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원미동 | 최초 작성일 : 2004 11 22 | 최종 수정일 : 2006 3 16
안녕하신가들.. 맛집레인져스 중대장 원미동이다. 먼저 제목보니 딱 떠오르는 노래 하나 있다. 문성재 성님의 부산갈매기.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 파도 치느 부둣가에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갈 - 매~기 부산갈 - 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빠바바 빠빠빠 빠바바 빠빠빠...
성재성님은 지금 어디서 머하고 계신지...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은 대표적 부산쏭 <부산갈매기>.. 오늘의 맛집 부산갈매기와는 다른 갈매기임을 먼저 밝히고... 먼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갈매기에 대한 짧은 고찰에 들어가겠다.
흔히 갈매기살 하면 그럴리는 없을거야.. 하면서도 부산 앞바다를 나르는 갈매기 떠올려본다. 그래, 그건 곰방 노래한 성재성님의 부산갈매기가 맞다. 근데 그 갈매기의 살은 아니라는 거 다들 알잖아. 근데도 자꾸만 부산 앞바다 갈매기를 떠올리는 것은 그 실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그 갈매기살.. 고놈의 정체를 알아보자.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에게는 횡격막이란 것이 있다. 흉강와 복강, 즉 가슴과 배를 구분하는 가로막이 바로 횡격막인데, 수축과 이완으로 호흡운동에 관여를 한다.
갈매기살은 바로 돼지의 이 횡격막과 간의 사이에 있는 근육질의 힘살이며, 가로막살이라고도 한다.
다른 말로 안창고기라고 하는데 흔히 식당에서 안창살이라고 하는 것은 소고기의 안창살을 말한다. 아마도 소고기의 안창살과 구분하기 위해서 돼지고기의 안창살을 따로 갈매기살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왜 이 살을 돼지안창살 그러면 될 것을 갈매기살이라 부르는 걸까?
이 갈매기살의 명칭에 대해선 몇가지 얘기가 있다. 그 하나가 '가로막살' 어원이다. 아까 말했듯이 횡경막은 간을 싸고 있는 가로막인데, 그 가로막에 붙은 것이니 가로막살이라 했다. 이 '가로막'에 접미사 '이'가 붙어 '가로막이살'로, 여기서 'ㅣ 모음 역행동화'에 의해 '가로맥이살'로, 여기서 다시 'ㅗ 모음탈락'으로 '갈맥이살'로, 여기서 연음법칙에 의해 '갈매기살'로 변화되었다는 말이다. 머 그 변천순서가 달리 할 수도 있겠지만 우찌됐든 그럴 듯 하다.
또 다른 얘기로는 '간막이살' 어원이다. 머 간을 막고 있는 살이라 해서 붙은 이름인데, 위의 예를 보았듯이 이것도 '간막이살>간마기살>간매기살>갈매기살'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굳이 국어학적 용어는 따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또 다른 얘기도 있다. '칼멕이살' 어원이다. 이건 도살장에서 쓰는 용어라는데 돼지를 도살할 때 이 부분이 칼이 잘 안든다고 한다. 그래서 '칼멕이살' 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또 변하여 '갈매기살'이 되었다는 얘기다.
머 어느 것이 옳다라고 내기를 했다거나 갈매기살이름증명대회를 벌여 승자를 밝혀 지정을 한 적은 없기 때문에 머가 정확한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 가지다 밝히고 있는 살은 똑같은 위치에 있는 살이다. 그니깐 그게 무슨 살인지는 알겠지?
이 살이 본래 가로막에 붙어있는 얼마 안되는 살이라 살만 발라놓으면 기름도 거의 없고 연하고 쫀쫀해서 먹기가 참 좋다. 근데 그 칼도 잘안들어가는 가로막을 발라내는 게 일이었나부다. 사실 돼지 한 마리 잡아봐야 한 근도 안나오는 살이었으니 말이다. 해서 예전엔 별 신경도 안쓰던 살이었던 것을 어느 날 누군가 잘 발라서 먹고 장에 내다 팔기를 시작해 갈매기살이 돼지고기의 맛있는 한 부위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그게 누군지는 나도 몰르고 장모님도 몰르신다. |
자아, 이상은 본 기자 열라 인너넷을 디벼서 알아낸 결과이다. 이 정도면 갈매기살 박사는 아니더라도 앤 데리구 갈매기살 먹으러 갈 때 ' 이 갈매기사리 마리야...' 하면서 아는 척하는 정도는 될 둣 싶다. 본 기자 무지 고맙지?
암튼지 이 갈매기살을 참말 맛있게 하는 집이 서울하고도 마포에 수십년을 장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난 여태 그걸 왜 몰랐을까.. 그치 당신도 몰랐지? 그럼 조금이라도 먼저 간 내가 알려줄 테니 언제 시간나거든 찾아가서 드셔보시라. 그럼 마포 부산갈매기 맛집 가이드 나가신다. 갈갈매~기이~.
끼룩 . . . . 끼룩 . . . . 끼룩 . . . . 끼룩 . . . . 끼룩 . . . . 끼룩 . . . .
아직 요즘 만큼은 낮이 길지 않았던 지난 4 월 중순 부산갈매기를 찾았다. 조금 늦게 간 탓에 자리가 있을까를 염려했지만, 본 중대장 출동한다는 기밀이 새었는지 널직한 사각 자리가 하나 나 있었다. 옳거니!
벌써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안에는 방도 있는 듯 했다. 물론 바깥의 자리에도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메뉴는 갈매기살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었으나 모두들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 했다. 당연하게도 갈매기살을 시키자, 동그란 불판과 양념에 버무려져 있는 듯한 갈매기 살이 나왔다. 한 눈에 보아도 삽겹살 마냥 그냥 썰어져 나온 것은 아님이 분명했다. 기름이 반드르르한 붉은 고깃살에 버무려진 다진 마늘과 후추가루인 듯한 검은 입자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어렴풋한 단내...
쫌 있다 상추와 깻잎, 반찬 등 기본상이 차려진 후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얹었다. 불판에는 이미 기름이 발라져 있고 가장자리의 홈에는 제법 흥건하게 기름이 고여있었다. 고기와 동시에 그 홈에다 마늘과 김치를 같이 구워먹는 것이었다. 김치 구워먹기 좋아하는 사람은 왔따다.
갈매기살은 비계가 없기 떄문에 바싹 익히는 것보다는 다 익은 것이 확인되면 바로 먹어주는 것이 좋겠다. 너무 익으면 쫄깃한 맛을 잃고 뻣뻣해지기 십상이다. 기본 양념이 되어 있어 그냥 먹기에도 좋고, 기름장이나 여기서 내어주는 쏘스에 찍어 가볍게 먹어도 맛이 좋다. 상추나 깻잎쌈에 쌈장 싸서 먹는다면? 소주 원샷 바로 콜이다!
때로 너무 쫀득하여 잘 안끊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앞에서 열라 떠들은 가로막의 자투리가 아닐까 한다. 그냥 씹다 대강 목구멍으로 넘기자. 역시 고기엔 소주가 최고인지라 먹다보면 한 병은 기본이다. 술을 못하면 탄산음료라도 좋다. 기름진 고기에 알싸하게 목구멍을 쏘아대는 탄산은 식욕을 돋운다.
부산갈매기집의 별식 메뉴는 돼지껍데기다. 3 장에 1 인분으로 나오는 껍데기는 주변에 있는 모대포집의 껍데기처럼 반쯤 미리 익혀나오는 것은 아니고, 생껍데기에 이 집 쏘스를 살짝 얹어서 나온다. 그래서 맛도 그리 달지 않고 짭잘하니 불판에 다림질하듯 붙여 앞뒤로 바싹 구워 먹으면 쫄깃쫄깃한 것이 갈매기살과는 또다른 별미다.
보라.. 어디 저것이 돼지껍데기로 보인단 말이냐.. 쩝.. 침 나온다.
갈매기살과 껍데기말고도 다른 메뉴로는 삼겹살, 갈비 , 양곱창, 소금구이 등이 있지마는 이런 데선 이미 검증된 것만 먹어보시는 게 좋겠다.
의자나 화장실 등이 불편하여 장기전으로는 조금 무리가 있겠다. 또 잘되는 집들이 그렇듯 사람이 많아서 대화하기도 힘들다. 생각엔 서너명 정도가 즐기기엔 적당할 것 같고 부득이하게 사람들이 많다면 일찌감치 전화해서 방을 잡아보라(02-718-5462). 보통 고깃집이 1 차 코스인지라 이 곳도 10 시를 넘어서면 자리가 비기 시작한다. 그러니 늦게라도 드시고 싶으신 분은 이때 가시면 좋겠다. 아니면 퇴근시간 땡치면 바로 가야겠다.
양 옆으로 다른 갈매기집이 자리하고 있으니 이 곳에서 자리를 놓쳤다고 실망말고 양쪽집에 자리가 있거들랑 아무 데고 가셔도 나쁘진 않겠다. 갈매기살에 소주 한 잔 하기엔 다른 집을 골라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갈매기살 1 인분 7,000 원, 껍데기 1 인분 5,000 원, 소주/맥주 1 병 3.000 원, 음료수 1.000원..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맛으로 값을 장악하고도 남는 집임에는 틀림없다.
요기쯤 된다(네이버 지도검색 발췌)
이 곳을 찾아가려면 지하철이 편하겠다. 지하철 5,6 호선 공덕역 하차 7 번 출구로 나와 뒤로 돌아서 걷다가 작은 찻길이 나오면 건너서 좌측으로 계속 간다. 철로굴다리 건너기 전 우측 골목으로 돌면 갈매기집이 보인다. 요렇게...
다음은 부록으로 갈매기살 즐기기 가정편 되겠다. 맨날 삼겹살에 프라이드치킨에 핏자에 질린 마눌님과 아이들을 위해서 이번엔 갈매기살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보자. 말했듯이 돼지 한 마리당 한 근도 안나오는 살이라 정육점엘 가면 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미리 예약이라도 해두자. 한 근 정도면 4 인 가족 맛나게 한 끼 먹을 수 있다. 쫌 많이 먹는 집이라 생각이 들면 더 사도 되지만 정육점에 많이 있을랑가 모르겠다. 암튼 알아서 구하시고...
일단 구매를 하실 때 아마 정육점에서 다듬어 줄 것이다. 여기서 다듬어 주는 것은 마누라 엉덩이 더듬듯이 쓰다듬고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라 칼로 기름이나 고기에 남아있는 가로막을 떼어내는 것이다. 이거 집에서 할려면 어렵거든.. 그러니깐 먹기좋게 잘 다듬어 썰어줄 것을 요구하시고, 썰기 전에 눌르는 기계가 있다면 한 번씩 눌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불고기 양념 하나 사자.
사온 고기를 주물럭하기 좋은 그릇에 넣는다. 그리고 꽃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골고루 뿌린다.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식초를 한 뚜껑 정도 넣어주는 것도 좋겠다. 여기에 아까산 불고기 양념을 한두 숫가락만 넣어주고, 다진 마늘 두 숫가락, 참기름 한 숫가락을 넣고 양념이 골고루 배이게 버무린다. 버무리면서 모자르다 싶은 것이 있으면 조금씩 보충을 하는데 기본 간을 하는 것이지 오히려 맛을 내려고 너무 과하게 하면 나중엔 밥반찬이 된다. 조심하자.
자, 이제 다 됐다. 다 버무린 고기를 냉장실에 넣고 자자. 고기는 내일 저녁에 먹을 것이다. 하루 정도 저온 냉장 숙성을 시킨다면 더좋은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정 배고프면 그냥 먹어도 안말린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와인이든 소주든 샴페인이든 먹고 싶은 술을 미리 준비해두면 좋겠다. 양파를 썰어놓거나, 팽이버섯이나 양송이버섯 등을 준비해 놓아도 좋을 것이다. 상추와 깻잎은 기본이겠지? 신김치에 싸먹어도 죽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