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원이 현실이 된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그다지 쾌적하지 못한 환경이었지만, 그저 운명이라 여기고 살아왔다. 아주 만족스러운 삶은 아니었지만, 딱히 커다란 변화를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이었다. 행복하다고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잔잔한. 그러던 어느 날, 인도로 파견을 갔던 친구가 돌아와 원숭이의 손을 남기고 떠난다. 인도 수도승이 주술을 건 '원숭이의 손'은 세 가지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하는데.
그들은, 소원을 빌었을까?
그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지난 백여 년간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아온 이야기, 원숭이의 손.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막연하게 품어온 환상에 현실을 들이붓는다. 주술인지 우연인지 모를 사건. 기적인지 저주인지 모를 선물. '신중히 바라라, 어쩌면 얻게 될지니.'라는 작자미상의 의미심장한 구절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가지지 못한 것을 얻기 위해, 지금의 현실을 송두리째 걸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자유 의지를 가졌다고 믿는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나갈지 스스로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과적 사슬이 옭아매고, 주어진 환경이 동기가 될지라도, 끝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인간의 자유 의지라 믿는다. 믿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너무 공허해지니까.
마치 휘몰아치는 운명의 소용돌이처럼, 이야기는 숨 가쁘게 흘러간다. 평안하고 잔잔하던 집안은 삽시에 검게 물든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치 우리의 믿음으로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것처럼.
저자인 제이콥스는 바다를 꿈꾸며 자랐지만 우체국 공무원이 되었고, 바다로 나가는 대신에 해상모험 이야기를 그리며 나이 들어갔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 바로 『원숭이의 손』이다. 이 작품은 존재론적으로 부딪힌 중년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나타내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매일 결단해야 한다. 자유 의지를 믿고 삶을 개척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피할 수 없으리라 체념하고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갈 것인지. 이 짧은 단편에서 제이콥스는 결정을 내린 인간의 모습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It had a spell put on it by an old Fakir," said the Sergeant-Major, "a very holy man. He wanted to show that fate ruled people's lives, and that those who interfered with it did so to their sorrow. He put a spell on it so that three separate men could each have three wishes from it."
“늙은 수도승의 주술이 걸려 있어요. 작은 마을 주민들이 신처럼 모시던 사람이었죠. 그는 인생이란 운명이 이끄는 것이고, 거역하려 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 이야기하는 군인의 표정이 농담기 없이 진지했다. “여기에 걸린 주술은, 세 사람이 각자 세 개의 소원을 빌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p26-27
The candle-end, which had burned below the rim of the china candlestick, was throwing pulsating shadows on the ceiling and walls, until with a flicker larger than the rest, it expired.
촛대의 바닥이 보일 정도로 거의 다 타들어간 초는 촛불을 흔들며 방의 바닥과 천장에 신명나게 일렁이는 붉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시간이 흘러 촛불은 커다랗게 번뜩이더니 마침내 꺼지고 말았다.
p7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