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가라지의 비유’를 풀이해 주신다.
밀밭은 세상을 상징하는데, 이 세상에는
하늘 나라의 자녀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악한 자의 자녀들도 있다는 것이다.
악한 자의 자녀들이란 악마의 유혹에 빠져
다른 이를 죄짓게 하고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이다(복음)
주님께서는 악을 만드시지 않고, 죄도 창조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세상에 악이 존재하고, 인간은 죄를 짓게 되었습니까?
주님께서는 왜 그것을 없애 버리지 않으실까요?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수확 때는 세상 종말이고, 일꾼들은 천사들이다.
그러므로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태우듯이,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이 자기 천사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그의 나라에서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을 거두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악은 주님의 뜻을 저버리는 온갖 불의한 인간의 생각(관념이나 이념)들입니다.
이 생각들을 행동에 옮김으로써
사람을 주님 안에 머무르지 못하게 하여 주님에게서 이탈하게 만듭니다.
악이나 죄는 사람이 주님 위에 군림하려는 모든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는 가라지가 없고 악인이 없는 세상을 소망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자신의 삶의 모습조차 잘 모릅니다.
우리가 가라지인지 악인인지, 아니면 선인인지 잘 구별해 내지 못하고,
어느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잘 식별해 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추수 때 가라지가 아닌 밀알이 되도록,
매순간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주님을 떠나지 않고
언제나 그분 안에 머무르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밀밭 사이에 있는 가라지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도 열심한 신앙인처럼 보이지만,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공동체의 일치를 깨뜨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 중에서 가라지를 뽑아내는 일은 아주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수확 때 천사들이 그들을 뽑아 낼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버려질 것들에 에너지를 빼앗길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안에 머물면서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할 수 있는 마음을 단련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선하고 진실하고 긍정적인 것에 머물러봅시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 다른 이들도 가라지 때문에 힘들어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안에 모인 형제자매들을 사랑하며 위로해줍시다.
가라지 때문에 공동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것을 넘어 더 큰 겸손과 사랑으로 어두움을 빛으로 이겨냅니다.
한 사람 때문에 공동체가 어두워질 수 있지만,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어두움을 이긴 빛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성령의 숨결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아갑시다.
《유상혁 세례자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