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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三代)
염상섭
줄거리
대지주인 조부 조의관은 양반 행세를 하기 위해 족보를 사들일 정도로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구세대의 전형이고, 아버지 상훈은 신문물을 받아 들였으나, 이중 생활에 빠지고 재산을 탕진하는 과도기적 인간형이다.
아들 덕기는 선량한 인간성의 소유자이나, 조부와 아버지의 부조리 속에서 재산을 지켜 나가는 일에 한정되어 적극성을 잃은 우유부단한 인간형으로 그려진다.
덕기의 조부 조의관은 고루한 봉건 의식의 소유자이다. 어렵사리 모은 거액의 재산으로 집안의 크고 작은 제사를 받들고, 가문의 명예를 키워나가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삼는다. 칠순 노인이면서 부인과 사별 후 서른을 갓 넘긴 수원댁을 후취로 들여 네살박이 딸까지 두고 있다. 조의관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바로 아들 조상훈이다. 맏아들이면서도 집안 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교회사업에 골몰해 집안의 돈을 바깥으로 빼돌리는 데만 혈안이 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더구나 조의관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봉제사를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우상 숭배라고 반대하고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이다.
그는 아들보다도 손자인 덕기에서 더 큰 믿음을 가진다. 집안의 모든 일도 손자인 덕기와 의논해서 결정하고, 자신이 죽고 난 후 재산 관리도 덕기에게 일임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덕기의 부친인 조상훈은 위선자다. 미국 유학까지 마친 인텔리에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요, 교회 장로인 그는 교회를 통한 사회 운동과 교육 사업에 큰 뜻을 품고 집안의 재산으로 그런 사업에 직접 투자하기도 하고 민족 운동가의 가족을 돌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의 실생활은 구린내는 축첩과 노름, 그리고 술로 얼룩진 만신창이 난봉꾼의 그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살피던 운동가의 딸인 홍경애와 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고도 무책임하게 내동댕이치는가하면, 당대의 오입쟁이들이 출입하는 매당집이란 곳엘 드나들면서 나이 어린 여자들과 불륜의 관계에 빠진다.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신세대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친구 김병화처럼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다. 병화가 하는 일에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기는 해도 그 자신은 법과를 마쳐 판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품고 있다. 자신의 그런 꿈이 가끔 운동가인 병화의 조소를 받아도 크게 개의하지 않는다. 병화는 목사인 아버지와 사상 대립으로 가출해서 이곳저곳 떠돌면서 기식하는 형편이지만 자신의 뜻은 절대 굽히지 않는 반면,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정면 충돌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세대를 달리하는 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을 이해하고 동정하기도 한다.
잠재되어 있던 조씨 가문의 불화와 암투가 정면에 드러난 것은 조부의 임종을 앞두고 생긴 재산 분배 과정에서였다. 조의관의 후취인 수원집과 그를 조의관에게 소개해준 최참봉 등은 재산을 가로챌 욕심으로 유서 변조를 계획하고 조의관을 독살한다.
의사들의 배설물 검사로 비소 중독이 판명되자 상훈은 더 명확한 사이인 규명을 위해 사체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고 범인 찾기도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러나 손자 덕기가 나타나 수원집 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재산 관리권은 덕기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상훈은 법적 상속자인 자신을 건너뛰고 아들인 덕기에게 그 권리가 넘어가지 유서와 토지문서가 든 금고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다.
한편, 상훈에게 농락 당하고 아이까지 낳은 후 버림받았던 홍경애는 비록 표면적으로는 술집 여급으로 나가면서 생계를 꾸러가지만 해외의 독립 운동가인 이우삼과 연계를 가지면서 그를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경애는 과거에 묶이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애쓴다. 그는 병화와 자주 만나는 사이에 그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조그마한 잡화상으로 경영하며 경찰의 눈을 속이지만 그것이 다른 운동가인 장훈 일파들의 오해를 사게 되어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한편, 이우삼이 국내를 다녀간 뒤 서울에서는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어닥친다. 비밀 조직인 장훈일파는 물론, 가게를 운영하며 경찰의 눈을 피해 있던 병화와 경애도 검거된다.
그리고 덕기도 병화에게 자금을 대주었다는 혐의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훈은 비밀 유지를 위해 코카인으로 음독 자살을 한다. 장훈의 자살로 갑자기 조사가 미궁에 빠지자 연행되거나 검거되었던 사람들은 다 풀려 나오게 된다. 가짜 형사를 등장시켜 금고와 문서를 훔쳐냈던 상훈도 결국 훈방 조치로 풀려난다. 덕기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느끼면서 이제 자신의 어깨 위에 내려 얹힌 조씨 가문의 유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망연해한다.
1900년대의 서울
등장인물
* 조의관(할아버지): 조씨 가문의 가장. 보수적 인물. 조선조 말기 중인 계층의 인물로 돈과 실리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현실주의자. 지난 시대의 고루한 사고 방식과 인습에 젖어 있는 봉건주의자. 자기 개인의 이익과 집안의 위신을 높이는 일에 최대의 가치를 두는 완고한 인물로서, 을사조약을 전후해서 사회가 혼란해지자 2만냥이라는 큰돈으로 의관 벼슬을 산다. 다음에는 남의 족보에 끼어 들어가서 가문을 뽐내려 하고, 이 때문에 큰돈을 들여 족보를 만드는 대동보소를 운영한다. 아들인 상훈이 기독교에 물들어서 제사를 지내지 않자 아들과 대립하고 손자인 덕기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한다. 재산을 노린 후취 수원집 일당에 의해 독살 당함.
* 조상훈(아버지): 겉으로만 신식 문물을 받아들인 인물. 조의관의 아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신사이며, 기독교인. 신문물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 사회사업을 한답시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기에 여념이 없다. 여자관계가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문란하다. 아버지 조의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아들 덕기로부터도 배척 당한다. 축첩과 노름을 일삼는 위선적 인물.
* 조덕기(아들): 조의관의 손자이자 조상훈의 아들. 할아버지의 보수성과 아버지의 잘못된 신세계 혹은 병화의 극단적 혁명주의와의 대립을 절충하는 수동적 온건성을 지닌 인물. 할아버지 조의관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재산도 물려받게 된다. 일본 유학생 자신의 앞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따를 수도 없고 비록 심정적으론 동조하지만 병화의 극단적 혁명주의에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새로운 삶의 길은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젊은이이다.
* 김병화: 덕기의 친구. 사회주의자.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인간다운 삶의 길을 추구함. 목사의 아들이며, 사회주의 활동을 하기 위하여 집에서 뛰쳐나온다.
* 기타: 홍경애. 필순. 창훈. 수원집 등.
삼대의 가계도
소설읽기(교과서 수록부분)
덕기는 안마루에서, 내일 가지고 갈 새 금침을 아범을 시켜서 꾸리게 하고 축대 위에 섰으려니까, 사랑에서 조부가 뒷짐을 지고 들어오며 덕기를 보고,
"얘, 누가 찾아왔나 보다. 그 누구냐? 대가리꼴 하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거야. 친구라고 찾아온다는 것이 왜 모두 그 따위뿐이냐?"
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못마땅하다는 잔소리를 하다가, 아범이 꾸리는 이불로 시선을 돌리며, 놀란 듯이
"얘, 얘, 그게 뭐냐? 그게 무슨 이불이냐?"
하며 가서 만져 보다가,
"당치 않은! 삼동주 이불이 다 뭐냐? 주속이란 내 낫세나 되어야 몸에 걸치는 거야. 가외 저런 것을, 공부하는 애가 외국으로 끌로 나가서 더럽혀 버릴 테란 말이냐? 사람이 지각머리가....."
하며, 부엌 속에 쪽치고 섰는 손주며느리를 쏘아본다.
덕기는 조부의 꾸지람이 다른 데로 옮아간 틈을 타서 사랑으로 빠져 나왔다.
머리가 덥수룩하고 꼴이 말이 아니라는 조부의 말눈치로 보아서 김병화가 온 것이 짐작되었다.
"야아, 그러지 않아도 저녁 먹고 내가 가려 하였었네."
덕기는 이틀만에 만나는 이 친구를, 더욱이 내일이면 작별하고 말 터이니만치 반갑게 맞았다.
"자네 같은 부르주아가 내게까지! 자네가 작별하려 다닐 데는 적어도 조선 은행 총재나....."
병화는 부옇게 먼지가 앉은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채 딱 버티고 서서 이렇게 비꼬는 수작을 하고서는 껄껄 웃어 버린다.
"만나는 족족 그렇게도 짓궂게 한 마디씩 비꼬아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나? 그 성미를 좀 버리게."
덕기는 병화의 부르주아, 부르주아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먹을 게 있는 것은 다행하다고 속으로 생각지 않은 게 아니나, 시대가 시대이니만치 그런 소리가 ---더구나 비꼬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세."
"들어가선 무얼 하나. 출출한데 나가세그려. 수 좋아야 하루에 한 끼 걸리는 눈칫밥 먹으러 하숙에 기어들어가고도 싶지 않은데..... 군자금만 대게. 내 좋은 데 안내를 해 줄게!"
"시원한 소리한다. 내 안내할게 자네 좀 내 보게."
하며, 덕기는 임시 제 방으로 쓰는 아랫방으로 들어갔다.
"여보게, 담배부터 하나 내게. 내 턱은 그저 무어나 들어오라는 턱일세."
하며, 병화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손을 내밀었다.
"나 없을 땐 온통 담배를 굶데그려."
덕기는 책상 위에 놓인 '피전'갑을 들어 내던지며 웃다가,
"그저 담배 한 개라도 착취를 해야 시원하겠나? 자네와 나와는 착취, 피착취의 계급적 의식을 전도시키세."
하며 조선옷을 훌훌 벗는다.
"담배 하나에 치를떠는--- 천생 그 할아버지의 그 손자다!"
병화는 담배를 천천히 피워서 맛이 나는 듯이 흠뻑 빨아 후우 뿜어내면서,
"여보게, 난 먼저 나가서 기다림세. 영감님이 나와서 흰동자로 위아랠 훑어보면 될 일도 안 될 테니까!"
하고 뚜벅뚜벅 사랑문 밖으로 나간다.
아닌게 아니라, 덕기도 조부가 나오기 전에 얼른 빠져나가려던 차이다. 덕기는 병화의 말에 혼자 픽 웃으며, 벽에 걸린 학생복을 부리나케 떼어 입고 외투를 들쓰며 나왔다. 조부는 병화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다만 양복 꼴이나 머리를 덥수룩하게 하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무어나 뜯으러 다니는 위인일 것이요, 그런 축과 어울려서 술을 배우고 돈을 쓰러 다닐까 보아서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내일 몇 시에 떠나나?"
"글쎄, 대개 저녁이 되겠지."
덕기도 유한 계급인의 가정에서 자라나니만큼 몇 시 차에 갈지 분명히 작정도 안 하였거니와, 내일 못 가면 모레 가고, 모레 못 가면 글피 가지 하는 흐리멍덩한 예정이었다.
"언제 떠나든 상관 있나마는, 상당히 탔겠네그려?"
"영감님 솜씨에 주판질 안 하시고 내놓으시겠나?"
"우는 소리 말게. 누가 기대일까 봐 그러나?"
"기대면 줄 것은 있구....."
"앗! 그래두 한 달치는 해 주어야 떠나 보낼 텐데. 있는 놈의 집 같으면 그대로 먹어 주겠지만, 주인 딸이 공장에를 다녀서 요새 그 흔한 쌀값에 되되이 팔아 먹네그려. 차마 볼 수가 있어야지....."
"흥....."
하고 덕기는 동정하는 눈치더니,
"자네 따위를 두기가 불찰이지."
하고 웃어 버린다.
"그러기에 세상은 살라는 마련 아닌가?"
"딴은 그래!"
"하지만, '자네 따위는 사귀기가 불찰'이란 말은 차마 아니 나오나 보이그려?"
병화는 여전히 비꼬아 본다.
"그런 줄은 자네가 먼저 아네그려."
덕기도 지지 않고 대거리를 한다.
"나니까 자네 따위를 줄줄 쫓아다니며 토주라도 해서 먹어 주는 줄은 모르고....."
"왜 안 그렇겠나. 일세의 혁명가가 인제 중학교나 면한 어린애를 친구라기는 창피도 할걸세. 대단 영광일세."
일년에 한두 번 방학 때만 오래간만에 만나는 터이나, 이 두 청년은 입심자랑이나 하듯이 주고받는 말끝마다 서로 비꼬는 수작밖에 없건마는, 그래도 한 번도 정말 노해 본 일은 없는 사이다. 중학에서 졸업할 때까지 첫째, 둘째를 겯고 틀던 수재이고, 비슷비슷한 가정 사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어린 우정일망정 어느덧 깊은 이해와 동정은 버리려야 버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지적(理智的)이요 이론적(理論的)이기는 둘이 더하고 덜할 것이 없지마는, 다만 덕기는 있는 집 자식이요, 해사하게 생긴 그 얼굴 모습과 같이 명쾌한 가운데도 안존하고 순편한 편이요, 병화는 거무튀튀하고 유들유들한 맛이 있느니만큼 남에게 좀처럼 머리를 숙이지 않는 고집이 있어 보인다. 그 수작 붙이는 것을 보아도, 덕기 역시 넉넉한 집안에 파묻혀서 곱게 자라난 분수 보아서는 명랑하지 못한 성미이나, 병화는 이 이삼 년 동안에 더욱이 성격이 뒤틀어진 것을 덕기도 냉연히 바라보고 지내는 터이었다.
"헌데, 좋은 데 있다더니 어딘가? 자네 말눈치 같아서는 기껏해야 청요릿집에나 오뎅집에나 가는 것이 불평인 모양이니, 오늘은 어디 ○○관에 가서 기생이라두 불러 볼까?"
덕기는 사실 이때껏 가보지 못한 요릿집에 가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흥, 이건 누구를 병정으로 아는 게로군. 있는 놈의 꽁무니나 따라다니며 등쳐먹는 병정도 아니지만, 그런 데는 내 주제에는 어울리도 않으니까."
"흥, 토주를 하는 것만 고마운 줄 알라고 생색을 내더니, 기껏 선술집인가?"
"응, 선술집 밑천이라두 내놓고 자넬랑은 기생집으로 가게 그려."
또 비꼬기 시작이다.
두 청년은 아무래도 발길이 진고개를 향하였다.
"그러지 말구 여기 들어가서 저녁이나 먹세. 하루에 한 끼니라는 곯은 배를 채워야지."
술을 좋아 아니 하는 덕기는 몇 번 가 본 양요릿집 문 앞에 멈칫하며 끌었다.
"아냐, 저기 좀더 가면 좋은 데 있어. 정체는 모르겠지마는 놀라 자빠질 미인, 조촐한 미인이 둘이나 있구....."
병화는 먹는 것보다는 술 생각이 간절하였다.
"인제 알았더니 숨은 난봉꾼일세그려. 어디, 자네 가는 데가 오죽할라구. 허허허."
덕기는 비로소 웃으며 따라섰다.
"어제 끌려가 보았지만 '바커스(酒神)'라구 -- 그 이름이 좋지 않은가--- 조촐한 데가 있어. 웬일인지 이런 룸펜을 대환영이거든. 원체 잘생겨 그런지, 서울 장안에서 내가 그만치 대접받기는 처음이야."
병화는 아까와는 딴판으로 신기가 좋아서 기고 만장이다.
"흠....."
하고 덕기는 잠자코 '바커스'로 따라선다.
있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얻어먹기도 싫다, 화려한 좌석에서 어울리지 않게 놀기도 싫다고 하는 병화의 말이 옳지 않은 것은 아니요, 그 기분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덕기는 자기를 빗대 놓고서나 하는 말 같아서 듣기 싫었다. 그뿐 아니라, 언제든지 뺏어 먹고 쓰고 할 것은 다 하면서 게걸대고 입바른 소리를 툭툭 하는 것이 밉살맞기도 하였다. 있는 사람의 통성으로 자기에게 좀 고분고분하게 굴어주었으면 좋았다.
그러나 없는 사람이 있는 친구와 어울리면 병정 노릇이나 하는 것 같은 일종의 굴욕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겠고, 또 그렇게 구칙칙하거나 더럽게 굴지 않고 자기의 자존심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것이 취할 모라고, 아직 경력 없는 덕기건만 돌려 생각도 하는 것이었다.
주부가 술상을 차려 왔다. 술상이래야 유리컵에 담은 노란 술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오뎅 접시뿐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덕기는 눈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모든 것이 그의 그 소위 고상한 취미에 맞지 않았다.
마담은 꼭 짜인 얼굴판이 좀 검은 편이었으나, 어디인지 교육 있는 여자 같고, 맑은 눈 속이라든지 인사성 있는 미소를 띤 입술을 빼뚜름히 꼭 다문 표정이 몹시 이지적(理智的)인 것을 알 수 있다.
"놀라 자빠질 지경이라던 여자가 지금 그 여자인가?"
덕기는 병화가 주부가 들어가기도 전에 그 큰 컵을 들고 벌떡벌떡 다 켜기를 기다려 물어 보았다.
병화는 오뎅을 반이나 덤뻑 떼 물어서 우물우물 씹느라고 미처 대답을 못 하다가, 반씩 반씩 씹는 말로,
"아니-- 참, 물어 볼걸."
하고, 입으로는 여전히 씹으면서 손뼉을 친다. 병화는 먹기에 정신이 팔린 것은 아니나, 덕기에게 말은 그렇게 하였어도 실상 이 집에 미인이 있고 없는 데에 그리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닌지라, 이때껏 무심하였던 것이다.
주부가 오니까 병화는 씹던 것을 이제야 삼키고,
"그 사람, 어디 갔소?"
하고 묻는다.
"예, 지금 막 목욕 갔어요. 곧 오겠지요."
하고, 중턱에 서서 상긋 웃고는 시선을 덕기에게 준다.
주부의 눈에 비친 덕기는 해끄무레하고 예쁘장스러운 똑똑한 청년이었다. 이 여자에게는 조선인이라는 경멸하는 마음은 그리 없으나, 그 해끄므레하고 예쁘장스러운데다가 학생복이나마 값진 것을 조촐하게 입은 양으로 보아서, 어느 부잣집 아기거니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얕잡아 보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 손님(병화)을 그 동안 두어 번 보았어도 허술한 위인은 아닌 모양인데, 그런 사람하고 추축이 되면 저 청년(덕기)도 그런 부잣집 귀동아기로만 자라난 모던 보이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여자는 올 가을에 처음으로 이 장사를 벌인 터이라, 드나드는 손님이 하도 많지만, 이런 장사에 찌들어서 여간 것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신경이 굳어지지 못한 탓이라 할까, 여하간 여염집 여편네의 호기심으로 처음 보는 남자마다 유난히 호기심을 가지고 인금 나름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쩐 일인지 별안간 머리 속에 정자 생각이 떠올라왔다. 정자란, 조선에 와 있는○○지방 재판소 오판사의 맏딸이다. 성은 오(吳)가라도 일본말로 '구레'라고 하는 일본 사람이다. 이 주인 여편네가 ○○○시에서도 도(道) 자혜 병원에서 간호 부장 노릇을 할 때에 오정자가 무슨 병으로던가 입원한 후로 자연히 가까워졌던 것이다.
그러나 왜 지금 그 정자의 생각이 났는가? 어쩐지 덕기에게서 받은 인상이 그 정자와 남매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남매--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다. 민족이 다른 사람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정자가 퍽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사회 비평이나 정치 비평을 도도히 할 때마다 이 집 주인은 늘 웃으면서 다만 귀엽게 들어 주기도 하고, 장단을 맞추어 주기도 한일이 있었더니만큼, 자기 역시 비교적 신지식에 어둡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터이라, 머리 덥수룩한 청년(병화)이 친구들과 와서 일본말로 저희끼리 떠드는 소리를 귓결에 들을 때도 소위 '마르크스 보이'로구나 하고 반은 비웃음 섞인 친근한 감정을 느꼈었기 때문에, 지금 보는 덕기도 한 종류려니 하는 생각도 부지중에 나서 '마르크스 걸'인 정자가 불시에 연상된 듯도 싶다.
전체 줄거리 요약
* 발단
1. 23세의 일본 경도삼(3)고(현, 경도대학 교양부)학생인 덕기가 방학을 이용해 귀국했다가 다시 떠나려 하는데 증조부 제사로 인해 출발을 미룬다. 조의관, 친구인 병화가 등장한다.
2. 덕기의 부친인 조상훈과 그 첩인 홍경애가 소개된다. 조의관 집안의 대가족이 여러 인물들의 군상과 함께 묘사된다.
3. 병화의 하숙집을 중심으로 하여 그려진다. 아버지(목사)와 불화 관계에 놓인 병화는 마르크스주의의 실천을 위해 일부러 가난한 하숙집 생활을 감내하고 있다. 하숙집 딸인 필순과 필순의 아버지(왕년의 사회주의자)가 등장한다.
4. 조상훈과 홍경애 사이에 난 딸 이야기가 나오며, 덕기와 홍경애의 소학교 동창 시절이 그려진다.
* 전개
5. 증조부의 제사로 출발을 미룬 덕기는 문중회의를 통해 남자들의 갈등을 체험한다. 이밖에 덕기의 모친과 그의 처, 수원집 사이에 일어나는 여인들의 대립과 갈등, 첩 홍경애로 인한 덕기와 부친(상훈)과의 갈등 등이 드러난다.
6. 덕기가 경도로 간 후 홍경애를 사이에 두고 김병화와 조상훈이 만난다. 상훈은 홍경애를 만나 김병화와의 관계를 따진다.
7. 덕기로부터 온 편지에 대해 병화는 필순에 대한 덕기의 관심이 순진함인지 아닌지 생각해 본다.
8. 조상훈이 병화와 타협하기 위해 새로 사준 외투 때문에 상훈의 새 첩인 김의경이 탄로나고, 이를 알게 된 경애는 질투와 증오심을 일으킨다.
9. 장안의 명물 매당(뚜쟁이)가 등장, 중산층 삶의 타락한 실상이 제시되며, 매당과 김의경, 홍경애 사이의 갈등이 노골화된다.
10. 매당을 통해 조의관의 첩이 된 수원집이 감기로 앓아 누운 조의관을 독점하며 덕기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을 중상 모략하여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켜 나간다.
11. 사회주의 활동가인 피혁이 홍경애의 집으로 숨어들어 지내며 탈출의 준비를 한다. 한편 자신을 대신해 국내 활동을 할 김병화와 접촉한다.
* 위기
12. 피혁은 국외로 탈출한다. 조부의 급환(急患)으로 덕기가 서둘러 귀국한다.
13. 덕기는 조부로부터 유학을 포기하고 가문의 상징인 사당과 금고(재산)의 열쇠를 받으라는 명에 의해 처음에는 유학을 마치고 와서 받겠다고 말하나 조부는 엄명으로 금고의 열쇠를 건네 준다.
14. 이 사이 조부는 병이 위독, 대학병원에 입원한다. 덕기가 금고의 재산을 확인하는데 이에 수원집, 최참봉 등 다른 인물들이 감시의 눈으로 본다.
* 절정
15. 조의관이 수술을 받고 비소(砒素) 중독의 증후를 안고 사망한다. 덕기도 이 사실을 알고 부검을 하여 범인을 잡고자 하나 주위의 만류로 포기한다.
16. 피혁이 주고 간 돈으로 병화는 경애와 반찬 가게를 차려 일경(日警)의 눈초리를 피하고자 하나 다른 사회주의자 운동가인 장훈의 패거리로부터 피습을 당한다.
17. 상훈은 더욱 방탕한 생활에 빠져 본처를 몰아내고 김의경과 매당을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여 노름과 사치로 가산을 탕진한다.
18. 조의관의 사망과 병화를 둘러싼 주의자들의 동향을 하나의 사건으로 엮은 일제 경찰에 의해 거의 모든 인물들이 대대적으로 검거된다.
* 결말
19. 조부 살해 사건이나 사상 관계에 무혐의 처리로 덕기가 풀려 나와 일제와 적절한 타협을 하면서 다른 인물들도 석방되나 병화만은 감옥에 남는다.
핵심정리
* 갈래: 장편소설. 세태소설(世態小說), 가족사 소설.
* 구성: 전 42장의 회장체(回章體)
* 배경: 시간(일제시대 1930년대), 공간(서울)
* 사건: 주인공 덕기가 유학을 떠나려는 때로부터 다시 귀국하여 활동한 짧은 6개월 정도의 시간에 그 의 집안에서 일어난 사건
* 경향: 사실주의
* 시점: 전체적으론 전지적 작가 시점(각 장면에서 주요인물을 시점의 주체로 삼음)
* 문체: 치밀하고 묘사적 문체
* 의의: 사실주의 소설의 대표작
* 주제: ① 중산층 가문의 현실 대응과 몰락 ②식민지 현실 속에서의 세대간, 계층 간의 갈등
* 출전: [조선일보] 연재 (1931. 1.1 - 9.17), 단행본 [삼대](1948)
구성
* 발단: 유학생 덕기가 방학차 다니러 왔다가 떠나며, 조부·아버지와 첩·병화 등이 등장함.
* 전개: 집안의 뒤엉킨 인간 관계를 알게 되는 덕기.
* 위기: 조 의관의 위독과 수원집의 모략.
* 절정: 조 의관의 사망 후 집안의 갈등 심화. 어수선해지는 사회 환경으로 주요 인물 피검(被檢).
* 결말: 덕기는 무혐의로 풀려나 앞으로 집안을 이끌 길을 모색.
염상섭(廉想涉,1987 - 1963)
염상섭 廉想涉(1897 - 1963) 소설가. 본명은 상섭(尙燮), 호는 횡보(橫步).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서 출생했다. 1917년 교오또오부립중학을 졸업하고 케이요오 대학 문과에 입학하였다. 재학중 3.1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되어 대학을 중퇴했다. 평소 고집과 술이 세기로 유명해서 호가 횡보였고 오랫동안의 문단 생활에도 내성적이고 아집이 세 특별한 친구가 없었다. 스스로 에밀 졸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으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20년<<폐허>>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부터이다. 이때 <<개벽>에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했다. 이후 [만세전](1923), [제야](1923), [삼대](1932), [두 파산](1948), [짖지 않는 개](1952) 등을 발표하였다.
염상섭의 작품 경향은 이광수류의 선각자 의식에서 벗어나 개인적, 실존적 고뇌를 사회적, 보편적 고뇌로 치환시키고 반대로 사회적, 보편적 고뇌를 개인의 실존과 결부시켜 이해하려는 근대적 예술인 특유의 자각을 담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자각은 그가 특정한 독자층을 기반으로 하여 자시의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즉 염상섭은 식민지 조선의 현실 내에서 자신의 위치와 자아를 확인하고 발견해가는 양식있는 부르조아지(시민계습)을 작품의 등장 인물과 독자층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광수의 문학이 조선의 전 민족을 독자층으로 지향함으로써 현실적으로 모호하고 관념적인 약점을 지녔다면 염상섭의 이러한 나름대로의 뚜렷한 인식적 색깔은 긍정적 의미에서 시민 문학의 성장을 기대해 볼만한 진취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3.1운동의 성격 자체가 전민족의 의지를 하나로 모았던 시민 혁명의 모습을 띠고 있었던 만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그의 작품들은 일제의 교활한 문화 정책의 허실을 주의깊게 주시하는 현실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런 경향은 중인계층의 서울 토박이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개인사와도 무관하지는 않다. 전통적으로 갑신정변과 갑오농민전쟁(동학혁명) 등 개혁의 배후에는 중인들의 근대적 자각이 있었던 것처럼 그의 중인 의식 안에는 당대의 현실을 실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김동인류의 소시민성과 구별될 수 있는 근거도 당대의 현실을 깊이 있게 주시할 수 잇는 양식있는 비판력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의 문체가 점액질의 끈끈함으로 표현되는 까닭도 지속적인 사고의 연장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그의 근대적 지식인 성향에서 야기되는 한 특질이다.
자연주의의 왜곡된 수입으로 간혹 논란이 있었으나 그의 인식의 혼란은 인정되더라도 특정 사조의 유입은 각 나라와 민족의 특수한 상황과 여건에 따라 변호될 수 있는 것인 만하다. 당시 자연주의적 시각으로 그가 발견해 낸 것은 유교적 세계관 안에 존재하는 개인의 문제였다. 개인의식과 개성을 발견하고 이를 당시의 현실 감각으로 구체화시키려고 한 데서 그의 작품은 좀더 근대적 성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해설 1
<삼대>는 1931년 1월 1일부터 그 해 9월 1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장편 소설로, 만석꾼인 조씨 일가의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가 각기 다른 가치관 아래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그린 소설일 뿐만 아니라, 당대 조선의 사회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의 사건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일어나고 있지만, 세대간의 서로 다른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가족사 소설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삼대>에는 두 갈래 삶의 흐름이 보인다. 그것은, 덕기네 집안의 조 의관 부자가 구현하고 있는 현실 추구적, 소비적 삶의 양상과, 한편으로는 김병화가 하숙 들어 있는 필순네 가족을 통해서, 소비적 삶의 양상과, 한편으로는 김병화가 하숙 들어 있는 필순네 가족을 통해서, 또 덕기와 병화 사이의 교량적 구실을 하는 홍경애를 통해서 보여 주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체제 지향적인 이념적 삶의 양상이다. 이것은 당시 억압적인 식민지 현실에 대처할 전형적인 삶의 양식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 작품에는 크게 두 가지의 갈등이 나타난다. 우선 가족 내부의 갈등으로, 이는 세대간의 갈등이다. 조 의관과 상훈 사이의 갈등은 보수와 개화라는 이념상의 갈등에서 시작하여 재산의 상속을 두고 심화된다. 상훈과 덕기의 갈등도 표면적으로는 홍경애를 둘러싼 도덕적인 문제인 듯하나, 재산권의 상속을 둘러싼 대립이란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가족 간의 갈등의 축이 되는 것은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김병화를 중심으로 한 계층 간의 갈등은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라 할 수 있다. 김병화는 타락한 중산층의 삶은 물론, 이를 조장하며,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식민지 질서 전체에 대하여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조 의관, 상훈 등과는 첨예한 대립을 보이면서, 마르크스주의자인 피혁을 추종하여 지하 활동의 기반을 구축하고 이다.
이 소설의 중심 인물인 세 사람은 제각기 문제점이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할아버지 조 의관은 봉건적인 사고와 인습에 젖은 구세대 인물로, 젊은 후처에게 아들을 기대하는 탐욕의 인가이다. 그의 아들 상훈은 유학을 다녀온 기독교 신자이나, 애욕(愛慾)과 축첩(蓄妾)의 이중 생활에서 재산을 탕진하기만 하는 무기력하고 의지력 없는 인물이다. 그의 아들 덕기는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나, 가정의 불안함 속에서 재산을 지키는 일에만 그의 역할이 한정되고, 현대 소설의 주인공으로서는 적합치 못한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한 우유 부단형의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새로운 세대인 덕기나 병화 등의 미래상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식민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사회적 계층 간의 갈등과 역사적, 사회적 변동 속에서의 세대 교체의 실상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해설 2
이 작품은 당대의 사회사를 한 가문의 삼대기를 통해서 보여준 한국소설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족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일반적인 가족사 소설은 시대순으로 기술되는 것이나 이 작품은 세 세대간의 대립을 공존시켜 놓았다. 작가는 조씨 3대를 토하여 3,1운동이 끝난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대단한 파노라마적 기법으로 그려 보인다. 부의 주변에 서식하는 기생적 인물들의 타락상과 구세대의 시대착오적이고 위선적인 삶에 날카로운 비판으로 던지면서, 덕기와 병화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에 시대적 과제 해결의 희망을 걸고 있는 이 소설은 염상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인정받는다. 삼대에는 두 갈래의 삶이 존재한다. 하나는 조의관 부자가 실현하는 현실주의적인 소비적인 삶이고, 또 하나는 김병화와 필순을 통해 보여지는 현실 반체제 지향적인 이념적인 삶의 양상이다.
삼대는 한국 신문학사를 통해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30년대 서울의 이름난 만석군 조씨 일가를 무대로 하여 조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 이 삼대가 일제 식민지하에서 어떻게 몰락하고 어떤 의식을 지니며, 당시 청년들의 고뇌가 어떠했는가를 사실적인 수법으로 파헤쳐 인간 심리를 미묘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1931년 11월 13일부터 32년 11월 12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한 [무화과]는 사실상 [삼대]의 속편이다. 등장 인물만 바꿔 삼대의 몰락을 역전시키려한 작품이다.
참고
삼대의 갈등
▶ 가족 내부의 갈등: 조의관과 상훈 사이의 갈등은 보수와 개화의 이념상의 갈등에서 시작하여 재산 상속권을 두고 심화된다.
▶ 개인과 사회의 갈등: 이 경우 중심 인물은 김병화이다. 그는 타락한 중산층의 삶은 물론, 이를 조장하며 그 바탕을 마련하고 있는 식민지 질서 전체에 대해 맞서고 있다.
작품의 배경
이 작품의 배경은 1930년 전후로서 병화와 같이 마르크스 사상에 경도된 지식인 청년이 많았다. 일제는 1920년에 들어서면서 무단 통치에서 문화 정치로 통치 노선을 바꾸게 되는데 이 틈을 타 우리 민족은 왕성한 사회 운동을 펼친다. 일본으로부터의 사회주의 사상의 수용과 극도의 궁핍이란 현실적 사회 문제로 인해 사회주의 사상, 사회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었고, 그 결과 1920년대 사회 운동은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으로 양분되어 일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 이에 192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좌우 합작을 위한 노력이 제기되고 1927년 신간회의 결성에 이르게 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1930년 전후는 신간회를 통한 좌우 합작과 그 노력의 결렬 등 식민지 역사상 사회 운동이 가장 왕성하게 진행되던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