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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별곡] 04
S#1. 대비전, 밤
이나영 잔뜩 긴장한 얼굴로 탕약을 대비 앞에 놓는다.
대비 이나영 힐끔 보고 받쳐 든 쟁반에서 탕약 사발을 집어 든다.
이나영 쟁반 받친 손 떨리지 않으려 애쓰고, 조상궁 이나영 본다.
탕약을 들었으나 무릎 위에 내려놓고 한탄하는 대비.
대비 : 궐밖에는 금상을 해하려는 폭도들이 득실거리고, 궐안에는 왕실을 능멸하려는 신하들만 가득하니,
내 마음이 우울하기만 하구나.
조상궁 : 기운을 내셔야 합니다. 어서 탕약을 드십시오, 마마.
이나영 : ...
대비 : 요즘은 밥 한톨을 삼켜도 바위를 넘긴 것처럼 아랫배가 무겁고 영... (탕약을 들어 향을 맡는다) 향이 독특하구나.
조상궁 : 식욕을 돌리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비 : 그래, 내 기운을 차려야 왕실을 지키는 데에 힘을 보탤 수 있지 않겠는가?
건강하고 또 건강하여야 이 나라 왕실이 천년만년 가는 것을 보지 않겠는가?
대비 탕약을 입가로 가져간다.
이나영 마른침을 삼킨다.
대비 그런 이나영 힐끔 보고는 천천히 탕약을 마신다.
조상궁 대비를 본다.
극도로 긴장한 이나영.
탕약을 다 마시고 내려놓는 대비.
의구심에 가득찬 이나영 빈 탕약 그릇과 대비를 본다.
대비 그런 이나영을 이상하다는 듯 본다.
이나영 얼른 고개 숙인다.
조상궁이 건내준 비단으로 입가를 닦는데, 대비 돌연 얼굴을 찌푸린다.
대비 : (고통스럽다는 듯 배를 만지며) 대체 탕약에 무엇을 넣은 것이냐?
이나영 놀라 대비를 본다.
고통스러운 듯, 연신 가쁘게 숨 몰아쉬는 대비.
S#2. 좌포청 대청, 밤
포도대장, 종사관과 군관들, 박상규를 축하하며 월향과 기생들 불러다 술 마시며 왁자지껄 떠든다.
박상규 준다고 술을 섞으며 삼배주 제조해 건네는 포도대장.
포도대장 : 예판대감의 자제인 자네의 출세는 우리 벽파당 전체의 기쁨이네. 그래, 예판께서는 시전도감 제조로도
유력하다지? 상인들을 상대해야하는 중요한 자리지, 알짜 중에 알짜 보직 아닌가!
우울함을 참지 못한 박상규, 듣기 싫어 나간다.
무례함에 언짢아하는 종사관들.
월향 포도대장과 종사관들을 달래고 따라 나간다.
마당에 내려선 박상규, 금사를 꺼내 보며 무겁게 신음을 토한다.
박상규 : 낭자...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겝니까...
월향 : (다가와 달랜다) 나으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이신 분들입니다.
성의를 보아서라도 혼자만의 근심은 잠시 접으셔야지요.
박상규 : (한숨 쉬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S#3. 대비전, 밤
대비 심하게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
박상궁 이나영을 추궁한다.
박상궁 : (이나영 보고) 탕약에 무엇 무엇을 넣었느냐?
이나영 : (침착하려 애쓰며) 팔각과 그것의 흡수를 도울 생강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기운을 보하시라 삼과 대추를...
박상궁 : (O.L) 이 년! 대비께서 삼을 들지 못하시는 걸 몰랐단 말이냐? (궁녀에게) 어서 찬물을 가져오너라!
(조상궁을 노려본다)
조상궁 : (어떤 의도인 듯 침묵한다)
이나영 : 수삼을 찐 삼입니다. 인삼을 들지 못하는 분들도 능히 드실 수 있는...
박상궁 : (O.L) 닥쳐라. 네 년 목숨이 몇 개나 되는지 궁금하구나!
대비 : (호흡이 진정되며) 되었네.
이나영 : ?
박상궁 : 마마?
대비 : (숨 고르며) 너무 호들갑 떨 것 없다.
이나영 :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본다)
대비 : 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실수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박상궁 : 엄히 다스려야 합니다, 마마.
대비 : 인사불성의 정상궁을 일으켜 세운 아이가 아니냐. 그 고마움에 오늘의 실수를 갈음하는 셈으로 치면 될 것이야.
이나영 : (혼란스럽다)
대비 : 차후 탕약을 달일 때 유념하면 되느니라.
이나영 : 예, 마마.
S#4. 궐 일각, 밤
조상궁 뒤쫓아 가는 이나영 채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이나영 : (나직이) 마마님?
조상궁 : (대답 없이 간다)
이나영 : 이것이 어찌된 영문입니까?
조상궁 : (멈춰 돌아보며 대뜸) 대비께 탕약을 지어 올리는 것은 내의원에서 응당 하는 일,
너는 삼을 넣는 큰 실수를 하였다. 그 뿐이다.
이나영 : 하오나... 최의원께서 주신 그 열매는 분명...
조상궁 : (차갑게 웃는다) 그 열매를 넣은 탕약이라고 확신하느냐?
이나영 : 저는 분명... 그 열매로 탕약을 다렸습니다. 감초를 가져오라 명을 받아 잠시 자리를 비운 것 외에는...! (멈춰선다)
삽입컷) #3-46씬 항심이 : 감초 가지러 간다더니 왜 이리 오래 걸린 게야?
이나영 : 항심이가... (바꿔치기한 것인가!)
조상궁 : (가다가 돌아서며) 언제 어디서든 널 지켜보는 눈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야.
이나영 : ! (도대체 누구누구가 한 패인가) ...
삽입컷) #3-23씬 한상궁 : 네 년이 궐 밖에서 저지른 일들을 이미 다 알고 있다.
삽입컷) #3-40씬 최의원 : (이상한 눈초리) 무엇인 줄 아느냐?
삽입컷) #3-5씬 서판관 : 근본 없는 계집이다... (의혹의 눈빛)
이나영 : ... 하오면 제가 해야 할 일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요.
조상궁 : 아직도 모르겠느냐? 시키는 대로만 하면 너는 너도 모르는 사이, 해야 할 일을 이미 하였을 것이란 뜻이다.
이나영 : ... 알겠습니다, 마마님.
조상궁 : (차갑게 웃는다)
이나영 : ?
조상궁 : 최의원이 준 것은 그 열매가 맞다고 확신하는 게냐? (간다)
이나영 : !
S#5. 궁궐 내 활터, 새벽
이재한 활시위 당기고, 임금 조총으로 과녁을 겨냥한다.
신호 들리고 총소리와 함께 이재한의 화살이 과녁을 향한다.
화살은 과녁에 박히지만, 총탄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임금 : (조총 살피며) 여전히 사거리가 짧구나.
이재한 : 개량을 거듭해도 명중률과 사거리에서 조총은 활에 미치지 못합니다.
임금 : (내관에게 천보총 받아) 선대왕때 만든 천보총이라는 것이다. 사대에 서라.
이재한 사대에 선다.
조총보다 두 배는 긴 천보총을 들고 과녁을 겨냥하는 임금.
신호 소리, 총소리, 천보총에 뚫리는 과녁, 이어 날아와 박히는 화살.
이재한 : 명중입니다, 전하.
임금 : (끄덕인다) 이 천보총을 휴대에 용이하게 개량한다면, 활에도, 왜구의 조총에도 겨루어 능히 이겨낼 것이네.
이재한 : 송구합니다, 전하.
임금 :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효용만을 따져 불평하고 폄하하는 것은
과거에 안주하고 지키려는 마음에 지나지 않는다. (결의에 찬 표정)
채승환 : (오며)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전하.
임금 : (얼굴 환해져) 오! 경, 입궐하셨구려!
채승환 : (절하며 감격스럽게) 신 채승환, 이리 궁궐에서 전하를 뵈오니 기쁘기가 한량없습니다, 전하.
임금 : (눈빛을 빛내며) 좋소. 이제 시작이오.
S#6. 편전, 아침
신료들 자신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고개를 숙이지만 표정 어둡다.
임금 그런 신료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핀다.
채승환 : 선대왕의 유지를 좇아 탕평책을 따르니 불편부당함 없으리. 신도읍지 화산으로의 이전과
도성 주변 시가 정리는 신도궁궐도감에서 관장하며, 제조에는 우의정 심민구, 부제조에 신임 이조판서 이재한을
제수한다. 육의전 독점권 혁파 방안은 시전도감에서 마련하며, 제조에는 예조판서 박인빈,
부제조에 호조참판 양성두를 제수한다. 동서 양반에 대한 군역 부과는 군역도감에서 준비하며,
제조에는 병조판서 강극수 부제조에 형조참판 한두희를 각각 제수한다.
S#7. 평시서 근처, 낮
양만오 잰 걸음으로 평시서로 향하는데, 표정이 불안하다.
S#8. 평시서, 낮
박인빈 : 언제부터 상것들 편의 봐줘가며 나라 정책이 정해졌다 이러는 게야?
양만오 : 사전에 언질도 없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감!
박인빈 : (돌아 앉으며) 채승환 대감이 대사헌으로 복직하면서 조정의 정세가 급변하여 예전과 같지 않네.
양만오 : 하오나, 대감!
박인빈 : 혼자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부제조로 있는 호조참판이 눈에 불을 켜고 견제하는데다,
조석으로 금상과 채승환대감이 경과를 확인하고 있어!
양만오 : 하오면 이대로 저희 시전 전체가 무너지는 걸 보고만 계실 참입니까?
박인빈 : 시전이 문제가 아니야. 이러다간 우리 당파가 작살이 나게 생겼다.
양만오 : 대감! (배신감에 떨린다)
S#9. 저자거리, 낮
난전들 : 내가 내 물건 놓고 판다는데 왠 행패들이야?
일꾼1 : 우리 허락을 받지 않고 장사를 하려면 도성 밖에서 하든가!
일꾼들 난전들의 좌대를 부수고 생선 광주리 빼앗는데,
한성부 사령들 몰려온다.
사령2 : 뭣들 하는 짓이냐? 저자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누구의 허락 없이도 가하니라. 물러가라!
일꾼1 : 그럼 우리 시전 상인은 당장 굶어죽으란 말입니까?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요? (대치하는 분위기)
사령2 : 이놈들 보게? (군졸들 보고) 모조리 오라를 채워라.
군졸들 우르르 달려들고, 저항하는 일꾼들을 포박한다.
한바탕 소란스럽다.
주막 2층에서 내려다보는 박행수와 공행수.
공행수 : 곳곳에서 충돌이 생기니 이러다 우리 애들 다 끌려가게 생겼습니다.
박행수 : 아니 양행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게야?
S#10. 도가, 낮
양만오 : (들어오며) 공조참판 대감과, 홍문관 부제학께 사람을 보내십시오.
삼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등 조선시대 언론기관)에 그 동문 후배들이 많으니,
금난전권 폐지로 인해 국가재정이 파탄난다는 여론을 퍼뜨리도록 하십시오.
도술 : (끄덕인다) 기루에 자리를 마련하지.
양만오 : 관료들 중에 남몰래 난전에 투자하거나 운영 중인 자가 있다 들었습니다. 찾아내십시오.
특혜 시비와 권력형 비리 의혹이 불거지도록 흔들어 놓으십시오.
도술 : 궐내에 있는 인사들은 접근에 어려움이 많지만 한 번 해 봄세.
기녀 앉혀 놓고 희롱하며 기다리던 박행수, 공행수 일어선다.
기녀 양만오를 유혹하듯 더듬으면 내치는 양만오.
삐죽이며 가는 기녀.
박행수 : 이보게 양행수!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아니 하루아침에 시전을 없애겠다고 드니 이일을 어찌하는가?
공행수 : 난전배들이 저자로 몰려들어 아주 개판이네, 게다가 난전배들과 시비가 붙기만 하면 모조리 끌려가고 있어.
양만오 : 숨이나 좀 돌리시지요. 자, 앉으십시오.
박행수 : 지금 숨 돌릴 틈이 어딨나? 송파나 다락원(의정부)의 사상인들은 시전 점방까지 매입한다 하네.
공행수 : 천도가 되기도 전에 시전 전체가 망하게 생겼어. 방법이 없는가, 양행수?
양만오 : ... 방법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내야지요.
S#11. 빈청, 낮
강극수 : 채대감께서도 아시다시피,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군역이나 시전 혁파나 차근차근 해야 백성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을 것 아닙니까.
홍만기 : 단지 군포를 못 낸다 말했다 하여 감히 사대부를 오랏줄에 묶어 끌고 가 곤장을 치는 게 말이 되는 일이오!
채승환 : 시전을 없앤다 몇 차례나 통공을 선포하고 꾸준히 시전수를 줄여왔습니다.
군역을 양반에게 지우는 것 또한 이미 선대왕 때부터 논의되어 왔습니다.
그것이 급작스럽다, 느닷없다 하는 것은 아니하겠다, 못하겠다 하는 말이지요!
한두희 : 하오나 상민의 군역이 무겁다하여 양반이 그것을 나누어진다는 것이...
채승환 : 자네도 그 소린가? 답답하구만!
신성두 : 양반의 고방이라 하여 모두 차고 넘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세끼를 걱정하는 선비들도 있는지라...
채승환 : (쏘아보며) 몇 안 되는 자들의 사정을 마치 백성 전체의 일보다 큰일인 양 부풀려 핑계 삼는 것은
(강, 홍 가리키며) 저쪽 당 위인들만으로 충분하네!
S#12. 나루터, 낮
배에서 물건을 내리는 일꾼들에게 하소연하는 난전상들.
난전1 : 객주가 물건을 들이면 되팔아야지, 돈을 주겠다는데 분명 있는 물건을 왜 안 팔아?
일꾼2 : 글쎄 팔 물건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우리야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난전1 : 아니, 이보게... 그럼 우린 어쩌나?
일꾼2 : 아니 그걸 자꾸 나한테 따져서 어쩌자는 게야?
양만오, 행수들과 그 모습 지나쳐 간다.
양만오 : 주인권이 제 손에 있는 한 객주들은 물건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난전배들은 백리 밖까지 나가지 않는 한 물건을 떼어올 수 없을 겝니다.
공행수 : 그렇구만, 당분간 난전배들의 기세가 절로 수그러들겠네 그려.
박행수 : (마땅치 않다) 허나 이런다고 금난전권을 되찾아 올 수는 없지 않나.
양만오 : (끄덕이며) 이젠 우리의 힘을 보여줄 때가 되었습니다.
공행수 : 힘이라니?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양만오 : 도고(都賈, 매점買占에 의한 독점)입니다!
S#13. 육의전 거리, 낮
행수들의 지시에 따라 상점 한 집 걸러 한 집씩 문을 닫는다.
양만오 행수들과 상인들을 격려하며 거리를 간다.
양만오 : 점방 문을 이틀에 하루씩, 한 집 걸러 한 집씩 열고, 내놓는 물건의 수량도 반으로 줄이라 이르십시오.
공행수 : 그럼 장사를 안 하는 만큼 손해 보는 건 어쩌나?
양만오 : 물건이 딸려 아우성치는 만큼 담합한 가격을 차차 올리면, 소량을 팔아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공행수 : 관아에서 가만히 있을까? 가뜩이나 분위기도 안 좋은데?
양만오 : 어차피 난전배들에게 장사를 허락했으니 시전이 장사를 쉰다고 뭐라 하진 못할 것입니다.
박행수 : 그게... 양반들 골탕 먹이는 건 좋은데, 덩달아 평민들까지 피해를 입게 되질 않나?
양만오 : (갈등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박행수 : 아니, 상인의 힘으로 민초들의 세상을 열자는 양행수께서 그리 말을 하다니, 가당키나 한가?
폭리를 취해 백성들 등골 빼먹는 파렴치한 장삿꾼을 몰아내야 한다 뜻을 모은 우리 아닌가?
공행수 : 그렇지! 당장 올라간 쌀값을 감당 못해 굶는 이가 나올 것이 뻔하네, 그럼... 이를 어쩌나?
양만오 : (더 힘주어) 서둘러야 합니다. 도성내 모든 시전에 이르십시오.
박행수, 공행수 마지못해 끄덕이고 간다.
상천 다가와 고개 숙인다.
상 천 : 한성부에 잡혀간 자들이 아직 풀려나지 못했습니다.
양만오 : (짜증스럽다) 여러 모로 골치 아픈 자로구나.
S#14. 한성부 형방, 낮
서주필 고리눈을 뜨고 본다.
탁자 위에는 지전이 놓여있다.
도 술 : 갑작스럽게 시행된 법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저지른 일이니, 부디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서주필 : (지전 보다가 북북 찢는다)
도술 : (당황한다)
서주필 : 여봐라. (사령들에게) 이 잘 끌고 가 곤장 열대를 쳐 내 쫓아라.
도술 : 이보시오, 주부 어른!
서주필 : 감히 관리에게 뇌물을 쓸 생각을 하였나? 끌고 가라!
사령들 도술 끌고 나간다.
사령1 : (들어와서) 주부어른을 찾는 자가 있습니다. 보상 객주라는 자인데...
서주필 : (찡그리며) 웬 장사치들이 이리 찾아오는 게냐?
S#15. 형방 전각 앞, 낮
도술 사령들에게 끌려 가다가 최객주와 스치듯 지나가는데,
도술 눈에 최객주 손에 들린 수리검이 들어온다.
사령1 전각에서 나와 최객주 데리고 들어가고,
도술 그 모습 돌아본다.
S#16. 한성부 형방, 낮
서리 돋보기를 들고 두 자루의 수리검을 비교한다.
서주필 심각한 얼굴로 최객주 본다.
서리 : 같은 종류가 맞습니다.
서주필 : 이걸 어디서 났는가?
최객주 : 저희 여각을 찾아온 자가 남기고 간 것입니다.
서주필 : 그자가 누구냐?
최객주 : 솜씨가 귀신같은 자였는데, 시전 행수 패거리들이었습죠.
서주필 : !
S#17. 매향루 기루, 낮
양만오 #3-28씬 주인권 내민다.
박인빈 화를 참고 있다.
월향 차를 따르고 문 앞에 가 앉는다.
박인빈 : 이, 이놈! 이 따위로 날 협박할 수 있다 생각했느냐!
양만오 : 독 열매를 들여와 바칠 때부터 이미 제 목숨은 대감마님의 것입니다.
박인빈 : 무슨 소리냐?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주인권 보이며) 이런 것을 왜 보이는 게야?
양만오 : 대감마님께서 직접 처리하심이 좋다 여긴 것입니다. (월향 본다)
월향 문 옆에 있던 상자 들고 와 열면 은자 가득 들었다.
월향 나간다.
양만오 :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너그러이 용서하십시오.
박인빈 : (의심스럽다) 네 놈이 몹시 큰 것을 바라는 게 있는 모양이로구나.
양만오 : (강하게) 그 열매를 궐안으로 직접 전하게 해 주십시오!
박인빈 : 직접?
양만오 : 총행수된 자로서 시전이 망해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필시 궐안의 실력자이실 것이니,
직접 청을 올려보겠다는 간곡한 마음뿐입니다.
문 밖에 앉아 듣고 있는 월향.
박인빈 : ...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꺼림칙했던 일, 내 알겠네.
양만오 : 감사합니다, 대감마님.
박인빈 : 그리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야.
S#18. 궐문 앞, 낮
박상규 : (호패를 보이며) 입궐하라 어명을 받았소.
#3-33씬의 군사와 장수, 장부 확인하고 끄덕인다.
당당하게 통과하는 박상규.
군사는 의아하게, 장수는 대견하게 박상규를 본다.
S#19. 내의원, 낮
항심이 탕약을 들고 와 준다.
이나영 의아해 본다.
이나영 : 제가 다려야 할 탕약을 어찌...
항심이 : (얼른 인사한다)
이나영 : (돌아보면 한상궁이다! 인사한다)
한상궁 : 들고 따라오너라.
항심이 : (허리 숙이고 물러간다)
이나영 : !
S#20. 궐 일각, 낮
내의원으로 향하는 박상규 보며 수근대는 의녀들 속에 항심이 눈빛 빛난다.
지나는 박상규 뒤로 가는 한상궁과 이나영.
S#21. 궐 일각, 낮
탕약을 들고 한상궁을 따르는 이나영. 불안함에 말을 건다.
이나영 : 마마님, 이 탕약은 제가 다린 것이 아니옵니다.
한상궁 : (묵묵히 간다)
이나영 : 무엇을 다린 탕약인지 알지 못합니다.
한상궁 : (매섭게) 시끄럽구나!
이나영 : ! (잠자코 따른다)
S#22. 내의원 근처, 낮
박상규 : (다급히) 확인을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엽전 주머니 건넨다)
최의원 : 어허, 자꾸 이러면 곤란한데... (챙겨 넣으며 친절하게) 지금은 탕약을 들고 갔으니 나중에 다시 오시오.
박상규 : 탕약? 지금 탕약이라 하시었소?
최의원 : 의녀가 하는 일이 그건데 뭘 그리 놀라시오?
박상규 : (다급하게 붙잡으며) 어디로 갔습니까? 탕약을 들고 어디로 갔습니까?
최의원 : 아니 이 사람이... (주위를 살핀다)
S#23. 희정당, 낮
침실 겸 편전인 희정당, 한쪽에 진열된 서양문물들. 곤여만국전도도 있다.
조상궁과 채승환, 이재한, 도승지 배석하고,
임금 상소문들을 보며 진노한다.
임금 : (부르르 떨며) 수십 수백개 상소가 하나같이 양반이 왜 군역을 져야하느냐, 이 뿐이로다. (다른 상소 펴보며)
공맹의 도를 공부했다는 자들이 백성의 짐을 나누어 져 덜게 했다 말하는 자 하나 없다니,
이런 자들에게 어찌 조선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
채승환 : 망극하옵니다, 전하.
임금 : (탄식한다)
S#24. 궐내, 낮
박상규 혼비백산 뛰어 간다.
S#25. 희정당 복도, 낮
탕약을 들고 한상궁을 따라 걷는 이나영.
희정당에 가까워짐에 따라 긴장한다. 문앞에 멈춰선다.
서내관 : 전하, 탕약을 대령했습니다.
이나영 : !
S#26. 궐내, 낮
박상규 혼비백산 뛰어 간다.
S#27. 희정당, 낮
서내관을 따라 들어온 이나영.
임금 옆에 선 조상궁과 눈빛이 마주친다.
긴장한 얼굴로 임금 앞에 탕약을 대령한다.
조상궁 : 왕대비마마께서 드시는 탕약이옵니다.
수라를 들지 못하시다가 효과를 보시었다며 전하께도 드리라 명이 있었습니다.
임금 : 대비께서 수라를 드시었다고. (끄덕이며) 다행이로다. (탕약 잡으려는데)
이나영 : !
채승환 : 전하.
임금 : ?
이나영 : !
채승환 :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양화당 일이 있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습니다.
조상궁 : (채승환 본다)
임금 : 무슨 말씀이오, 대비전에서 보낸 것이라 하지 않소.
임금된 자가 어른이 보낸 탕약을 의심하고 어찌 백성에게 효를 행하라 말할 수 있소.
채승환 : 대비마마의 성심을 그리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하의 효심을 이용하고자하는 악한 무리가 있을까 두렵습니다.
조상궁 : (채승환 보고)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재한 : 대사헌 말씀이 옳은 듯하옵니다, 전하.
임금 : (보다가 고개 끄덕인다) ...
이재한 : (이나영 보고) 잠시 이리 가져오너라!
이나영 조상궁 보자 조상궁 눈짓하고,
이나영 이재한에게 탕약 가져간다.
이재한 그릇 위에 놓인 은수저를 탕약에 담가 확인하고 약을 떠 입에 넣는다.
이나영 그런 이재한을 뚫어져라 본다.
S#28. 희정당 앞, 낮
박상규 : (다급히 숨차게) 전하께서 탕약을 드시었습니까?
한상궁 : (경계하며) 뉘시오?
박상규 : 입궐하라 명을 받은 좌포청 군관 박상규라 합니다. 전하께서 탕약을 드셨습니까?
한상궁 : (매섭게) 드셨는지는 모르나 탕약을 들인 것은 분명하외다.
박상규 : !
한상궁 : 잠시 기다리시오. 전하, 좌포청 군관 박상규가 왔습니다.
박상규 : ...
S#29. 희정당, 낮
박상규 얼른 들어서는데, 임금 탕약그릇을 막 들어 서서히 마신다.
머리카락이 서는 듯한 박상규. 이나영과 눈이 마주친다.
임금 탕약을 다 마시고 내려놓고, 탕약그릇을 받아드는 이나영.
자리에 얼어붙은 박상규를 쏘아보며 조상궁 지나가고, 뒤를 이나영이 따른다.
무심하게 다가오는 이나영.
무슨 말을 하는 듯 눈을 마주치려 애쓰는 박상규.
아주 잠깐 눈이 마주치는 듯싶더니 스치듯 지나치는 이나영.
박상규 멍한 시선이 임금 뒤 곤여만국전도에 꽂힌다.
삽입컷) #2-15씬 이나영 : 곤여만국전도라는 세계지도입니다. (빙긋 웃고 지도에 바짝 붙으며) 이것이 조선입니다.
이재한 : 예를 올리지 않고 무엇 하는 겐가?
박상규 : (그제서야 임금 본다)
삽입컷) #2-15씬 이나영 : 우리 조선은 세상에서 아주 작은 곳이지요.
임금 : (박상규와 나가는 이나영 번갈아 가며 본다)
박상규 : (조아리며) 신 박상규 어명을 받자와 왔습니다. (땀이 맺힌다)
S#30. 희정당 근처, 낮
이나영 : ...
삽입컷) #2-15씬 박상규 : (다가가) 이리 작습니까?
조상궁 : (앞서 가다가 휙 돌아선다)
이나영 : (놀라 선다)
조상궁 : 괘씸한 자로다. 아무리 전하의 총애를 받고 있다지만 감히 대비전에서 보내신 탕약을 의심하다니!
(혀를 차며 희정당 돌아보며) 스스로 무덤을 판 게 아니고 무엇이냐? (싸늘하게 미소짓고 간다)
이나영 : (희정당 돌아본다)
삽입컷) #2-35씬 박상규 : ... 낭자를 두고 그 먼 길을 가기가 두렵습니다.
이나영 : (회한 어린 시선을 거둔다)
S#31. 희정당, 낮
박상규 : (마른침 삼키며) 소신 그 일로 입은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거동조차 어렵사옵니다.
다른 자에게 소임을 맡기심이 옳은 듯 사료되옵니다, 전하.
이재한 : 무엄하다, 감히 어명을 받들지 못하겠다는 겐가?
임금 : 흉수를 잡지 못하겠다는 말이냐?
박상규 : ! 그것이 아니옵고...
임금 서내관 보자, 서내관 상방검 들고 가 박상규에게 내린다.
박상규 차마 상방검을 받지 못하고 주저한다.
임금 : 양화당 일을 조사하라 내 너를 부른 것이 아니다.
박상규 : ?
임금 : 네 일은 급사한 전 이조판서의 죽음을 재조사하는 것이다.
이재한 : !
박상규 : !
삽입컷) #2-2씬 이조판서의 부릅뜬 눈과 얼굴.
삽입컷) #2-15씬 이나영 : (손을 잡고) 도련님의 재주는 도련님만 외면하고 계십니다.
임금 : 열흘의 기간을 줄 터이니 조사 내용을 신임 이조판서에게 직보토록 하라.
이재한 : (허리를 숙이고, 박상규 본다)
박상규 : (이재한 보고, 상방검 본다. 잡지 못하고 주저한다)
삽입컷) #1-4씬 입을 벌리고 죽어있는 왈패1. 왈패1 부친.
삽입컷) #2-15씬 이나영 : (얼른 손 놓으며) 양이들은 남녀가 손잡는 것은 대단한 일도 아니라 합니다.
삽입컷) #1-44씬 죽은 왈패2, 3. 죽은 한부자 벌어진 입.
채승환 : 어서 어검을 받으시게.
박상규 : 전하...
임금 : (보다가) 왜 주저하는가?
박상규 : 아니옵니다, 전하...
삽입컷) #3-29씬 박인빈 : 두려워만 하고 갈망하지 못해 힘이 없다면 어쩌겠느냐?
삽입컷) #3-38씬 이나영 : ... 저는 그런 분을 알지 못합니다.
삽입컷) #3-29씬 박인빈 : 이참판댁 여식이 당장 눈앞에 나타난다 해도 도울 수나 있겠느냐 이말이다?
박상규 : (떨리는 손, 눈앞에 놓인 상방검을 향해 뻗는다)
S#32. 궐내 어느 전각, 노을
상방검을 앞에 놓고 내려다보며 무릎 꿇은 채 미동도 없는 박상규.
바람이 분다.
삽입컷) #2-35씬 이나영 : 도련님이 가시면 저도 함께 가는 것입니다. 도련님이 보는 것은 저도 함께 보는 것입니다.
꽃잎이 진다.
삽입컷) #3-39씬 이나영 : 멀리 계시더라도 항상 제 눈앞에 있는 듯 계십시오. 아시겠습니까?
이윽고 결심한 듯 빛나는 눈.
S#33. 내의원 앞, 밤
광주리에 약재들 가득 든 이나영 나온다. 멈칫 본다.
기다리며 선 박상규.
S#34. 내의원 근처, 밤
박상규 : (차분하려 애쓰며) 낭자가 그리하였습니까?
이나영 : ...
박상규 : 왈패, 장리꾼, 이조판서... 진정 낭자가 그리했습니까?
이나영 : (돌아선다. 무겁게 발걸음을 뗀다)
박상규 : 낭자가 절 살린 금침이 죽은 자의 몸에서도 똑같이 나왔습니다.
이나영 : (멈춘다)
박상규 : (원망하듯) 말씀을 해보십시오. 왜 이렇게 변하셨습니까?
이나영 돌아본다. 둘 잠시 마주본다.
부는 바람.
박상규 : 좋은 세상에 대한 소망을 한가득 품고 계시던 낭자가 아닙니까?
제게 좋은 세상에 대한 소망을 한가득 나누어주신 낭자가 아닙니까?
이나영 : 제게 죄가 있다면 오라를 채우십시오.
박상규 : 낭자?
이나영 : 아니면 가겠습니다.
박상규 : 누가 시킨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낭자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십니다.
무엇이 낭자를 그리 움직이는 것입니까?
흩날리는 꽃잎.
이나영 : ... 세상이...
박상규 : !
이나영 : 제가 알던 세상이 아니더이다. 노비가 되어 경험한 세상은... 양갓집 규수가 사는 세상이 아니더이다.
박상규 : !
이나영 : 태어났다는 이유로 살아가는 민초들 대개가 하루를 연명하듯,
노동하다 지치면 그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그리운 님 추억으로 인내하려는 노비에게...
세상은 참으로 모질고 잔인한 것이더이다.
박상규 : (안타깝다) 허나 낭자... 낭자는...
이나영 : 도련님께서야 아실 리 있습니까, 알아도 느낄 수 없겠지요...
타고 나지 못해 가지지 못한 자들의 그 고통, 그 괴로움...
박상규 : !
이나영 : 실낱같은 미련과 연민을 모두 버리니 고통이 없어지더이다. (차가운 미소) 잔인한 세상에 소망 하나 갖지 않으니
삶의 이유 절로 분명해지더이다.
박상규 : !
이나영 : 그리하여 이제 갈 길은 한 가지만이 남았습니다. 제게 죄가 있다면 오라를 채우십시오.
말없이 마주 보는 둘. 뜨거우나 무거운 침묵.
이나영 천천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간다.
멀어져가는 이나영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볼 뿐, 움직이지 못하는 박상규.
부는 바람. 흩날리는 꽃잎.
S#35. 도가, 밤
심각한 양만오, 골방에서 기녀와 흐느적거리며 나오는 양반에게 미소로 인사하고 가며 다시 심각해진다.
지나는 골방마다 두셋씩 짝지어 흐느적대는 양반과 기녀들.
양만오 : (심각하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도술 : 수리검을 들고 한성부를 찾았다면 상천에 관한 일이겠지. 알아보니 어디 보상 객주라 하네.
양만오 : 보부상 노객주를 찾아 갔을 때 본 자 같습니다.
도술 : 상천의 수리검임을 알았다면 한성부가 곧 들이닥칠 터이네.
S#36. 목멱산 자락, 밤
양만오 생각에 잠겨 앞장서 가고 상천 뒤 따른다.
수풀 사이에서 흑색 도포를 입은 살주계원 하나, 둘 나타나 뒤를 따른다.
S#37. 목멱산 공터, 밤
양만오 살주계원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본다.
상천 흑빛 창포검과 함 들고 온다.
양만오 창포검 뽑아든다.
달빛에 하얗게 빛나는 검날, 양만오 검을 휘두른다.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
상천 : 검을 든 계주어른 뵈오니 마음이 설렙니다.
양만오 : 예전 살주계로 돌아가고 싶으냐.
상천 : ...
양만오 : 양반 목이나 몇 따는 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칼집에 칼 넣고) 그들을 이기기위해서는
그들의 정치를 알아야 한다. 칼은 그 한참 밑인 게야.
상천 : ...
양만오 : (칼 건네며) 허나 사나운 늑대를 잡을 땐 칼을 써야 하지.
상천 : (받고) 늑대라 하심은...
양만오 : 장리꾼 집에서 봤던 자이다.
상천 : (눈빛이 반짝인다)
S#38. 궁궐 으슥한 곳, 밤
조상궁 : (눈빛이 반짝인다) 물건은 어찌됐습니까.
박인빈 : 시전 총행수 양만오란 자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조상궁 : ?
박인빈 : 청나라에서 그 물건을 들여오는 자입니다. 쓸모가 있다 여기실 자입니다.
조상궁 : ... 알겠습니다. 만나보겠습니다. (가려는데)
박인빈 : 어허, 이거참... 명색이 당상관으로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는 물건이나 옮기는 꼴이 말이 아닙니다.
조상궁 : ...
박인빈 : 요즘 내 처지가 곤란한 게 많습니다. 뚜렷이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공연히 흉수와 연관을 지으려고들 들어서 말이에요.
조상궁 : ... 쓸만한 소식을 하나 일러드리지요.
박인빈 : (다가선다) 쓸만하다 하면...
조상궁 : 채승환 대감에 관한 것입니다.
박인빈 : (눈이 번쩍 뜨인다)
S#39. 편전, 낮
임금 읽던 상소문을 신경질적으로 접는다.
임금 : 이 말이 사실이오?
채승환 : 전하...
박인빈 : 능역에 나선 백성들의 위로금으로 하사하신 내탕금(임금이 사적으로 쓰는 자금)을 유용한 것은,
왕실을 능멸하고 국법을 무시한 죄입니다.
이재한 : 유용함은 마땅히 죄이나, 군사들 사기 진작을 위해 잠시 쓴 것일 뿐,
백성들은 채 이틀이 지나기 전 위로금을 받았으니 유용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전하.
강극수 : 원칙과 절차가 없으면 법의 안정성이 흔들립니다.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자가 어찌 사헌부의 수장이오리까?
일벌백계하심이 옳습니다.
임금 : 나라의 중한 일이 진행되고 있으니, 일이 마무리 된 연후에 죄를 물음이 어떻겠소?
홍만기 : 아니 되옵니다. 공무를 맡고 있다하여 허물을 덮게 되면 공직의 기강이 흩어지옵니다.
당장 죄를 물으셔야 합니다, 전하.
임금 난처한 표정으로 채승환을 본다.
S#40. 희정당, 낮
임금 : (진노하여) 한 오라기 틈만 보이면 들고 일어나는 자들인 줄 몰랐소? 어쩌자고 그런 실수를 한 것이오?
채승환 : 전하, 저로 인해 성심을 무거이할 필요 없으십니다. 저들 뜻대로 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임금 : (고개 저으며) 내가 보위에 오를 때부터 드러내놓고 반대했던 자들이오. 애초부터 날 임금으로 생각지 않았으니
내가 하고자 하면 사사건건 반대하는 게 아니요! (어지럽다, 머리를 짚고 털썩 앉는다)
채승환 : (얼른 달려와) 전하. 게 아무도 없느냐? 어의를 불러라.
임금 : (손 내저으며) 잠시 어지럼증이 온 것이니 소란 피우지 마시오.
채승환 : 약방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임금 : 마음 놓고 아프다 할 수나 있겠소? (겨우 일어나며) 정히 그들이 그리 생각한다면, 나에게도 생각이 있소이다.
채승환, 이재한 : (불길하다) 전하...
S#41. 빈청, 낮
강극수 : 큰 일을 했습니다.
홍만기 : 아무렴요. 채승환을 탄핵할 구실을 찾아내시다니요.
박인빈 : 신하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심민구 : 다음에 그런 일이 있거든 먼저 상의를 하시게.
박인빈 : ?
심민구 : 정치란 상대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더 크게 얻는 것이지, 단지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닐세.
박인빈 :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아오기 위함입니다.
심민구 : 채승환을 쫓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나, 과연 정국의 주도권이 우리 손에 넘어오겠는가?
누차 강조하네만 (의미심장하게) 대비의 존재를 잊지 마시게...
박인빈 : ...
S#42. 내의원 근처, 낮
박상규 힘차게 간다.
지나치던 한상궁 돌아본다.
S#43. 저자거리, 낮
양만오 : 보여줄게 있다는 건 무엇입니까.
도 술 : 다 왔네. (허름한 초가를 가리키며) 본시 궐내 침방에서 일하던 자인데, 나이가 들어 물러난 자일세.
양만오 : 침방이요?
S#44. 내의원, 낮
박상규 : (문서 보며) 본시 의녀는 혜민서에서 뽑아 올리는 것이 아닙니까?
서판관 : (기분 나쁘다) 그것이 보통이고, 지방 관아에 재주 좋은 계집이 있으면, 가끔 추천을 받아 올라오기도 하네.
박상규 : 여기 나영이란 의녀는 누가 추천을 한 것입니까?
서판관 : (문서 찾아보며 이상한 눈초리로) 경상감영 관찰사 어른으로 되어 있구만.
박상규 : 경상감영 관찰사 어른입니까... (눈 반짝이며 문서 본다)
S#45. 초가 안, 낮
방안에는 여러 가지 비단 옷들이 걸려있다.
양만오 함을 열어보더니 놀란다.
꺼내면 작은 크기의 대례복이다.
노인 : 대갓집 옷이나, 기생들 옷을 만들면 근근히 살고 있습죠.
양만오 : 누가 이런 걸 만들라 했소이까?
노인 : 잘은 모르나 궐내 내관이 아닌가 하오만.
양만오 : 내관이 이런 걸 궐내 침방에 시키면 될 것을, 왜 은퇴한 자에게 와 부탁한답디까?
노인 : 그거야 모르지요. 나야 돈을 받고 만들어 주기만 하지요.
양만오 : 무얼 할 때 입는 옷입니까?
노인 : 대례복입니다.
양만오 : !
노인 : 임금님께서 새로 보위에 오르실 때 입는 옷이지요.
양만오 : (심각하다) 새로 보위에 오른다?
S#46. 육의전 거리, 낮
양만오의 도가 일꾼으로 변복한 사령1과 서주필 물건을 고르는 척하며 접선한다.
그들 뒤로 박행수 지나다 서주필을 알아본 듯하다 그냥 지나간다.
서주필 : 양만오가 곧바로 박인빈을 만나러 갔다?
사령1 : 침방에 다녀온 후 양만오 도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서주필 : 그 창고는 확인했는가?
사령1 : 워낙 경비가 삼엄하여 아직 못했습니다. 허나 다른 창고를 모두 뒤졌는데도 그 독 열매를 찾지 못했으니
필시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서주필 : 박인빈이 사주하고 양만오가 물건을 들여온 것이 확실하다.
사령1 : 지금이라도 사령들을 동원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서주필 : (고개 저으며) 박인빈과 양만오 정도를 잡아넣으려면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그 독 열매를 확보해야한다!
끄덕이곤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사령1.
S#47. 좌포청 포도대장 집무실, 낮
포도대장 :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다모년은 차 좀 내오지 않고 뭐하는 게야.
종사관 : (얼른 문 열어 밖에 대고) 다모 좀 빨리 오라 하게!
포졸 : (멀리 E) 예!
포도대장 : (상방검 보며) 어허, 그것이 그 말로만 듣던 어검인가?
종사관 : (눈치껏 상방검을 들어 포도대장에게 바치며 들으라는 듯) 박도사가 갑자기 발령 나는 바람에
좌포청 인력에 공백이 생기긴 했지만, 감내해야 할 일 아닙니까?
박상규 :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포도대장 : (상방검 꺼내어 보다 종사관 흘기며) 예끼 이 사람, 전하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셨을라구.
(박상규에게)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했는가? 품계를 받고나선 말하는 것도 의젓해 졌으이.
박상규 : ...
포도대장 : 그래, 양화당 사건을 조사하라 하시던가? 내 있는 힘껏 도와줌세.
박상규 : 조사내용을 일절 밖으로 알리지 말라는 명이 계셨습니다.
포도대장 : 오오... 하긴 임금을 노린 자들이니 은밀히 상대해야겠지. 날로 첩보가 중요해지는 세상 아닌가, 첩보.
박상규 : 제가 데리고 있던 포도군사들을 좀 쓰겠습니다.
포도대장 : 그럼, 그럼.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시게.
종사관 : (다모 들어오자) 어, 자네 왔는가? (포도대장 옆자리로) 이리 앉게.
포도대장 : 참, 자네도 우리 북한산 인수봉 등정 모임에 한 번 나오겠나?
종사관 : (차 따르는 다모에게) 영감께선 꿀 두 숟갈이네.
S#48. 포청 앞, 저녁
포졸1 : (봇짐 지며) 꼭 지금 당장 출발해야합니까요, 형님? ... 도사 나리?
포졸2 : 아이씨, 경상감영이면 한참인데?
박상규 : (서찰주며) 급한 일이다. 내 자네들을 특별히 믿기에 이런 일을 시키는 것이야.
포졸1 : (그 기세에 눌려)... 알겠습니다요, 형님, 도사 나리.
박상규 : 관찰사를 찾아뵙기 전에 꼭 누가 이 관비를 의녀로 추천했는지 알아내야만 하네.
포졸1,2 고개 숙이고 간다.
박상규 비장한 얼굴로 본다.
박상규 : 배후를 밝혀낸다면 목숨만은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낭자.
S#49. 이나영 옛 집, 밤
힘없이 들어서던 박상규, 불이 밝게 켜진 집을 보고 놀란다.
일꾼들이 집안 곳곳을 밝힌 채 집안을 수리하느라 분주하다.
박상규 : (일꾼 하나 잡고) 이 집을 누가 고치라 했는가?
일꾼 : 시전 총행수께서 명하신 일입니다. 이 집을 사셨다 들었습니다요.
박상규 : (놀라) 양만오가 이 집을 샀다?
일꾼 가고, 박상규 점차 옛모습을 찾아가는 집을 쓴 웃음을 머금고 본다.
양만오 : (E) 나리가 아니십니까?
박상규 돌아보면 웃고 있는 양만오.
S#50. 이나영 옛 집, 회상
안경 쓴 이나영과 박상규 대청에,
양만오(역관되기 전) 마당에서 서성이며 책들을 펴들고 토론한다.
와서 보고 웃으며 가는 이참판과 모친.
양만오 : 허면 도련님께서 꿈꾸는 좋은 세상과 이놈이 꿈꾸는 좋은 세상은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까?
박상규 : 출신 계급이 다르다하여 이상향이 다를 것이라는 것은 자네의 편견 아닌가?
이나영 : (중재하며) 좋은 세상을 이루는 그 방법의 차이라는 것이지!
양만오 : 당장 밥을 굶는 어린 자식들이 있는데, 매일 기생 잔치에 흥청망청,
기와집을 몇 채씩 사 모으는 양반들을 보면, 열불이 안 납니까?
박상규 : 나랏님도 예부터 내려온 나랏법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하지 않나!
이나영 : (끄덕이며) 경장 정책은 그 시도만으로 의미가 있지요. 조금씩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소망할 수 있지 않습니까?
양만오 : (분하다) 임금님이 경장한다고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백성을 위한다고 말만 하지,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만 있습니다.
이나영 : (달랜다) 전전긍긍 걱정만 하고 주저앉은 것보다, 퍽 나아 보이지 않은가?
양만오 : (더 분하다) 양반들도 무시 못 할 힘을 길러서, 좋은 세상을 이루는 빠른 길을 찾아야지요.
양반들은 못 믿겠습니다!
박상규 : 서로를 혐오해서는 좋은 세상을 이룰 수 없네! 과격한 마음이 도를 넘으니 폭력까지 쓰는 것 아닌가?
혐오한다고 칼로 사람을 찌르면 되는가...
양만오 : (날카롭게) 왜 예전 이야기를 꺼내십니까?
이나영 : (판관처럼) 자, 자... 그만들 하세요.
음, 음... 좋은 세상을 소망하려면! 도령님과 양서방 생각을 반반씩 섞어 놓으면 될 듯합니다.
S#51. 음악주막, 밤
젊은 기녀들이 술시중 들고, 가야금 연주하는 음악주막.
박상규 말없이 양만오 잔 채운다.
양만오 마시고, 박상규에게 술 따른다.
양만오 : 금부도사에 제수되셨으면 궐 출입이 자유로우실 터, 아씨는 뵈었습니까?
박상규 : (끄덕인다)
양만오 : 어찌하고 계십니까? 무고하신지요?
박상규 : 낭자가 다시 그 집에 돌아와 사실 것이라 믿는가?
양만오 : 아씨께서 싫다하시어도 제가 그리 할 것입니다.
박상규 : 오만한 것은 여전하구나.
양만오 : 저를 그리 혐오하심은 아씨 때문입니까?
박상규 : (쏘아본다)
양만오 : 보잘것없는 처지를 비관해 젊은 혈기로 미친 짓을 하다
아씨로 인하여 세상을 다시 보고 소망이라는 것을 품었습니다.
박상규 : (O.L) 소망이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양만오 : 나리와 저는 아씨를 그리는 마음은 같으나,
저는 아직 그 소망을 지니고 있고, 나리께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다르지요.
박상규 : (쏘아보며) 너 같은 놈이 낭자의 소망을 지니고 있다 하는 것은 낭자를 모욕하는 것이다. 모르는가?
양만오 : 순진하십니다.
박상규 : 이놈이!
양만오 : (O.L) 쥐를 잡는데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떻습니까?
산을 오르는데 남쪽이면 어떻고 북쪽이면 어떻습니까?
박상규 : ...
양만오 : (일어서며) 저 역시 조만간 아씨를 뵐 것입니다. 아니, 아씨를 움직이는 자라 해야겠지요.
박상규 : 뭘 어쩌려는 겐가?
양만오 : 그 자들에게 (힐끔 보며) 더러운 비단과 금은보화를 안길 것입니다.
해서 거대한 음모로부터 아씨를 구해낼 방도를 찾을 것입니다!
박상규 : ...
양만오 : 전전긍긍 걱정만 하고 주저앉은 것보다, 퍽 나아 보이지 않습니까?
박상규 : (부들부들 떨린다) 이놈!
양만오 : (슬쩍 웃고는 간다)
박상규 : (주먹 꼭 쥐고 멀어져가는 양만오를 노려본다)
S#52. 창고 안, 밤
도술 횃불 들고 창고 안 비춰본다.
좁은 창문을 제외하고 비단이 수북이 쌓여있는 창고 안이 잠시 밝아진다.
도술 나가고 문 잠긴다.
어두운 창고 안 그림자 하나 움직인다. 사령1이다.
도술 : (E)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아니 되네.
장정 : (E) 예!
사령1 쌓여있는 상자들을 확인한다. 쥐망초 열매 상자를 발견한다.
쥐망초 열매 주머니들을 꺼내 확인한 사령1 증거물로 몇 개 집어 소매에 넣는다.
상자를 원래 위치에 놓고 상자를 밟고 창문으로 나가려하나 어깨가 걸린다.
오른손으로 왼 어깨를 탈구시키더니 곧 오른 어깨를 벽에 대고 눌러 탈구 시킨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간다.
S#53. 도가 밖, 밤
도가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정상으로 돌아온 몸의 사령1이 빠져나온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데,
상천 : 솜씨가 좋은 놈이구나.
어둠속에서 상천과 일꾼 복장의 살주계원들 나타난다.
사령1 급히 도망치려하나 상천의 수리검이 발목을 뚫는다.
바닥에 쓰러지는 사령1, 발목을 뚫은 수리검을 뽑는다.
사령1 : 물러서라. 난 한성부 형방 사령이니라.
상천과 살주계원들 천천히 사령1 압박해가고,
사령1의 얼굴에 두려움이 퍼진다.
뒤에서 도술이 그 모습 지켜본다.
S#54. 편전, 낮
임금 : (흥분을 참으려 애쓰며) 관직을 내어 놓겠다? 모두?
강극수 : 허물을 감싸 안으시려는 정리를 모르는 바 아니오나,
잘못을 알면서 좌시하는 것은 신하된 도리로 옳지 않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전하.
임금 : 이리 중차대한 시기에 주요 신료들이 모두 관직을 그만 두는 것은 과연 옳다고 보시오?
홍만기 : 사헌부 대사헌 채승환에게 죄를 물으시면 됩니다, 전하.
임금 : (답답하다) 내 분명 차후에 그리 할 것이라 하지 않았소.
신료들 : 전하, 채승환을 벌해야 합니다, 전하.
임금 : (흥분해 일어서며) 닥치시오! 대사헌을 벌하는 것은 벌하는 것이고,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함은
해야 하는 것 아니오! 어찌하여 그런 일로 흠을 잡아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려 든단 말이오!
신료들 : 전하...
임금 : 대체 경들은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 게요! (비틀) 말씀을 해보시오...
임금 쓰러져 정신을 놓는다.
채승환 : (급히 달려오며) 전하.
신료들 : (당황한다) 전하...
이재한 : (서내관 보고) 어서 어의를 모셔오시게, 어서.
S#55. 궐문, 낮
양만오 궐문을 통과하자, 곧 비단을 실은 수레와 은자를 담은 상자를 실은 나귀가 뒤를 따른다.
감격에 겨워 궁궐의 위용을 올려다보는 양만오.
양만오 : 드디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씨...
S#56. 궐내 전각, 낮
서리 : (장부를 보이며) *한금이 팔십 관, *위금이 사십 관입니다.
관리 : (비단 들춰보며 고개 끄덕인다)
양만오 그 모습 보고 있는데,
항심이 : 양행수라 하시었소?
양만오 : (얼른 허리를 숙인다)
항심이 : 따라오시오.
*한금, 위금 : 무늬를 내는 직조방법 차이에 따른 비단의 종류.
S#57. 편전 앞, 낮
신료들 웅성거리고, 서내관 최의원과 함께 이나영 편전으로 들어간다.
기다리던 한상궁, 지나는 이나영과 눈 맞추고 앞서간다.
S#58. 편전, 낮
임금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고, 최의원 불안한 얼굴로 맥을 짚는다.
채승환 : 어떻소?
최의원 : 맥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심민구 : 그게 무슨 말이오?
최의원 다급히 침통을 꺼내 임금 몸에 침을 놓는다.
임금 잠시 신음하는가 싶더니 다시 정신을 잃는다.
최의원 절망적인 얼굴.
채승환 : 정신을 차리십시오, 전하. (답답한 듯 최의원 본다)
이재한 : 네 목을 내 놓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최의원 : (곤혹스러워하다 이나영을 가리키며) 정신을 놓은 급한 병자에게 신기를 발휘하는 아이입니다.
이나영 : (순간 놀라고)
한상궁 : (최의원과 이나영 번갈아 본다)
채승환 : (최의원에게 고개 끄덕인다)
최의원 : 어서!
이나영 : (망설이며 한상궁 본다)
한상궁 : (알 수 없는 표정)
최의원 : (이나영 본다) 뭘 하는 게냐?
이나영 서둘러 임금의 맥을 짚고, 가슴에 귀를 대본다.
가늘게 심장이 뛴다.
이나영 : (망설이다 대침을 뽑아 들고) 이근혈을 찔러야겠습니다.
최의원 : (이상한 눈초리) 자칫 머릿속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나영 : (어쩌란 말인가!) 혈 중심을 잘못... 찌르면 그리되나, 주변을 자극하면 정신을 차리실 수 있습니다.
최의원 : (채승환과 이재한을 번갈아 본다)
채승환 : 정신을 차리시게 해야 하오.
이나영 침 끝을 귀 뒤 이근혈에 대고 힘을 주자, 침이 살을 파고 들어간다.
조상궁 빛나는 눈빛.
임금 신음하며 가늘게 눈을 뜬다.
채승환 : 전하! 정신이 드십니까? (내관들에게) 어서 침전으로 모시게.
임금 : (이나영 보고) 이참판...
이나영 : !
S#59. 궐내 전각, 낮
양만오 홀로 가만히 눈 감고 있는데,
조상궁 : 날 직접 보자한 이유가 무엇이냐?
양만오 돌아보면 조상궁 서 있다. 얼른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다.
양만오 : 소인 시전 총행수 양만오라 합니다.
조상궁 : 물건은 어찌했느냐?
양만오 : 주변에 성가신 자가 있어 조심하느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보내 올리겠습니다.
조상궁 : 고얀 놈이 아니냐? 하라는 것을 하지 않고 엉뚱한 물건만 가져왔다? 내가 누구인줄 알고 이런 수작을 부리는 게냐!
양만오 : 나라의 정책으로 시전 전체가 위기에 빠져 하소연을 하기 위해 뵙자 청한 것입니다.
마마님을 알지도 못하고 알고픈 마음도 없습니다.
조상궁 : 알고픈 마음도 없다?
항심이 : (달려와) 마마!
조상궁 : 무슨 일이냐?
조상궁 귀에 대고 속삭이는 항심이.
조상궁 : (나직이) 전하께서?
항심이 : 어의가 나영을 데리고 편전으로 갔다 합니다.
양만오 : !
조상궁 : (일어서며) 조만간 사람을 보낼 것이다.
둘 서둘러 나간다.
양만오 발소리 멀어질때까지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양만오 : (고개들며)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아씨...
S#60. 침전, 낮
서내관 : 전하의 정신을 차리게 해준 아이입니다.
임금 : 이름이 무엇이냐?
이나영 : 나영이라 합니다, 전하. 탕약을 드시고 휴식을 취하셔야 옥체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서내관 : (탕약 가져온다)
임금 : (탕약 들고) 나영이라... 너는 내가 아는 자와 많이 닮았구나. (마신다)
박상궁 : (들어오며) 대비마마 납시었습니다.
대비 : (들어오며) 그 몸으로 어딜 가시겠다 하셨다고요.
임금 : 신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야겠습니다.
대비 : 아닙니다. 우선 쉬셔야합니다. (서내관 보고) 편전에 가 금상께서 건강하시다고 알리시게.
임금 : (나서며) 아닙니다.
대비 : 이 할미의 말을 들으세요. 뭣들 하느냐, 어서 전하를 자리에 뫼시지 않고.
임금 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앉는다.
대비 : (최의원 보고 매섭게) 오늘부터 하루도 거르지 말고 전하를 진맥하시게.
만일 이를 어길 시에는 무사하지 않을 것이야.
최의원 : (곤혹스럽다) 예, 마마.
대비 : (이나영에게) 네가 전하를 구하였다고?
이나영 : 망극하옵니다, 마마.
대비 : (손잡고) 기특하고 영특하구나. 너는 진정 나라를 구한 것이야. 누구에게 배웠는지 참으로 신묘한 재주를 지녔구나.
임금 자리에 누워 고개 숙인 이나영을 가만히 본다.
조상궁 달려온다.
대비 : 자네는 그리 급박한 상황에 어딜 가 있었던 게야!
조상궁 : (당황한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마마.
대비 : 대전 상궁이 항시 금상 주변을 떠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거늘. 차후 이런 실수를 할 시에는 내 용서치 않을 것이야.
조상궁 : (머리 조아리며) 마마... (이나영 본다)
이나영 : (머리 조아리며 조상궁 보고 임금 본다)
임금 : (이나영 유심히 본다)
이나영 : (머리 조아린다)
조상궁 : (임금 보고 이나영 본다)
이나영 : ...
S#61. 저자거리, 낮
사령1과의 접선을 기다리는 서주필과 사령2(상인차림), 초조해한다.
서주필 : (사령2에게) 이미 기별을 할 시간이 지나지 않았느냐? 왜 아직 소식이 없느냐? 그 자 도가 근처에 가 보거라.
수상한 것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도록.
사령2 : (서둘러 간다)
사령3 :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와) 주부어른!
S#62. 청계천 근처, 노을
서주필 다급한 얼굴로 사령3의 뒤를 따른다.
사령3 주르륵 청계천 제방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면, 사령들 모여있다.
서주필 뒤따라 내려가면 사령들의 발 아래 사령1의 시신 놓여있다.
서주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사령3 : 발목과 가슴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사인은 가슴의 상처로...
서주필 : (부르르 떨며 벌떡 일어선다) 됐다! 듣고 싶지 않다.
S#63. 박상규 집 사랑채, 밤
심민구, 강극수, 홍만기 놀란 얼굴로 작은 대례복을 본다.
심민구 : 용포는 궐내 침방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알고 있느냐?
박인빈 : 그러니까 이리 가져오라 한 것이 아닙니까.
강극수 :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이오?
홍만기 : 이게 뭘 의미하는 겁니까?
박인빈 : 금상이 양위를 할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다들 기겁을 한다.
박인빈 : 여러분 모두 선대왕 때부터 종묘사직을 위해 일해 오며 당연히 금상 생부의 죽음을 좌시했다 하여
금상의 의혹을 받는 신료들 아닙니까?
강극수 : 그렇지요. 선대왕의 유언이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살아 있겠습니까?
박인빈 : 그렇습니다. 그런데 만약 금상이 세자에게 보위를 물려주면 어떻게 됩니까?
심민구 : 상왕으로 물러나 앉아 대대적인 숙청을 하려는 것이다?
양만오 : 천도를 하여 화산으로 가려는 것과 화산에서 일당백의 정예병이 조련되고 있음도 무관치 않다 봅니다, 대감마님.
박인빈 :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러다간 모두 죽습니다.
강극수, 홍만기 : (심민구 보고) 대감...
심민구 : ...
박인빈 : (용포를 보이며) 이리 명맥한 물증이 있습니다!
양만오 : ...
S#64. 대비전, 밤
대비 : 문안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였는데 어인 일입니까? 내의원 진맥은 받으셨습니까?
임금 : 마마. 태종임금께서도 생전에 상왕이 되시어 세종임금을 도와 조선의 근간을 닦으셨습니다.
세자에게 보위를 물려줄까 합니다.
대비 : (청천벽력과 같다)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임금 : 지금 조선은 구습을 벗지 못해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세계의 발전을 등한시해 또 다른 외침에 대비치 못합니다.
허나 신료들은 사사로운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어명 알기를 우습게 여깁니다. 하여... 세자로 하여금
군왕의 위엄을 바로 세우고 저는 상왕으로 물러나 임금으로서 못 다한 일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대비 : (정신이 혼미하다) 지금... 내, 내 앞에 계신 분이 금상이 맞으시오?
임금 : 마마... 비록 상왕이 된다 해도 선대왕의 유지를 어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대비 : 누가 그 말을 곧이듣겠습니까? 이 할미조차 못 믿겠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임금 : 믿어주십시오, 마마. 조선의 미래를 염려하신다면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마마.
대비 : 그것이 누구를 위한 미래란 말이오? 금상을 위한 미래요, 아니면 이 왕실을 위한 미래요?
임금 : 조선의 백성들과 조선의 후손들을 위한 미래이옵니다.
대비 : (서안을 움켜쥐고) 아니 됩니다! 절대 아니 됩니다!
임금 : 이미 승정원에 교지를 작성하라 일렀습니다. 날이 밝으면 새조선의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떼도록 하겠습니다.
(절하고 물러간다)
대비 : (문을 노려보다가 발악하듯 외친다) 이보게 박상궁!
S#65. 도가, 밤
도가 문 부서져라 열리고, 서주필과 사령들 들이닥친다.
무대 위에 옷 풀어헤치고 흐느적거리며 춤추던 무희와 양반들 혼비백산한다.
도술 : (2층에서 내려오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서주필 : (흥분하여) 상천이란 자는 어디 있느냐?
도술 : 지금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서주필 : 모조리 포박하라.
사령들 우르르 달려들어 일꾼들 포박하고, 일부는 여기저기 뒤진다.
서주필 : 네 행수가 있는 곳을 말해라.
도술 : 잠시 도성밖에 가신다는 말씀 외에 없으셨습니다.
서주필 : 그러하냐! 이놈도 끌고 가라!
S#66. 한성부, 밤
형신을 당하는 도술 간간히 신음을 토할 뿐.
서주필 : 네 놈들이 아무리 돈에 눈이 멀어도 유분수지, 공무를 집행 중인 한성부 사령을 죽여?
상천이란 놈이 어디 있는지 어서 말해라.
도술 : 모릅니다.
서주필 : (수리검 던지자, 도술을 묶은 형틀에 날아가 박힌다) 이것도 모르겠느냐?
도술 : ...
서주필 : 입을 열 때까지 매우 쳐라.
사령들 몽둥이로 도술을 마구 때린다.
신음하는 도술.
도술 : (마지못해 입을 여는 듯) 목멱산 봉수대 길목이오.
서주필 : (벌떡 일어서며) 오냐, 이제야 입을 열었구나! 사령들을 모두 모아라.
S#67. 매향루 별당, 밤
월향 박상규의 잔에 술을 따른다.
월향 : 영전을 하셨으나 웃는 낯을 뵌 지 오래입니다. 그 분 때문에 그러신 게지요?
박상규 : (묵묵히 잔을 비운다)
월향 : * 밤하늘이 별들로 하여 잠들지 않듯, 들에는 더러 들꽃이 피어 허전하지 않지요.
박상규 : 술이나 치시게.
월향 : (부러 웃으며) 계집을 앞에 두고 다른 여인을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박상규 : (씁쓸하게) 어찌 하겠나, 자네가 아니면 이렇듯 편히 속내를 털어놓을 이가 없는 것을.
월향 : 다시 그 분을 뵈었습니까?
박상규 : (술 마시고 고개를 끄덕인다)
월향 : 그 분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박상규 : 궐 안에서 지내시네...
월향 : ... (자신도 그러하듯) 돈을 쓰고 세도가의 힘을 빌면 면천을 시킬 수도 있다 들었습니다.
박상규 : (버럭) 자네마저 돈 얘기, 권세 얘긴가...
월향 :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나리.
박상규 : (안타깝게) 그래... 호적을 사고 성씨를 사고 관직을 사는 세상이지... 권세에 빌붙지 않으면
궐문 하나 지나기 힘든 세상이야... 나도 어디 돈과 권세의 힘으로 과거의 시간을 되돌려 볼까...
월향 : (애틋하게 본다)
박상규 : 헌데 돈과 권세가 세월이, 세상이 준 상처를 치유해 줄 수는 있겠나?
(일어난다) 그렇다면 내 당장 그 돈과 권세를 어디 가서 못 얻어 올까?
월향 : (따라 일어서며) 허한 위로라도 더 받고 가시지요, 나리.
박상규 : 답답해 견딜 수가 없어 그러네!
월향 : (등 뒤에 대고) 이년이 편하다 하시었지요?
박상규 : (멈춰 선다)
월향 : (눈물이 고일 듯) 편한 것은... 머무를 이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편한 것으론... 함께 할 이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박상규 : (월향의 순정을 알지만 외면하며 간다)
* 박두순 시 ‘들꽃’에서 인용.
S#68. 한성부, 아침
박상규 힘없이 걸어온다.
문 열리고 서주필과 사령들 쏟아져 나온다.
갑옷에 조총, 칼, 활, 편곤으로 완전 무장한 사령들.
박상규 : (무장 사령들 보고) 무슨 일이야?
서주필 : (가며) 자네는 알 것 없네!
박상규 : (따르며) 의논할 일이 있어서 왔는데...
서주필 : 자네는 더 이상 내가 아끼던 자네가 아니네! 시대의 모순과 민초들의 아픔을 고민하던 자네로 돌아오게.
그러면 그때 듣기로 하지. 가자! (달려간다)
멀어져가는 서주필 보던 박상규.
끌려가는 처참한 몰골의 도술 본다.
불길한 느낌에 단숨에 안으로 달려 들어가 사령에게 묻는다.
박상규 : (다급하게) 주부께서 어이 저러신 겐가?
사령3 : 이 잘 심문하시다가 자백을 받고 목멱산으로 가셨습니다.
박상규 도술의 얼굴에 스치는 차가운 미소에 전율한다.
S#69. 목멱산자락, 낮
횃불을 밝히고 산을 올라오는 서주필과 무장 사령들.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는 양만오에게 소리없이 상천이 다가온다.
상천 : 곧 있으면 포위 안으로 완전히 들어올 것입니다.
양만오 : (끄덕인다)
S#70. 목멱산 다른 곳, 낮
박상규 말을 달린다.
정신없이 목멱산으로 향하는데, 산 중턱에서 작은 불화살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박상규 절망감으로 휩싸인다. 말을 달린다.
S#71. 목멱산자락, 낮
하늘로 치솟는 불화살을 본 사령들과 군졸들 당황한다.
서주필 : (칼 뽑아들고) 동요하지 마라. 상대는 화적떼들과 다를 바 없는 것들이다.
수풀 사이에서 검은 쇠공(비격진천뢰와 유사한)이 굴러온다.
군졸들 긴장이 풀리는가 싶은데, 서주필 인상 일그러진다.
서주필 : 폭탄이다! 피해라!
쇠공에서 연기가 오르는가 싶더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폭발한다.
군졸들이 사방으로 튀는 그 파편에 우수수 쓰러진다.
S#72. 목멱산 다른 곳, 낮
폭발음에 말이 놀라고, 박상규 그 바람에 낙마한다.
신음하던 박상규,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소리 난 방향을 가늠한다. 연이은 폭발음!
S#73. 목멱산 다른 곳, 낮
멀리서 싸우는 소리 들리고 대나무 숲을 헤매는 박상규.
당황하는 박상규 얼굴에서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