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왔다는 황홀한 기분에 취해 이육사평전을 뒤척이다가 일찍 잠들었다.
아침에 양산수영장 들렀다가 집에 와서 아침밥 먹고 잠시 자리에 몸을 뉘었는데도 잠이 안 오길래 부산대학앞 차수리닷컴 카센터로 냅다 달렸다.
다음 카페 보니까 예약 손님이 계셔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사장님을 뵙고 엘피지 전용차를 엘피지아이 엔진으로 개조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아이비윙 모탑을 설치하는 게 좋은지 여쭸다. 무척 인상이 부드러우신 사장님은 아이비윙을 추천해 주셨고 바로 작업해 주시길 부탁드렸다. 오늘 시간은 무한정이니까.
과연 그랬다. 내가 오전 11시 15분쯤에 도착했는데 11시 40분쯤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카수리닷컴을 출발한 시각이 밤 10시 정각이었으니 온종일 시간이 걸렸다. 옆에서 작업을 구경한 나도 대견하지만 실제 작업하신 사장님과 실장님 노고가 내 차 때문에 퇴근을 늦게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울 정도였다.
1. 아이비윙 + 모탑 설치 작업
2. 스파이더 접지시스템 작업
3. 알터네이터 교체 작업
4. 엔진오일 교체 작업
5. 와이퍼링크 작업
6. 브레이크등 전구 갈기 작업
을 했는데 1번 작업 마친 시각이 거의 저녁 8시쯤 됐나 보다. 2번 작업이 9시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하신다 해서 고맙게 한 끼 얻어먹고 9시 30분에 또 시운전을 다녀오셨다.
온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나는 참말 오래간만에 부산 시내버스를 타고 사직수영장에 다녀왔다. 다녀온 시각이 거의 네 시쯤 됐을까. 나는 긴바지에 긴팔옷 2002 월드컵 트레이닝복을 입고 온종일 있었는데 사장님은 작업하시느라 반팔에 대형 산업용 선풍기까지 틀어놓으셨다. 작업등으로 쓰는 백열등이 무지 더웠으리라.
배기포팅 작업은 정말 멋졌다. 8년 반 동안 기름에 찌들어 누렇게 뜬 배기구가 사장님 손길에 다시금 은빛으로 번쩍거렸다. 아, 저게 기술이구나. 가스차 고치는 건 처음 보기에 여러 질문을 드려도 작업 중에 흔쾌히 대답해 주셨다. 반 넘어 없어졌던 엔진룸 부품들이 다시 제모습을 찾고 더 멋지게 스파이더 접지를 두른 뒤 엔진오일 가는 걸 보는 것도 시원스런 일이었다. 리프트에 차를 올려서 원래 들어 있던 오일을 뺀 다음 차 앞부분을 들어올린 뒤 바퀴 공기압을 점검한다.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시는 데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는 엔진오일 플러싱을 깨끗이 하고 난 뒤 리프트를 내려서 새 엔진오일을 채운다. 보는 내 속이 다 시원해졌다.
브레이크등을 교체하고 1, 2주 운행한 뒤 가스값을 측정해야 하니 한 번 더 들러달라 하셨다. 온종일 만 11시간 들인 노고를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인사 드린 뒤 차를 몰고 오는데. 아, 이건 장난 아니다. 전문가 손길이 이렇게 차를 다르게 만드는구나. 경부고속도로 상행 오르막길에서 뒤처짐없이 쓩쓩 나가는 게 비행기 안 몰아봤지만 스타워즈에 나오는 비행 오토바이를 타는 듯했다. 하지만, 밤중 빗길이어서 역시 안전 모드로 36분 동안 조심해서 왔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데 저녁 귀뚜라미 소리가 부드럽게 들린다. 가을이 이미 곁에 온 마당에 이제 무얼 거뒀나 생각해 보니 봄 한철 괴롭게 인내한 내 차의 안쓰러움이 오늘 하루 사장님 고생한 덕으로 결실한 기분이다. 대만족!
* 2008. 8. 22. (금) 아침 자유형 400미터 9분 09초 10 (양산수영장)
오후 자유형 1500미터 34분 04초 12 (사직수영장)
첫댓글 하하하...하루 종일고생 하셨습니다...*^0^*...후딱 해치우는 기술이 아니고 정밀 정성시공으로 다소 늦었습니다....차수리닷컴 방문하여 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오늘도 억수로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정밀 정성 시공, 장인 정신이 느껴집니다. 정말 어젯밤 차 몰고 집에 가는데 "감각이 다를 거니까 조심해 가세요." 하시던 말씀이 새록새록합니다. 오늘은 부모님 쓰시는 트럭에도 감동을 얻어 갈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