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Tour-400회, Before Opening
모처럼 청중 앞에 기타를 들고 나섰다.
45년 전으로 거슬러, 내 나이 스물로 울산지역경비사령부 전투 2대대에서 육군 병장으로 군 복무할 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 울산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노래자랑대회에 후배 사병 둘과 함께 기타 둘에 클라리넷 하나 해서 트리오를 만들어 부대 대표로 태화극장 무대에 섰었다.
당시 우리 가요계를 휩쓸던 방주연의 ‘그대 변치 않는다면’이라는 노래로 우승을 했었다.
군 입대해서 배운 날라리 기타 솜씨였지만, 그래도 그때만 해도 아직 도시화가 덜 된 울산지역에서는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우리들 모습이 경이롭게 비쳐졌던 모양이었다.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그 증표였다.
덕분에 우리 셋 모두 방주연의 포옹 축하를 받는 행운까지 누렸다.
내가 기타를 가까이 한 것은 군 복무시절의 3년 이었다.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을 꽤나 좋아해서, 툭하면 기타를 들고 부대에서 가까운 방어진 울기등대로 가서 동료들과 어울려 마음껏 노래 부르고는 했다.
내 젊은 시절의 낭만이었다.
그랬던 내가 기타와 멀어지게 된 것은 군 제대 이후의 일로, 벌어먹고 살기가 너무나 고달픈 현실 때문이었다.
삶이 각박한데 노래 부를 기분이 날 리가 없었고, 노래 부를 기분이 아닌데 기타를 칠 분위기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기타를 서서히 멀리하면서 왼손 다섯 손가락으로 여섯 현 모두를 짚어 코드를 만들고, 오른손 다섯 손가락 모두를 튕겨서 멜로디를 치고 화음을 엮어서 ‘로망스’라던가 ‘엘리제를 위하여’ 등의 클래식 연주를 하던 솜씨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젠 겨우 쉬운 코드 몇 개만 짚어서 노래 부르는 정도로 기타 연주 솜씨가 볼품없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솜씨라도 내 보이고 싶었다.
바로 어제인 2015년 7월 1일 수요일의 일로,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우리들 독서클럽 ‘Book Tour’ 400회 모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였다.
미국의 맹인 흑인가수 레이 찰스의 ‘Take these chains from my heart’도 불렀고, 양희은의 ‘한 사람’도 불렀고, 최안순의 노래 ‘산 까지’도 불렀고, 라나 에 로스포의 ‘사랑해’도 불렀고,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도 불렀다.
행복디자이너 김승기 박사의 도움을 받았다.
역시 볼품없는 솜씨였다.
반주도 엉터리였고 노랫말도 까먹었다.
그래도 좋았다.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박수, 내 선뜻 청중들 앞에 나서는 그 용기에 대한 칭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