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픈 추억
2022년 12월 24일 토요일
음력 壬寅年 섣달 초이튿날
여전히 한파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더욱 더
강한 위력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늘은 아마도
올겨울 들어 최강 추위가 아닌가 싶다. 영하 25도,
이럴땐 살을 에이는 듯한 맹추위, 혹한이라 했던가?
이번 한파는 꽤나 많은 눈까지 동반하여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어서 우리네 서민들의 일상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예전처럼 삼한사온(三寒四溫)이었던 그
시절의 겨울이 그립기까지 하니 말이다.
최근 촌부의 일상은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난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눈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연일 하는 제설작업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겨울철이 아무리 농한기라고 하지만 해야할 일은
많다. 대부분 밖에서 해야하는 일이라 눈이 오거나
요즘처럼 강추위의 날씨에는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급하게 서둘러 해야하는 일은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괜시리 마음을 졸이고 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문득 아주 오래전 젊은 날
이맘때 둘도 없이 절친했던 친구와의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 기억컨데 1981년 12월 24일, 내 나이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의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던
것 같다. 군면제가 되어 그해 2월에 아내와 결혼을
했는데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집권을 하면서 6월에
느닷없이 방위소집 영장이 나와 잘 다니던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입대를 하여 군복무를 하게 되었다.
이미 가정을 꾸렸고 그해 12월 아들 녀석이 태어나
궁핍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 인생에 있어 참으로
암담했던, 돌이켜 보고싶지 않는 그런 시절이다.
198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그 무렵에
아내는 열흘전 출산을 하여 인천의 처가에서 산후
조리를 하고 있었고, 촌부는 세검정에 있는 본가에
머물며 출퇴근하면서 군복무를 하고 있던 때였다.
하필이면 그날 친구가 저녁에 만나서 소주나 한잔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매일 아침마다 어머님께서
차비하라며 주시는 단돈 1,000원에 아내가 혹시
모르니 비상금이라고 쥐어준 몇 푼이 고작이었다.
내 친구 역시 대학 졸업후 뚜렷한 직업이 없었으며
피혁공장을 해보려는 계획이라고 했기에 백수였다.
그래도 고향 남해에서 어려서부터 형제같은 절친한
죽마고우(竹馬故友)라서 거절할 수 없었다. 문제는
밥값, 술값이었다. 찻값이 아까워 약속장소도 종로
2가 파고다공원 정문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반갑게
만나기는 했으나 지나 내나 어차피 돈 못버는 백수,
만나자마자 서로 호주머니를 털어 그 액수에 맞는
선술집을 찾아 근처에 있는 피마골을 기웃거려야만
했다. 거의 포장마차 비슷한 아주 허름한 선술집을
찾아 들어가 소주만 시켰다. 소주를 시키면 나오는
차디찬 콩나물국을 안주 삼아 각 1병씩을 마셨으나
젊은 나이에 두 병으로는 양이 차지않고 이야기도
길어져서 한 병을 더 시키려고 했으나 가진 돈이 턱
없이 부족했다. 하는 수없이 친구에게 실토를 했다.
"아내가 비상금으로 준 돈이 쬐끔 있는데 소주 두 병,
부침개 한 장 값은 될 것 같은께 걱정일랑 하지말고
마시자!" 라고 하며 시켰다. 허나 소주 두 병 안주로
부침개 한 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서비스로 주는
콩나물국을 눈치없이 몇 번을 더 부탁했는지 모른다.
지나고보니 젊은 날의 참으로 슬프고 아픈 추억이다.
그날 내 친구가 그랬었고 촌부 역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그 당시 처지가 서럽고 아팠으면
"친구야! 우리는 절대 빈곤한 유산을 우리 후손에겐
물려주지말자! 알겄나?" 라고... 이 말은 두고두고
술만 마시게 되면 입버릇처럼 친구가 말하곤 했다.
그랬던 내 친구, 형제처럼 다정다감했던 내 친구는
이 세상에 없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먼저 떠나버린
그 친구의 아내(친구의 부인도 촌부의 죽마고우)를
따라서 지난 2018년 3월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친구를 마지막으로 봤던 며칠 후였다. 그날 친구가
힘없이 했었던 그 말까지 오늘 아픔으로 다가온다.
"친구야! 퇴원하모 우리 함께 배낭 매고 우리 고향
남해에 가서 여행함시롱 맛있는 거 묵고 술도 한잔
하재이~ 됐나? 문디 자슥아!" 마음이 아파 그때도
고개만 끄덕이며 친구의 손만 꼬옥 붙잡아 주었다.
그게 내 친구와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되고 말았다.
아마도 슬픈 기억, 아픈 추억은 오래가는 모양이고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Merry Christmas☆
거룩하신 예수님의 은총이 온누리에 퍼져
우리들 모두가 축복 받기를 소원합니다.^^
공정과 상식이란 허울좋은 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호도(糊塗)하는 정치인들, 그들은 빼고...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나?
*호도(糊塗)
풀을 바른다는 뜻으로,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첫댓글
눈 치우시느라
정말 힘드시겠어요.
아픈 추억은 떨치시고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만드세요
아무리 즐겁고 웃음이 있는 날이라도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은 남아있는 법이지요.
어르신들의 구수한 말에 속아서 커져가는 주름살을
보지 못하는 날도 존재하더라구요.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감사합니다.
눈 치우시는라 고생 하셨습니다..
전 어제 대문앞 밀대로 눈 치우다가 전날 비가와서 얼어버린 빙판위에 눈이 쌓여서
모르고 밟았다가 쭉 미끄러져 왼쪽 팔굼치를 쎄개 땅바닥에 찧었는데 지금은 커피포트도 못 들을 정도로 아프고 쑤시네요..
인대가 놀라서 늘어 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