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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23. 아픈 자를 위한 회복의 메시지
8월 10일, 오후 2시의 일요 예배를 드리며 말씀 안에서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리라 다짐하였습니다. 며칠 전, 친지가 보내 온 메일에 답을 하면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보고 쓰는 단순한 삶이라고 적었는데 그 위에 묵상을 곁들이면 더욱 좋으리라 여겨집니다.
오늘 예배의 설교 제목은 ‘회복을 주시는 하나님’인데 인용한 사례에서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글 쓰기, 음악과 그림 등에 재능이 있는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다락에서 놀다가 떨어져서 의식을 잃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가망이 없다며 돌아가라 합니다. 절망에 빠진 엄마가 들쳐 업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하며 아이가 깨어나 너무나 감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살피니 다리를 잘 못 쓰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병원에 갔더니 소아마비라고 진단합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성장하여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어린이는 재능이 있으므로 학업에 충실하였는데 동무들이 저는 다리의 흉내를 내는 모습을 발견하고 실의에 빠져 통곡을 하였습니다. 그 때 등을 두드리며 ‘괜찮아’ 하는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와 위로를 받고 학업에 열중하여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악기를 다루는 음악에 몰두하여 힘들게 이를 들고 다닐 때 동료 남학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악기를 들어주려는 진심에 마음이 끌려 오랜 교제 끝에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청년의 부모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다시 실의에 빠졌을 때 역시 등을 두드리며 ‘괜찮아’하는 부드러운 음성을 듣고 힘을 얻어 그 청년과 단둘이 결혼식을 치르고 외롭게 살아갔습니다.
몇 년 후 시아버지가 폐암에 걸려 절망적인 상태일 때이 며느리가 간절히 기도하며 간병하여 회복되는 과정을 통하여 마음의 문이 열리고 시부모와 화해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와서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서 병원에 갔는데 다리가 탈골 되어서 그러니 수술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재력가인 시아버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 수술한 결과 깨끗하게 치료가 되어 40년 간 소아마비인 줄 알고 불편하게 살아 온 다리가 정상인으로 회복되어 새로운 삶이 펼쳐졌습니다. 시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남편과 함께 물려 받은 그녀는 사업과 사회 봉사에 크게 힘 쓰는 박 아무개 씨입니다.’
아침에 가족과 친지들 가운데 투병 중인 이들을 꼭 회복시켜 달라고 간구하였는데 말씀 제목과 내용이 이와 부합하여 더 은혜를 받았습니다. 우리 서로 심신의 치유가 필요한 분들에게 회복의 은총이 임하도록 힘을 합쳐 노력하기를 제안합니다.
어제 구약성경에 있는 다니엘서를 읽었습니다. 그 중에 천하를 호령하던 느부갓네살왕이 정신을 잃고7년(일곱 때)을 들짐승처럼 지내다 회복되는 내용이 교훈을 줍니다.
‘내가 사람에게서 쫓겨나서 들짐승과 함께 거하며 소처럼 풀을 뜯을 것이요 이와 같이 일곱 때를 지내서 지극히 높으신 자가 인간나라를 다스리시며 자기의 뜻대로 그것을 누구에게든지 주시는 줄을 알기까지 이르리라 하더니 그 동시에 이 일이 나 느부갓네살에게 응하므로 내가 사람에게 쫓겨나서 소처럼 풀을 먹으며 몸이 하늘 이슬에 젖고 머리털이 독수리 털과 같았고 손톱은 새 발톱과 같았었느니라
그 기한이 차매 나 느부갓네살이 하늘을 우러러 보았더니 내 총명이 다시 내게로 돌아 온지라 이에 내가 지극히 높으신 자에게 감사하며 영생하사는 자를 찬양하고 존경하였노니 그 권세는 영원한 권세요 그 날은 대대에 이르리로다,,, 그 동시에 내 총명이 내게로 돌아왔고 또 내 나라 영광에 대하여도 내 위엄과 광명이 내게로 돌아왔고 또 나의 모사들과 관원들이 내게 조회하니 내가 내 나라에서 다시 세움을 입고 또 지극한 위세가 내게 더하였느니라’(다니엘서 4장 32절-36절)
어제 예배를 마치며 부른 찬송은 ‘눈을 들어 산을 보니 도움 어디서 오나 천지 지은 주 여호와 나를 도와주시니 너의 발이 실족잖게 주가 깨어 지키며 택한 백성 항상 지켜 길이 보호 하시네’(433장)입니다. 아픈 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도움이 하나님께로부터 오기를,,,, 등을 두드리며 괜찮다고 위로하는 부드러운 주님의 음성도,,,
이번 주 열림교회의 ‘읽으면서 교훈을 얻는 코너’에는 ‘뒤집기의 명수’라는 제목의 다음 글이 실려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대통령은 소아마비를 앓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 대통령, 경제 대공황을 극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무도 그를 장애인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베토벤은 악성 청각 장애인이었다. 그러나 작곡가 중의 작곡가였다. 아무도 그를 청각장애인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아브라함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무학자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노예를 해방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뿐이다. 존 번연도 무학자요, 십 수년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천로역정의 저자로 기억할 뿐이다. 아인슈타인과 에디슨을 지진아나 무학자로 기억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최고의 과학자와 발명가로 기억한다. 이들 모두는 역경을 극복한 위인들이다.
‘뒤집기의 명수이신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 또한 ‘뒤집기의 명수’들이다. 그들은 뒤집기의 명수이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악한 환경을 이기며 산 사람들이다. 우리도,,,
열림교회의 김태규 목사는 장인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한국에 들어 갔다 나왔는데 혼수상태의 장인이 깨어나서 차츰 회복되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여름 방학과 휴가철이 겹쳐서 출석교인이 현저하게 줄었는데 어떤 때는 평소의 절반도 못 되는 것이 외국교회의 특성이라고 합니다. 유학을 마치고 들어가는 교인이 사용하던 세탁기를 필요한 자가 있으면 무료로 가져가라고 교회의 광고를 통하여 알리는 것을 듣고 아들이 이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자전거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스웨덴 유학생이 기숙사 벽에 써 놓은 전단을 보고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하였답니다.
박태환 선수가 수영 400m 경기에서 우승하는 등 금메달을 세 개나 땄다는 낭보를 인터넷으로 접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맑은 날씨입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데 이곳은 가을 날씨처럼 선선합니다. 건강하고 밝은 날들이기를,,,
2008년 8월 11일 오전
심신이 아픈 자의 회복을 기원하면서
영국통신 24. 활기 있는 아일랜드의 더블린
8월 12일, 유럽의 가장 서쪽에 있는 섬 나라, 아일랜드를 찾았습니다. 섬 나라인 영국에서 다시 바다 건너 편에 자리잡은 아일랜드는 유럽 여행을 가도 쉽게 들리기 어려운 외딴 곳이기도 합니다. 한 때는 영국과 같은 나라였으나 1922년에 독립하여 지금은 IT강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사용하며(게일어를 따로 갖고 있다) 차량운전석이 오른 쪽에 있고 좌측 통행을 하는 등 영국과 같은 생활 양식을 지니고 있지만 종교(영국은 신교인 성공회, 아일랜드는 가톨릭), 기질, 사회제도 면에서 다른 점도 많은 낯선 곳입니다.
지난 번 이탈리아 여행 때 이용했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까지의 비행시간은 50분, 서울-제주보다 가까운 거리로 영국의 국내선이 운행하는 탑승구역을 함께 사용하고 있더군요. 10시경 스탠스테드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1시가 채 못되어 더블린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시야가 흐렸는데 비행기가 출발할 때쯤에 날씨가 맑아져서 상공에서 지상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사이에 금새 바다가 나타나며 그 위로 한 척 씩 뜸하게 지나가는 배들이 눈에 보입니다. 곧이어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며 더블린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외딴 곳의 작은 공항이려니 여겼더니 꽤 크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더블린 국제공항에 꽤 많은 비행기들이 이착륙하는 가운데, 넓고 긴 청사를 한참 동안 걸어서 입국 심사대에 이르렀습니다. 간단한 심사를 거쳐 청사 밖으로 나왔으나 낯선 곳의 정보가 부족하여 인포메이션과 서점에 들러 아일랜드 소개 책자를 사 들고 시의 중심가로 가는 시내버스 버스에 올랐습니다.
30여 분만에 중심가에 도착하여 내리니 버스정류소 주변에 더블린 시내를 돌아보는 관광버스들이 많이 있고 시를 벗어나서 남쪽과 북쪽 방향으로 서너 시간 주변지역을 돌아보는 관광코스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1시에 한 번 있는 남쪽 코스를 내일 돌아보기로 예약을 하고 버스정류소에서 제공한 시내 지도와 함께 도보로 시내 탐방에 나섰습니다.
서울의 종로에 해당하는 더블린 시내의 번화가 오코넬 스트리트 (O’cornell Street) 중앙에 120m의 철제 첨탑(Spire)인 ‘빛의 조형물(Monument of Light)’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거리 양 편에는 우아한 석조건물들이 즐비하게 이어지고 있어서 품위와 격조를 갖춘 도시의 모습입니다.
제일 가까운 곳에 중앙우체국(General Post Office)이 있어서 들어가보니 1818년에 건축된 빌딩으로 아일랜드 독립운동과 관련한 역사적 의미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선구자인 Padraic Pearse가 1916년 부활절 무렵 본 중앙우체국 계단에서 아일랜드 독립투쟁 선언문을 발표함으로써 이전의 산발적인 투쟁과 달리 조직화된 독립운동이 본격 전개됨, 이후 1922년에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공화국을 형성하였으나 이때 북부 6개주는 독립을 거부하여 현재도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남아 있음) 가 있는 건물인 것을 설명하는 글이 석조건물 중앙의 벽에 적혀 있습니다. 어느덧 12시가 넘어 중심가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들고 본격적인 시내 순례에 나섰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걸어서 가까운 곳에 아일랜드의 명문대인 Trinity College, 국립 박물관, 국립 미술관 등이 있어서 이곳들을 먼저 살펴보고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성, 교회, 상점 등을 돌아보는데 세 시간쯤 걸리더군요.
1030년에 지어진 교회(Christ Church Cathedral), 1192년에 세운 성당(St, Patrick’s Cathedral), 역시 12세기에 세워진 더블린 성, 1592년에 설립한 Trinity College 등이 도시의 오랜 전통과 연륜이 스며 있음을 알게 해주고 박물관에서는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희귀한 자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어느 나라나 도시도 오랜 역사와 특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강이 운치를 더해주고 아일랜드의 고유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템플 바(Temple Bar)에서는 낮 시간인데도 많은 이들이 음료와 술잔을 앞에 놓고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고 있습니다.
큰 도로의 안쪽에 넓게 자리 잡은 기네스 스토어하우스(GUINESS STOREHOUSE)라고 하는 큰 건물 앞에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서 있고 많은 이들이 줄을 지어 입장하고 있는데 흑맥주의 제조과정을 살펴보고 쇼핑도 즐길 수 있다는 이곳의 입장료는 11유로로 꽤 비싼 편입니다. 안을 돌아본 후 스카이라운지에서 기네스 맥주도 한 잔 마실 수 있다는데 동양인이 드문 편이어서일까, 출입구에 서 있던 여직원이 일본인이냐고 묻기에 한국인이라고 대답해주고 나왔습니다. (시내 곳곳에 기네스라고 쓴 상점들이 눈에 띤다.)
비가 내리다 그치다 하더니 오후 3시경부터는 제법 빗줄기가 굵어져서 우산을 받쳐들어도 신발과 바지가 빗물에 흠뻑 젖어 듭니다. 더 이상 돌아보기는 무리라 여겨 시내 탐방을 끝내고 중심가에서 벗어난 외곽의 호텔로 향하였습니다, 전철과 지하철의 중간 형태인 LUAS라는 궤도 열차를 타고,,,
글라스고에서도 묵었던 호텔 체인인 ibis 호텔은 전철역에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한데다 주변에 여러 공사판이 벌려져 있어서 찾아가기 쉽지 않았는데 호텔시설은 잘 돼 있어서 넓고 큼직한 방이 하루 밤 묵기에 편안하게 여겨졌습니다. 피곤한 몸을 풀기에는 아무래도 쾌적한 시설이 나을 듯,,,
젖은 옷을 벗어 걸고 잠시 쉬다가 아늑한 호텔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들고 (시내의 패스트푸드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며 봉사료도 charge하지 않음) 올라와 몸을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에 잠이 깨어 창 밖을 내다보니 줄기차게 내리던 비는 멎고 잠시 뒤에 동쪽에서 환한 태양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아일랜드의 유명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가 묘사한 음습하고 고단한 삶이 연상되는 더블린은 상상하던 것과 달리 밝음과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도 지금 떠오르는 태양처럼 밝고 활기 있는 날들이기 바랍니다.
2008년 8월 13일 아침
밝은 햇살이 떠오르는 아일랜드의 더불린에서
영국통신 25. 율리시즈와 브레이브 하트의 무대를 찾아서
8월 13일, 오전 9시 40분에 호텔을 나와 더블린 City Centre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호텔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어서 편리한데 꽤 오래 기다려서야 오는 것이 흠이라고 할까? 어제 탔던 전철과는 가는 길이 약간 다른 코스여서 버스에 앉아 바라보는 시내의 모습이 새롭습니다.
중심가에 도착하니 11시가 아직 안되었는데 대기중인 코치에는 벌써 많은 이들이 타고 있습니다. 출발 즈음에는 50여명의 관광객이 2층 버스의 위 아래에 꽉 차서 나중에 온 이들은 발걸음을 되돌리기도 하더군요.
70세가 넘어 보이는 운전기사는 익살스런 표정과 말 솜씨로 3시간이 넘는 운행시간에 잠시도 쉬지 않고 주변의 경관과 그에 얽힌 사연을 열심히 설명하면서 중간중간 노래도 불러주어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서 기쁜 표정으로 자기 직분에 충실한 노익장의 운전기사에게서 삶의 보람과 열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블린 시내를 벗어나 항구 쪽에 이르니 제임스 조이스가 어린 시절을 보낸 작은 동네가 있고 영국의 웨일스 지방으로 출항하는 포구 Dun Laoghaire에는 요트들도 많이 정박해 있습니다. 유럽에서 낙후된 나라였던 아일랜드가 IT강국으로 떠오르며 다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발전한 모습을 과시하는 것처럼,,,
해안선을 따라 운행하는 기차의 행렬, 바닷물 속에서 놀이하는 사람, 바다 위를 서서히 항해하는 선박 등 평화로운 광경들을 보고 있노라니 먼 곳 찾아 온 나그네의 마음도 편안합니다. 시골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함께,,,,
아들의 이야기로는 더블린은 약간 특색이 느껴지나 교외에 나오니 영국의 시골 모습과 구별이 안될 만큼 비슷한 경관들이라고 하는군요. 영국에서는 빨간 지붕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곳의 지붕들이 회색인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하면서,,,
1시간 반 가량 해안선과 주변의 소도시, 전원 풍경을 살피며 돌아보다가 POWERSCOURT GARDENS이라는 크고 넓은 정원이 있는 저택에 당도하였습니다. 저택의 규모도 크려니와 수려한 주변경관을 배경으로 울창한 거목과 잘 다듬어진 잔디, 호수처럼 커다란 연못,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화원 등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릴 듯,,, 이들을 감상하고 점심 식사도 곁들이도록 12시 반부터 2시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거목들 사이에 옆으로 퍼진 모양이 특이한 나무가 있어 사진을 찍으려고 자세히 살피니 우리에게 친근한 소나무입니다. 2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인 프레토리아에서 엄청난 큰 솔방울을 보고 반가워서 이를 주워온 적이 있는데,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 고향 까마귀도 반갑다더니 소나무가 그리 반가울 줄이야,,,
저택 앞의 넓은 초원은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 하트’(초원에서의 전투 장면)와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파 앤드 어웨이’(니콜 키드먼 가족의 부유한 영국 저택과 영지를 묘사한 장면)의 촬영무대로 이용한 곳이라고 하고 또한 저택 인근에 6성급 리츠칼튼 호텔이 들어서 있습니다.
더블린으로 돌아오면서 둘러본 주변과 시내의 경관도 미처 보지 못한 곳들을 거치는 코스였고 오후 3시에 투어를 마치기까지의 총 네 시간이 즐겁고 의미 있는 코치 투어가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국의 가까운 친지가 걸어온 전화를 받았습니다. 호텔을 나서 시내로 들어오는 버스 안에서 전화벨이 울려도 다른 사람의 것이려니 하고 신경 쓰지 않다가 가방 속에 넣어둔 전화기를 뒤늦게 꺼냈더니 신호가 끊겼습니다. 아일랜드는 영국과 다른 통화구역이어서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여겼는데 자동로밍이 되었던가 봅니다. 혹시 집에서 연락사항이 있어 전화하였는가 하고 번호를 살피니 친지의 전화번호가 찍혀있더군요. 나중에 이메일로 전화받지 못한 사정을 설명하려 했는데 몇시간 후 다시 전화가 걸려와서 매우 반갑게 통화했습니다. 그분은 특히 아일랜드에 가보고 싶어하였는데 마침 아일랜드 여행 중에 통화를 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메일을 통하여 마치 여행에 동참한 것처럼 생생하게 전하는 영국 소식을 잘 읽고 있다하기에 더욱 감사하였지요.
더블린에 돌아와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이스 센터를 찾았습니다. 3층의 아담한 건물에 그의 일대기와 입던 옷, 소지품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름으로만 듣던 그의 생장과 율리시즈의 집필 및 출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소상히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더욱 뜻깊은 탐방이 되었습니다.
1882년 2월 2일에 더블린의 외곽에서 태어나 1941년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사망한 제임스 조이스는 10남매의 맏이로 21세에 어머니를 여의는 등 평탄하지 않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군요.
노르웨이의 헨리크 입센(‘인형의 집’ 작가)에게 사사하며 크게 영감을 받았고 T.S. 엘리엇 등 당대의 문인들과 교류하였으며 1922년, 40세에 첫 출판한 율리시즈는 1000권을 간신히 찍어냈다고 합니다.
1922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아일랜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 독립을 위한 많은 투쟁이 있었는데 조이스도 이에 영향을 받았고 유년시절에 가족을 떠나 특수학교에 입학하여 더블린의 대학을 졸업하고는 프랑스에 유학하여 의학과 소설을 함께 공부하기도 하였더군요.
3층의 전시실 입구에는 다음의 글이 큰 사진과 함께 적혀 있습니다.
“What did you do in the Great War? I wrote Ulysses. What did you do?”
내일 모레면 건국 60주년을 맞이합니다. 60년의 마디마다 우리는 무엇을 하였을까요? 나는 시민으로, 가장으로, 공무원으로, 교수로, 크리스천으로 성실하고 근면하게, 사랑하고 신뢰하며, 아름다운 역사와 이야기를 만들고 가꾸어 왔습니다. 남은 때도 그리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조이스센터에서 나와 한적한 곳에 아들과 함께 있을 때 말끔한 차림의 신사가 다가와 차이니스냐고 묻습니다. 코리안이라고 답하니 지갑에서 한글로 된 여호와의 증인 선교인쇄물을 꺼내어주며 한국에 돌아가거든 거기에 적힌 주소로 연락해보라고 밝은 표정으로 전도합니다.
그곳에서 쇼핑센터 쪽의 번화가를 한참 걸어가니 특이한 모형의 건물 입구가 눈에 띕니다. ‘Church’라는 글자가 보여 가까이 다가가니 교회건물을 카페로 사용하는 레스토랑 겸 찻집입니다. 어느 목사의 설교를 통하여 영국의 교회 가운데 신도가 없어서 문을 닫게 되고 결국 그 건물이 차후 카페 등으로 변한 사례가 여럿 있다고 들었는데 아일랜드에서 그런 곳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한 쪽에서는 선교하는 이와 다른 쪽에서는 장사하는 곳을 접하는 마음이 미묘합니다.
이를 돌아보니 예수가 장사하는 이들을 내쫓았다는 예루살렘의 성전이 떠오릅니다. 이 장면의 성경을 살피려고 책을 펼치니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찾는 구절이 나타납니다.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이 앉은 것을 보시고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어 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비둘기 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 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하시니,,,(요한복음 2장 14-16절) ‘
카페를 만든 이나 그곳에 드나드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는지,,,
4시 45분에 공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8시 10분발 비행기라 시간은 충분하였지만 전날 시내로 들어갈 때는 40여분이 걸렸던 길이 (이때도 9마일 정도 되는 공항-시내간 거리에 비해서는 오래 걸린 편임) 공항 인근 토목공사와 전날부터 내린 호우 여파로 인해 한 시간 반 가까이 걸려 6시 10분경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항상 시간에 여유를 두어야 함을 깨우칩니다.
아침에는 맑았던 날씨가 한 때는 잔뜩 구름이 끼고 약간의 비가 내리는 등 변화하는 가운데에서도 비를 안 맞고 일정을 마쳤는데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 뒤에는 30여분간 세차게 비가 내립니다. 스코틀랜드 못지 않게 아일랜드도 변덕스런 날씨인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여행 중에 읽으려고 가지고 온 두 권의 소설 작가(‘어둠의 저편’을 쓴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로드’의 작가 코맥 매카시)들이 한결 같이 아일랜드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나 문학가들만이 아니라 일상의 사람들에게도 영감이 넘치는 아일랜드의 이모저모를 이틀간의 짧은 시간에 나름대로 알차게 돌아볼 수 있음을 감사하며 여러분도 유럽의 끝자락에 있는 섬나라 아일랜드 여행을 하는 날이 (다만 비싼 물가와 교통체증은 감수해야 할 듯) 있으시길 바랍니다.
2008년 8월 13일 저녁
더블린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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