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순배출량 0)을 달성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탄소 예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치 등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너무 많은 숫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숫자에는 삶이 담겨 있지 않다. 당신이 입은 티셔츠의 라벨에 캄보디아 노동자의 초과 노동과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잦아진 가뭄과 농민의 이산이 표기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혹시 숫자 환원주의에 빠지지 않았는가? 숫자로 표기된 목표를 달성하면 아무 문제도 없는 걸까?
기후변화는 숫자가 아니다. 세계 시민, 부자와 빈자 그리고 가축과 야생 동식물의 삶과 얽힌 현상이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숫자인가? 삶인가?
기후변화에 관한 극단적 태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술이 결국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내일모레라도 인류가 멸종할 것처럼 떠벌리는 공포다. 하지만 기후재난은 SF 영화의 스펙터클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삶을 느리게 투과하면서 고통을 배가하고 절망을 일상화한다.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느린 재난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