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버스터미널 시리즈 첫 번째,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이다.
사실 사진에 담은 것도, 글을 쓴 것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미 작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복합환승센터가 열심히 뼈대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와 카페에 버스터미널 포스팅을 시작하면서 대구를 올려달라는 요청을 참 많이 받았다.
게시물이 어쩌다 비판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더욱 필자의 글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글을 올리면 반응을 떠나서 먼저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여기만큼은 정말로 특별했다.
대구시민들조차 대구의 버스터미널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수도 있겠다.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난감했다.
대구가 워낙 멀어서 큰 맘 먹고 가지 않으면 감히 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지역이고,
가까운 곳부터 가자는 나의 계획에 자꾸 2~3순위로 밀리면서 2008년부터 계획을 잡은 것을 2015년에서야 이룰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대구의 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버스터미널도 참 자주 갔었으니 이만한 아이러니가 없다.
그리고 제대한 후에 환승센터를 올리면서 오랫동안 봐왔던 금호/천일터미널이 없어지는 소식까지 들었다.
이렇게 많은 경험과 변화를 거치고 이제서야 올리게 되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대구의 버스터미널 시리즈 그 두 번째 주인공은, 동양고속터미널이다.

동대구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버스터미널은 단연 동양고속 터미널이다.
동대구역에서 내려 광장(후문)쪽으로 나왔을 때 정면에 마주치는 건물이 저 건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광장 쪽에 있었던 금호터미널보다도 더 눈에 잘 띄는 위치였다.
가장 늦게 지어진 주제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기 때문에 혹여나 버스탈 일이 있으면 습관적으로 동양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다.
동대구역 앞의 삼거리 신호등과도 정확히 맞물려 있어 접근하기 편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복합역사 공사로 광장이 모조리 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건축일자는 1982년으로 네 개의 터미널 중에 가장 늦었다.
바로 옆의 한진고속과 무려 11년 차이며, 금호터미널과도 약 7년의 차이가 난다.
시기상 늦어서인지 상업시설을 위한 공간이 유일하게 있는 건물이기도 한데,
아니나 다를까 롯데리아, 뷔페집 등 여러 상업시설이 이 건물 안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대로변인데도 인도가 굉장히 좁은 편이어서, 정작 건물 앞에서는 간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동대구의 특징이 건물별로 행선지를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는 점인데,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고속터미널이 회사별로 분산되어 노선 역시 제각각이기에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잘못 찾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부산, 대전, 전주, 구미. 저쪽에서는 서울, 인천, 성남, 천안. 뒷쪽에서는 광주, 의정부, 수원. 뭐 이런식이니...
외지인들이 버스를 이용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지역 주민들도 헷갈려서 농담삼아 터미널에서 약속 잡고 마중 잘못 나가 관계가 꼬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할 정도다.

복합환승센터가 완공되면 곧바로 버려질 운명이기에 시한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나마 동양은 낫다. 바로 앞에 마주보고 있었던 금호터미널은 지금 없다.
금호터미널을 놓친 게 참 안타까운데, 그 흔한 리모델링 없이 옛 모습을 마지막까지 잘 간직한 터미널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2013년만 해도 그렇게 허무하게 운명할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랬다. 오래 전의 계획이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다 2013년부터 갑자기 술술 풀리게 된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적인 영향도 없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는데,
어찌 되었던 십 년을 훌쩍 넘게 질질 끌던 사업이 이제서라도 되니 참 다행인 것이다.
모두가 얼마나 바라고 마지않던 일이던가.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찍기 전까지 네 개의 터미널 중 유일하게 밟아본 건물이 여기였다.
휴가나 외박을 나갈 때, 전주에 사는 동기가 있어 가끔 같이 나가면 여기서 작별인사를 나누곤 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열차가 없는 경북 내륙지방이나 호남권 사람들만 버스를 이용했었으니 다른 곳은 전혀 갈 일이 없었다.
본인 역시 단 한 번도 버스를 타고 집에 간 적이 없다. 하루 두 대, 4시간 반을 참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기에.

굳이 군복무 핑계를 댈 것도 없이 이전에도 가끔 대구를 오면 무조건 기차였다.
집이 일산인고로 당시에는 고양-대구 버스가 없었고, 강남까지 지하철 횡단하느니 한 번에 서울역 가서 기차타는게 이익이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도 버스보다는 기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대구가 특히 강하다.
마찬가지로 철도 강세지역인 부산, 대전도 이만큼은 아닌데, 그 이유에는 버스터미널의 분산이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동양터미널은 위치는 좋으면서 상대적 후발주자였던 까닭에 노선망이 그리 좋지 못했다.
현재 운행노선이 많이 늘긴 했지만 원래 금호/천일에서 운행하던 노선이 무려 절반이다.
금호/천일 노선의 과반수가 여기로 옮겨왔는데, 그만큼 노선 수가 적고 공간 여유가 그나마 있었기 때문이다.
경주행부터가 금호/천일에서 이사온 노선이다. 원래 동양에서 운행했지만 2012년 철수하면서 금호/천일로 넘어갔는데,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물론 자리만 옮긴 것일 뿐 여전히 금호가 운행한다.
부산행은 우등/일반을 합쳐서 40분 간격으로 운행중이다.
영남권의 투톱치고 상당히 노선이 적다. 바로 옆에 동대구역이 있어 대부분이 열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열차와의 경쟁에서 KTX한테는 밀려도 일반열차에는 우세를 보일 때가 많지만, 대구-부산은 이조차도 되지 않는다.

동양고속이 노선 수는 가장 적었어도 대체로 알짜배기 노선들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
경주를 금호로 인수시키기 전까지 노선들이 부산/마산/대전/전주/경주/구미였는데,
모조리 지역 중심지급 대도시이거나 경북의 핵심도시들로 고정수요가 높은 노선들이다.
전주행의 경우 하루 7회로 횟수는 상당히 적지만 서부정류장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부산(일반고속)행은 경유가 쓰여있는데, 이 경유라는 것이 진량-대창-영천-건천-경주-내남-언양-양산을 전부 들리는 것이다!
쓸데없는 시간낭비 하고싶지 않다면 직통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애초 저 노선의 목적도 중간 수요를 노린 것이니까.
마산행은 내서를 경유하며 전 차량 우등으로 운행하는데, 2014년 12월부터 진해까지 연장되었다.
구간승차는 불가능하지만 기점인 대구에서는 내서, 마산, 진해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대전행은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우등/일반이 나뉘어 있으며, 바로 앞에 동대구역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횟수가 많다.
나머지 의정부/순천/목포행은 전부 금호·천일터미널에서 넘어온 것이다.
의정부행은 하루 6회지만 서울까지 내려오기 힘든 경기 동북부 주민과 군인을 중심으로 고정수요가 꽤 있다.
순천행은 하루 4회에 불과해서 시간이 안 맞는다면 서부정류장에서 타는 것이 여러모로 이익이다.
목포행은 하루 2회지만 2012년 신설한 따끈따끈한 노선으로 구미에서 출발해 동대구를 중간 경유한다.

구미행은 고속터미널에서 운영을 하지만 복지,공단을 경유하는 시외버스 면허로 다니고 있다. 부산가는 완행버스도 마찬가지.
다들 알다시피 교류가 상당히 많은 도시임에도 배차는 생각보다 좋지는 않은 편이다.
역시 코앞의 동대구역 덕분이 아닐까. 여기 말고 북부정류장에서도 수시로 이용이 가능하니 굳이 많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선이 이 정도다 보니 요금표도 굉장히 심플하다. 대구-부산 완행버스 행선지가 나머지 행선 수와 비슷할 정도.

원체 규모가 작은 터미널이다보니 승차장도 아담하다. 홈도 겨우 다섯개밖에 안 된다.
250만 도시의 고속터미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데 역시 규모보다 수요가 많아서 주차장은 항상 발 디딜 틈이 없다.
언제 와도 사람은 그렇게 많다라는 느낌이 없는데 버스만큼은 항상 치고 빠지고가 수시로 반복이 된다.

경주로 가는 금호고속 버스가 승객을 태우려 들어온다.
여기 들어올 회사가 아니라서 뭔가 어색해보인다.
어둡고 좁은 것도 아랑곳 않으시고 열심히 운행하신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많지만 몇 장의 사진 속에 쓰려다보니 항상 말이 끊기고 두서가 없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지역 같으면 한 코너에서 쓸 수 있으니 정리가 되지만,
전혀 다른 회사의 같은 고속터미널을 정리하려니 일관성 있는 글을 적기가 더욱 힘들다.
사실 다르게 취급해야 할지, 같이 취급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겨우 글을 쓰는 것도 이런데 버스터미널을 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괜한 생각도 든다.
아무튼 동양고속터미널의,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따뜻하고 축축한 겨울일기는 여기로 끝이 났다.
이제 동대구의 마지막 시리즈를 담기 위해 다시 자리를 옮길까 한다.
첫댓글 전주노선이 그래도 알짜라고 하던데요. 시외 경쟁이 있어서인지 전부 우등이네요.
하루 몇 회 없는 것 치고는 사람이 항상 많았던 것 같습니다.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몇 가지 오도할 사항들이 있어서 적어보면 고속버스 공동배차제 이후로는 어느 회사 터미널에 어느 노선이 있고 없고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각 터미널의 노선망이 좋다거나 알짜배기라는 말은 의미가 없는 내용 같아요. 공동배차제 이전에는 한진고속 노선은 한진고속터미널에서만 타고 내리는 형태였는데, 그게 바뀌면서 대부분 지역은 터미널도 공용터미널로 통합운영했습니다. (전주 한진만 예외) 대구는 그게 지금까지 안 되서 특히 하차시 어려움이 많았죠. 출발은 행선지별 터미널로 하면서 도착은 운행사별 터미널로 해버리니 고속버스 운송사를 얘기 안 해주면 하차 후 서로 만나기 힘들었을 겁니다.
잘 읽습니다...
늘 지켜보지만
대단한 글솜씨네요.
ㅎㅎㅎ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물론 인터넷 없던 시절에는 서로 약속 장소를 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겠지만요. 부산 일반고속은 중간정류장 정차 시간은 생각보다 시간 낭비 요소가 아닙니다. 어차피 고속도로 상이라서요. 다만 경주터미널을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과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이 가장 크구요. 목포행은 구미출발 시간에서 플러스 60분이라 웬만해서 차가 늦게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대구에서 승차홈에 들어가기 전까지 대기시간이 꽤 길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구미행은 진짜로 시외버스입니다. 참고로 부산 일반고속도 시외버스입니다. 포스팅 잘 봤습니다.
제가 잘 몰랐던 정보까지 상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공동배차제 이후에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지 아직 헷갈리는데, 특히 대구는 터미널이 나뉘어 있어서 참 알기가 복잡합니다. 약속 이야기는 가볍게 농담식으로 넘어가는 이야기라 크게 짚고 넘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산행 완행버스는 자주 정체가 걸리는 경부고속도로와 경주시내를 경유하는게 상당히 큰 요소인 것 같고, 목포행의 경우는 대기시간이 생각보다 길군요. 보아하니 단정적으로 말하는 쪽에서 오해가 생길 법한 문구가 꽤 있네요.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다시 감사합니다.
동대구-구미행 일부시간대에 복지상가,구미를 경유하지않고 왜관IC를 경유하는 시간대가 있었는데 시간표에 없는거 보니 사라졌나보네요. 과거 대전-대구 완행고속버스의 잔재(?)였는데.. 글 잘 읽고갑니다.
왜관IC 경유노선이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네요...ㅎㅎ
서부정류장접근이 좀더딘 동구,수성구,북구일부지역에서 호남권전주행이나순천행은 매진이될정도로 알짜배기지요..저도 서부터미널이멀어돈더주고전주우등탑니다.
칠곡, 시지쪽에서 서부정류장 가기가 너무 힘들긴 합니다. 가까운데서 타는게 최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