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 「한울살림연대」설립 선언문
오늘 우리는 한울님의 무위이화로 이루어지고 유지되는 자연질서와 생태계
의 파괴가 극에 이르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욱이 극심한 기후
변동으로 인해 삶의 양식마저 퇴폐화되어야 하는 전지구적 문명의 위기가 점
점 고조되고 있다. 모든 일에는 불연과 기연이 있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사
태를 멀리보고 깊게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효율성만 강조하며
사람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그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적 가
치를 추구할 최소한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채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
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사람들은 도와 덕을 생각하고 자신의 영적 성장
에 매달리기 보다는 당장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덕이며, 때로는 거
대기업이 제공하는 불필요한 소비문화에 빠져 너무도 바쁘다.
이러한 시기에 보국안민과 포덕천하, 광제창생을 부르짖었던 천도교의 목
소리는 그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동학․천도교는 수운대신사의 ‘보국안민’
의 구도정신에 의해 창도된 현실적인 종단이었다. 그렇기에 한때는 현실문
제, 사회운동에 가장 앞장 선 종단이었다. 하지만 6.25 민족참화의 전쟁 이
후로는 시대와 같이 하지 못하고 민중의 아픔과 같이 하지 못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외면당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천도교는 사회에 적
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때 급성장을 했다. 지금의 침체는 전쟁 이후 시대적
요구에 맞는 그 어떤 의미있는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큰 이유가
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수운대신사께서는 당시의 신분차별을 비롯해서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던
피지배 밑바닥 민중들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 동학을 창도하셨다. 하지만 지
금은 그것과는 다른 방식의 차별과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그것은 금융자본과 시장만능으로 대표되는 비인간화, 물신화, 지나친 경쟁으
로 인한 삶의 불안정성, 경제적 차별로 더욱 극심해 지는 세대간 갈등, 여전
한 남녀불평등, 외국인 노동자 등의 온갖 차별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해
지고 있는 생태계 문제, 기후변동문제이다. 이런 차별에 저항하지 못하고 전
지구적인 생태계파괴, 한울 죽임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천도교가 내세우는
‘보국안민’과 ‘개벽’은 한갓 구두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편으론 목숨을 건 ‘수도 결사’를 통해 내 안의 한울님을 발
견함으로써 새로운 인격으로 거듭나고, 지금의 자연성이 결여된 획일적인 삶
의 양식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발견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주변의 고통받고, 상처받고, 차
별받고, 아파하고, 죽어가는 뭇 생명들, 뭇 한울님들을 모시고 살려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 천도교 한울살림연대는 한울 모심과 한울 살
림에 기반하여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하고 실천하는 대안운동을 전개해 나
가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제 자본과 권력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도와 덕에 의해서 돌아가는 세상, 모두가 한울님으로 존중받는 그런 세상을
열어내고자(開闢) 한다. 그것이 우리 스승님의 참된 뜻을 계승하는 길이라
우리는 믿는다.
이제 우리 천도교인 일동은 천도교의 ‘모심’과 ‘살림’, ‘치유’와 ‘개벽’을 중
심으로 굳건하게 한울 모심과 살림의 길로 나서고자 한다. 천도교의 중흥과
진정한 개벽의 실천을 소망하는 모든 분들의 동참과 협력을 간곡하게 호소
드린다.
2010년 8월 14일
천도교 『한울살림연대』창립 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