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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3회 신라문화제한글백일장 운문 입상작품 (2015. 10. 10)
운문,산문부문 전체
▪ 대상 고등부 운문부문 이세홍 (문화고등하교 3학년1반)
바람
말 없는 하늘은
예고없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소리도 없이 자라난 두려움이
맑고 화창하던 날을
한 순간 회색으로 채운다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 몸으로 받으며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한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바람에 빗방울이
가슴을 적실수록
천둥번개소리 따라
울음 커진다
어둠이 짙을수록
그림자는 빗물에 씻겨 사라지고
눈물아래
바람소리만 남는다.
초등,저학년부 운문
▪장원 최광혁 (용황초등 3/4)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사계절을 가지셨다.
‘봄’ 첫 만남의 선생님
상냥하시고 이모같은 선생님
‘여름’ 성격이 화산같은 화끈한 선생님
선생님께서 화산처럼 붉게 타 올라요.
‘가을’ 살랑살랑 갈대같은 선생님
선생님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가을산의 갈대와 같아요.
‘겨울’ 하얀 눈사람같은 선생님
선생님 마음에 하얀 눈이 내려
우리반 아이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변해요
눈 녹는 것처럼 선생님께서도 사르르 녹아요.
▪우수상 이현이 (유림초등 1/4)
선생님
시끌시끌 교실에
어휴!! 호랑이가 나타났어요
부들부들 작은 토끼가 되어버린
조용조용 교실에
살랑살랑 나비가 나타났어요
방긋방긋 꽃이 되어버린 나
호랑이가 나타나도
토끼가 나타나도
나비가 나타나도
꽃이 나타나도
재미있는 우리 교실
▪우수상 조현준 (경주초등 1/5)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아침 햇살 같아요
학교 가면 제일 먼저
환하게 반겨주지요
우리 선생님은
아나운서 같아요
학교 가면 매일 매일
정보를 알려주지요
우리 선생님은
장난꾸러기 같아요
학교 가면 친구처럼
다정하게 놀아주지요
우리를 아껴주시는
선생님의 마음
감사드려요.
▪우수상 이선주 (나원초등 2/1)
선생님
아침마다 우리를 맞이하는
선생님의 생글생글 함박웃음
우당탕 시끄러운 교실
선생님 얼글은 붉으락 푸르락
힘들 때는 토닥토닥 감싸주는
내 마음속의 천사
여러 얼굴로 변신하는
선생님은 신통방통 마법사
선생님의 사랑으로
우리는 날마다 쑥쑥 자란다.
▪가작 이건우 (포항시 장성초등 1/3)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바르게 앉아라 연필 똑바로 쥐어라
아침 시간엔 엄마로 변하고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받아쓰기 잘해라 숫자 틀리지마라
수업 시간엔 호랑이로 변하고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영차영차 공놀이 참 재미있다
놀이 시간엔 친구로 변하지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엄마였다가 호랑이였다가 친구로 변하는
요술쟁이 우리 선생님이 난 참좋다
▪가작 임수진 (나원초등 2/2)
선생님
무지개 무지개 선생님 무지개
넓고 넓은 하늘에 선생님이 있다.
붉은 해같은 빨간색 선생님
빨간 사과처럼 우리를 키워 주신다.
감나무에 있는 홍시같은
주황색 선생님
까치밥 주듯 나눔을 가르쳐 주신다.
들판에 핀 한가득 노란 국화같은
노란색 선생님
향기로운 이야기 들려주시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소리같은
초록 선생님
고운 노래 가르쳐 주신다.
푸른 가을 하늘같은
파란 선생님
넓은 마음 보여주시고
주렁주렁 달린 포도같은
보라 선생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마음 알려주신다.
▪가작 임현정 (나원초등 1/2)
선생님
오늘은
받아쓰기 시험치는 날
어제저녁부터
엄마랑 계속 연습했지만
왠지 자꾸
틀릴 것 같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다시 한 번 적어본다
휴-
안틀렸다
떨리는 마음에
학교를 갔다
드디어
시험이다
선생님께서
불러주고
나는 받아적고
점수가 나왔다
임현정 백점
야호! 신난다
얼굴을 들어보니
선생님께서
나를 보고 웃어주셨다
나도
선생님께 웃어주엇다
▪가작 박유정 (용강초등 2/1)
선생님
선생님은 엄마 같아요
아침마다 반가운 얼굴로 반겨주시니
선생님은 척척박사 같아요
모르는 모든 것을 잘 가르쳐주시니
선생님은 슈퍼우먼 같아요
우리를 위해서 힘든일을 해 주시니
그래도 선생님은
힘든 척도 아픈 척도 안 하시면서
웃어시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좋아요.
▪가작 이유민 (황성초등 3/5)
선생님
우리를 가르치시는 멋진 선생님
때론 화나면 뿔달린 도깨비 선생님
그림을 멋지게 그리면
칭찬해 주시는 칭찬쟁이 선생님
수학을 좋아하는 우리 선생님은
수학 문제 푸는 로봇
우리들이 말을 잘 들으면
함박웃음 지으시는 선생님
이럴때면 진달래 향기가 풀풀난다.
우리들을 보고 웃으실때마다
엄마 향기가 우리를 감싼다.
▪장려상 정유진 (안강제일초등 3/3)
선생님
항상 우리와 뭐할까
고민하시는 선생님
술래잡기 할까?
공차기 할까?
뭘해도 선생님과 함께여서
즐거운 우리들
예쁘고
착하고
멋진
우리 선생님 최고!
▪장려상 박수빈 (입실초등 2/2)
선생님
나의 선생님은 4명이에요
학교에서는
말하는 라디오 같은
무뚝뚝한 호랑이 선생님
“우리 선생님”
집에서는
꼬리에 방망이가 달린 것 같은
회초리 선생님
“우리 엄마”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같은
똑똑한
“학습지 선생님‘
도서관에서는
달콤한 사탕같은
기분을 좋아지게하는
“책 선생님”
나의 선생님중
1등은
“책 선생님”
▪장려상 이상윤 (흥무초등 3/3)
선생님
아침마다 밝은 얼굴로
내 마음도 환하게 해 주신다.
또박또박 큰 목소리에 따라
활기차고 즐거운 수업
“기특해요” “칭찬해요”
하늘로 구름 위에 올라간 내 마음
“지금처럼 글씨 잘 쓰세요”
보물이 가득해지는 내 마음
땅처럼 넓은 사랑을 주시는
꽃 같은 우리 선생님
▪장려상 김영성 (황성초등 2/3)
선생님
"어이구, 이 놈들아!"
잔소리 폭격 시작
"다들 조용히!"
"수업 준비 빨리 하세요"
"장난은 이제 그만!"
우리 선생님은
우리 학교 최강 랩스타
"종친지가 언젠데 아직도 수업 준비가 덜 된 거야!
국어책 134페이지 빨리 펴세요
공부준비 다 됏죠?
이제 수업 시작합니다
선생님 말씀에 집중!"
우와∼
2-3 박정희 선생님은
역시 최강 잔소리 폭격기 랩퍼!
하지만 나는
우리 선생님이 좋아요
어려운 수학도 재미있게
지루한 국어도 즐겁게 만드는
2-3 랩스타니까
우리 학교 최고 랩퍼 선생님이니까
선생님!
이젠 칭찬 폭격도
많-이 많-이
부탁 드려요!
▪장려상 신민서 (유림초등 2/3)
선생님
상상의 첯번째 선생님은
네모난 로봇 선생님
하늘도 슝슝 날고 달리기 빠른 선생님
하지만 감정표현을 못하는
로봇 선생님은 싫다.
다음 상상의 선생님은
아름다운 공주 선생님
아름답게 옷입고 춤추는 선생님
하지만 춤추기만 하는
공주 선생님은 싫다.
마지막 선생님은
곱슬머리에 키작은 선생님
공부도 잘 가르쳐 주시고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선생님
난 이런 선생님이 최고로 좋다.
마지막 우리 선생님 최고?
초등,고학년부 운문
▪장원 김상은 (포항시 포항초등 5/1)
연필
연필은 우리 아빠 같아요
색연필처럼 자기색 뽐내지 않고
그냥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지요
처음엔 길고 멋지던 연필이
점점 깎이고 깎여
낡고 작은 몽땅 연필 되듯이
힘세고 멋진 우리 아빠도
가족위해 열심히 일하다
점점 나이 들어 할아버지 되겠죠
열심히 일하는 연필은
부지런한 우리아빠랑
꼭 닮았어요.
▪우수상 한채빈 (계림초등 6/2)
연필
한얀 종이 위
긴 그림자하나
오늘도 스윽 스윽
나를 도와 응원한다
매일 매일 몽땅해지는
그림자를 보며 나는
내 꿈을 키워 보지만
짧아지는 너를 보면
내 마음이 무거워 진다.
하지만 짙고 깊은 너의
속마음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내 꿈 을 위해
하얀 종이 위를 한자 한자
써 내려 간다.
▪우수상 박준희 (나원초등 4/2)
연필
연필이라는 이름을 가진
너는 내 미래를 보여주는 친구
내가 노력한 결과를
너희들에게 마음껏 뽐내게 해주고
내 생각을 그림으로도 그려주고
글로도 쓸 수 있는
너는 내 미래를 보여주는 친구
나의 부족한 면을
너로 그리고 또 멋지게 글로 적어
나의 생각을 바르게 이끌어주는
너는 내 미래를 밝게 비춰주는
그런 친구...
▪우수상 김재혁 (계림초등 4/1)
연필
동글동글 내연필
손가락이랑 친구되어
마술놀이를 하고 있네
가늘고 긴 몸매 뽐내며
검은 입술로 쓱싹쓱싹 입맞추면
선이 되고 동그라미 원이 되고
또박또박 예쁜글씨 써놓고
한숨 쿨쿨 자고 있는 내 연필
혼자 계시는 우리 할머니
그리울때마다 예쁜 편지지에
보고싶다 사랑한다
내마음 대신 전해주는
고마운 연필은 언제나 내 친구
▪가작 신민정 (유림초등 5/7)
연필
연필은 나의 소중한 인생이다.
처음 연필을 받을 때
쓸 줄 몰라 길쭉한 연필을
‘딱 딱’ 두들기며 놀았고,
처음 연필로 그림 그리기 시작할 때
뾰족하게 깍은 연필로
삐죽 빼죽 그림을 그렸다.
연필을 가지고
글을 쓸 줄 알았을 때
그 연필이 뭉툭해질 때 까지
고민하고 고민하며 글을 썼다.
짧아진 연필을 가지고
나의 꿈이 정해졌을 때
짧아진 몽땅연필로
나만의 작은 아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연필은 나의 소중한 인생이다
나의 꿈을 이루어주는
소중한 인생이다.
▪가작 최서윤 (영덕군 야성초등 4/2)
연필
오늘도 뚝 뚝 연필이 울어요
연필은 점점 없어져가요.
연필은 무서워해요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니까요.
연필은 매일매일 눈물을 흘려요
그래도 연필은 행복해요.
자신이 이 세상에 있으니까요
이제 점점 연필은 6살아이의 한뼘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예요.
그래도 괞찮다며 토닥여요
연필은 필통속에서 말해요
조금밖에 남자 않았다고
다음 아침에는 연필은 더 작아졌어요
이제 연필의 이름은 몽땅연필이예요
연필은 자신을 위로해요
하지만 연필은 무서워요.
연필은 마지막 눈물을 흘리며 없어졌어요
▪가작 한예서 (동천초등 4/6)
연필
내가 연필이라면
나를 쓰는 사람을 위해서
깎여나가도
난 행복 할 것이다.
내가 부러져도
날 쓰는 사람을 위해
깎여 나갈거다.
누군가를 위해
내 연필심이 닳아도
난 행복 할 것이다.
▪가작 양채은 (경주초등 6/2)
연필
책상 밑
노오란 몽땅연필 하나
누가 잃어버렸을까?
요리조리 훌어보니
어?
이름도 없네.
친구들에게
“연필 잃어버린 사람”
하고 외치니 다 아니라고 하네.
나는 연필을
‘버릴까 말까’ ‘버릴까 말까’
고민하고
몽땅연필도 자신을
‘버릴까 말까’ ‘버릴까 말까’
걱정하고 있네.
▪가작 임경우 (나원초등 6/2)
연필
내 필통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연필들은
나의 친구들
수업시간 중
편지쓰기로 마음 나눌 시간에
하얀 종이를 가득 채워
친구에게 내 마음 전해주는 비둘기
일기장 속에
내 마음 적을 때
실타래 풀리듯
내 고민, 걱정 풀리게 해
내 마음 단단하게 해 주는 강철 실
두근두근
시험시간
“괞찮아, 내가 도와줄게”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핫팩 같은 내 친구들.
▪장려상 정재은 (안강제일초등 6/2)
연필
넌?
어떤 마음이니?
네가 작아질수록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까칠한 침을 갖고 있는 너!
넌?
무슨 생각을 하니?
네 안에 흑심
혹시
나랑 같은 거니?
널 쓰면서
나의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
자꾸만
너랑 친해 질 것 같아!
▪장려상 김혜빈 (황성초등 5/2)
연필
나의 서랍속에 들어있는
손때 묻은 몽땅연필
꺼내보니 옛 추억 생각난다.
없어질 때 까지 쓰겠다고
우리 어머니와 실랑이 하던
그때 그 옛 추억
되돌릴 수도 없는 그 시절을
연필로 그려서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되새겨 본다.
▪장려상 이건형 (포항시 장성초등 6/4)
연필
닳고 닳고 또 닳아도
계속 쓸 수 있는 연필.
쓰고 쓰고 또 쓰다가
틀리면 고쳐 쓸 수 있는 연필.
틀리고 틀려도 계속 고쳐 쓰다보면
어느새 한편의 멋진 시가.
시 한편 쓸 많큼
내가 컸을 때 너는.
몽땅연필이 되어
내 시의 일부가 되어 있구나.
▪장려상 박대규 (유림초등 6/4)
연필
우리들은
새하얀 백지
부모님과 선생님은
까만 흑연과
각진 지우개가
매력인 연필
새하얀 종이에
까맣게 써내려가는
종이 절친
하지만 연필의 원수
지우개는
우리 곁에서
조금씩 지워가네
백지는 그렇게
기억하다가도
계속 까먹는
행동을 반복하네.
▪장려상 이하늬 (유림초등 6/5)
연필
연필을 드는 건
괴롭다.
숙제도 해야 되고
공부에다가 숙제
아, 독후감도 써야 해.
연필은 무생물이지만
가끔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다.
연필을 드니 풍겨지는
밋밋하고 비릿한
까만 냄새,
그림을 그릴 땐
연필 냄새도
참 향긋하던데.
중등부 운문
▪장원 조성현 (월성중 3/6)
빛
나아가야지
문득 생각날 때
밀려오는 그림자
주저앉아
새까만 한기에
날 비치네
살며시 내리는
새하얀 온기
따뜻함에 고맙고
밝음에 슬프고
존재함에 일어서
한걸음, 두걸음
이 모습을
가만 가만 다독인다.
▪우수상 이세은 (경주여중 3/3)
빛
봄의 울음에 잠긴 아침
구름 사이로 펼쳐지는
햇살 커튼 아래
내가 서 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휘감은 안개 사이
그가 서 있다
어린 마음에 속없는 말을 하고
약한 마음에 내 모든 시련을
그가 대신 짊어 졌을 때도
쌓이고 쌓여
까맣게 변한 세상 때문에
한 줄기 빛을 원했다
하루가 지나고 한 해가 가고
몸집은 자라나도
작아져버린 생각에 갇힌 나
나는 그의 꿈이고 빛이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늦게 알아버렸다.
▪우수상 박가인 (서라벌여중 3/7)
빛
전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혹 비가와서
다 젖어버릴까봐
서둘러서 쏘아올렸다
검은 밤하늘을
가르듯
하늘을 올라가
새까만 하늘은
순식간에 나를
물들였다
내 한 몸 바쳐
나를 다 태웠다
너는 보았을까
내 마음을
너를 향한
내 이 아름다운 마음을
네가 웃으며
봐준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할뿐이다.
▪우수상 이연희 (원주시 원주여중 )
빛
첨성대에는
신라인의
지혜가 담긴
파랑빛이
불국사에는
신라인의
열정이
담긴
붉은빛이
다보탑에는
신라인의
개성이 담긴
노랑빛이
석가탑에는
신라인의 예술이 담긴
하얀빛이
월지월성에는
신라인의
기술이 담긴
검정빛이
모든 빛들이 모여
신라가 되고
지금의
우리가 된다.
▪가작 김정민 (서라벌여중 3/7)
빛
빛같은 존재가
되어라
누군가의 어둠을
삼키는 위로의
존재가
빛같은 존재가
되어라
누군가에게 있어
쫓아가게 되는
희망의 존재가
빛같은 존재가
되어라
빛이 스며들어
생기는 그림자의
그늘같은 존재로
누군가의 빛같은
존재가 되어
어둠에 군림하는
태양같은 존재가
되어라.
▪가작 이가현 (경주여중 3/4)
빛
깜깜한 어둠 속
나는 그를 본다
나 아닌 다른이를 비추는 나는
빛나는 사람
있을땐 모르다 없을 때 보고싶은
빛나는 사람
어둠속에서 감춰져 내가 없을 때
한줄기의 빛이 내리면
그들에게 나는 빛, 나는 사람.
▪가작 김경채 (유강중 2/4)
빛
이른 아침에 일어나 다들 눈부셔하는
햇빛
이른 아침에 일어나 내눈에 비추는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해주는
햇빛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밝게 비추어주는
햇빛
빛이 있어서 우리가 걷는 길을 넘어지지 않게
밝게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빛
항상 고마운 빛.
▪가작 손 윤 (화랑중 3/6)
빛
빛은 술래
어둠이 숨어 있지.
내 앞에선 괜찮아 괞찮아
햇살같은 할머니
내 뒤에선 가로등 없는
거리처럼 고통이 덮치지
숨기기만 하는
할머니의 속마음
그 숨바꼭질을 끝낼
빛이 되어야지.
▪가작 한예진 (서라벌여중 3/1)
빛
하늘위의 빛만을
쫓다보니
빛에 가려진 내 모습
미쳐 보지못했다
환하게 비추는 햇살에
눈앞이 아득히 흐려지는것도
알지 못했고
쉬지않고 뛰다지친 다리도
알지 못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더 이상 뛸 힘조차 없을 때
그제서야 알수 있었다.
진정한 내 모습은
저 하늘위에 빛이 아닌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라는 것을.
▪장려상 오혜연 (서라벌여중 3/3)
빛
순순히 빛을 받아드려
따뜻하다 느끼면
더 따뜻해지고
순순히 빛을 받아드려
뜨겁다 느끼면
더 뜨거워지는
빛이 나에게 깊어질수록
소리없는 빛이 나를 덮는다
나도 조심스레 빛을 안아본다.
▪장려상 김재향 (서라벌여중 3/1)
빛
햇살가득 창으로 빛이 온다
오랜만에 만나는
손녀얼굴 바라보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처럼
환하고 고운빛이 내게로 온다
힘든 입시와 사춘기의 어둠속에서
친구의 웃음은
우정의 빛이 되고
가족의 따듯한 말 한마디는
사랑의 빛이 되어
지친 내 마음을 감싸안는다
칠흙같은 이 어둠도 지나고나면
저 창밖의 밝은 빛처럼
환한 웃음을 머금은채
노력한 만큼의 열매가 되고
힘들어 하는 모든이에게
사랑과 희망의 빛으로
다시 되돌려 주리라
▪장려상 오채연 (서라벌여중 1/4)
빛
내가 잠에 빠져 있을 때
아침을 알려주고
세상이 차가울 때
따뜻함으로 보듬어주고
앞이 안보이는 어둠속에서
앞이 보이게 해주는
너는 빛이다
내가 방황할 때
바로 잡아주고
절망속에서도 나를
구해주고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할 때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너는 빛이다.
▪장려상 김수지 (경산시 삼성현중 2/4)
빛
서늘한 가을 공기
가로등 아래에서
갈등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빛과 어둠의
경계선처럼
나도 그곳에 서서
어둠과 빛 사이를
넘나들며 갈등한다
누군가 부디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길
기도하며
▪장려상 김지수 (원주시 반곡중 2/1)
빛
모로 누운 엄마를
까만 그늘이 덮고 있다
굽어버린 엄마의 등이
이따금 움찔거린다
작은 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늙어가는 엄마
자식만 잘 키우면 된다며
웃던 엄마
내가 성공하면 자신은 아무래도
괜찮다던 엄마
그 작은 방에서
괜찮지도 않으면서
괜찮다며 오히려 날
위로하는 엄마가
그늘져버린 엄마가 안쓰럽다.
엄마가 나에게 빛이 되었듯
엄마에게 내가 빛이 되기를.
고등부 운문
▪장원 김경민 (선덕여고 1/3)
바람
먼 훗날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바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대와 함께하였던 세월들중
가장 향 깊은 시간 하나만
슬쩍 골라내어
하얀 소매부리속에
고이 흩뿌리리라
사랑했을때는 알지 못했던
그대의 흔적이
이제는 어딘지 똑똑히 안다
내 가슴 저편 욱신거리는 저 자리가
그대의 자리였구나... ...
내가 눈에 보이는 새면
그대에게 하늘을 볼 기회가
생기게 하고
내가 아름다운 꽃이면
그대에게 한 줌의 향기를
주겠지만
내가 스쳐가는 바람이기에
그저 옆에 있어주겠다.
굽은 인생길 속에서
그대가 외롭지 않게
말도 걸어주고
땀도 닦아주며
그저 옆에 있어주겠다
그렇게라도
그대를 볼 수 있다면
그길로 나는 바람이 되겠다.
▪우수상 손영락 (신라고 2/4)
바람
가을강변 바람부는 길가에
누군가 걷고 있다
나이 60대 이제 막 정년퇴임을
앞둔 그는
고개를 푹 숙인채 담배 한 개비
물고는 걸어간다
자식들과 아내는 공부를 위해
타지로 떠나버리고
주변엔 아는 이 하나 없다
문득 양손 들어 바라보는데
세월에 찢겨 남은 흉터들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걸어가는데 바람한점 그를
스치고 지나간다
문득 바닥만 보던 그는 앞을 바라본다
걸어왔던 만큼의 길이를 맞이한다
바람은 다시 한번 그를 스치고
지나가며 말한다
아직 할 수 있어
남자는 물고 있던 담배를
던져버리고는 달려간다
지친 듯 헐떡이는 그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다
문득, 그를 바라보니
세월이 찢어놨던
주름자국 하나가 흐려졌다.
▪우수상 김상훈 (과천시 과천외국어고 2/9)
바람
땅만 바라보고 사시는 할아버지
신선한 바람이는 아침
갈라진 손끝으로
백내장을 앓아 뿌해진 눈을 비비며
주섬주섬 유행가 가락을 흘리시는
입가 주름의 길이만큼
관절이 닳은 다리 절룩이시며
다 삭아 무뎌진 낫 한 자루 들고
가을바람 일렁이는 들녘으로 나가신다
다음 생엔 이름 없는 풀로 살지 않겠다시며
옮겨놓는 발자국마다 생이 깊다
할아버지의 일생과 마주한 바람찬 들녘마다
제 안을 살찌운 곡식들의 눈빛들이 초조하다
할아버지의 어께가 낮아지는 만큼
가을이 우울해서 일까
피돌기가 끝난 눈부신 가을 들녘은
해산의 고통을 잊은 듯 고요한데
창백한 하늘로 바람따라 가는 철새의 귀향길로
귀소하는 겨울철새들의
죽지는 무뎌졌네
그래도
가을햇살은 무던히 쏟아지고
할아버지는 바람에 낱알들이 흩어진 고랑마다
푸근한 웃음까지 덤으로 보태주신다
봄부터 들녘을 맨몸으로 가꾸셨던
할아버지의 가슴이 가을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우수상 오민주 (창녕군 창녕여고 1/4)
바람
바람이 귓가에 맴돌며 속삭였다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왜 하려는 거야?)
(왜...)
(왜...)
그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
두 손으로 귀를 막아도
여전히 바람은 내 속을 맴돌았다.
나는 한낱 춘풍에 속고 있는것일까
아니, 아니다.
나는 그런 게 아니다.
하고 싶었다.
해야만 했다.
춘풍에 흔들리는 마음 따위가 아닌
내 과거이자
내 미래이자
내 삶.
나는 두 손을 떼어내고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내가 가만히,
그러나 굳건히
그를 들을수록 점점,
점점 그는 멀어져갔다.
그래 그랬다.
나는 할 수 있었고
또 알고 있었다.
바람이 그친 후의
그 고요한 여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가작 임소현 (경주여고 2/9)
바람
높은 기상과 낮은 저곳 사이
넘나드는 물결은
아무 것도 없는
텅빈 칸 속에 있더라도
이것만 있더라면
그 흐름속에 내몸을 맡겨
하나의 음악을 작곡하듯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빨간빛과 파란빛의
조화의 틈
톱니바퀴의 맛물림처럼
뜨거운 햇살과
그늘진 나무밑 사이를
스스렁거리는 이것속에도
공간과 또다른 공간 사이 연결하는
타임머신같은 시간속에
나의 몸을 던져 버리고싶다.
세계와 또다른 세계와의 틈과
한 폭의 시야를 담근 그림처럼
매일매일 또다른 폭을 만드는
이것과 함께있더라면
나 또한
다양한 모양과 색깔에 맞추어
변화시킬 수 있는 힘든 난관을
포기없이 달려나아가
높은 저 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가작 손명준 (경주정보고 2/8)
바람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온다
이것은 광활한 들판을 누빈 바람인가
벌레들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불어온다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이것은 샛노란 나비와 춤춘 바람인가
꽃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불어온다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하늘하늘 불어온다
이것은 굳은 약속을 맹세한 바람인가
오늘도 어김없이 불어온다
▪가작 김규완 (신라공고 1/2)
바람
바람이 다가온다
날 향해 바람이 다가온다
먼 곳에서 불어서 나에게 다가온다
친구가 다가온다
날 향해 친구가 다가온다
멀리 있는 친구가 나에게 다가온다
내가 다가간다
친구를 향해 내가 다가간다
먼것같던 친구에게 다가간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네.
▪가작 황민지 (경주여자정보고 2/1)
바람
뒷동산에서 아카시아 향내나는 가을바람
눈감고 맞으니
순수한 미소띄던 소녀의 그 시절이
생각나
설레는 너앞에서 순진한 너의 눈에서
나마저 순수해져 버린듯해
마치 시큼새큼 풋사과같은 첫사랑
한번더 바람소리 들으며 눈감고 떠올려보는
나의 어릴적
나홀로 집지키고 있던 거울속에 비친
쏠쏠한 내모습
엄마의 온기없는 고요함이 감도는 집안
따르릉 전화기 소리만 하염없이 흘러나오고
엄마의 목소리 대신
싱크대의 물방울소리만 또옥 또옥
허우룩한 마음 그치지 않는 물방울소리
자장가 삼아 달래며
그 속에서 스르륵 잠에 빠졌던 나의
어린시절
샤르륵 차가운 바람소리에 눈 떠보니
어느새 붉은 감빛노을 하늘이 내 눈속으로 들어오고
집에서 퍼져나오는 음식냄새
내 코끝을 자극하니
자리에서 툭툭털고 힘차게 일어나
나의 간절한 바람
이 높고높은 언덕에서 후 불어
바람에 날리리라
▪가작 김인찬 (경주정보고 2/3)
바람
잊으려 애를 써도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사람
한 줄기같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면 좋을텐데
슬픈 기억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좋은 추억만 기억하고 싶다.
▪장려상 신예중 (경주정보고 2/1)
바람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길
피곤한 듯 졸고 있는
10대의 청소년
저녁 늦게까지 구인구직
신문을 들여다보는
20대의 취업준비생
밤늦게 힘든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30대의 직장인
은행원 앞에 앚아
무언가를 물어보고 있는
40대의 중년 아저씨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내 바람이다
▪장려상 김연춘 (경주정보고 1/6)
바람
바람이 푸르른 산봉우리에 걸치면
북쪽의 백두산이 남쪽에는 인왕산이
옆 산인 듯 아울러 보면
소리없는 한숨이 두만강가에서
한강까지 젖어든다
남북한이 건드리지 않는
건드릴 수 없는 평등의 땅에서
프르른 바람은 생명의 파수꾼
하찮은 벌레조차 괄시하지 않는
불멸의 평화주의자
우리는 왜 몰랐을까?
바람의 태평양같은 포용과
폭포수같은 넘치는 평등을
나는 바람의 위대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장려상 이충기 (창원시 진해고 1/6)
바람
세상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많은 생을 살아온 나를 알기에
좁은 방구석에서 숨겨온 많은 바람을
스치듯이 을피우는 내 모습을 보며
하나, 둘 달아놓는다
내가 지금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나를 존경하는지
순간을 짚어 올라가는 공간에서
거친 숨소리가 마음에 걸렸는지
파릇파릇한 가을 바람을
내 가슴에 풀어 넣는다.
내 세상을 밝혀주는 바람이다.
▪장려상 신예담 (경주정보고 2/3)
바람
그때였다
차가웠던 내 마음에
한줄기 빛이 쏟아진 것이
그때였다
고장나버린 세상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
그때였다
머무를 수도,동행할 수도 없는
세속에 찌던 내 삶에
그때였다
나비가 태어나듯
새 삶이 시작될 한줄기 바람이
불어온 것이.
▪장려상 오민석 (경주정보고 2/4)
바람
봄바람 불며 흔들려
향긋한 새벽아침
햇살이 먼저 흔들려
달콤한 봄바람에
뒤척이던 꽃씨 하나
나비 날으듯
흩날리는 머리카락
눈부시게 햇살 가득한 얼굴이
활짝 웃고 있네
꽃을 보며 활짝 피어있네
대학,일반부 운문
▪장원 김대곤 (포항시 북구 이인리)
길목
넓은 신라 그 땅엔
햇살이 뛰어논다
세월이 많이도
웃다간 자리
천년의 길목은
그대로 나를 반긴다
훌쩍 훌쩍 이 터에
작대기 하나로
장군이 되었던
버들잎 가지로
여왕이 되었던
내 작은 벗 들은
소리없이 내 곁에 서 있다
지긋이 눈 감아보니
천년의 세월이 그리 멀지
않았음이라.
휘익 스치는
이 바람은 또 천년의
길목을 비워둔다.
▪우수상 정기원 (영천시 신녕면)
길목
피었다 시들어간
꽃잎조차 아름답던
어느
가을 날
손톱깍기에
잘려나간
발톱조각 마냥
굽어진 길목을 따라
꽃상여는 꽁무니를 감추었다
저승이 뭐냐고
아버지의 허리춤에 매달려
까칠한 삼베조각
몸통에 씌우고
가을안개 자욱한 길
아장아장 따라 나섰다
가는 길
혼자라고
덧없다
울지말라고
꽃잎도 갈대도 슬피 울었다
강산을 세 번이나
변하게 한다는
긴 세월을 잡아먹은
따스한 가을 날
삼색전
어물포에
향연기 날리며
이정표도 부러진
길목에 앉아
당신을 불러 봅니다.
어머니... ...
▪우수상 김신아 (포항시 북구 우현동)
길목
나 어릴적 골목앞 길목에
허름하고 조그만 구멍가게
그 조그마한 가게안은
없는게 없는 만물상이었지.
초등학교 시절
학교로 향하는 길목엔
매콤하고 달달한 떡볶이랑 오락기가
늘 우리를 유혹했었지
늦은밤 야자하고
어둠을 등에지고
집으로 향할때면
늘 가로등밑 길목을
엄마가 지키고 계셨지
어릴적 함께한
길목에서의 추억이
내 마음속 사진첩에
고이 접혀 켜켜이 쌓여있네.
▪우수상 최인식 (경주시 현곡면)
길목
쉰의 중반에 명퇴를 했다
대범한 척
부자인 척
그렇게
어느날
홀린 듯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몇 날 며칠을
시체처럼 죽어있었다
이 사실을
자식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
아내에게 말했다
다시 일어나리라
제2의
인생의 길목에서
오늘도
화려한 가을날 머리에 이고
가을길을 서성거리고 있다.
▪가작 정재영 (경주시 동천로)
길목
식은 여름후 붉은 가을녘
별이 거리에 내려왔을 때
세상이 오직 이뿐인 줄 알았다
멈췄던 하늘이 총총총
마주쳤던 별이 지고
십자가가 울었다
눈을 감고 달리는
수많은 망아지가
그렇게도 등짝만 보이더니
해도 달도 북극성도
품에서 쉬었다 간 신새벽
오로지 십자가만 웃었다
▪가작 김수빈 (울산광역시 북구 신천동)
길목
지구의 중력을
두발로 버텨낼 수 있었을 때
나는 비로소
첫걸음을 떼었다
자그마한 두발로
세상을 깨우던 그 때
마음만 먹으면
하늘을 날았고
물 위를 걸었다
사소한 무언가가
세상의 전부인 듯
여겨지던 즈음에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머리는 커졌고
마음은 작아져갔다
어느듯 꿈을 꾸는 것이
용기가 되어버린 지금
연약한 껍질로
노을빛 품은 홍시마냥
나의 꿈 놓치지 않으려
단단히 움켜진다
나는 지금 길목에 서있다
▪가작 강진숙 (경주시 황성동)
길목
창 너머에 노랑색으로 염색하고
밤에 만난 귀뚜라미는 귀뚤귀뚤 하며
노래를 불러 가을을 맞이합니다
빨간 고추잠자리 들꽃에 춤추고
가을에 밀려나는 진한 여름의 열기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바람은
나를 부릅니다
파도빛 하늘 구름에 비상함은
고향으로 가는 제비 조용한 목소리로
가을 코스모스 떼 공연에 웃습니다
정겨운 고향 길목에서 만난 봉숭아에
매료되고
허리굽은 할미꽃은 안부인사에
미소짓고
가을을 선물받은 저는
회심곡 한자락을 선물합니다.
▪가작 최한규 (경주시 화랑로)
길목
바람에 흩날려
그 길 끝에서
너를 만났습니다
설레임 감추고
가만히
가만히
골목 저 편
너를 쳐다봅니다
눈물 속 추억은
실바람과 돌담을 타고
그렇게
여기까지 너를 만나려 왔습니다
너에게 다가 갑니다
아련함 감추고
가만히 가만히...
▪가작 조민정 (포항시 남구 대이로)
길목
칠순 앞둔 어머니
중학생 손자 쓰다버린
나달거리는 책가방 주워 메고
달 빛 같은 웃음을 던지신다
돋보기 챙겨 넣고
새 연필 사그락 깍아
오늘부터 저녁마다 학교에 가신단다
줄줄이 어린 동생들 위해
어둠침침한 공장에서
화장실 갈 새도 없이 재봉틀을 돌렸던
꽃 같았던 어머니
결국 그 꽃을 스스로 접으시며
손마디는 기름때로 굵어져
짠순이 김여사만 남은 줄 알았더니
오늘은 어쩜 저리도 소녀같이 이쁠까
다 늙어 학교가 왠 말이냐는
딸의 농담 섞인 핀잔에
그저 대답대신
간드러지는 토르트 가락 흥얼대며
버스에 몸을 실으신다
저녁마다 걸어가실 버스정류장 가는
길목에
달맞이꽃이 푸지게 폈다
달 보다 환한 달맞이꽃
달맞이꽃 보다 환한 내 어머니
저 길목에서 어머니는
날마다 꽃이 된다.
▪장려상 김상운 (경주시 건천읍)
길목
태어난지도 희미한 지금
흰 머리카락 사이에도 가을이 온다.
그렇게도 곱던 꽃은 흔적도 없고,
층(層)을 달리하던 잎들도
모두 땅위에 쌓여있다.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고,
태양마져 멀어져 간다.
그래, 모든 것은 머물지 않는다.
지난날 정신없이 해매였던
욕망의 흔적에 먼지를 털고
낡은 가방에 차곡히 넣어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곳으로
나도 떠난다.
살수록 세상은 복잡하고 어지럽다.
아쉬움과 그리움은 항시 있는 것.
늦가을 더 추워지기 전
나의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내 생의 길목에서
▪장려상 이애자 (경주시 건천읍)
길목
꼬부랑 할머니 걸어가시네
앞만 보고 가시네
커다란 보따리 들고
어딜 가시나
노을이 등에 업혀
자꾸만 흔들리는 걸음을
지팡이 손 꼭잡고
걸어가시네
그 길목에 서면
흔들리던 내가 보이네
언제나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며야 했던
내 청춘의 길목
지나온 길목과
가야할 길목의 중간에 서서
두려움 없이 다시 갈 수 있을까
문득 생각에 빠지네
▪장려상 이종훈 (경주시 황성동)
길목
모든 순간이 시간의 길목이라면
웃음소리나 눈물 자국 하나 없는
그런 길목도 있을까?
가끔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길목을 들어서고
가끔은 길목 안에서
누군가의 손을 놓기도 하고...
가벼운 몇 잎의 추억과
문신처럼 새겨진,
따가운 기억들을 들어내면
삶이란 길목들로만 가득한
미로인지도 모르지.
길목에서 기웃거리다가,
길목 안에서 멈칫거리다가,
길목 안에서 서성거리다가,
한 발 내딛으면
이내 뒤는 사라지고
유령처럼 배회하다
마주치는 또 다른 길목들.
이윽고 어느 날엔가
좁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검은 담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겠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장려상 서남숙 (경산시 진량읍)
길목
아침 햇살 쏟아지면
동네 개구쟁이 하나 둘 기지개 켜며
제 키만한 책가방 어깨에 메고
학교로 향하는 우리 동네 어귀 길목
부산한 아침
가두리 봇물 터지 듯
한 무리의 아이들 쏟아져 나와
정겨운 웃음소리, 힘찬 발걸음
만들어 내는
생기 넘치는 우리 동네 어귀 길목
나른한 햇살 쏟아지는 오후
어제 그 배고픈 살괭이 어슬렁 지나고 나면
장승처럼 목 길게 뽑고
‘올 때가 되었는데...’
온종일 학교 간 아이들 기다리는
쓸쓸한 그 길목
한 때의 청춘들이 등을 기대어
잠시 떨리는 입맞춤을 하고...
고주망태 취한 뒷집 이장 어른
가끔 푸념 섞인 고함소리 시끄러워도
장승처럼 먼 산만 지켜볼 뿐...
추억이 있고 사랑이 있어
외롭지 않은 우리 동네 어귀 그 길목
저녁 어스름
100촉 텅스텐 필라멘트가
백색 광채를 파장으로 퍼뜨리면
불나방과 어지러이 밤새 친구하며
가족의 늦은 귀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우리 집으로 닿아있는 그 길목
오늘도
고단한 삶을 포근히 감싸안고
편안한 휴식과 내일의 희망을 잉태하며
언제나 말없이 기다려주는 우리 동네 어귀 그 길목.
▪장려상 김태희 (경주시 현곡면)
길목
황성공원
가을바람 따라
굽어진 소나무들
부드러운 가지를 바라본다.
밑둥에서부터 잔솔들이 붙어있는
저 위쪽의 줄기까지를 보며
그대 마음 분다
바람 따라 가야하나?
순간순간 선택의 길에서
내 마음만 따라 가 보고 싶은데
들리는 물소리에
흐르는 바람소리에
어쩔 수 없이 들었던 발을
다시 놓는다
내 나이 불혹
공자께서는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고
하시는데
내 마음 흔들리는구나.
곧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든 계절적 길목에서
내 마음 잘 잡아
바람소리가 아니라
내 마음 소리 따라
다시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