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詩 읽기] 바닥에 대하여 (정호승) 올라갈 일만 남았다
셔터스톡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정호승(1950~), 시인
혹시 인생의 바닥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내면의 힘이 있다면, 걱정말자. 내 안에 나를 믿는 힘이 있다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
정호승은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