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행자의 삭발
전남 여수시 교동 468번지
나이 스물여덟살
키 170 센티미터, 몸무게 65킬로그램
육군 병장 제대
질병 앓은 적없음.
불교와의 첫 인연은 군대에서
오늘 삭발한 박 행자의 입산 원서에
적혀 있는 내용의 한 부분이다.
신체 건강한 청년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박 행자는 안경은
썼지만 꽤 건강해 보인다
박 행사는 입산하여 출가의 뜻을
밝힌 지. 꼭 일 주일째 되는
날에 삭발을 하고 행자복을 입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첫 삭발이 되는 의식을 치르고
예비 수행자가 된 것이다.
큰절의 입산 절차는 꽤 까다롭다.
그래서 원주실을 찾는 사람은 많아도
박 행자처럼 삭발하는 이가 드물다.
말하자면 일 주일이
유예 기간이 되는 셈인데.
날짜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하산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이 기간에는 말 한마디 할 수 없으며
선 채로 반배하는 게 하루의 일이다.
스스로의 출가 의지에 대하여 다시
한번 깊이 점검해 보는 시기이다.
괜한 호기심이나 일시적인
충동으로 산을 찾은
이들은 대개 이 때에 가려진다.
''입산할 때 대충 알 수 있지요.
짐 보따리가 크다거나
옷을 깔끔하게 입고 오는 이들은
오래 있지 못하고 떠나는 걸 많이
보았어요.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살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해요."
출가하는 이들을 가만히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간편한 복장을 하고
법당 주위를 왔다갔다 하는 이는
십중팔구 입산 후보들이다.
계절은 가을이 한몫을 차지하고,
아침 일찍이나
늦은 오후쯤이 단골 시간이다.
아침에 오는 이는
밤차를 타고 온 경우이고,
저녁 시간에는 이리저리
배회하다 용기를 낸 사람들이다.
서른살이 평균 나이인데
갈수록 늦어지는 추세이다.
학력은 대학 졸업이 많다.
호주머니에는 차비 정도밖에
없는 것도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경상도에서는 전라도에.
전라도에서는 경상도에
있는 절로 출가하는 비율이 높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출신지에서
멀리 떠나서 수행하고
싶은 건 공통된 심리인 것 같다
거의 같은 시기에 세 사람이
입산하였으나 삼천배까지 마친
이는 박 행자 한 사람뿐이다.
긴 고수머리를 자르기 전에
박 행자는 후줄근한 속복 차림이었다
세숫대야에 맑은 물을 담고
비누 한 장과 면도칼을
놓으면 삭발 준비는 끝난다.
선행자先行者들도
삭발 의식에 빠지지 않고 모였다
삼귀의를 하고
반야심경을 끝낼 때까지
박 행자는 또박또박
날 따라외웠다. 일 주일을 그냥
지낸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물었다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
았으면 지금 일어나도 좋습니다."
그의 결심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말이다.
잠잠한 것은 곧 긍정을 뜻하는
까닭에 다음 물음으로 넘어갔다
"사미계를 받는 날까지
불퇴전의 신심으로 행법을 익혀
나갈 수 있겠습니까?''
''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적시자 참회 진언이 시작되었다
"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칼을 잡은 내 손이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이 까맣게 대야에 담기었다.
긴 머리를 깎는 일이 더 힘들다.
더군다나 박 행자의
머리카락은 억센 편이어서
정교한 손 놀림이 필요했다.
칼날을 두 번이나 바꾸면서 삭발을
끝낸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어른 스님의 말씀처럼 아직 삭도질
이 제대로 나지 않은 탓인 것 같다
맨머리가 된 박 행자는 딴
사람처럼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이목구비의
음영이 확실히 드러나 보인다.
훤칠한 대장부가 따로 없지 싶었다
"내 모습이 이상해졌어요''
박 행자가 내게 던진
첫마디가 나를 웃게 만들었다.
머리를 깎고
처음으로 거울을 본 모양이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 게다.
그러나 곧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질 것이다.
몇 해 전에 나도 기분이 그랬으니까.
지금쯤 박 행지는 입방식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을 게다.
입방식은 군대로 치면 신병
신고식에 해당하는 절차이다.
행자실에
식구가 한명 늘어나는 날이다.
행자 수칙을
보면 무슨 군대 용어 같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해인사 행자실은
수칙을 커다란 글씨로 적어 놓고 있다
예불 철저
대적광전 앞을 지날 때 반배
스님들께 인사 철저
선배 행자에게 절대 복종
소임, 차수叉手 철저.
스님이 물어 보면 반배로써 대답
삼경 전 취침 금지
대개 신심과
하심에 해당되는 항목들이다.
무슨 일이든지 하나씩
배울 때는 힘든 줄 모른다.
그것이 어려운 행자 생활을
이겨 나가게 하는 어떤 힘이 아닐까.
어쨌거나 행자 시전에 지은
복으로 평생 중노릇한다는 것은
그 시절의 신심을 도저히 따라
잡기가 힘들어서 나온 말이다.
이제 발심하여 중 노릇의
예비 과정을 익힐 박 행자는 내가
알고 지내는 스님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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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박 행자의 삭발---현진스님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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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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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훌륭한 스님이
꼭 되시길 간절히 빕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