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양평 삿갓봉(474m)
7월은 소서(7일), 초복(19일), 대서(23일), 중복(29일)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다. 학교마다 방학이 시작되고 직장마다 여름휴가를떠나는 바캉스의 계절이다.
나요백우선(백우선은 부치기도 귀찮다)
나체청림중(숲속에 들어가 벌거숭이가 되자)
탈건괘석벽(두건은 벗어 바위벽에 걸어두고)
노정쇄송풍(머리에 솔바람을 쐬자구나)
일찍이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이백(701~762. 자는 태백, 호는 청련거사, 주선옹)은 피서를 위한 위와 같은 시를 지었거니와 여름산행은 피서를 겸한 숲 그늘이 시원한 가족산행지가 바람직하다.
삿갓봉은 양평군 양평읍과 옹문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474m의 산이다. 천년고찰 용문사와 공손수 은행거목으로 유명한 양평군의 용문산(1157m)이 정남녘으로 곁가지를 뻗어 내린다. 빛나는 산세를 자랑하는 백운봉(940m)을 오르내린 산줄기는 양평읍과 용문면의 경계를 이루며 남족으로 이어가는데 비호고개를 지나자마자 살짝 솟구친 봉이 이름도 멋진 삿갓봉이다. 삿갓봉은 국립지리원의 지도에도 이름이 뚜렷하건만 산이 아닌 봉이요, 높이는 500m에도 못 미쳐 그 흔한 산악회들도 찾지 않는 오롯이 숨은 산이다. 그러나 삿갓봉에는 보석같이 빛나는 전망대와, 전설의 선(아들)바위, 초록 숲 차양을 펼친 시원한 등산로, 위락시설이 완비된 양평밸리 등이 자리해 복더위 산행으로 안성맞춤인 산이다.
필자는 삿갓봉 취재를 위해 대흥2리 마을회관~전망대~삿갓봉~비호고개~양평밸리 코스와, 양평밸리~선바위~삿갓봉~갈월봉~용문 코스를 2회에 나누어 답사했다.
양평밸리 매점 앞에서 차를 내리면 계곡 오른쪽으로 그 유명한 선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녹음이 사라진 겨울이면 더욱 장관이라는 선바위를 바라보며 양평밸리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의 초록빛 연못 속 연꽃을 바라보는 인어소녀가 동화의 나라를 연상케 한다. 등산로 팻말을 따라 숲길을 이어간다. 곧 비호고개 아래에 건축 중인 백운테마파크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에 올라선다. 위쪽의 길가에 세운 이정표를 따라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면 선바위 삼거리에 이른다. 밧줄이 준비된 된비알을 조금 올라서면 소나무 여러 그루를 굽어보는 선바위다.
건강한 남자의 성기를 닮은 거대한 바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경외심을 자아낸다.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게 된다면 전설의 선바위에 기대서서 굽어보는 양평밸리의 조망은 등허리에 찬바람이 이는 아찔하고 짜릿한 풍광이다.
선바위를 지나면 삿갓봉 정수리와 전망대로 갈라지는 이정표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다시 돌무덤이 자리한 이정표(전망대 100m) 삼거리다. 이정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소나무삿갓을 머리에 쓴 아찔한 전망대에 이른다. 이곳은 참으로 훌륭한 조망이 펼쳐진다. 너르디너른 양평시가지와 주위의 들판이 한눈에 다가들고, 팔당호를 향해 유유히 흘러가는 남한강이 따가운 햇살에 번쩍인다. 어디 그뿐이랴! 뒤돌아본 북녘에는 두리봉, 백운봉, 용문산으로 이어가는 초록빛 산줄기가 눈부신 청산도를 그려놓았다. 위아래, 산과 강의 빛나는 절경을 한꺼번에 만끽하는 이 전망대 하나만으로도 삿갓봉에 오른 보람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전망대에서 되돌아 돌무덤 삼거리와 선바위 삼거리를 지나면 헬기장을 만난다. 등산안내도와 깃대가 세워진 너른 헬기장 위로 흰구름이 둥둥 흘러간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50m 올라가면 비호고개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이르고, 다시 100m를 더 가면 막대형삼각점이 자리한 지도상의 삿갓봉 정수리에 올라선다.
낡은 표지기 서너 개가 나뭇가지에 달린 정수리는 자칫하면 스쳐 지나기 십상이다. 대부분 조망이 가리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용문산 정수리가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느긋한 능선이 이어진다. 활엽수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산길에는 싸리나무와 엉겅퀴꽃이 만발하고, 온몸을 뒤틀며 꽃을 돌려 피운 타래난초가 눈길을 끈다. 제법 평평한 태봉에서 잠시 간식을 즐긴 취재진이 옛길 사거리에 내려선다. 양평읍 대흥리와 용문면 용수리를 걸어 넘던 고갯마루에는 두 아름의 상수리거목이 아직도 고갯길을 지키고 있다.
다시 뚜렷하고도시원한 숲길을 이어가면 467봉에서 면계를 이루는 길을 이별하고, 뒤이어 작은 헬기장이 자리한 무명봉에 올라선다. 마침 산책을 나온 마을사람을 만났다. 갈월마을에 사는 박영수(53세)씨는 깃대를 세워둔 이 봉(약 450m)을 '갈월산' 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삿갓봉(474m), 태봉(458m) 등 주변의 산세를 감암하면 갈월산 보다는 갈월봉이 합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북쪽으로 두리봉~백운봉~용문산을 잇는 초록 마루금이 푸른 하늘에 출렁이는 갈월봉의 조망이 훌륭하거니와, 더더욱 남쪽의 나뭇가지 사이로 보름달처럼 솟아오는 추읍산(583m)의 유별난 산세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다시 산길을 이어내린다. 학생야영장으로 표시된 팻말을 따라 길게 능선길을 이어가니 계곡의 학생야영장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야영장길을 이별하고 남녘 지능선을 이어가 산자락에 자리한 용흥사 절길을 만난다. 아직도 오색연등이 걸린 절길을 따라가자 6번 국도 밑으로 용문시가지로 이어진 포장도가 나오고, 곧 오늘의 종점이요 날머리인 용문역에 도착한다.
*산행길잡이
양평밸리-(1시간10분)-전망대-(10분)-삿갓봉 헬기장-(40분)-옛길 사거리-(40분)-용흥사 갈림길-(40분)-용문역
삿갓봉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양평읍 백안리에 자리한 양평밸리다. 양평밸리 초입의 매점에서 차를 내려 안쪽으로 들어가면 연못을 지나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숲길을 이어가면 신축 중인 양평테마파크로 이어가는 비포장도로에 올라선다. 비포장도로 20m 위쪽에 이정표(삿갓봉 0.6km, 선바위 0.1km)가 자리한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선바위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선바위까지 올라가서 다시 되돌아내려, 뚜렷한 산길을 이어가면 정수리와 전망대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른다(이정표 있음). 이곳에서 오른쪽(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다시 이정표가 있는 돌무덤 삼거리를 지나 전망대가 나온다. 짧은 산행은 돌무덤이 있는 삼거리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백궁도자기 또는 대흥2리 마을회관에 닿는다.
종주산행은 돌무덤 삼거리에서 북녘길을 따른다. 곧 등산안내도와 깃대가 자리한 삿갓봉헬기장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50m 지점에 비호고개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있고, 다시 100m 직진하면 삼각점이 자리한 지도상의 삿갓봉정수리에 이른다. 양평밸리에 주차한 경우에는 비호고개로 하산하면 40분만에 양평밸리에 내려선다. 삼각점 정수리에서 동녘 능선을 이어가면 시원한 숲 차양길이 이어진다. 태봉(458m)을 지나가면 옛길 사거리에 내려서고, 다시 올라가는 467m봉에서 면 경계를 벗어나 갈월봉(약 450m)에 올라선다. 깃대가 자리한 헬기장인 갈월봉은 북쪽의 용문산과 남쪽의 추읍산 조망이 훌륭하다.
갈월봉에서 하산은 학생야영장 팻말을 따라 동남녘 능선길을 길게 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계곡 삼거리에서 학생야영장 코스와 이별하고, 계속 이어간 능선 삼거리에서 남녘 능선을 내려가면 용흥사 절길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6번 국도의 지하도를 통과해 포장길을 이어가면 용문역이다.
삿갓봉 산행은 첫째, 양평밸리~선바위~전망대~삿갓봉~비호고개~양평밸리의 2시간 코스와 둘째, 양평밸리~삿갓봉~전망대~백암도자기(또는 대흥2리 마을회관)의 2시간30분 코스 그리고 셋째 양평밸리~선바위~전망대~삿갓봉~갈월봉~용문역의 4시간40분 코스가 있다.
*교통
용산에서 용문까지 운행하는 중앙선 전철을 타고 양평역에서 내린다. 양평역에서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인 백안리 양평밸리까지 가면 된다. 날머리인 용문역에서 서울행 전철이 매 시간 2회씩 운행한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 양평과 날머리 용문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여럿 있다. 들머리에 있는 양평밸리(031-774-3000)는 일대에서 유명하다. 35개의 객실을 갖췄다. 양평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www.yp21.net) 참조.
글쓴이:김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