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113호를 열며
법고창신의 다짐으로 오늘을 읽는다
장병환<본지 발행인>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시와산문』이 올해로 28년을 맞이하니, 한국 문예지 100년 역사 중 3분의 1에 가까운 시간을 묵묵히 걸어온 것이다. 국내 문예지의 영향력이 지속해서 감소해온 추세 가운데 몇몇 문예지들과 같은 큰 위상을 자랑하지는 못했더라도 순수한 문학 전문지로써 계간 『시와산문』은 독자적인 창간 정신을 간직한 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창간된 이래 한 번의 결호 없이 문예지로서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문학 전문지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지도를 획득했느냐와 상관없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나온 시간 동안 수많은 문인이 『시와산문』의 지면을 함께 해왔고 문단의 벽에 부딪혀 지면을 얻지 못하는 필력 있는 작가들이 독자들과 소통을 꿈꿀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 삶의 조화로움’을 꿈꾸며 삶을 바친 이충이 선생님의 창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정신을 굳건하게 계승하면서 28년 동안 여러 환경적 제약으로 도약하지 못했던 『시와산문』을 일으켜 세우고 법고창신의 다짐으로 ‘제2의 길’을 열고자 한다. 계간 『시와산문』의 창간 정신을 같이한 시와산문문학회 회원들은 문예지 쇠락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하나 된 마음과 헌신으로 『시와산문』의 존립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뜻을 같이하는 사람, 즉 동인同人정신으로 마음과 이상을 공유하고 열의로 창작의 길을 열고자 하는 많은 문인들이 우리 『시와산문』과 계속해서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지난 2년은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절을 보냈다. 고난과 시련이 있다는 것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가 선택해온 순간들이 수많은 변화를 거쳐 우리의 현재를 말해주듯 다시 시작하는 출발선에서 우리의 미래를 말해줄 새로운 선택의 기로인 ‘오늘’에 우리는 서 있다. 계간 『시와산문』은 창간 목표와 같이 필력을 갖추고도 발표 지면을 얻기 힘든 신인, ‘오늘의 시(Sitz im Leben, 삶의 정황)’를 쓰는 신인들에게 발표의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필력 있는 문인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을 최우선의 존재 목적으로 삼으려 한다. 그리고 한국 문단을 이끌어가는 중진 선배 문인들과 함께 지면에 데뷔하여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것은 신인들이 문단 선배들과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고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계기를 주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한편, 문단을 이끄는 중견작가들이 든든하게 함께해 주어 신인들의 목소리에 힘을 줄 뿐 아니라 아직 다소 거칠을지도 모를 신인들의 언어에 균형감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계간 『시와산문』은 ‘인간 삶의 조화로움’을 지향하고 그러한 문학정신을 계승하며 양질의 지면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필력 있는 신진작가들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성향이 다른 우리는 모두 타고난 각자의 이력서를 가지고 있다. 나에게서 나온 모든 것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혹자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쌓아온 행동과 언어에 책임져야 할 때가 있다. 한국 문예지 100년사에 한 축을 살아온 계간 『시와산문』 또한 그동안 문예지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시간과 언어에 대한 자성적 태도로 ‘오늘’을 바라보고 마땅히 내야 할 목소리를 내며 책임 의식을 가지고 창신 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현재를 직시하고 나아갔으면 한다. 또한 시절이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하더라도 마음을 곧게 하고 정한 목표를 따라 ‘시대 변화의 문턱’을 과감히 넘을 수 있었으면 한다.
서로 화합하며 선·후배를 떠나 자신을 낮추고 모두 함께 배움의 자세로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조화와 균형을 이뤄가는 계간 『시와산문』과 더욱 도약하는 시와산문문학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