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 지은이 : 이현주 외 * 그린이 : 임종길
콩알 하나, 쌀 한 톨, 작디작은 좁쌀 안에도 우주가 들어있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고 했다. 콩알뿐만 아니라 쌀 한 톨, 작디작은 좁쌀 한 알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먹는 모든 낟알 속에 우주가 들어있다는 옛 어른들 말씀이다. 그 말씀은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삶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이제 그 말씀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씨앗처럼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다.
표제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에는 그런 자연의 순리, 오묘한 생명 이야기가 담겨 있다. 콩 한 알이 비록 작고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콩 한 알을 세상에 생겨나게 하려고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콩알 하나, 좁쌀 한 톨도 온 우주가 도와서 만들어 낸 엄청난 물건이란 사실을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매일 우리들 밥상에 오르는 밥 한 그릇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장일순 선생과 공부해 온 이현주 목사가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우리말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풀어 썼다.
이현주 목사는 여러 낟알 가운데서도 콩알을 골랐다. 콩알 하나가 세상에 나오려면 콩깍지도 있어야 하고, 콩 덩굴도 있어야 하고, 꽃가루를 옮겨 줄 나비와 벌도 있어야 되니까 빗대어 이야기할 소재가 많은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콩알 하나가 생기려면 흙도 있어야 하고, 빗물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햇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햇볕이 있어야 콩알이 익고, 마침내 해 기운 덩어리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짐승이 못 먹는 것 하나를 풀은 먹는다. 바로 해에서 나오는 기운이다. 사람이나 짐승도 해 기운을 먹어야 살게끔 되어 있는 것이 생명의 법칙인데, 곧장 받아먹을 수 없으니까 풀을 통해서, 풀이 열매 속에 저장해 둔 해 기운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콩 알 하나에는 우주가 들어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하늘, 땅, 사람을 일컬어 ‘천지인삼재’라고 하셨던 것이다. 우리가 콩알을 먹고, 밥을 먹으면 해 기운, 땅 기운, 사람 기운이 부서지고 녹아서 뼈도 되고, 살도 되고, 피도 되고, 힘도 된다. 마지막으로 이현주 목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밥을 먹는 것은 하늘 기운, 땅 기운, 사람 기운을 우리 몸에 모시는 것이란다. 달리 말하면 하늘 기운, 땅 기운, 사람 기운이 우리 몸을 통해서 살아가시도록 해 드리는 거야.”
자연을 이루는, 고마운 목숨들 이야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저 혼자 뚝 떨어져 살 수 없다. 벌레들이 살아야 새도 살고, 새가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사람도 잘 살 수 있는 것처럼, 콩알 하나가 세상에 나오는데도 흙, 빗물, 곤충, 햇볕, 그밖에 많은 것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책 속에는 그런 생명 이야기 다섯 편이 더 실려 있다. 주제는 한결같이 자연을 이루는, 고마운 목숨들 이야기다.
아흔 고개를 넘겨서도 하루에 여덟 시간씩 논밭에 나가 일하는 원경선 선생은 흙 한 줌 속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흙 속 미생물이 과연 어떤 목숨인지, 흙을 왜 모든 생명을 낳고 키우는 어머니라고 하는지 마치 옛이야기 들려주듯 다정다감하게 말씀해 주셨다.
민속학을 연구하는 학자, 안동대학교 임재해 교수는 ‘밥이 되는 똥’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누는 그 많은 똥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밥은 어김없이 똥이 되어 나오는데, 이제 더 이상 똥은 밥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 겨레가 살아온 전통문화 속에 얼마나 아름다운 삶의 길이 있는지 똥을 매개로 전하고 있다.
달팽이 박사로 유명한 생물학자, 강원대학교 권오길 교수는 우리 땅을 흐르는 물 속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구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사는 예쁜 물고기, 각시붕어. 각시붕어는 알을 꼭 조개 몸에 낳아야 한다. 그러므로 조개가 없으면 각시붕어는 살 수 없다. 마찬가지로 조개들 가운데서도 각시붕어가 없으면 아예 못 사는 친구들이 있다. 과연 누가 그렇게 하도록 가르쳐 주었을까? 각시붕어와 조개가 더불어 사는 모습이란 보면 볼수록 신비롭게 다가온다.
시인이자 농민운동가인 서정홍 선생은 우리나라의 논에 대해, 엄마 품처럼 넓고 따뜻한 논의 생명성에 대해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고 있다. 논 하나가 온전한 생태계를 이룬다. 논이 있기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와글와글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요새처럼 농사짓는 일이 먹고살기조차 힘든 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농부가 논을 떠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글을 읽고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은 ‘고마운 목숨들 이야기’라고 평해 주셨다. 선생의 말씀처럼 온통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갇혀 풀 한 포기, 새 한 마리 가까이 못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귀하게 읽히기를 기대해 본다.
* 지은이, 그린이 소개
․ 이현주
194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감리교 신학대학을 졸업했고, 열아홉 살 때 이원수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껏 목사로서, 번역가이자 수필가로서, 그리고 《바보 온달》 《외삼촌 빨강 애인》《육촌 형》 들을 쓴 어린이 책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 원경선
원경선 할아버지는 흙과 더불어 사는 농부다. 1914년에 태어났는데, 지금도 하루에 여덟 시간씩 ‘풀무원’ 농장 논밭에 나가 일하고 있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는 바른 농사, 무엇이든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 넉넉한 삶, 그리고 전쟁과 공해가 없는 세상을 일구며 한평생 살았다.
․ 임재해
195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지금은 안동대학교에서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민속학을 연구하면서 2백 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밥이 되는 똥 이야기’에도 엿보이는 것처럼, 온 생명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길을 우리 겨레가 살아온 전통문화 속에서 찾고 있다.
․ 이상대
1958년 충주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에야 복직되어 신월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사랑하는 국어 선생님, 끝없는 똥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자연 속 목숨들의 삶을 그린 봄나무 한살림 그림책에 글을 썼다.
․ 권오길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달팽이 박사’로 유명한 과학자로서 지금도 강원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제 어린이에게 눈을 돌려 오묘한 생명의 세계를 전하고자 애쓰고 있다. 《어린 과학자를 위한 몸 이야기》에 이어 《생태계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다.
․ 서정홍
195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무너져가는 우리 농촌과 오염된 환경을 살리는 ‘생명공동체운동’을 하면서 해마다 ‘생태귀농학교’를 열고 있다. 오랫동안 시를 써 왔고,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으로 《윗몸일으키기》 《우리 집 밥상》이 있다.
․ 그린이 임종길
196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화가로서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개인전을 네 번 가졌고, 수원 권선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환경을생각하는전국교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선생의 바람은 자연에서 배우며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 것. 수원 금곡동에 있는 ‘도토리교실’은 그 바람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아이들과 함께 생태 연못 만들기, 텃밭 가꾸기 등 다채로운 활동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다. 두꺼비가 살 수 있도록 ‘두꺼비 논’을 마련하고 농약 없이, 제초제 없이 지은 농사 일기, 《도토리교실, 두꺼비 논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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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책 넘 재미있습니다. 강추!!
진짜 재밌어요? 재밌는 책과 좋은책이 완전 등호성립이 아닌지라... ^^; 진짜 아이들이 재밌어 할 책이라면 당장에라도.
감사합니다. 더욱더 좋은책으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