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삭발
이제는 혼자서
삭발하는 일이 많아졌다.
서걱서걱 하는 소리를 들으며
내 손으로 머리를 깎을 때마다
다시 출가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대중 처소에 살면
혼자 삭발할 일이 거의 없다.
삭발일에 대부분 서로
마주보며 깎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각을 하다가도
삭발일이 다가오면
서둘러 처소에 돌아오곤 했다.
혼자서는 삭발을 잘 하지
못하는 햇중으로서는 삭발할 일이
큰 걱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머리를 깎으려고 이발소를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대개 대중 처소에선
보름마다 한 번씩 삭발을
한다. 보름을 넘기면
머리가 꽤 자라나서 보기 싫다.
그리고 너무 길면 칼질하기에도
불편하고 머리 밑도 아프다.
그만큼 모발이 억세져서이다.
이제는 검은 머리 밑이
보일만큼 머리가 자라면 괜히
마음까지 어두워진다.
수행자가 아무리 옷을 잘 입는다
해도 삭발한 뒤보다 깔끔할까.
기계로 깎는 스님네도 있지만,
칼로 미는 삭발에 익숙해진 탓에
기계 삭발은 그다지 신통하지 않다.
조금 불편한 점은 있어도
아직까지 삭도를 고집하는 편이다.
느낌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기계 삭발은 완전히 깎아 내지
못하므로 어딘지 모르게
개운하지가 않은 데에 견주어,
칼로 하는 삭발은 머리 밑 비듬까지
없애 주어서 여간 시원하지가 않다.
겨울에 비치는
반짝 반짝 머리통이 좋다.
삭발하고
나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
더불어 마음까지 즐겁다.
보통 때는 본분사를
잊고 지내기가 일쑤다.
정진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이 새삼 솟구치는
것도 바로 삭발할 때이다.
삭발만큼 수행자의 마음을
섬뜩하게 하는 일도 없다.
입적하신 고암노스님은
사흘에 한 번씩 삭발을 하시면서
수행 일상을 점검하였다고 한다.
아마 간간이 삭발하는 날이 없다면
저도 모르게 흥청망청 살기 쉬울 게다.
처음으로 혼자서 삭발을
시도한 장소는 공중 목욕탕.
만행 길에 들어간 대중탕에서
머리가 자란 내 모습이 구질구질
하게 느껴져 용기를 내었던 게다.
목욕탕의 수증기가 머리 밑을
눅눅하게 해 주기 때문에 비교적
삭발하기가 수월한 이점도 있다.
거울에 보이는 쪽부터 시작하면
된다.일회용 면도기는 안전하여
베이거나 실수하는 일은 없다.
보이는 쪽은 쉽다.
뒷부분, 보이지 않는 쪽이
문제인데 그것도
요령이 생기면 별 어려움이 없다.
면도할 때처럼 손으로 만지면서
조심스럽게 깎아 내리면 된다.
칼날만 너무 세우지
않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
손의 감각만 익으면 거울이 없거나,
불빛이 어두워도 쉽게 할 수가 있다.
혼자 삭발을 하게 되면서부터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어딜 가든 삭발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마음이라도 어지러운 날이면
언제라도 삭발로
마음을 다잡을 수가 있다.
이제는 얼마든지 혼자서 살 수 있다.
홀로 지내게 되면 삭발할
일이 걱정이었는데
그것도 시원하게 해결된 셈이다.
출가한지 몇 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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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혼자 하는 삭발---현진스님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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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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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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