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
ICAM이영미술관 소장품展
이영미술관.
설립자인 김이환님과 부인 신영숙여사의 가운데 이름을 따서 미술관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우연히 신영숙 여사와 만나게 되어 한참을 수다도 떨다가 밥까지 얻어 먹는 사이에 관장님과도 인사를 하게 되었다.
우미갈 식구들과 꼭 다시 들리겠단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하였다.
이번 소장품전은 6월 말까지 할 예정이란다.
우미갈 식구들과 같이 갈날을 기다려 본다.
개인미술관이 늘어나는것은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그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서울에 편중된 개인미술관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직영 또는 강력한 후원을 받으며 우수한
콜렉터들을 관리하며 비교적 여유있는 운영을 할수 있겠지만
일반 개인이 서울도 아닌 수원에서 그것도 전공자도 아닌 일반 소장자가
미술관을 운영 한다는것은 대단히 무모하고 대담한 일이다.
소장한 작품에 대한 경애와 자존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경기도 지역의 다른 개인 미술관인 영은 미술관이나 모란 미술관 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미술관이 작품을 위해 쏟아붓는 정성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작가의 영혼을 담는 집답게 미술관 건물은 어느것 하나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고 효율적이며 자상하다.
특히 대작을 위해 지나치다라고 느낄정도로 높게 지어진 천정아래 서있다보면 건물에 들어와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한번 전시를 하면 2~3개월 정도하는 이영 미술관. 그래서 자주 보기도 힘든 이영의 전시들.
이번에는 그들이 자랑하는 소장품전을 오픈하였다. 아직도 그들이 너무나 아끼기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는 작품들이
다수 있기는 하지만 이번 소장품전에 걸린 그림들도 한점 한점의 위상들이 만만치 않다.
내고 박생광의 그림이 현재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중요한 시점에 이영미술관 관장인 김이환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고 할수 있다.
현실과 예술의 외줄타기에서 언제나 현실의 빗장에 걸려 넘지 못하던 내고의 "그리고 싶은 그림에 대한 욕망'은 내고보다 조금더
안정적인 생활인이었던 김이환에 의해 풀릴수 있었고 그때부터 내고의 비상은 시작되었다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내고와 김이환은 78세의 내고와 43살의 이영환은 같은 농고의 30여년차되는 선후배이자 친구이자 후원자이자 연인 이었다.
내고가 후두암으로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무위사의 관음도(1984)(일부)는 커다란 방 하나에 세벽면을 비우고 혼자 독차지 할 정도로
이영환 관장이 가장 아끼는 그림중 하나이다.
박생광의 그림은 한때 왜색과 정체성에 대한 논란에 말려든적이 많았다.
일본에서 그림수업을 받았던 많은 원로 화가들이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었고
특히 동양화의 경우는 그 비난의 강도가 서양화나 조각에 비해 상당히 강했었다, 이는 천경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석채 재료를 사용하고 일본인 선생의 표현법괴 비슷하다고 일본그림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일본에서 수학한 한국의 예술인들은 일본 예술의 모사꾼이라는 이론외에는 설곳이 없어진다.
내고 박생광의 대표작인 <명성황후>,<전봉준>,<맹호도>등에 나타나는 한과 설움, 울분과 회학을 일본인에게서 찿아볼수 있을까?
그의 그림은 생활을 위해 해야했던 절의 단청과 탱화 작업들과 한민족의 고유한 샤머니즘과 불교 문화에서 발원한 것일것이다.
그는 생전에 샤갈과의 만남을 고대했었다,(그는 실재로 샤갈을 자신과 견줄만한 민족화가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재로 프랑스에서 그의 그림이 걸리는날(파리 그랑빨레 한국미술 특별전)
샤갈과의 만남이 약속 되었었지만 그해 봄 먼저 샤갈이 세상을 뜨고 같은해 7월 박생광도 샤갈을 따라간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1985.7.10 박생광)
전혁림작가는 김이환 관장보다는 부인 신영숙이 공을 많이 들인 작가로 보인다.
처음 신영숙은 오래된집의 대들보를 깍아 만든 그릇을 들고가서 전혁림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기존의 목기는 물감이 건조될때 갈라지기 때문에) 한번 갈때마다 3점 또는 4점의 작품을 받아오면서 총 300점의 작품을 모아서
한 액자에 짜 맞추어 대작 하나를 완성 시킨다. 이작품 하나에만 수원에서 머나먼 통영까지 70번 이상을 왕복한 셈이다.
위의 사진에 있는 작품은 이렇게 공들여 모은 작품 1050개를 조합한 것이다.
이 작품이 처음 공개 되는날 조합된 작품을 처음 보게된 노화가 전혁림은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으며 더이상 여한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작년까지 작품 활동을 꾸준하게 하던 전혁림은 올해부터는 작품활동이 거의 멈추었다는 말도 들린다.
어쩌면 이작품 <만다라>는 그의 최후의 대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려웠던 60-70년대 돈이 없어 양질의 물감을 구할수 없어 싸구려 물감으로 그렸었던 작품들이
변색되자 작가는 스스로 많은 작품들을 없애 버렸다고 한다, 심지어 작가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사들이거나
소장가들에게 간청하여 자신의 분신같은 작품들을 불태우거나 찢어버렸다는 말을 신영숙씨에게 들었다.
지금의 작품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전혁림의 60-70년대 작품을 좋아한다.
작가의 자존심도 중요하고 존중해야 하지만 그 많은 작품들이 작가의 손에 없어진것을 생각하면 너무 애석하다.
루오가 자신의 그림들을 난로의 불구덩이에 쳐박을때 느꼈을 감정과 전혁림의 감정은 아마 똑 같았을것이다.
이재삼의 그림<저너머>에서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목탄만으로 작업된 그의 모노톤의 그림들은 견고한듯 보이지만 하나 하나의 대나무들과 돌들이 수런 거리는 소리로 요란하다.
그 소리들이 합하면서 바람소리로 들린다.
박생광의 그림에서 징과 장구 소리와 무녀의 웅얼거리는 듯한 곡소리가 들린다면
전혁림의 그림에서는 1050개의 목각그릇에 담겨 있는 은밀하고 이국적인 밀교의 주문소리가 들린다.
3층에 전시된 정상화의 그림들을 보고 있다보면 1층의 박생광. 전혁림 그리고 2층의 이재삼, 홍재연의 그림에서 듣던 감성의
와글거림에서 벗어난 아주 조용한 소근거림-거의 들리지 않는-숨소리에 가까운 소리로 감정이 잦아듬을 느끼게 된다.
마치 수도승을 마주하고 있는듯한 고요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미니멀적이지만 다분히 장식적인 그의 대작들 앞에서 우리는 마음의 평정과 관계에 대한 사색에 빠져들게 된다.
마치 김환기의 그림을 대할때 느껴지는 수많은 면과 선들의 속성과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평정심 속에서의 살랑거림.
이영미술관의 볼거리는 그림뿐만이 아니다.
그곳에는 주인들이 곳곳에 일구고 있는 텃밭과 한국 토종만 고집한 갖가지의 꽃들과
정성과 애정이 심어져 있다. 관장 부부가 모아놓은 몇백개의 대형 장독과 담장을 쌓고도 남을 만한 가지각색의 맷돌들.
김장철이면 수백포기의 배추로 부인이 직접 김장을 담그고 가을에는 수확한 콩으로 메주도 직접 만든다고 한다.
얼핏 둘러본 부엌에서는 재래식 아궁이에 커다란 솥이 걸려있고 마른 솔가지와 솔방울로 물을 끓이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3시간이상 우려내는 멸치국물로 만드는 잔치 국수.
묵은지와 칼칼한 고추가 잘게 들어간 양념장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후식으로는 밭에서 캐온 못난이 호박고무마.
서울 촌놈인 나는 목단을 자세히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고스톱 칠때 보기는 하지만 그 그림 본지도 몇년이나 되었다)
박생광 선생이 생전에 즐겨 그렸고(특히 그의 흑단 그림은 유명하다, 홍단,백단등의 그림도 좋지만 그의 흑단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그의 소박한 아틀리에 앞마당에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피어 있던 목단을 정성스레 키우는 부부를 보며 정말 박생광 선생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리라 짐작 할수 있었다.
첫댓글 우와~ 정말 좋은데요..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6우러말까지..ㅋ 우미갈 식구들과 가볼수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가 보고 싶네요. 전혁림화가를 운 좋게 통영에 갔다가 미술관에서 뵈었었어요. 작업을 하고 계시더라구요. 벌써 몇년 되었네요. 바다 그림들도 좋지만 저도 초창기 그림들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이 미술관 꼭 한번 가 보고 싶네요.
오 가야지............ㅎㅎㅎ
아.. 집에서 가까운데 아직 한번도 못 다녀 왔다는... 시간만 허락한다면 함께하고 싶네요^^
전혁림 화백께서 운명하셨네요,,이영미술관 신영숙 사모께서 이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결국 지금 전시되있는 작품이 유작이 되고 말았어요,,ㅠㅠ,,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번 꼭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딱 오픈식하고 갔으니 꽤 되었네 이번 2010 8월 박물관 미술관 아트 투어때 아이들 데리고 갈 예정, 약간은 걱정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