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 영혼의 섬 외 1편
백홍수
아지랑이 봄 내음이 피어 오르는 새벽 바닷길
포말을 일으키며 배는 물살을 하얗게 가르고
미풍 속 물결의 유연함과 해풍의 미묘함에
바다 향을 간직한 채 미로의 선상 위에 선다.
동녘 끝 선을 타고 노오란 몽우리 떠오르면
가녀린 해무 사이로 드러나는 하이얀 영혼의 섬
돌이 되어버린 백 명의 신하들은
비색으로 둘러싸여 비경의 세월을 지내왔다.
후박나무 위의 흑비둘기는 고독한 자로 남아
님을 향한 외로움을 노래하고
슬픔을 간직한 사랑이 섬 주위를 감싸 안으면
어느새 내 마음은 외로운 영혼의 섬이 된다.
인적 없는 홀연 등대 만이 불을 밝히면
시나브로 모여드는 외로운 영혼의 발길들
머물러 섬에 한 조각의 징검다리를 놓아
외롭지 않을 슬픈 사랑을 위로한다.
동악산에 오르다
곡성 동악산에 오른다
도인들이 숲을 이룰 정도로 많다던 도림사에는
산기슭 어느 자락에 숨었는지 도인들은 없었다
기와 이는 아재와 얇은 눈가의 미소를 가진
경운기를 끌고 가는 아재, 따라 산향에 취해
뒷전엔 어느새 한 무리가 올라탔다
아직 개발이 덜 된 산자락엔
가지마다 길 따라 너풀거리는 표식들
OO일보 산악회, OO은행 산악회…
꼬리를 물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로다
동악산 줄따라 사선을 그리고
선바위 골목을 지나 형제봉 꼭대기에
맞잡은 님의 손등엔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누가 물꼬를 텃는지
할매 할배 타는 산 줄기에 대단도 하더라
7년만에 핀다던 엘레지
여인의 손끝에 걸렸구나 그립다 여인이여
물이 흔들린다. 살갗이 투명한 물이
무색의 튜브 안에서 온갖 역동적으로 흔들리다
돌부리에 바위머리에 살갗이 다 해지고
너의 내피는 무르고 동악산 개풀의 어적거림에
너의 외피는 이미 문드러졌다
계곡 바위암자에서 트럼펫을 부는 아저씨
흐드러지듯 계곡 자락 타고 바람결 따라
벚꽃 잎은 날려 한사발 황홀주에 앉았다
시인 백홍수 약력
2005년 종합문예지 「현대인」 등단, '섬'외 4편으로 시부문 신인상
전남대학교 졸업
「현대인」 동인으로 작품 활동, 「현대시문학」 회원
「현대시문학」 동인시집 <빈터에 바람이 분다>에 '만성리 연가' 외 1편
2005년 시집 <내 영혼의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