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의 폭우로 우리가 계획했던 방태산 아침가리골 탐사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 대체 산행지로 물난리가 없는 곳으로 찾아 보았더니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그나마 선택한 곳이 장수 팔공산이다. 대구에 전국구 산 팔공산이 있어 이 곳을 장수 팔공산이라고 부르는데 장수 팔공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갈라져 나온 금남호남정맥 상에 있는 산이다. 영취에서 갈라져 나온 금남호남정맥은 무령고개에서 장안산으로 내 뻗치고 그 산줄기는 장안산 지나 장수군 소재지를 빙 둘러치면서 팔공산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장수 팔공산은 장수의 진산이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크게 볼 경관은 없지만 이 산줄기의 지명도와 곳곳에 흩어진 유적으로 200명산에 드는 것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3명, 경주에서 3명이 산행에 참가한다. 우리들은 장수 팔공산 자락의 자고개에서 만나기로 했다.
전북 장수읍 용계리에서 대성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자고개에 도착한 시간은 10:30분이다. 자고개에 대성고원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여기가 고원이었던가?
자고개에서 만난 서울팀과 경주팀. 좌로부터 전현수, 박광태(구부린 이), 박현호, 한영철, 이영민이다. 우리는 금남호남정맥 산줄기인 자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팔공산에 오른 뒤 계속 산줄기를 타고 나아가다가 서구이재에서 산행을 마칠 예정이다. 날씨도 더운데다가 내일 산행이 또 있어 산행 거리를 길게 잡지 않았다.
자고개에서 팔공산을 오르면서 뒤돌아 보았다.
장수 팔공산(1151m)은 전북 진안과 장수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팔공산줄기 끝에서 호남정맥이 연결되는 까닭에 호남의 진산이라고도 한다. 백제 때 축조한 것으로 알려진 합미성(合米城) 성터가 이 산에 있기도 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장수)에서는 성적산(聖跡山) 또는 성수산(聖壽山)이라 기록하고 있다. 『여지도서』(장수)에 "성적산은 영취산(백두대간에 있는 산으로 여기서 금남호남정맥이 갈라져 나온다)에서 뻗어 나온다."고 되어 있다. 『1872년지방지도』(장수)에 팔공산이 기재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팔공암과 합미성터 등도 나타난다.
이 산에 8인의 도인이 각각 적공(積功)하던 팔공암(八功庵)이 있어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향토지에 의하면, 팔공산은 산경표에 실린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에 위치한 장안산(長安山), 노치(蘆峙), 수분현(水分峴)에서 성수산(聖壽山), 중대산(中臺山), 마이산(馬耳山), 주줄산(珠崒山, 운장산에 이어지는 산맥 중 한 봉우리로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금남호남정맥 산줄기 상에 있는 산이다.
등산 코스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길은 금남호남정맥 길이기도 한 자고개 들머리코스이다. 고개에는 ‘大成高原’(대성고원) 표석과 ‘신무산 팔공산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다. 이제 금남호남정맥을 따라 팔공산에 오른다. 언제부턴가 창명은 등반대장 같은 포스를 풍긴다. 하긴 이제 구력도 오래 되었지.
산을 조금 오르다 보면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나고 20여 분이면 합미성에 도착한다. 장수팔공산 남동릉에 위치한 합미성은 군량미를 쌓아 놓았던 성이라 하여 쌀 미(米) 자를 붙여 합미성이다.
후백제(892~936) 때 축조된 것으로 보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백제가 강해지면서 마한을 합병할 즈음 근초고왕 시절에 축조된 성으로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해발 800m 높이에 돌로 쌓은 이 성은 둘레가 약 300m로 성벽 높이는 바깥쪽이 4.5m 정도, 안쪽은 1.5m를 유지한다. 성곽 형태는 비교적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백제성 형태다.
성곽 안쪽 하단부 기념비 옆에 옛날 주둔군들이 식수로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샘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물이 마르지 않는다. 주민들은 이 성을 ‘수꾸머리’라고 부른다. 이는 군사가 주둔했던 곳을 일컫는 수군지라는 한자음이 변형되어 유래된 것이다. 자고개와 신무산에서는 허수아비로 적을 유인하여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합미성을 우측으로 돌아 오르는 대원들.
합미성 터에 올라본다. 무너진 성벽이지만 오래된 역사의 내음을 간직하고 있다.
우측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팔공산 정상이다.
정상이 통신시설에 점거되어 그 옆에 편의로 마련한 정상석에 창명이 포즈를 취한다. 실제 정상은 통신탑 시설과 부속건물이 있어 정작 서 있어야 할 정상석은 아래쪽에 초라하게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보다 정상 우측에 있는 동봉(1,136m)의 조망이 더 압권이다. 정상을 등지고 동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동봉이다. 우리는 그 동봉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다.
정상을 점거하고 있는 통신탑 시설
마당바우와 만델라가 뒤따라 오고있다. 역전의 용사도 나이가 들었는지 땀을 흘린다.
여기가 동봉이다. 팔공에서는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이 동봉에 서면 북동으로 분지를 이룬 장수읍과 장안산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덕유산·남덕유산·육십령·깃대봉·덕운봉·영취산이 차례로 이어진다. 금남호남정맥의 장안산은 영취산을 마주 보고 서 있다. 우측 남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처음 등산을 시작한 자고개와 신무산, 그 너머로 백두대간 월경산과 봉화산이 보인다. 정남으로 만행산과 그 뒤쪽으로 지리산 연봉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서쪽의 조망이 흉물스런 철탑에 가려져 있다는 것뿐.
동봉에서 바라다 본 錦南湖南正脈이 쭉 뻗어 장수읍을 두르고 있다.
금남호남정맥은 전북 장수의 백두대간 영취산(1075.6m)에서 서북으로 뻗어 무주의 조약봉(600 m)까지 약 69km에 이르는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백두대간(白頭大幹)에서 갈라져 나와 금남정맥(錦南正脈)과 호남정맥으로 이어주는 산줄기이다.
이 산줄기는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무령고개 건너 장안산,수분현(水分峴:530m) ·팔공산(八公山:1151m) ·성수산(聖壽山:1,059m) ·마이산(馬耳山:667m) ·부귀산(富貴山:806m)으로 이어져 조약봉에서 끝난다. 또 조약봉에서는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길을 달리하며 이어진다. 또 이 산줄기의 팔공산 서사면(西斜面)에서 발원하는 천천(天川)이 북류하여 금강을 이루고, 남사면(南斜面)에서 발원하는 오원천(烏院川)이 섬진강을 이룬다.
장수읍 소재지가 내려다 보인다.
동봉에서 점심을 먹는다. 왼편 일파파는 왼편 두번째 일레시안의 군대 고참이라는데 일파파는 중대장했고 일레시안은 소대장했다고 한다. 둘다 학군 출신으로 지금은 한양공고와 인천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도시락. 위에 보이는 반찬은 거의 다 내가 싸가지고 온 것인데 내가 직접 키운 오이와 땡초, 김치볶음, 계란말이, 생멸치, 런천미트 등.....새벽에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 사람마다 각자 도시락 가져오는 것 보다는 경주에서는 내가 다 싸가는 편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어려운데 혼자 산에 간다고 도시락 싸 달라면 어느 마눌님이 좋아하겠는가? ㅎㅎ
헬기장에서 이정표를 보고 서구이재 방향으로 나아간다. 가다가 뒤돌아보니 팔공산 정상이 벌써 저 멀리에 있다. 사람의 발걸음은 참으로 무섭다.
여기서 우리는 서구이재로 탈출한다. 와룡자연휴양림으로 나아가면 산행을 더 연장할 수 있고 정맥을 더 탐사할 수도 있지만 내일 산행이 있고 폭염이라 이만 참고 여기서 하산하기로 한다.
갈림길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목적지 서구이재로 내려오는 대원들.
‘서구이재’의 ‘서’자는 서녘 서(西)를 쓰지만 원래 쥐 서(鼠)자를 사용했다 한다. 옛날 재를 넘어 전주 등지에서 생필품을 운반할 당시 길손이 쥐 아홉 마리가 줄지어 계곡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서구이재에는 대형버스 주차가 가능한 아주 넓은 공터가 조성되어 있다.
장수 팔공산은 금남호남정맥상에 위치한 산으로 이 산의 북서쪽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는 신암리 임신마을에서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 물줄기와 합수되어 섬진강 원류에 동참하고 남동쪽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용계리 용머리에서 금강 발원지인 수분리 뜬봉샘 물줄기와 합수되어 금강 원류를 이룬다.
우리가 세워 둔 승용차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서구이재는 전북 장수군 장수읍 송천리에서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하산 후 서울팀과 인천팀은 전주로(창명은 전주터미널에서 서울로 가고, 일파파와 일레시안은 전주에서 군대 장교모임을 하고 내일 상경한다고........) 경주팀 3명은 예정대로 내일 장흥 제암산을 오르기 위해 강진으로 내려간다. 강진의 유명 한정식집 해태식당이 저녁 8시에 문을 닫는다기에 속도를 내어 아슬아슬하게 도착한다.
겨울보다 해산물이 적어 많이 부족하지만 먹을 거리는 이만하면 많다. 마당바우, 만델라와 신나게 식사한다. 강진에서 하루밤 보내고 내일 장흥 제암산으로 갈 것이다. 오랜만의 남자들끼리의 여행이라 기분이 색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