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사월초파일에 어머니를 따라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해남대흥사에 가서 절밥을 먹고 하루밤
지냈던 경험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우리가 챙겨간 세면도구 물병 수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방에서 자서 그런지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 2~3시경에 작은 목탁소리 가까이 왔다 멀어져간다.
새벽일찍 스님들의 하루시작이 되는 것 같아 4시경에 일어나 경내가 어두워서 가로등을 따라 산보을 했다.
아래 상가쪽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외곽도로까지 가서 차량 경내진입로로 행했다.
길가의 가로등도 없고 오르막길인데다 약간 급커브인 캄캄한 숲길을 따라 돌아왔다.
아침 공양후 시간이 있어 대웅전 좌측으로 올라가면 중간에 만해스님이 한때 머물렀던 초가집이 암반위에 있고 언던위 해우소가 인상적이다.
만공탑을 둘러보고 일반인 출입 금지된 정혜사뒤쪽에 도착하니 덕숭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옆의 뒷문이 닫혀있어 들리지 않고 덕숭산 정상까지 다녀왔다.
정혜사뜰옆에 있는 능인선원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지만 템플스테이 하는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스님들의 수행정진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허락될 것이라고 사무실 직원이 말해주었다.
덕숭산 정상에서 내려오다 어제 사무실 직원의 말이 생각나 조용히 뒷문으로 들어가 스님들의 동안거 기간 수행정진에 방해되기 않기 위해 조용히 둘러보고 가파르고 커브가 심한 차도를 따라 내려왔다.
정혜사의 분위기와 아름가운 절경을 보여주기 위해
방에서 아직 자거나 헨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과 승용차로 정혜사로 향했다.
험하고 꼬불꼬불한 좁은 산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주차장까지 가서 아래전망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주차장 근처 건물에서 일하는 한 스님이 우리 부녀를 보고 계단을 올라가서 정혜사와 능인선원을 둘러보라고 허락하신다.
정혜사에서 바라보는 덕숭산 아래 조망은 일품이고 능인 선원의 선실입구에는 스님들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정적만 흐르고 있다.
동안거동안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은 스님들의 모습이
잠시 떠오르고 정혜사와 선원의 분위기가 아래 수덕사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래 주차장 옆 절에서 근무하는 스님 덕분에 딸아이들과 정혜사와 능인선원의 분위기를 체험하고 절아래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조망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고 내려왔다.
하루중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춥고 칠흙같은 어두움도 새벽의 여명과 더불어 밝기 시작하며 태양이 뜨면 대지의 기온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춥고 캄캄한 밤이 새벽여명과 더블어 밝아지고 따스한 기운이 올라오듯 새해 신축년은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사람들에 접종되어 평범하지만 과거의 소중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길 기원해본다.
‘산을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만치서 산이 나를 보고 있지만
내 마음이 그윽하고 한가할 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법정-
만해 스님이 머물렸던 초가집
초가집입구가 닫쳐있다
언덕위 해우소
정혜사와 능인선원(좌측)
내성적인 둘째(처음 느끼는 조용한 사찰의 분위기에 젖어 언니를 바라보고 있음)와 외향적인 성격의 첫째아이
정혜사 지지석벽
우리가 머문 곳
매일 두잔 이상 마시는 커피가 아쉬워서
절아래 커피숍에서
정혜사에서
첫댓글 나도 지난 중순쯤 춘천의 한산골을 다녀왔죠. 겨울 산이 주는 느낌 또한 좋았더래요~~
강원도라 첩첩산중이네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