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옛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네댓 노년들의 대화, 일자리, 지원금과 용돈 이야기...국가란 누구엔겐 돌보미이고, 또 다른 이에겐 걸림돌이다. 문득 건강하지 못한 노년의 삶은 세상 채무(빚)의 연속이란 생각이 들었다.
버스기사가 매우 친절했다. 지난번 이곳 터미널에서 일하는 동네 조반장이 직업정신이 투철하다고 칭찬한던 그 사람이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진주성을 향해 걸었다. 오랫만에 딛어보는 발걸음이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관광객이 별로없다. 촉석루, 의암바위와 논개사당, 진주성...430여년전 임진왜란 3대첩의 격전지이다.
논개를 흔희 기녀라고 부르는데, 그녀는 기녀가 아니다. 전북 장수군 장계면(예전에 가본 태생지)이 고향인 그녀는 양반 딸로 태어났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자 숙부집에 맡겨졌다. 후에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최경희의 후처가 되었다. 진주성이 함락되어 최경희가 사망하고, 왜군들이 촉석루에서 연회를 벌이자 기녀로 위장하여 왜장을 의암바위로 유인하여 끌어안고 투신했다.
진주성을 한바퀴 돌고, 옛날 살았던곳 주변들을 둘러보았다. 다리를 건너 강가를 따라 내려오며 지나간 시절들을 회상했다.
만나기로 약속한 식당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기억하고 불러준 반가운 얼굴들, 이게 얼마만인가? 30년은 됨직하다. 이 국밥집도 10수년전에 한번씩 들렀던 곳이다. 다행이 두 친구는 건강해 보였고, 생업에도 열중하고 있다니 부럽다.
40년전 초창기 만남부터, 어느 순간의 이야기를 꺼내어 이어가야 할지 쌓인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두시간이 넘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러나 깊은 이야기는 아직 다 꺼집어 내지도 못하고, 가슴속에 남았다.
참! 이곳을 향해 오던중 지난날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던, 먼곳으로 먼저 가버린 후배가 근무하던 사무실을 지나쳤다. 그러고보니 함께 술잔 기우리던 얼굴들이 더러 떠났다.
삶이란 좋게만 생각한다고 건강이 유지되고, 시간이 연장되는게 아니다. 조물주의 쓰임대로?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모르기에 불안 초조하지만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다.
돌아가야할 시간, 친구들은 버스정류소까지 따라와 마지막 버스 놓칠세라 차표를 챙겨주고, 손을 잡았다. 무슨 이별의 부산정거장이냐고? 우리들이 마음이 그랬다.
그리운 시절에 반가운 만남이라면, 나는 크루즈선 타고 넓은 세계돌며 즐기는 버킷리스트(Bucket List) 못지않게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흘러갔지만, 추억은 되돌아 온다. 잡았던 손을 놓고 버스에 오르며, 열기 더해지는 계절을 건강하게 보내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고마운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