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수수료 최대 10년...단기간 원금 보장 어려워
회사원 임모(32)씨는 2년 전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설계사는 변액보험을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까지 지닌 최고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임씨는 최근 상품의 운용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12%에 가까운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는데도 적립금은 납부한 보험료보다 적었던 것. 임씨는 “사업비 수수료가 높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은퇴준비의 교과서’로 불리는 변액보험의 인기가 높다. 최근 증시가 활황세를 타면서 변액보험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자 은퇴 목적이 아닌 순수 투자를 위해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액보험을 펀드와 같은 투자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변액보험의 경우 초기사업비(연 15%~18%)가 높아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비싸고 중도 해약시 원금의 40~50%밖에 받을 수 없어 가입에 앞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액보험 시장 50조원 돌파, 새로운 '공룡탄생'
변액보험은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그 수익을 보험 계약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의 보험상품이다. 이 같은 변액보험의 총자산은 도입 10년 만에 5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이 팽창하며 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대규모 변액보험 펀드도 현재 11개로 집계됐다.
변액보험은 변액연금보험, 변액유니버셜보험, 변액종신보험 3종류로 나뉜다. 모두 공통적으로 '투자적 성격'이 들어가 있다. 다만 연금은 노후자금 활용을, 유니버셜은 목돈마련을, 종신은 사망보험금을 높이는 목적이 강하다.
보험사들은 변액보험이 10년 이상 유지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납입 일시 중지나 중도인출 등이 가능해 유동성 문제 발생시 고객들이 ‘보험 해지’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췄다며 가입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변액보험, 과연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걸까?
◆2~3년 이내 원금 회복은 언감생심?
변액유니버셜은 보험이라기보다 적립금의 대부분을 펀드에 투자하는 저축성 수익 상품이다. 하지만 높은 사업비로 인해 2~3년 이내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변액보험의 경우 길게는 10년까지 사업비를 떼가는 만큼 단기적 성과를 기대해 가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원 포도재무설계 팀장은 "변액보험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사업비에 많은 비용이 부과된다"며 "가입 후 1~2년이 아닌 7~10년까지 사업비가 빠지도록 설계된 만큼 중도에 해약할 경우 원금의 40~50%밖에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국장은 "투자자들이 변액보험을 펀드와 저축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상품목적이나 수익구조가 완전히 달라 일반 펀드처럼 가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도 인출 가능하다고? 해약금의 '50%'만 된다
유니버셜을 포함한 변액보험은 납입기간이 장기간인 만큼 중도인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10년 간의 납입기간 동안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중도 인출을 통해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의무납입기간 2년이 지난 뒤 계약자가 인출을 시도할 경우 해약했을 당시 금액의 50%만 인출이 가능해 정작 필요한 만큼의 금액을 인출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횟수에도 제한이 있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쓰기 어렵다.
회사원 이수희(34)씨도 "납입기간이 길어서 가입을 망설이다가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설계사 말만 믿고 가입했는데, 정작 인출 가능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적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시장 관계자들은 “투자자가 일시 납부중지를 신청해 보험비를 내지 않는 경우에도 홍보비와 운영비 등이 포함된 사업비는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변액보험은 '투자' 상품…원금보장 안돼
소비자들은 막연하게 변액보험도 보험의 일종이라 원금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변액보험은 엄연한 투자상품으로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특히 변액유니버셜의 경우 전체 적립금을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인 만큼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반면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김동원 팀장은 "보험설계사들이 상품 권유시 변액보험에 대한 원금손실 가능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상품은 주식시장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만큼 분명히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험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자들의 투자성향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자신이 가진 성향보다 공격적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변액보험이 장점을 가진 상품이지만 모든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좋은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입에 앞서 자신의 상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먼저 자신이 계약한 상품의 약관 내용을 꼼꼼히 살펴 보험설계사의 설명과 차이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조연행 국장은 "변액보험의 경우 보험설계자가 과거의 높은 수익률만 내세우며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보험이 실제로 갖고 있는 단점이나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변액연금은 초기 수수료가 높은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수료가 낮아지는 구조라 단기적 투자보다 은퇴 이후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팀장도 "변액보험의 경우 가입 후 사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 상품에 대한 메리트를 잃을 수 있는 만큼 전문가에게 시장 상황에 적합한 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