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제는 머레이 시대? -2012년도 기사 중에서입니다.

[백마(조상희)]

▲ 헤드의 후원을 받고 있는 머레이

타고난 운동신경
머레이는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우에서 아버지 윌과 어머니 주디사이에서 태어났다. 한 살 위의 형 제이미도 프로 테니스선수이고, 외할아버지가 스코틀랜드의 프로풋볼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했고, 어머니도 프로테니스 선수였던 것을 보면, 그의 운동신경은 외가 쪽에서 물려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15세 때, 고향의 프로축구팀 글래스고우 레인저스(Glasgow Rangers)팀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을 만큼 축구에도 소질을 보였으나 거절하고 테니스에 전념하게 된다.

던블레인 학살사건(Dunblane School Massacre)
1996년 3월 13일, 스코틀랜드의 던블레인 시에 있는 던블레인 초등학교에서 희대의 총기학살사건이 발생했다. 43살의 토마스 해밀턴이라는 남자가 4자루의 총을 들고 학교로 진입하여 총을 난사하여 16명의 1학년 학생들과 1명의 교사를 사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다. 당시 이 학교에 다니고 있던 머레이는 형 제이미와 함께 탁자 밑으로 숨어 위기를 모면했다. 2008년 머레이가 자신의 자서전 ‘Hitting Back’에서 밝힌 놀라운 사실은, 이 사건의 범인인 토마스 해밀턴은 머레이 가족들과 잘 아는 사이였고, 어떨 때는 엄마 주디가 운전하는 차에 머레이와 함께 나란히 타고 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머레이는 이 사실 때문에 트라우마(Trauma)를 겪다가 사건발생 12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 사실을 밝혔다.

될성부른 근성
머레이는 다섯 살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 머레이가 일찍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프로테니스 선수였던 그의 어머니 주디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머레이와 같은 글래스고우 출신이며 머레이가 11세 때부터 15세 때까지 그를 가르쳤던 레온 스미스(Leon Smith)는, ‘머레이 같은 다섯 살짜리는 처음 봤어요.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승부기질이 강했죠” 라며 그를 회상했다.
한 살 위의 형과 함께 운동했던 머레이는 형에게 질 때마다 승부욕을 불태웠고, 그것이 더 열심히 연습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이다. 12살 때 처음으로 지역대회 결승에서 형을 이긴 후부터는 연습할 때 마다 형을 약 올리자, 형 제이미는 화가 나서 있는 힘껏 사정없이 공을 치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오랫동안 세게 쳐 댔는지 손톱이 빠지기도 했다.

엄마 주디(Judy)
머레이의 경기 때마다 선수초청석(Player’s Guest Box)에 모습을 나타내는 엄마 주디 머레이는 영국에서는 기가 센 엄마(pushy mum) 엄마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보리스 베커는, “머레이가 경기할 때 마다 코트주변에서 소리치며 간섭하는 것은 머레이의 독립심을 해칠 겁니다” 라며 우려했으나, 그녀는, “난 엄격한 편이지만,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난 내 아들이 선수초청석을 올려다 볼 때는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요” 라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누가 뭐라던 52살의 테니스코치인 그녀는 아들 머레이의 팬이자 보호자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때로는 까칠한 아들이 원치 않는 미디어의 관심이나 비판을 온 몸으로 막아내는 피뢰침이 되기도 한다. 머레이에게 테니스의 기본을 가르쳤던 그녀는 1970년대에 활동했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프로테니스 선수였다. 은퇴 후에는 스코틀랜드의 주니어 대표선수 코치로 활약했고, 2011년에는 영국 페드컵 팀 캡틴을 맡기도 하는 등 영국 테니스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애인 시어스(Kim Sears)
머레이의 첫 사랑은 현재의 여자친구 킴 시어스다. 머레이가 18세 때 프랑스오픈에 출전했을 때 치어리더였던 당시 17세의 시어스를 만났다. 개 이름(Maggie May)으로 트위트 계정을 만들 만큼 개를 좋아해서 두 마리나 기르고 있다. 머레이의 투어에도 자주 따라다니며 그를 뒷바라지 해 왔고, 미인에다 지적인 이미지로 머레이의 팬들로부터 인기가 많지만 결코 언론이나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전면에 나서는 법이 없어서 더욱 더 사랑 받는다. 2009년 잠시 헤어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서레이에 있는 머레이의 5백만 파운드(약90억)짜리 저택에서 함께 살고 있다.,

주니어시절
5살 때부터 일찍 테니스를 시작한 머레이는 프로테니스선수였던 엄마 주디에게 기본기를 배우고, 11살 때부터는 같은 고향인 글래스고우 출신의 젊은 코치 레온 스미스와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면서 12세 때 오렌지 보울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15세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스페인 최고의 산체스-카잘(Sanchez-Casal)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며, 퓨처스와 챌린저대회에 출전하며 프로데뷔 준비를 한다.
2003년 16세 때 고향 글래스고우에서 첫 시니어대회 우승을 했고, 2004년에는 주니어 US오픈에서 우승하며 2위로 주니어 시절을 마감한다.

▲ 축구선수 제의를 받을 정도로 축구에 소질이 있는 머레이. 머레이가 축구를 했을 경우 EPL에서 라이언 긱스 같은 A급 선수가 되었을지는 미지수

ATP투어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등 대부분의 테니스 스타들이 그랬듯이, 머레이도 대학을 포기하고 18세 때인 2005년부터 본격적인 프로투어를 시작했다. 2005년 ATP 랭킹 407위로 프로투어를 시작하더니, 그 해 10월 처음으로 100을 깼다(72위). 1년 후인 2006년 새너제이 대회에서 ATP Tour 대회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7년 2개, 2008년 5개, 2009년에는 6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며 세계랭킹을 4위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데뷔 후 Top 10에 들기까지 걸린 기간이 페더러나 나달, 그리고 조코비치 등 3인 방 중 그 누구보다 짧았지만 그 이상은 올라갈 수 가 없었던 것이다.

머레이와 황금시대(Golden Age)
머레이는 프로데뷔 후 지금까지 총 4번 그랜드슬램 결승전에 진출했으나 번번히 우승 직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페더러와 조코비치, 그리고 나달이 쌓은 이른바 ‘황금시대(Golden Age)’의 굳건한 벽에 막혔던 것이다. 조코비치에게 1번, 페더러에게 3번 패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머레이가 데뷔한 해인 2005년부터 현재까지 총 31회의 그랜드슬램 대회 중 29회의 우승을 황금시대를 구축한 3인 방이 나누어 가졌다(페더러 13회/나달 11회/조코비치 5회). 머레이는 과연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것일까? 세 천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머레이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많은 팬들의 어두운 표정이 잠시 밝아졌다. 머레이가 올 해 윔블던회 결승전에서 페더러에게 패해 분루를 삼킨 바로 그 윔블던에서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또다시 페더러와 맞붙어 이김으로써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졌던 견고한 성의 일부분을 무너뜨렸던 것이다. 올해 초, 그랜드슬램 8승 포함 통산 94승을 올린 이반 렌들을 코치로 선임하며 그랜드슬램 우승의 한을 풀어보려는 의지를 다져왔던 머레이가 모처럼 좋은 상승세를 타며 올 해 마지막 그랜드슬램인 US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3인방의 아성을 깨뜨릴 것인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2012 US오픈이 머레이에게 절호의 기회인 이유
1 그랜드슬램급 대회에서 페더러의 벽을 넘었다.
통산 전적에서는 9승 8패로 약간 앞서는 듯 하지만, 그랜드슬램에서는 한 번도 페더러를 이기지 못했는데 런던올림픽에서 페더러를 이김으로써 일단 벽하나를 넘으면서 상승세를 탔다.
2 나달의 출전포기
나달이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다가오는 US오픈 출전을 포기함으로써 큰 벽을 하나 넘은 것이나 다름없다.
3 이제는 머레이 차례
올 해 벌어진 3개의 그랜드슬램 대회는 이미 3인 방이 사이 좋게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랭킹 1~3위가 하나씩 나누어 가진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4위인 머레이의 몫이 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