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사이에 통용되는 별명이 있는지 여부가 격투기 선수의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는 척도의 하나다. 사진은 '한류 대거인' 최홍만, '부산 중전차' 최무배, '미스터 샤크' 김민수.]
슈퍼스타는 대개 또 하나의 이름을 갖고 있다. 팬과 매스컴이 붙여준 별명이 그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격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스터 퍼펙트’ 하면 K-1의 슈퍼 테크니션 어네스트 후스트를,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라고 소개하면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 에밀리애넨코 표도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별명이 만들어진 유형은 가지가지다. 우선 해당 선수의 이미지에 따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종합격투기 파이터 반델레이 시우바는 섬찟한 마스크에 안면 무릎 니킥, 스톰핑 등 잔혹한 공격에 능해 ‘도끼 살인마(Axe murderer)’란 닉네임을 갖고 있다. K-1 파이터 제롬 르 바네는 주저 없이 저돌적으로 전진하는 기계 같다는 의미에서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란 별명이 붙었다.
신체 조건에 빗댄 별명도 많다. 장단대소에 따라 뻔한 별명이 붙는다. 거구다 싶으면 ‘타이탄’ ‘자이언트’ ‘하이 타워’란 닉네임이 붙는다. 최홍만과 세미 슐트를 이야기 할 때 이런 단어는 늘 따라다닌다. 기량과 경기 스타일에 빗대기도 한다. 그래플링 고수 안토니우 호드리구 노게이라는 마치 손이 4개나 달린 듯 상대를 옭아맨다는 의미로 신화 속 동물 ‘미노타우로’란 이명이 붙었다.
출신지로 별명을 붙이기도 한다. 마크 헌트는 ‘사모아의 괴인’, 티토 오티즈는 ‘헌팅턴비치 배드보이’, 이고르 보브찬친은 ‘북방의 최종병기’로 통한다. 씨름 시절 ‘테크노 골리앗’이란 별명이 붙었던 최홍만은 ‘한류 대거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밖에도 별명이 만들어진 사연을 따지자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국내파 스타들에게도 별명은 필수다. 최무배는 ‘부산 중전차’가 공식 별명이다. 김민수는 ‘조스’ ‘미스터 샤크’로 통한다. 김종왕은 이름과 이미지를 살린 ‘마왕’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중경량급 국내 최강자 임치빈은 본명과 최강이란 상징성이 담긴 ‘치우천왕’이란 별명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작위적인 별명은 별 호응을 얻지 못 하다 묻히기 일쑤다. 심한 경우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
아직 많은 국내 선수들은 별명 없이 불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원래 별명이 없거나, 있더라도 유명하지 않아 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별명이 붙을 때는 선수의 의견도 어느 정도 반영되게 마련이니 선수는 이 때를 대비해 미리 머리 속에 하나쯤 좋은 별명을 생각해 두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