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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9일, 베트남-세계 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 1차 국가전략대화에서 팜민찐(Pham Min Chinh) 총리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베트남이 지나온 35년은 혁신과 국제통합을 위한 여정이었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강력하고 번영하는 베트남을 건설하기 위해 2030년까지 현대적 산업을 발전시켜 높은 중소득 수준 개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며,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의 이 같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남중국해 국면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선언하고 남중국해 안보를 지지하는 미국ㆍ일본의 해양국가 동맹 축에 힘을 실었으며, 러-우 전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와 대립하며 유럽과 태평양이 연계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가 연대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진영외교에 매몰된다면 세계화로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이 노정되고 있으나, 베트남이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해양안보 우군은 이전보다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극(極)중심 진영화 시대, 베트남은 지정학적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탈(脫)세계화 시대, ‘세계화’로 역행하는 베트남의 국가전략 방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아래에서 5가지 분석 시각으로 특징을 정리하였다.
(1) 러-우 전쟁에 대한 중립선언 및 러시아와의 교역 확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과 러시아 사이 확실한 대결구도가 형성되자, 러시아는 새로운 경제 협력국과 자원수출국이 필요해졌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중국과 천년 지배(중국복속기: BC111 - AD972)와 국경전쟁을 경험했지만, 과거 소련과는 줄곧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관계에 있었다. 베트남 전쟁 후, 미국의 경제제재 봉쇄기간(1975~ 1994년) 소련과의 관계로 경제를 이끌었으며,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중국, 일본, 한국, 미국, 아세안’ 등과 관계정상화를 통해 대외관계를 급 전환하면서도, 소련 패망에 이어 등장한 러시아와는 최우선 외교관계를 지속 유지해 왔다. 그러나 베트남은 이번 러-우 전쟁에서 중립을 선언했다. 역사적이며 현실적인 관계로 보자면, 러-우 전쟁에서 베트남은 러시아를 응원하는 우방이어야 한다. 그러나 베트남은 러시아를 제재하고자 하는 EU-미국을 의식하였고, 무력으로 이웃국을 침범한 러시아의 행동을 용인하면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지키고자 한 자국 영해안보에 대해 중국의 무력을 용인하는 암시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침략적 행동을 지지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베트남은 경제적 교역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는 방법을 택했다. ‘베트남-러시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수립’ 10주년(2023년)을 맞아 러시아 역시, 베트남 과의 관계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석유 및 에너지 분야에서 양자 협력을 가속화 할 것을 베트남에게 적극 제안했으며, 베트남은 자국의 해상풍력 및 가스전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러시아 석유 및 가스 회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1). 실제, 러-우 전쟁 발생 이후부터 2022년 말, 미국이 대러 경제제재를 강화하기 이전까지, 러시아-베트남 사이 교역이 크게 증대하였다.
(2) 중국공산당과 당 차원 관계 강화로 얻어낸 지정학적 가치 및 국가 위상 제고
오늘날 베트남은 주권국으로서, 강대국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용하여, 복잡하고 다원적인 세력균형을 통해 국가안보 유지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중국과는 대등하면서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수단으로 당 차원의 협력과 정치적 동지관계 유지가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2022년 말 중국 공산당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中国共产党第二十次全国代表大会, 2022년 10월 16~22일) 이후, 중국을 방문할 첫 국가로 북한도, 러시아도, 독일도 아닌 베트남을 선택한다2). 베트남은 자신의 다극적 균형을 위해 이에 적극 호응했다.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기, 중국공산당과 강화된 관계를 형성했다는 측면은, 베트남의 최대 영토안보 위협국인 중국과 평화협력적 외교기조를 통해, 남중국해 분쟁화 방지를 약속 받는 일이다. 종종 남중국해에서 충돌해 온 양국은, 이번 두 주석의 만남으로 표면적인 평화모드로 전환에 서로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양국 평화기조 강조가, 중국에게는 ▲미국과의 충돌회피 ▲남중국해 군사시설 유지 ▲미국과의 분쟁전선 확대 방지 등에 있고, 베트남에게는 ▲경제발전 집중 ▲남중국해 분쟁화 방지 등에 있어 각 국가의 국익에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양국이 ‘미래방향과 사회주의 연대 그리고 경제관계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남중국해 문제보다 우선’시 한 측면은, 중국에게 있어 베트남의 지정학적 가치가 한층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남중국해-대만-한반도’ 분쟁화 기조에 ‘베트남-대만-한국’을 미국과 한편으로 내몰고 싶지 않은 영향이 컷을 것이다.
베트남 공산당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Nguyễn Phú Trọng) 서기장과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1위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모두 기존의 당내 규칙을 깨고 3연임에 성공하였으며, ‘대외적으로는 외교와 국방에 대한 권력발휘, 대내적으로는 보수화와 강경화 기조 하에 부패척결을 강조하며 권력을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정치에 적대적인 미국에 시사점을 던지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베트남은 미국과 대적하는 중국의 명분을 살려주면서도 자신의 명분도 챙긴 것이다. 베트남은 자신의 공식외교 주장 즉, ‘어떤 나라도 베트남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군사 동맹에도 가입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한 나라와 연합하지도 않을 것이다’를 시종일관 언급하면서 미-중 모두로부터 적당한 실리를 얻고 있다.
(3) 강화된 미국과의 경제관계로, 美 해양 안보에 자연스러운 편승
베트남 전쟁 종식(1973년 1월 파리 평화협정) 후, 경제제재(Embargo)조치로 베트남을 세계 경제와 고립시킨 국가는 미국이었으며, 1994년 2월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베트남의 대외개방과 외국인 투자를 실질적으로 지원, 대미 수출의 흑자기조를 통해 베트남의 고속성장을 이끌어 준 국가도 미국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특히 국제사회 공적개발원조(ODA)는 베트남의 경제기초를 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orld Bank), 유엔개발계획(UNDP)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의 인프라 원조가 외국인 투자를 지속 견인하였으며, 외국투자기업의 수출무역은 다시 베트남 정부의 다자무역기구 가입 확대로 이어져 교역을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높아진 베트남의 지경학적 가치는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 다자외교를 펼치고,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시작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정부 시절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전(前)국무장관은 2011년 외교잡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미국의 태평양 시대’라는 기고를 통해,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의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Pivot to Asia)함을 밝힌다. 이후,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은 베트남과 해상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협력의 동기부여, 고위급대화, 수색 및 구조, 인도주의적 지원 및 재난구호, 평화유지작전 등을 적극 확대했다. ‘미-베 국방협력 양해각서 체결(2011년), 베트남 해안경비대 지원, 국제평화 유지활동 참여, 캄란 만의 미 해군 함정 입항’ 등과 관련된 양국 안보협력은 미국의 ‘항행의 자유작전(FONOPs,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이라는 명분과 자연스럽게 일치했다3). 2016년 5월 미국은 베트남에 살상무기 금수조치를 전면 해제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베트남이 미국의 무기체계로 중국으로부터의 위험 대응이 가능해짐을 의미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부 시기에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한 축인 4자(미국, 일본, 인도, 호주) 안보대화체 쿼드(Quad) 플러스의 대화상대국 지위에 베트남 의 동승을 검토한다4). 중국에 대해 적극적인 균형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에게, 베트남이 군사적으로 편승하는 안보정책은, 상대적으로 군사적 열세에 있는 베트남이 중국에 대해 강한 헤징(hard hedging)을 구사하는 효과가 있다. 서로 전쟁을 했던 동맹관계가 아닌 양국이, 안보를 위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은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는 변화 중 가장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4) 다양한 경제 협력체의 적극적 가입이 불러온 다국적기업의 투자와 교역 증대
2023년 초, 세계 신용평가사들은 베트남의 국가 신용등급을 연이어 상향 조정하였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은 베트남의 투자와 글로벌공급망(GVC, Global Value Chain) 협력 환경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좋아진 것으로 평가한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배경에는, 베트남 정부의 세계경제편입 강화정책, 질 높은 인프라 개선 목표, 빠른 경제성장을 위한 내부 역동성 강화, 정부의 우수한 거시경제 통제능력(물가안정, 환율통제 능력 등) 등을 배경으로 한다. 베트남은 동남아 지역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최다 FTA를 체결한 국가다. 양자 및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전 세계 60개국을 포괄하는, 17개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다5). 특히 미-중 진영에 관계없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와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을 동시 가입하여, 미국기업은 물론 중국기업들까지 GVC 다변화 국가로 베트남을 선택하고 있다.
애플(Apple)의 공급망 협력사인 대만기업 즉, 폭스콘(Foxconn), 럭스쉐어(Luxshare), 페가트론(Pegatron), 윈스트론(Winstron), 타이완테크닉인더스트리얼(TAIWAN TECHNIK INDUSTRIAL, 台灣利鏗實業有限公司)들은 변화하는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거나 생산량을 늘렸다. 기 진출한 나이키(Nike), 인텔(Intel),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에서도 생산을 위한 기술투자를 고도화시키고 있다. 2022년 공개된 다국적 기업의 베트남 FDI에는 덴마크 레고(LEGO) 13억 2,000만 달러, 싱가포르 트리나솔라웨이퍼(Trina Solar Wafer) 2억 7,000만 달러, 미국 코카콜라(Coca Cola) 1억 3,000만 달러, 중국 BW인더스트리얼(BW Industral) 2억 2,000만 달러 등이 있으며, 싱가포르는 박장(Bắc Giang)에 총 9,750만 달러 규모의 물류센터 투자계획을 새롭게 밝혔다6). 또한, 중국기업 샤오미(Xiaomi) 역시 2022년 5월부터 협력업체인 홍콩 DBG테크놀로지(DBG Technology)를 통해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Thái Nguyên) 성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했다. 싱가포르 및 홍콩을 경유하여 투자하는 중국기업들을 집계할 경우 중국기업의 투자규모는 더 커진다7).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과 그 부품 협력사인 한국기업들도 베트남 생산량을 일제히 증가시켜 제조업 허브로써 베트남 전략을 새롭게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의 남아시아 진출이 활발한 일본기업 역시 경제안보를 새롭게 할 산업들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유럽의 경우, 미-중 경쟁회피를 위해 제3의 지정학적 투자협력지 모색 및 유럽식민지 경험을 보유한 국가에 대한 영향력 제고라는 국제정치적 목적으로 베트남에 대한 투자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른 베트남의 GVC 참여율은 2019년 기준 53.0%로, 지역가치사슬(RVC) 참여율 8.7%에 비해 현저히 높다8). 베트남에서만 보여지는 ‘세계화’의 특징이다.
(5) 고부가가치 창출 기술기업 유치, 기술수준 향상ㆍR&D 능력 배양을 위한 산업정책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공장의 긴 셧다운(중국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물류대체지가 필요했던 기업, 경제안보를 이유로 탈(脫)중국이 필요한 기업, 수출우회를 위해 새로운 GVC가 필요했던 기업 등이 니어쇼어링(Near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모색하였을 때 베트남은 발 빠르게 대처했다. 코로나19 검사증명서 없이도 외국인이 쉽게 입국하도록 개방(22년 5월)했으며,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투자업종이 고도화 될 수 있도록 기업법인세와 인ㆍ허가 세율을 과감히 낮추었다.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업종이 베트남 투자를 늘리면서 R&D 기술센터 설립 및 베트남 인력의 기술훈련 수준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
2030년까지 중소득 국가로 도약하기 위하여 베트남이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부문이 기술 습득인데, 중국 대형차량 배터리 생산업체 고션하이테크(Gotion High-Tech)는 베트남 빈그룹(Vingroup) 자회사와(고션 51% : 빈그룹 49% 지분율) 연간 300만 개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건설 계획을 발표(2022.11)했다. 이에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는 빈 에너지솔루션스(VinES)는 2024년 7~9월부터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한다. 빈패스트(VinFast)는 차량생산 업종을 전기차 중심으로 전격 전환하였으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전기차 공장건설(40억 달러 투자규모)을 진행하고, 뉴욕주식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인텔은 베트남에서 반도체를 주력 산업화하고 있는데, 조립·테스트 공장의 투자규모를 확대한 결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연평균 19% 성장을 예상한다. 일본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인 르네사스(Renesas Electronics)는 2022년 하반기 빈패스트 전기차와 협력을 강화하였으며, 차량용 앱 및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서도 빈패스트에 기술지원을 한다. 시스템반도체에 강한 르네사스는 호치민과 다낭에 반도체소재 디자인센터를 열었다. 주키(Juki), 에실리콘(Esilicon) 등과 같은 적지 않은 반도체기업 진출로 생태계가 확장되자9), 베트남 선도 IT 기업인 FPT는 베트남 최초 반도체 칩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기업이 잦은 업종변경을 하고 있는 데에는 저렴한 노동력만을 사용하기 위해 투자하던 외국투자기업들이, 중국 중간재 공급망을 대신할 하위기술 전수기업으로 베트남 로컬기업을 선택하여 파트너 협력방식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적극적인 기술습득을 장려하기 위해, 민간 및 국영기업들의 해외기술습득과 저가시장개척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이에, 실제 베트남 로컬기업들의 선진국 해외투자가 증가추세에 있으며, 라오스(1위)를 제외한 선진국 투자 즉, 싱가포르(2위), 미국(3위), 독일(4위), 네덜란드(5위)로 향하는 베트남 로컬기업들이 두드러졌다10). 베트남 기업의 미국진출로 미국시장 점유율도 3배 이상 늘었다11).
한편, 베트남 내, 한정된 소재ㆍ부품 생태계로 진입하는 외국투자기업들이 증가하자, 베트남 로컬기업은 소재ㆍ부품 기술을 자체적으로 높이고자 노력함과 동시, 정부는 부품·소재산업 육성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정책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은 원활한 부품생태계 조성 및 투자공장의 경쟁우위확보를 위해, 다국적기업 스스로 부품·소재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하위기술이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각국 단체(국제협력단)와 협력하는 기술개발교육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는데, 삼성과 같은 규모 있는 한국 또는 일본 회사들에서는 R&D 연구센터를 직접 세우거나, 기술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동안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산-학-연 협력시스템’ 및 ‘R&D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창업기업 지원이 증가하고,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것도, 베트남 산업의 고도화와 무관치 않다. 베트남에서 기술전수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부품·소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은 다국적기업의 각자 도생을 위한 자구책의 결과이기도 하며, 날로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는 베트남 부품·소재산업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업들의 자구노력이기도 하다.
결어
베트남은 집단지도 체제하의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한다. 집단에 의한 민주주의가 작동하기는 하지만 당 권력이 중심이 되는 권위주의 국가에 포함된다. 그러나 스스로 진영외교에 매몰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유연한 외교를 바탕으로, 자국의 영토안보를 위해 중국을 경계하며, 베트남 숙원과제인 경제발전을 위해 최종 수출시장을 제공하는 미국과 더욱 가까워 졌으며 과감한 선진국 진출투자도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세계정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으며, 내부경제정책 결정도 발 빠르게 진행했다. 세계경제 편입을 강화하기 위한 FTA체결을 다변화하면서도 중국 일대일로 협력은 지연해 왔다. 다국적 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하도록 문을 더욱 활짝 열었지만, 금융ㆍ외환 정책은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위기와 혼돈의 시대, 베트남의 지정학 외교는 확실히 주변국과 차이를 보인다. 패권국으로서의 미국과 중국의 본질을 이해하면서도, 실제 베트남의 현실 국익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행동한다.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이 권위주의국가와 자유시장경제의 민주국가 경제 체를 이어주는 제2의 싱가포르로 변신하는 것은 아닐지 지켜보게 된다.
* 각주
1) Viet Nam Government News,”Viet Nam willing to foster cooperation between Russia, ASEAN: NA Chairman”, FEBRUARY 18, 2023.
2) 新华社, “习近平同越共中央总书记阮富仲举行会谈”,2022.10.31
3) 김정민, 2021. ‘항행의 자유 작전’의 전략적 접근 『해양안보』, 제3권 제1호 (통권 3호) (2021, Vol. 3, No. 1) pp. 115-140
4) 2020년 미국은 쿼드 플러스 국가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역내 7개국 외교차관보급과 십여 차례 전화대화를 하였고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을 대화에도 초청하였다. 그러나, 쿼드 국가의 입장 차, 아세안 회원국들의 우려, 쿼드 국가들의 안보ㆍ경제 딜레마 등으로 쿼드가 중국을 겨냥한 다자 안보협력체로 발전하는 것은 지연되고 있다. 김경숙. 2021.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쿼드 협력: 동향과 전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INSS 전략보고, No. 112. January 2021.
5) 베트남은 2022년 5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식출범도 함께 했다
6) KOTRA “2023년 베트남 경제전망” 하노이무역관 해외시장뉴스, 2022.12.27.
7) 2023년 1분기 집계기준, 대베트남 FDI 최고 투자 국가 1위는 싱가포르, 2위 중국( 5억 5,200만 달러), 3위 대만( 4억 7,700만 달러), 그 뒤를 한국, 홍콩, 네덜란드가 따르고 있다. Vietnam Investment Review, “Downward trend in FDI persists”, April 01, 2023
8) ASEAN-Japan Centre. 2020. "Global Value Chains in ASEAN: Viet Nam" , Paper 11, May 2020 , P16.
9) 중앙일보, “대만 TSMC에 밀린 K반도체, 베트남보다 실속 못 챙겼다”, 2022.12. 29.
10) Vietnam Plus, “Vietnam’s overseas investment can top 1 billion USD annually: insider, 2022.10.17.
11) 베트남 정부가 베트남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베트남 국영기업들은 해외에 66억 1,000만 달러(한화 약 9조 4,156억 원)을 투자하였다. 베트남의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PetroVietnam), 국영통신회사 비엣텔(Viettel), 국영고무회사 베트남고무그룹(Vietnam Rubber Group)은 합산하여 베트남 국영기업의 해외 투자액의 94%를 차지하며, 각각 해외에 40억 달러(한화 약 5조 6,978억 원), 14억 6,000만 달러(한화 약 2조 797억 원), 7억 7,080만 달러(한화 약 1조 980억 원)를 투자하였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국영기업이 투자한 일부 사업이 손실을 보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히고 후속조치 확보를 요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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