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청약제도 주목…가점 낮은 젊은층에 길 열려
부동산 시장 상승기 때 '청약 로또' 열풍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2030 젊은 층에도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청약제도의 개편으로 가점 중심 제도에서 불리했던 젊은 층도 추첨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을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윤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규제지역 중소형 아파트 추첨제 공급'이 4월부터 시행된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부터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국토부는 일정을 앞당기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젊은 층이 청약 시장을 통한 내 집 마련을 사실상 포기한 것은 가점제에서는 젊은 층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서다.
가점제에서는 무주택 기간·청약통장 가입 기간·부양가족 수를 반영해 점수를 매긴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 때 수요자들이 청약 시장에 대거 몰리면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서 불리해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은 청약 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존 청약제도대로라면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60㎡ 초과 85㎡ 이하는 모든 물량에 가점제가 적용된다. 추첨 물량이 포함된 평형은 전용면적 85㎡ 초과(전체 50%)뿐이다. 투기과열지구에 공급되는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은 분양가가 비싼 탓에 젊은 층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정대상지역에서도 추첨제 물량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에게 돌아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수요가 높은 전용면적 60㎡ 이하, 60㎡ 초과 85㎡ 이하에서 추첨제 물량은 25%에 불과하다.
조정대상지역의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은 전체의 75%를 추첨을 통해 뽑지만 높은 분양가가 부담이 되는 것은 투기과열지구와 마찬가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용면적 60㎡ 이하 일반분양 물량 가운데 60%는 추첨제를 통해 공급된다. 전용면적 60㎡ 초과 85㎡ 이하는 30%가 추첨제를 통해 당첨자를 뽑는다. 조정대상지역 역시 기존 청약제도 대비 추첨 물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젊은 층에도 기회가 돌아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초 1·3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통해 전국의 규제지역을 대대적으로 해제했다.
현재 남은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4곳뿐이다. 가점이 높은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갔던 강남권·용산 일대 신축 아파트를 가점이 낮은 2030세대가 분양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 분양을 계획하는 단지는 모두 10곳이다. 강남3구의 경우 잠실래미안아이파크(송파구·2678가구), 청담삼익롯데캐슬(강남구·1261가구), 방배6구역(서초구·1097가구), 래미안원펜타스(서초구·641가구) 등이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무순위 청약제도 개편 역시 청약 수요자들에게 주목받는 규제 완화 가운데 하나다. 기존에는 무순위 청약에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만 청약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주택 소유 여부나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청약 추첨제 확대는 청약홈과 금융시스템 정비가 이뤄져야 하며 무순위 청약의 해당 지역 거주 요건 및 무주택 요건 폐지는 2월 말 공포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순위 청약제도를 개편하면 전국에서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청약 시장이 실수요자에게 기반을 뒀다면 이제는 투자 수요까지 열어준 셈이라 분양가가 주변 대비 크게 비싸지 않다면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밝혔다.
무순위 청약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서울 거주자뿐 아니라 전국의 투자 수요가 서울 아파트 신규 분양 단지에 주목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1만8463가구 가운데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7631가구가 일반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분양한 1845가구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한 물량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그동안 미뤄둔 서울 신규 공급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은행 대출, 청약 등 전반적인 규제에서 벗어난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전매제한 기간도 1년으로 줄어드는 만큼 투자 수요 유입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올해 서울 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등포구 양평동에서는 GS건설이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를 분양한다. 707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84㎡로 구성됐고, 전체 물량 가운데 185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양평역과 가까워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업무 단지 접근성이 우수한 편이다.
오는 3월에는 GS건설이 동대문구 휘경3구역 재개발을 통해 '휘경자이 디센시아'를 공급한다. 총 1806가구 가운데 70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대우건설이 신림3구역에 571가구 규모 아파트를 공급한다. 일반분양 물량은 183가구다.
다만 제도 개선이 이뤄져도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돼 있다는 점은 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여유자금이 부족한 젊은 층은 당첨돼도 분양가를 부담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