종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뜬 총무가 전화해보더니 정상 들러도 충분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렇게 2022년 송년 산행을 마치고 뒷풀이 장소에 도착했더니 오후 2시 30분 약속 시간을 15분쯤 넘긴 시간이었다. 나는 그제야 현 회장이 오전 10시쯤 신교동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칠궁을 둘러보고 청와대 춘추관으로 입장해 만세동방과 청운대 전망대 거쳐 백악산 정상을 밟고 창의문으로 내려서 인왕산 정상을 거쳐 뒷풀이 장소인 세종문화회관 뒤 소국밥에 닿을 시간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2시 30분을 산행에 참여하지 않고 합류하는 회원들에게 안내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탄복했다.
경복궁역 버스정류장에 전 회장이 서 있길래 그냥 걷죠 해 함께 걸었더니 한 정거장 거리에 아톰 형이 있었다. 수인사 나누고 내처 걸으니 10시 약속시간을 2분 넘겨 현 회장, 뜬 총무, 그린란드, 감자바우, 달라무 형이 서 있었다.
칠궁은 명종 이후 적통이 아닌 아들을 왕으로 앉힌 여인들의 사당으로 꾸민 것인데 조선의 왕위와 왕비들의 아홉 품계, 다른 사당의 기둥은 직각형인데 견줘 가장 품계가 높은 여인의 사당 기둥은 원형으로 짓게 했다는 등 정말 무궁무진, 바닥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현 회장의 깨알 유산설명이 이어졌다. 현 회장은 동선까지 완벽하게 도상 연습을 한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춘추관을 들머리로 삼아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친절함까지 가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은행나무 기념식수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기념식수 비교, 발칸포대가 있던 자리 등도 깨알처럼 설명했다.
청와대 개방공간을 두어달 전쯤 아내와 함께 정릉 쪽에서 출발해 팔각정 통해 칠궁 쪽으로 내려온 적이 있었다. 이번은 춘추관에서 오르니 경사가 훨씬 덜하고 중간에 느긋한 구간도 있어 칠궁 쪽으로 오르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 더욱이 춘추관 건물 나와 북악산 자태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던 것도 덤이었다.
계단에 눈이 쌓여 발을 디딜 때마다 조심해야 했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동방만세 지난 뒤 곧바로 수직으로 계단 올라야 하는데 두꺼운 옷을 입어서인지 안으로는 땀이 차는 것 같은데 간혹 바람이 들이치면 무릎에 시린 느낌이 감지됐다.
늘 성곽 안쪽으로 올랐는데 현 회장은 바깥쪽이 북한산 조망하는 맛이 있다며 그쪽으로 가자고 했다. 과연 족두리봉부터 보현봉까지 일람하는 재미가 그득했다. 다시 성곽 안으로 들어와 북악산 정상에 올라 알바위를 일람하고 사진 찍고 창의문 내려서는 계단 길에 섰다. 한바탕 바람이 휘몰아치면 제법 을씨년스러웠다. 을사사변 때 날씨가 음산하고 스산해서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만들어졌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 표현이 어울렸다. 이제 나도 이렇게 긴 계단 길을 내려갈 때는 무릎에 무리가 느껴진다. 세월의 힘을 절감한다.
창의문 내려와 예전에 신분증 맡기던 곳을 지나치며 이제는 신분증 맡기는 절차가 없어졌는데 청와대 이전이 영향을 미쳤음을 새삼 절감한다. 물론 윤동주가 일본의 한 형무소에서 숨졌으며, 만주에서 생의 대부분을 지냈으며 한국과 서울에서 지낸 시간은 얼마 안된다는 얘기 등을 현 회장은 계속 설명했다.
달라무 형과 뜬 총무는 그저 벼락치기 예습으로는 이 장대한 지식을 저렇듯 자연스럽게 녹여내 설명하기 어렵다며 연신 감탄하고 또 감탄, 탄복한다. 마치 저 먼 심우주를 현 회장만이 간파하고 밝혀낼 수 있다는 듯.
이어 인왕산 정상과 수성동 계곡(예전 옥인아파트 자리)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 나왔고, 전 회장은 미끄러운 정상 길에 민폐 끼칠까봐 수성동 계곡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과연 김병일 동기와 호랭이가 2시쯤부터 뒷풀이 장소에 와 목하 기다리던 중이었다니 두 선배의 선택은 잘한 선택이었다.
이 모든 수를 예상하고 다 감안하고 있었는지 현 회장은 뜻밖에도 하나도 미끄럽지 않은 인왕산 정상 길을 앞장서 뚜벅뚜벅 걸어간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행촌동 딜쿠샤로 내려가 권율 느티나무와 예의 3·1운동을 해외에 알리는 데 공을 세운 딜쿠샤 주인 광산재벌 얘기를 늘어놓았을텐데 아주 짧게 설명하고 내처 걸음을 재촉했다.
산행 대장이 4시간 반남짓의 산행 동안 유일하게 개입한 것은 딜쿠샤 지나 예전 선교사 집터를 현 회장은 왼쪽으로 감아 내려서려는 것을 오른쪽 골목 거쳐 재개발 철거가 준비 중이어서 아주 노후된, 폐가가 즐비한 동네 거쳐 경희궁의 아침 뒤쪽을 거쳐 축구회관 거치는 지름길로 안내한 것뿐이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현 회장의 원맨쇼가 펼쳐졌구나 여겨질 것 같다. 하지만 배려의 아이콘인 그는 끊임없이 회원들과 교류하며 부족한 점을 메웠다.
뒷풀이의 질펀한 얘기는 호랭이의 시로 대신한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최소한 손질을 가했다는 점, 양해 구한다.
송년회가
집에서 오후 한 시 빠져나간다
춥다, 원래 이리 추웠던가
산행 못 간 미안함이 왠지 다가오지만,
세종회관 언저리 소국밥집
오후 두시 도착하니 병일이형 와 있네
오후 두시인줄 알았는데 두시 반쯤이라네,
암튼 둘이서 노닥거리니
선발대로 남회장님 종원이형 오시네
맥주로 목을 축이는데 본진 우르르 몰려든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이게 얼마만인가
백년 만인가 십년 만인가,
그런 심정 고스란히들 묻어난다
소고기 나오고
건배사 나오고
다시 소고기 나오고
회장님의 유려한 진행이 시작된다
순기 여사 홍주 행님 끝으로
산악회 송년모임 인원 세팅 완료,
만석이형 어디가고 빈 자리 울고 있는데
병일이형 구담 살아있네 사롸있네,
소고기 굽는소리
건배사 올리는 소리
급이 낮은 요원들은 기냥 인삿말로도,
아재개그의 끝판왕 회장님의 비장함이 송년회장을 연신 달군다
혜진의 두견주 총무, 회장님의 양주는 바닥으로 가는데 아즉 일어설 줄 모르고,
남회장님의 멘트는 언제나 위엄 백점,
안 선배님의 건강회복에 다들 기뻐하고
덕수 형님의 미소는 천만불짜리일세
대장님의 돌로미티 가족산행 발표에 부럽부럽
총무님의 꼼꼼한 일처리 감탄 자아내면서
내년엔 전회 개근하는 위업을 이뤄봐야지,
이제는 일나야지,
장장 두 시간 삼십분이 후딱 가버렸다
소고기 파티 기획 누구의 아이디어인고,
정말이지 기똥찼다,
이제부터 본격이지
노래방에 불 들어오고
연장 재연장 재재연장까지 접전을 벌인다
순기여사는 전국노래자랑 급이구먼!
그 중 하이라이트는
회장님 두 분 격정 블루스라네
블루스 연주자여, 우리의 춤을 막지 말그래이,
절대 이 사진 외부 노출은 안될걸세, ㅎ
가자, 가자, 이제 진짜 가야지
아쉬움에 울고싶은 진짜 싸나이들 모여
대방어 안주삼아 안 선배님과 연극 얘기 몰입하는데 안주가 밑빠진 독인걸,
회장님 총무님 안선배님 진영 행님 환이 형님 홍주 행님
가자 가자 진짜 가야지,
날씨는 월매나 추운지,
가다 가다 돌아서
오호선 라인 셋 다시 뭉쳤네
종로빈대떡 그 집에서 날밤을 까고 있네,
성황일세, 빈대떡 대성황일세
뭔 사람들 이리도 많은고,
회장님 진영 행님
가자 가자 이제는진짜 가는 겨
공덕에서 한잔만 더,
아니되옵니다,
옥체를 보존하소서,
산행 불참으로 회장님의 명해설 듣지는
못했지만,
만석이형 불참으로 송년회 엄청 덜 데워졌지만,
한해를 마감하면서,
댁내 두루두루 새 복 많이 받으시옵소서!
내년에 뵙겠습니다,
이렇게 2022년 산행과 송년회를 마무리했다. 한 해 무탈하게 산행을 해 온 것은 현 회장의 탁월한 영도와 전 회장을 비롯한 많은 선후배 동료들의 헌신과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모두 감사드리며 2023년 새해에는 더욱 알찬 산행과 각자의 행복한 삶이 이어지길 기원해 본다.
송년회가에도 나오듯 내년 6월 돌로미티 가족 여행을 떠나는 관계로 알 대장은 6월 정기산행에는 빠진다. 아마 베네치아에 있을 것 같은데 마음으로만 함께 하려 한다.
새해 첫 달 산행은 21일부터 신정 연휴가 시작되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청계산~광교산 산행을 생각하고 있다. 한탄강 걸을 수 있는 길이 8㎞로 늘어났다는 소식에 잠깐 흔들렸는데 다음에 함께 했으면 한다. 2월 산행은 한라산을 가자는 의견이 있어 2박 3일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 1월 초쯤 대략의 일정을 공지해 항공권 예약에 들어갈 계획이란 점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일년 동안 수고 많았네. 산행기도 일품. 동기로서 가슴이 웅장해지는군.^^
나름 올해 산행을 정리해보면, 작년 안식년 동안 열심히 산행 다녔던 것처럼 열심산행을 연초에 다짐했었는데... 예기치 않은 건강문제로 상반기는 거의 패쓰...하반기에는 민폐녀 등극 피하려다 보니 결석...게다가 송년산행까지 다쳐서 거르고 보니 완죤 불성실 회원이었더라는...ㅠㅠ 그래서 생각한 다짐은 송년회 때 건배사로 한 '아말다말'입니다.
모두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 건강한 모습으로 봬요!^^
산행기는 대장이 쓴 것이라네. 컴퓨터에 문제가 있어서 내가 복사해서 올린 것이고...
아무튼 내년에도 자주 볼수 있기를...
@뜬구름 아, 그렇군요. 앞머리에 적은 문장은 긴 글 읽다 말미에 도착해선 까맣게 잊었다는^^
대장님도 회장님도 모두모두 수고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
산행기를 읽으니 제가 너무 오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원맨쇼를 하기보다는 산행 참가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분위기로 만들도록 힘쓰겠습니다. 회원 여러분!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송년산행을 하면서 많이 느끼고 생각했습니다 산행기 보면서 또 많이 느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따뜻합니다 새해 산행들에서도 그러겠지요
감사합니다^^
알바위
알짜배기
알콩달콩
알룩배기
알로먹다,
알씨가문에
뭐니뭐니해도 최고는 알대장!
역시 산행기는 시간흐름순!
압권은 팩트를 정확히 짚어 내는 것!
무호흡 무감정처리가 단연 둗보이는 불세출의 명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