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발 ~ 16.9km
정확히 오후 5시, 해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질 무렵 출발선을 나선다.
순천 동천에서 출발, 순천만, 벌교, 낙안, 그리고 상사호를 돌아 다시 동천으로 복귀하는 코스이다. 거리가 길다 보니 급수대(CP)간 거리를 잘 계산해서 급수와 페이스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작년에는 10km 마다 급수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올해엔 대략 15km에 한번 꼴이다. 가장 긴 구간에선 거의 18km 이상 보급없이 버텨야 하니, 마실 물을 충분히 가지고 달려야 한다. 첫번째 급수대가 있는 화포 전망대 가든까지는 17km. 대회 출발전 충분히 급수를 했고, 경험상 초반엔 그리 물을 많이 마시진 않으니 500ml 물병 2개에 각각 반 정도만 채워 가져간다. 동천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순천만으로 행한다.
첫 5키로 구간 목표 페이스는 7분.
처음으로 뛰어보는 울트라 대회다 보니, 목표 시간과 페이스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2주전 60km주를 대략 6분 40초대에 달려내긴 했지만, 문제는 나머지 40km. 해서 일단 목표 시간을 13시간으로 잡고 100으로 나누니 대략 7분 50초 페이스가 나온다. 일단 초반에 7분대, 후반엔 9분대로 보고 달리자 했는데... 첫 5키로 랩을 보니 평균 5분49초가 찍힌다. ^^;; 정비가 잘 된, 시원한 강가를 따라 너무 "맛있게" 달리다 보니, 페이스 조절이 안된다. 더욱이 앞뒤로 달리며 격려해주던 효훈 선배가 이정도 페이스면 적당할 거라고 바람을 넣는 바람에... ㅋㅋ 아무래도 너무 빠르다 싶어, 최대한 속도를 늦춰본다. 10키로도 못 갔는데 벌써 땀이 반바지를 흠뻑 적시고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린다. 천천히, 천천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10km 전인데 벌써 옷이 흠뻑 젖었다.
순천 남승룡 마라톤 하프 반환점 미처 못 가, 현수교 하나를 건넌다. 대회 포토존.
앞으로 갈 길이 막막해서 그랬을까? 얼굴 표정이 썩 밝지는 않다. ㅎ
9.7키로 지점. 멋진 갈대밭과 함께 예쁘게 꾸며진 순천만 생태 공원을 지난다. 주로가 공원 안에 있다보니 토요일 오후 삼삼오오 공원에 놀러온 가족과 연인들 옆을 지난다. 집에 두고 온 아이들과 집사람 생각이 났다. 처자식 내버려두고 난 여기서 뭐하고 있나... 살짝 자괴감과 미안함이 ㅎㅎ. 이번 추석 연휴땐 꼭 가족들 데리고 와봐야 겠다. 앞서가던 효훈 선배가 사진 한 장 찍고 가잔다.
멀리 순천만 습지 전망대가 보인다.
공원을 지나면 대략 4키로 가량 갈대숲 사이로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모래나 작은 돌들이 신발에 들어갈까 걱정했었는데, 도로가 생각보다 잘 거칠진 않다. 시야엔 달리미 몇 분이 들어오는데,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는 기분이다. 시계를 보니 대략 6분 초반 페이스. 여전히 계획보단 빨라서 더 늦춰볼까 하다가 그냥 몸 가는데로 가보기로 했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은 보는데... 해가 지고 있다. 너무 멋진 모습에 잠시 멈춰 사진 한 장을 찍어 본다.
해가 져가는 저 산 무렵이 오늘 내가 달려야 할, 넘어야 할 산인가 보다.
이 사진이 내가 주로에서 찍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핸드폰을 집어 넣고 대신 앞주머니에 넣어둔 헤드 렌턴을 꺼냈다.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화포 전망대 오르막을 오르는데, 어슴프레 초가을 저녁 어둠이 찾아든다. 16.9km 지점 첫번째 급수대 도착. 다음 급수대까지는 15km를 더 가야하니 양 쪽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방울토마토 몇 개 집어서는 바로 출발.
16.9km ~ 30km
화포 전망대 오르막이 생각보다 경사가 있었지만, 걷지 않고 올랐다. 덕분에 내려가는 맛이 꿀 맛.
왼쪽으로는 넓은 남해 바다와 갯벌이 몇 줄기 안남은 석양빛에 예쁘게 반짝인다. 오른쪽 언덕위 전망 좋은 펜션들에선 저녁을 준비하는지 맛있는 냄새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몇 분이 화이팅을 해주신다. 여기도 다시 와봐야겠다.^^ 하프거리 이상을 달려왔는데, 여전히 달린다는 느낌보단 흘러가는 느낌?? 6분 20~30초대 페이스로 몸이 셋팅이 되었는지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달리기에 크게 필요없는 신체 감각 기관들은 각기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느낌이다.^^
몇 번의 갈림길이 있었지만, 바닥에 크게 "U" 표시와 함께 화살표가 잘 그려져 있어 길 찾는덴 별 문제가 없다. 사실 지도를 하도 많이 봐서 인지,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것처럼 앞 길까지 훤하다. 왕복 2차선 갓길을 달리고 있지만,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아서 크게 위험하진 않다. 30km 지점 CP 도착(3시간 7분 소요).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너무 반갑게 맞아주신다. 콜라, 이온음료, 초코파이, 오이, 방울 토마토 등 먹을 것도 많다. 다음 CP까지는 17.7키로. 가장 긴 구간이고 해발 250m 바람재를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물통을 다시 한번 가득 채우고, 오이까지 두어개 챙겨서 대회 첫번째 고개를 넘어간다.
30km ~ 47.7km
32km 지점 동화 삼거리에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아직 달이 뜨기 전이라 도로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오직 발목에 전해오는 느낌만이 지금 가는 길이 오르막임을 알려준다. 눈 앞에 점점이 보이는 빨간 점멸등들의 속도를 보니 뛰는 분들보다 걷는 분들이 더 많은 거 같지만, 경사가 생각보다 완만해서 충분히 뛰어볼만 하다. 준비해간 코스도에는 36.5키로까지 오르막이라도 되어있는데. 대략 35키로 지점에서 평지가 나온다. 어라? 벌써?
왠걸, 지금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
거의 부주산 수영장 앞 오르막 같은 경사가 2~3키로 계속 된다. 처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앞 선 주자들을 2~3명 추월했는데, 당췌 오르막이 끝날 줄 모른다. 거의 38km 지점을 넘어가니 발끝 감촉이 달라진다. 추월했던 분중 한 분이 쏜살같이 내리막을 내려가니, 나도 덩달아 따라간다. 자전거에서는 "헤어핀" 코스라고 하나? 굽이굽이 경사가 심하다. 얼마정도 가니 저 멀리 발 아래로 낙안 마을 불빛들이 보이는데, 많이 올라오긴 올라왔나 보다. 결국 그 앞 주자는 포기하고, 속도를 낮춰 무릎 부담을 줄여준다.
고개를 다 내려와 삼거리에서 경찰분들이 좌회전하라고 안내를 해주신다.
다시 평지가 되니 내리막에 익숙해진 다리가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한다. 부주산 연습때 대략 8바퀴때 느꼈떤 무기력감이 이제야 찾아온다. 맛있는 국밥이 기다리는 다음 CP까지는 7키로쯤 남았을텐데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한참을 걸었다. 마을 입구에 불켜진 "**마트" 간판이 자꾸 유혹한다.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하고 가라고... ㅋㅋ 고민, 갈등을 백번 하고 있는데 빨간 경광봉 두개가 휙 지나간다. 바람재에서 추월했던 두 분이다. 쉼호흡 한 번 하고 따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곤 45km 지점에서 다시 추월. 그 때부턴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벌교부농회가 있는 낙성 마을에 다다르니, 큰 길이 두 개로 나뉜다. 바닥 표시가 없으면 무조건 직진. 100여 미터 앞에서 큰 천막이 보인다. 47.7km CP2 도착. (5시간 05분 소요)
47.7km ~ 59.2km
따끈한 밥과 국을 받아들고 잠깐 의자에 앉았다. 젖을대로 젖은 양말을 갈아신을려고 보고 다행히 물집은 없다. 다만 20키로 지점부터인가 오른쪽 발목 복숭아뼈 윗쪽과 무릎 왼쪽에 통증이 계속 쌓이는 느낌이다. 아직까진 참을만하지만, 앞으로도 50키로 넘게 가야하니 걱정이다. 그것도 큰 고개가 4개나 남았는데...
밥을 국에 말아 삼키듯 집어넣고, 한 쪽 물통에 에너지소스2:1과 제로정을 넣고 물을 가득 채운다. 화대종주때 처음 먹어봤는데, 맛도 좋고 효과도 좋은 것 같다. 이제 이번 코스중 가장 힘들다는 석거리재(250m)와 빈계재(300m)를 넘으러 가자. 마을을 돌아나와 50km 지점이였나? 오르막 표시가 보인다. 시작부터 만만찮은 경사지만, 걷지않고 뛸만하다. 마침 비슷한 속도로 가는 불빛이 보여 따라 붙어 본다. 가까이 가서 보니 경기도 배번을 달고 뛰고 계셨는데, 배번 밑으로 "추.월.금.지"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형광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 재미있기도 하고, 살짝 오기도 나고 해서 살짝 속도를 높여 "추월금지"님을 "추월"했다.ㅋ
고개 정상으로 갈수록 경사가 심해지니 이젠 걷다 뛰다를 반복한다. 달이 제법 높이 떠서 가야 하는 길들이 어렴풋이나마 눈에 들어온다. 저길 언제 올라가나 하는데, 불빛 하나가 휙 지나간다. 그 분이다. 이 오르막을 쉬지도 않고 어찌 저리 잘 올라가시는 지...."추월금지"라는 글자가 점점 멀어지더니 결국 시야에서 사라진다. ^^;; (이 분과는 나중에 두 번 더 만난다.)
드디어 석거리재 고개를 넘어 완만한 내리막. 이제 앞 뒤로 아무도 없이 혼자 호젓이 달린다.
걸어올라오면서 힘이 조금 비축이 되었는지, 아님 야식 먹은게 소화가 되었는지 이때부터는 6분 30초대로 뛰어진다. 내리막후 나오는 첫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 그리고 이번 대회, 아니 평생 최고의 풍경과 만난다.
산속의 조그만 분지인 것 같다. 제법 주변에 밭도 많고, 도로 옆으로 도란도란 시냇물이 흐른다.
수묵화처럼 옅게 드리워진 산 능선위로, 얼마전 보름을 채운 하현달이 이 조용한 시골 마을을 은빛으로 감싸안고, 부드러운 안개에 섞인 나무들과 꽃 향기가 온 동네에 가득하다. 내가 언제 또 이런 길들을 달려 볼 수 있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과 행복함의 절정이다. 헤드렌턴의 밝은 불빛이 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아 한동안 렌턴을 꺼버린채 달렸다.
그 느낌 그대로, 힘듬없이 빈계재를 오르고 쉼없이 긴 내리막을 내려와, 낙안 성북 삼거리에 도착한다. 59.2km 지점 (7시간 소요)
59.2km ~ 73.3km
60km 지점 성북 삼거리 급수대. 이제 대회 절반을 넘어섰다.
기록이 2주전 부주산 기록과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이제부터는 처음 가보는 미지의 거리이다. 낙안읍으로 오는 도중 네 분의 선배님들을 지나쳐 왔다. 울산, 전북, 부산... 배번을 보니 전국 각지에서 오신 듯 한데 마치 오랜 친구처럼 재미있는 동반주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그 분을 다시 만났다. "추월금지"님(죄송합니다. 성함이 기억이 안나서...^^;;)이 내 바로 앞에서 물 한병을 낚아채고는 또 다시 낙안 온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비워진 물병을 다시 채우고 방울 토마토 몇 개를 챙기는 순간 또 그 불빛이 사라져 버렸다.
오공재로 올라가는 오르막은 낯이 익다.
작년 순천 남승룡 단체 대회 끝나고 이 곳을 올라 낙안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고개 정상에 있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기억으론 버스도 힘들게 오르던데, 두 발로 오를려니 만만찮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있어, 다음 가로등까진 뛰고 그 다음 가로등까진 걷고...를 몇 번 했더니 드디어 정상이다. 그리고 마지막 고개인 율치재 입구까지 꽤 긴 내리막을 내려갔다.
율치재를 오르는데 또 다른 달리미를 만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이제 힘이 많이 빠져 오르막에서 100미터 이상 뛰어지지 않는다. 그 분도 많이 지친듯 걷는 시간이 길다. 간신히 몇 발자국 앞서 고개를 넘고는 상사호까지 긴 내리막을 느리지만 쉬지 않고 달려 내려온다. 그리고 선암사 입구 삼거리 73.3km 지점 도착. (8시간 45분 소요)
73.3km ~ 84.5km
그리고 추노의 시작이다. ㅋㅋ
왜 그랬을까? 생전 처음 보는 주자들에게 왜 그렇게 잡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이번 급수대에서는 떡이랑 콜라, 음료수가 풍성했었는데 준비해간 햄버거도 다 못먹고 서둘러 출발했다. 대신 75km 지점에서 마지막 남은 아미노 바이탈을 입에 털어 넣고 힘을 내본다.
이번 대회에서는 식염포도당-파워젤(+카페인)-아미노 바이탈-양갱을 5키로 간격마다 번갈아 보급했다. 정말 힘들 때를 대비, 비밀무기 이소젤(에너지젤 일종인데 점도가 약하고 상큼한 과일 음료 맛이 난다.)도 2개 챙겼다. 76키로 지점, 우회전해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상사호 둘레길로 접어든다.
77키로 지점. 분명 날보고 짖었던 인근 민가의 개가 내가 지나고 얼마 안지나 또 짖기 시작한다. 누군가 뒤따라 오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 만났던 세 분의 주자들에게 다시 한 번 잡혔다. 이젠 따라갈 기운도 없어, 평지나 내리막에서도 걷기 시작한다. 오른쪽 발목 통증이 심해져서 누가 보아도 절뚝거리는 품이다. 마냥 걸을 수 만도 없는 것이 새벽이 다가오면서 기온이 급하게 떨어지면서 오한이 들기 시작한다. 상사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개때문에 바로 앞 중앙선 차로도 보이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손목 GPS가 정확히 자기 할 일을 잘 해주고 있다.
빨간색 화살표가 12시 방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GPS 신호가 아주 정확해서 10여미터만 경로에서 벗어나도 바로 알람이 울린다. 덕분에 "알바"할 염려없이 오직 두 다리를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기운을 내서 꽤 긴 거리(그래봤자 1~2키로)를 달렸더니 걷고 있는 세분을 다시 만난다. ^^ 재역전. 그렇게 한참을 걷.뛰.해서 84.5키로 지점에 도착했다. (10시간 20분 소요)
84.5km ~ 96.8km
84.5km 보급소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콩우무를 만났다.
정말 정신이 번쩍날 정도로 시원하고 달콤하고 고소하다. 염치 무릅쓰고 한 그릇 더 청하는 순간... 아까 그 세 분이 바로 들어온다. 하....^^;; 바로 원샷. 그 분들이 의자에 앉은 모습을 보고 서둘러 출발한다. 그리고 그게 그 분들을 본, 마지막 모습이였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87km 지점부터 90km까지는 6분 초반 페이스로 뛰었다. 이제 10키로 남았고 시계를 보니 딱 새벽 4시를 지나고 있다. Sub-12 할려면 한 시간 남았다. 6분 페이스로 한 시간만 뛰면 가능하다. 몇 번 생각하다가 바로 포기. ㅋㅋ
순천시로 접어드는 95키로 지점에서 그 분을 세번째 만났다. 추.월.금.지.님^^
하도 반가워 잠시 같이 걸었다. 예전에는 같은 코스를 10시간에도 뛰었다는데 잠시 운동을 쉬고 다시 시작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너무 졸려서 잠시 걷고 있는 중이라고. 동반주 할까요 했더니, 먼저 가라신다. 청암대 거의 다 와서 또 누가 따라오는데 이젠 도저히 못 뛰겠다. ㅠㅜ 날 추월하시더니 청암대 앞 96키로 지점 마지막 급수대에서 다시 만났다. 멀리 경남 사천에서 오신 한양석 선배님. 시원한 바카스와 매실액 한잔을 마시고는 마지막 6키로를 동반주로 간다. 96.8km 도착 (11시간 40분 소요)
96.8km ~ 102.3km
청암대 앞 육교를 건너 순천 정원 박람회장 서문을 지나 우회전을 하니, 동천 자전거 도로와 연결되는 지하도가 나온다. 이젠 정말 다왔다. 한양석 선배가 울트라 얘기를 해주시는데 200k, 300k, 600k를 다 해보셨단다. 대단하다. 자꾸 발걸음이 쳐지는 날 끝까지 끌고 간다. 이제 손목 gps의 거리가 100k를 넘어가는데도 골인 지점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건 걱정했던 발목과 무릎이 끝까지 잘 버텨주고 있다. 마지막 1k 남았다고 하니 쉬지 않고 달려본다. 저 멀리 어둠속으로 기록을 알려주는 시계 전광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 고맙게도 골인 지점 바로 앞에서 한양석 선배가 먼저 들어가란다. 드디어 골인.
102.3km 도착 (12시간 23분 05초 소요) 15등/170명
폭싹 늙었네..ㅋㅋ 새벽에 추웠는데 바지가 땀에 흠뻑 젖었다.
긴 밤, 두 발로 뛰었던 남도 250리. 잊지 못할 추억이 될 듯 싶다.
자, 이제 또 하나의 큰 숙제를 했고, 다음은 어디?
(P.S) 100키로 고저도와 5K 평균 페이스
신기하게 90k 이후 페이스가 살아난다. 75k~85k 구간이 제일 힘들었다. 고생했다. ^^
첫댓글 힘든 일과~저녘에 시작해서 새볔에 끝난 술자리로 현장에가지않고 사무실에 앉아 수혀니 후기를 읽다보니 이친구 머리가 참좋다 싶다.
그많은 과정 사물 사람 시간시간 느낌까지 다기억하고 후기로 남기는걸보니~~ㅋㅋ
칭구야 그래도 내가 일빠댓글 남겼다~~~ㅎㅎㅎ
바둑 다 두고 복기하는 기분으로....
참, 좋더라~ 일반 마라톤과는 또 다른 즐거움?
달빛 은은한 밤에 그 넓은 도로를 나 혼자 전세 내서 달리는 기분~^^
친구도 언제 한 번 경험해 보시길~ 강추!
"55킬로 휴식 지점에서 75킬로 지점까지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느슨하게 돌아가는 육류 다지는 기계 속을 빠져 넘어가는 쇠고기와 같은 기분이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2009년 3월 읽은 이 책엔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에 밑줄그어져 있네요. 그때 알았어요 울트라 마라톤의 간접고통,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큰 기쁨을 가져다주었고, 그 나름의 자신감도 생겨났다.고 작가는 말하네요. 후유증도 생겨나는데 일명 '러너스 블루'
이 안개가 걷히자 장거리 러너는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합니다.
수현씨의 안개는 어떤 모습으로 걷힐까 무척 기대됩니다.
늘 정성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후기를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
저도 75km 지점부터 힘들긴 했는데, 회수차 생각이 한 번도 안 날걸 보니 편하게 달렸나 봅니다.^^
사실 고통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컸던 경험이였습니다. 기록보다는 경험에 의미를 둔 대회였기에 그랬을 겁니다. 무엇보다 "완전한 혼자"가 되는 즐거움을 10시간 넘게 누렸으니, 완주후 성취감이나 자신감보다는 과정이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 사실 대회 자체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던 듯 .
화대종주 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대회가 있습니다. 10월 14일 트랜스제주.
기대가 만발입니다. ^^
다음대회는 조금 쉬운편인 영동곷감울트라????
아님 전주울트라????
나도 100키로 한번 나가볼려 하는데~~~~
전주울트라는 2주전 9.30일 사전주까지 있네요
전 10월 14일 제주도 갑니다.
트랜스 제주 100k: 총상승고도 3400m, 거리 100km, ITRA 포인트: 4
화대종주의 높이와 순천만의 거리를 가진 대회네요... 끝판왕입니다. 올해 마지막 숙제 ^^
@채수현(11) 지리산화대종주에 이어 순천100키로도 해냈으니 요것도 무난히 완주할듯
@거북이(이현익09) 한라산 관음사로 업, 성판악으로 다운 그리고 한라산 둘레길 4코스. 제한시간 28시간.
일반 로드 울트라보다는 주로가 거칠겟지만, 숲속을 뛰는 거라 훨씬 기대가 큽니다. ^^
가을이 익어가는 길목에서 또다른 매력의 자신을 발견한거에 대해 축하드리네 250리길의 아름다운 순례의 길이였겠지만 다시한번 무사완주를 축하드리네 석양이 물들어가는 순천만과 물안개가 짖게 드리워진 상사호의 새벽의 운치를 내년에도 즐겨 보세나?
답글이 늦었습니다~ ^^;;
끌어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형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겠습니다~ ^^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지만 나도 할 수 있을까요?
마라톤을 준수하게 하시는 어떤 여자분이 화대종주, 제주 트레일러닝 나가고 싶다고 몇 번 얘기했더니 말만 하지 말고 나가보기나 하라고 어떻게 핀잔을 주던가 내 자신이 좀 창피했습니다. ㅎㅎㅎ
나이 50을 훠얼씬 넘긴 나도 과연 할 수 있을까나? 50km~60km만 뛰어봐도 원이 없겠다
안녕하세요~ 제가 화목달을 못 나가니 카페에서나마 이렇게 뵙습니다. ^^;;
여기 후기에 적었던, 마지막 저에게 골인을 양보해주신 한양석 선배 연배가 57세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보다 훠얼씬 잘 뛰신던데요. ^^ 화대종주때도 제가 퍼져있던 마지막 유평리 코스를 이끌어 주셨던 선배님들도 그 연배였던 것 같구요~ 나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제주 트레일러닝 (Trans Jeju) 대회가 한라산 종주와 한라산 둘레길 4개 코스를 엮은 멋진 코스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걱정이 많지만, 도전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