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1. 8.
앞에 cheezelol님께서 올리신 시, 에밀리 브론테의 "No coward soul is mine" 관련 글입니다. 우선 제 번역을 달고 조금 부연 설명을 하겠습니다.
No coward soul is mine
- Emily Jane Bronte (1818-1848)
No coward soul is mine,
No trembler in the world"s storm-troubled sphere :
I see Heaven"s glories shine,
And Faith shines equal, arming me from Fear.
O God within my breast, 5
Almighty, ever-present Deity !
Life, that in me has rest,
As I, undying Life, have power in Thee !
Vain are the thousand creeds
That move men"s hearts : unutterably vain ; 10
Worthless as withered weeds,
Or idlest froth amid the boundless main,
To waken doubt in one
Holding so fast by Thy infinity,
So surely anchored on 15
The steadfast rock of Immortality.
With wide-embracing love
Thy Spirit animates eternal years,
Pervades and broods above,
Changes, sustains, dissolves, creates, and rears. 20
Though earth and moon were gone,
And suns and universes ceased to be,
And Thou wert left alone,
Every existence would exist in Thee.
There is not room for Death, 25
Nor atom that his might could render void :
Thou -- THOU art Being and Breath,
And what THOU art may never be destroyed
나의 혼은 절대 비겁하지 않노라
나의 혼은 절대 비겁하지 않노라,
이 세상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도 결코 벌벌 떨지 않는도다.
나는 천국의 영광이 빛남을 보노라.
믿음이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방호(防護)해주며 마찬가지로 빛나고 있구나.
오, 내 가슴 속 신이시여,
전능하신 이여, 영원히 존재하는 신이시여!
생명, 내 안에 위치하게 된 생명이시여,
나, 곧 불멸의 생명인 나는 오직 당신 안에서 권능을 갖나이다!
헛되도다,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수많은
신조(信條)들이여,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헛되도다.
시든 잡초나 가없는 대양(大洋) 속을
힘없이 떠다니는 거품처럼 가치가 없어,
당신의 무한을 견고하고 붙들고
흔들리지 않는 불멸의 생명의 바위 위에
그토록이나 단단히 닻을 내린 한 사람 안에서
전혀 의심을 일으키지 못하도다.
만물을 포용하는 커다란 사랑으로
당신의 영(靈)은 영원한 세월에 생명을 부여하고,
천지에 충만하고, 위에서 덮으며, 변화시키고,
떠받치며, 해체시키며, 창조하며, 육성(育成)시키나니.
지구와 달이 없어지고
해와 별들과 모든 우주가 사라졌다해도,
당신 홀로 남겨졌다면
모든 존재들은 당신 안에 현존(現存)하리라.
거기엔 죽음을 용납할 여지가 없으며
죽음의 힘이 파괴시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미립자 하나 없도다.
당신 - 당신이 "존재"이며 "생명의 숨결"이시며,
당신의 본질은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로소이다.
[류주환 역]
이 시는 1846년 1월에 쓰여졌다고 한다. 누이인 샬로트는 이것이 에밀리
브론테가 마지막으로 쓴 시라고 말했다. 에밀리는 1848년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죽으면서 쓴 것은 아니지만 죽음에 임박한 듯한 그녀의 절실한
심정이 드러나고 있는 시이다.
시는 절대자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그리고 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세상에서도 당당하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허다한 인간들의 신조들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하늘의 영광과 믿음에 싸여 빛나고 있다. 아주
호흡이 크며 탄탄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시이다.
cheezelol님의 번역에서 7행의 rest를 휴식, 12행의 main을 주부(主部)로
했는데, 각각 abode(위치시키다, 놓다)와 ocean(바다, 대양)이라 보아야
타당할 것 같다. 그리고 13행의 one을 "하나"라고 했는데, 실은 "(어떤) 한
사람"을 의미하며 여기서는 에밀리 자신을 지칭하고 있다.
그리고 샬로트가 정리했다는 원고에는 여기서처럼 21행에 earth and
moon이라고 되어 있는데 에밀리의 원고에서는 earth and man이라고
나와있기도 하다고 한다. 의미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시는 원제목은 없고 첫 줄로 제목을 대신하는 것인 듯하다.
==
이 시도 살펴본 지는 한참 되지만 *사정상* 이제야 올립니다. 사용하고
있는 어휘들이 아주 스케일이 크고 견고한 느낌을 주어서 커다란 안정감을
줘서 맘에 듭니다.
cheezelol님과 수능 보신 분들, 시험이 조금 더 남았다지요. 마무리 잘
하시고 최선의 결과를 얻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일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
- 은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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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시 판 : { 우수-영시 }
번 호 : 692
제 목 : Re:Bronte: No coward soul is mine
글 쓴 이 : cheezelol
조 회 수 : 37
날 짜 : 2004/04/29 22:52:59
내 용 :
감사합니다 은밤님. 참, 그리고 반가워요.^^
오랫동안 못 뵈었는데.
...번역하면서 곤란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은밤님께서 지적해주신
7행의 rest가 말씀대로의
의미를 가리키고 있었다는 것을
번역할 당시에도 알고 있기는 했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다기보단 느끼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한 사람"을 가리키는 one도 마찬가지였구요.
"하나" 또한 사실은 "한 사람"을 나타내는 뜻에서
쓴 것이었어요. 비슷한 여러 단어들 사이에서
잣대질을 하다 결국은 그 단어를 골랐지요.
읽는 사람이 알아서 읽을거라는
막연한 바램과 함께.
저는 우리말로 옮기는 시도를 할 때에는
되도록이면 원문에 가깝게, 가깝게 옮겨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사로잡혀서
의역은 생각도 못 할 뿐더러
우리말 단어를 고를 때에도 머릿 속에 맴도는 선택들을 애써 물리치고
사전에 나와있는 단어를 따르는 편입니다.
하다못해 행 순을 작게 바꾸는 것까지도
신경이 거슬릴 정도지요...
이제는 태도를 약간 바꿀 필요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번역할 때에도 그랬고, 또한 은밤님의 번역 중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Vain are the thousand creeds
That move men"s hearts : unutterably vain
Worthless as withered weeds,
Or idlest froth amid the boundless main,
To waken doubt in one
Holding so fast by Thy infinity,
So surely anchored on
The steadfast rock of Immortality.
<은밤님의 번역>
시든 잡초나 가없는 대양(大洋) 속을
힘없이 떠다니는 거품처럼 가치가 없어,
당신의 무한을 견고하게 붙들고
흔들리지 않는 불멸의 생명의 바위 위에
그토록이나 단단히 닻을 내린 한 사람 안에서
전혀 의심을 일으키지 못하도다.
바로 이 "당신의 무한을 견고하게 붙들고~" 부터의 절 입니다.
영문으로 보면, 한 줄 한 줄 씩은 이해가 가는데,
윗 연과 아래 연이 어떻게 이어지는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은밤님의 번역을 보아도 얼른 이해가 가질 않는군요.
부디 설명을 부탁 드려요~
잠시 들어왔다가
은밤님의 글을 읽고,
사실 원래는 글 쓸 생각이 없었는데
앉아서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시와 시어들에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 일들은 잠시라도 제쳐놓을 수 있어 좋군요.
역시 키팅선생 말씀에 옳은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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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693
제 목 : Re:Re:Bronte: No coward soul is mine
글 쓴 이 : 은밤
조 회 수 : 34
날 짜 : 2001/11/08 18:42:15
내 용 :
음... 다음 구절...
Vain are the thousand creeds
That move men"s hearts : unutterably vain; 10
Worthless as withered weeds,
Or idlest froth amid the boundless main,
To waken doubt in one
Holding so fast by Thy infinity,
So surely anchored on 15
The steadfast rock of Immortality.
9-10행은 인간들의 신조, 신념, 그런 것들이 사람들 마음을 끌지만 결국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요. 11행에서 16행까지는 한 문장을 이루고
있는데 주어가 생략되었고, 그 주어는 creeds입니다. 14-16행은 one을
수식하는 구절들이지요. 신을 향한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
그러면 그 문장은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Creeds are) worthless ... to waken doubt in one ...
따라서 이 문장은 "인간의 신조들은 한 사람(내) 안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가치가 없다"... 즉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런 말이 되지요.
--
시든 잡초나 가없는 대양(大洋) 속을
힘없이 떠다니는 거품처럼 가치가 없어,
당신의 무한을 견고하게 붙들고
흔들리지 않는 불멸의 생명의 바위 위에
그토록이나 단단히 닻을 내린 한 사람 안에서
전혀 의심을 일으키지 못하도다.
--
거의 합격이라... 수능이 나중에 반영되는 조건이었나 봐요. 실은 해마다
직간접으로 입시에 관여를 하긴 하지만 주로 주어진 일정한 범주의 일만을
행하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관심을 갖지 않고 살고 있어서 알
필요가 있으면 나도 직접 담당자들에게 물어봐야 해요. 외국으로 대학을 갈
가능성이 있다고요? 그렇군요... 하지만 그때도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카페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지요? 바쁘거나 맘이 멀어지면 할 수 없지만...
^^
하여간 살다보면 이상한 경험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전국민이 홍역을
치러야 하는 이 입시가 대표적인 것이겠지요. 같은 세대들이 모두 같이
겪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될 거예요.
- 은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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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시 판 : { 우수-영시 }
번 호 : 694
제 목 : <font color="#000000">아하! 제 실수를 알았네요.</font>
글 쓴 이 : cheezelol
조 회 수 : 40
날 짜 : 2001/11/08 23:05:23
내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