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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대구 공방전] 16
S#1. 서 점 /(D1)
도서 카트를 끌고 가는 서점 직원.
카트에서 ‘백발광녀전’ 1, 2, 3, 4권을 뭉텅이로 꺼내 진열대에 꽂는다.
꽂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한 권씩 빼 펼쳐보는 손님들.
서점 일각 <화제의 신간 -- 백발광녀전> 멋지게 웃고 있는 대구의 사진, 포스터로 붙어있다.
‘무협계의 새 바람 -- 강대구 작가와의 대화 토요일 오후 3시 세미나홀’
한켠엔 세도, 거만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요란한 광고 포스터
‘맨 주먹에서 황금 빌딩 3채까지’
‘삼룡종합개발 이세도 회장의 자수성가 이야기 <<난 못할 것이 없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세도, 테이블 앞에 앉아 독자들에게 폼 나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세도옆엔 부길이 서서 우아하게 인사하고 ‘감사합니다...’ 표정 신경 쓰며 사진촬영도 하고.
꽁치는 용무늬 스티커가 붙은 티셔츠를 나눠주고 있다.
‘자, 책을 구매하신 분들께는 용무늬 기념 티셔츠를 드립니다’
싸인 받으러 늘어선 줄엔 여학생들이 왕창. 비단, 열라 1, 2 , 아문 끼어있다.
비단 ; 짜증나... 몇 번씩 뺑뺑이를 도는 거야...
열라2 ; 이사장이 책 냈다고 이렇게 학생들 동원해도 되는거야?
열라1 ; 아 배고파, 밥이나 주고 시키지.
아문 ; 끝나고 내가 쏠테니까 좀 조용히 해. 딴 사람들이 들으면 짜고 치는 고스톱인 거 다 알잖아.
비단, 책을 내민다. 첫 장에 이미 싸인이 돼 있다.
세도 ; 흠.......
비단 ; (책장을 한 장 넘긴다. 백지 면이 나온다)
세도 ; (싸인해 주며) 음... 똑똑하게 생겼네 훌륭한 일꾼이 되세요.
S#2. 메리네 마루 /(D1)
신문 보는 메리. 강대구 책 광고 나와 있다.
메리 ; ........
성자, 도철 부엌에서 나와 신문을 본다.
성자 ; 어머, 이게 누구야.... 벌써 책 광고까지 나오네...
도철 ; 책이 부실하면 홍보만 잔뜩 하지 않나.
메리 ; ...............
도철 ; 짜식.... 실물보다 사진이 훨씬 잘 나왔다.
성자 ; 인세 좀 들어올래나. 인세가 팍팍 들어와야 집도 사고 장가도 갈 꺼 아냐.
메리 ; 이따 저녁 먹으러 온 댔어. 맛난 거 해주삼.
S#3. 오피스텔 /(D1)
대구, 넥타이를 매다가 다시 풀고 서성서성... 대구, 도진 방으로 들어간다.
도진,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대구 ; 형, 나 넥타이 좀 빌려줘. 메리네 집에 가는데 맬 만한 게 없다.
도진 ; 아무거나 골라 봐.
대구 ; 고마워. (넥타이 고르는)
도진 ; 대구야. 인터넷에서 주문도 폭주한다는데.....
대구 ; 개업빨에 속으면 안 돼. 처음엔 다 잘나가.
도진 ; 이번은 느낌이 좋아. 터질 것 같은데.
대구 ; 터지면 형한테 그간의 신세를 톡톡히 갚을게.
도진 ; 기대하마.
대구 ; 형! 이거 맞게 매는거야? 오늘따라 잘 안되네....
도진 ; 긴장했구나.
도진, 일어서 대구의 넥타이를 매주며
도진 ; 너 성공했다고 메리한테 소홀하거나 딴 데 한 눈 팔면 가만 안둔다.
대구 ; 걱정마. 무림의 사내들은 한 여자에 올인합니다.
도진 ; 가만 있어봐... 니가 목이 짧은 거냐 굵은 거냐.
대구 ; 소란씨는 어때?
도진 ; 하루는 좋아졌다가 하루는 병이 도졌다가 해. 계속 선도중이니까 걱정 말고 메리나 챙겨.
S#4. 메리네 마당 + 마루 /(N1)
대구, 꽃바구니와 과일바구니 들고 들어선다.
성자, 반갑게 맞는다. 도철은 마루에서 신문 보는.
성자 ; 아이구 이게 누구야......... 사위 후보 왔는가!
대구 ; 네, 어머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도철 ; 안 본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간 안녕하셨습니까야!
대구 ; 아버님은 여전히 까칠하시군요.
도철 ; 자네 아직 내 사위 아닐세. 마음 놓지 마.
메리 ; 아빠, 이 사람 어제의 강대구가 아니야. 이젠 대접이 달라져야지.
도철 ; 그 새 왜 더 삐쩍 곯은 것 같네.
대구 ; 아버님을 못 뵈어서 야위었습니다.....
도철 ; ......(밉지 않은)..... 앉어! 기럭지 기분 나뻐.
대구 ; (얼른 다리 접고 앉는)
밥상에 마주 앉은 메리, 대구, 성자, 도철.
성자 ; 그래. 책은 몇 권이나 팔렸나?
대구 ; 직접 세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나오는 족족 불티나게 팔린다고 들었습니다.
성자 ; 그럼 매스컴도 타는 거야? 유명인사가 되겠네 이제.
대구 ; 이번 책은 메리로 인해 영감을 얻고, 메리를 마음에 담고 쓴 책입니다.
성자 ; 이래서 작가의 애인들은 행복한거야.... 얼마나 로맨틱해.
도철 ; 듣다보니 기분 나쁘네. 우리 메리가 백발광녀란 말야?
백발도 기분나빠 죽겠는데 광녀까지 갖다 붙여?
성자 ; 어쨌든 난 너무 자랑스럽네.
대구 ; 이번 책은 메리를 위한, 메리에 의한, 메리의 책입니다.
이번 책이 성공하면 메리랑 결혼하게 해주십시오.
메리 ; !!
성자 ; 아이구 그럼! 백 만 부만 넘어봐. 당장 주지.
메리 ; 내가 물건이야 주고 말고 하게.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
대구 ; 내가 싫어?
메리 ; 아니 너무 좋아. 하지만 결혼은 나중 문제야.
대구 ; 여자들의 속 마음은 알 수가 없어.
도철 ; 30년을 살아도 알 수가 없는 게 여자야.
대구 ; ....(번쩍) 또 영감이 떠올라.... 스승의 사랑을 알게 된 백발광녀는 역시 그를 좋아하지만
끝내 오케이 사인을 보내지 않는다. 스승은 그녀 때문에 숱한 밤을 눈물로 헤매이게 되는데....
백발광녀전 제 5권 -- 광녀의 마음은 갈대!
성자 ; 대박이네. 필이 빡 와.
대구 ; 펜, 볼펜.....
도철 ; (펜을 건넨다)
S#5. 메리 방 /(N1)
메리, 책의 뒷 표지에 난 세도의 사진을 보고 있다.
엄지손가락 세우고 있는 세도의 사진 아래 ‘최고의 무협! 스펙타클에 마음을 뺏긴다’
메리 ; 이 아저씬 왜 여기 나온거야?
대구 ; 추천의 말 썼잖아.
메리 ; 이 아저씨가 무슨 작가도 아니고.... 추천의 말을 쓸 인물이 아니잖아.
돈 댔으면 다야? 너무 오바하시네.
대구 ; 메리야.
메리 ; 스펙타클은 무슨 스펙타클이야. 이 책 내용이랑 맞지도 않는 얘기는써놓고 이래.
분명히 이 책 읽어보지도 않고 썼을꺼야.
대구 ; 그래도 이 분 덕에 책이 세상에 나왔어.
메리 ; 그런다고 꼭 이런 사진까지 넣어야 해? 왜, 아예 딸 사진도 같이 넣지 그러셨을까.
대구 ; 소란씨 때문에 이러는 거 나 아는데 내 맘을 그렇게 몰라?
소란씨한테 질투심 느낄 필요가 없어, 넌.
메리 ; 이소란 때문에 이러는 거 아냐.
대구 ; 그럼 뭣 때문에 그러는데?
메리 ; 그냥 좀 더 기다렸다가 다른 데서 돈 구해질 때 하면 안됐어?
자기가 돈 댔다고 책을 이런 식으로까지 만드는 게 기분 나빠. 천박해보여.
대구 ; ........그건 나도 속상한데 어쩔 수 없잖아.... 난 이 책을 내고 싶었고 출판사 형도 사정이 딱했어.
메리 ; 난 이소란네가 만드는 공연, 안 했어.
대구 ; 그거랑 이거랑 같아? 그리구 너 이소란 신경쓰고 있는 거 맞네. 바보같이 그러지 마.
메리 ; 출판사 형은 핑계야. 자기가 마음이 급했겠지.
대구 ; 그래, 급했다. 왜 급했는 줄 알아? 너 때문이야. 얼른 책 내고, 돈 벌고, 인정 받고.....
너한테 근사하게 뭔가 해주고 싶었어.
메리 ; 그런 마인드니까 이소란이랑 더블데이트도 했겠지.
대구 ; 메리야....... 오늘따라 왜 이래? 책 나오고 내가 바빠질 것 같으니까 불안해서 그래?
너 그렇게 날 못 믿어?
메리 ; 부탁인데, 내 소중한 자존심은 건들지 않아주셨음 좋겠어.
대구 ; ......그래 그만하자.
메리 ; 이제우리 다른 얘기해. ........ 싸인회 때 옷 뭐 입을꺼야?
S#6. 검도장 /(N1)
도복 입은 채 바닥에 엎드려 책 읽고 있는 소란. 백발광녀전.
소란 ; ......(읽는) 백발광녀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좋지 않은 생각이세요.....
어머, 이건 내가 쓰는 말인데 이걸 갖다 쓰고 그래..... 날 마음 속으론 못 잊고 있는 거 아냐.
도진, 도복 입고 나온다.
도진 ; 어떻게 치료가 될 듯하다가도 가망없어 보이고.... 그러십니다.
소란 ; 책 읽어보셨어요? 내 얘기 같아요. 이거 내 마음을 표절한 거 맞아요.
도진 ; 그렇게 따지면 거기 원수같은 동기 문하생도 저를 그렸다고 착각할 만 하지 않아요?
소란 ; 그건 관심없구요. 날 못 잊고 있는 건 맞아요.
도진 ; 소란씨를 보면서 저는 깊은 사명감을 느낍니다. 소란씨는 제가 진정 선도해야 할 대상입니다.
소란 ; 대구씨는 잘 있어요?
도진 ; 책 나오고 바쁘죠 이제.
소란 ; 우리 아빠 자서전도 잘 나간다던데,,,,,
도진 ; 앉아 봐요. 머릿 수건 매줄테니까.
도진, 호구 쓰기 전 소란에게 머릿수건을 매준다.
도진 ; 소란씨, 나랑 사귈래요?
소란 ; .......
도진 ; 응?
소란 ; .........그래서 우리 둘이 잘되면.... 강대구를 평생 볼 수 있는 거네요?
도진, 수건을 던지고 휙 나가버린다.
소란 ; ...... .어머, 날 진짜 좋아하나봐....
S#7. 메리 방 /(N1)
남성 패션 잡지 보는 메리와 대구.
메리 ; 작가와의 대화 때..... 이런 스타일 어때?
대구 ; 날날이 같아.
메리 ; 무협작가라고 무협스럽게 입는 건 낡은 발상이야. 자기도 모델처럼입고 가.
대구 ; 양복 달랑 한 벌이야. 그냥 셔츠나 빨아 입고 갈게.
메리 ; 내일 거기 가자! 내가 자기 출판 기념 선물 하나 줄게.
대구 ; ??
S#8. 땡처리 매장 /(D2)
대구, 탈의실에서 뽕이 잔뜩 들어간 더블 버튼 쟈켓을 입고 나온다.
메리 ; (눈 가리며) 다른 거!
은갈치 빛 야한 양복 입고 나온다. 머리엔 도리우찌.
메리 ; 당신은 갈치가 아니야. 다른 거!
메리, 열심히 뒤지며 양복을 고른다. 쓸 만한 양복을 하나 잡는다.
대구, 멋진 수트를 입고 나온다. 모델 같다.
메리 ; 굿!
메리, 봉투를 꺼내 만 원 짜리를 침 묻혀 센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는 대구.
대구 ; 메리야, 내가 할게. 니 월급 다 날아가겠다.
메리 ; 놔! 이거 사고도 남아.
대구 ; 내가 마음이 안 편해. 줘, 내가 계산하게.
메리 ; 그동안 계속 선물 사주고 싶었단 말야. 여기 계산이요.
대구 ; ........
S#9. 백범공원 /(D2)
쇼핑백을 껴안은 메리를 태운 대구의 자전거.
대구 ; 자긴 이제 어떡할꺼야?
메리 ; .....수퍼 일 열심히 해야지 뭐.
대구 ; ............다시 도전 안 해?
메리 ; (듣기 싫은) 내일 3시지? 이거 구겨지지 않게 잘 다려서 입고 와.
대구 ; .............그래.
메리 ; 자긴 이제 바쁜가?
대구 ; 뭐 인터뷰도 몇 개 들어오고.... 책 홍보 땜에 다녀야 할 데도 있고 그렇더라구....
메리 ; .......좋겠다.... 자긴 꿈을 이뤘네. (쓸쓸)
대구 ; ...........
S#10. 서점 세미나실 /(D2)
세미나실 옆, 작가 대기실.
대구, 메리가 사준 양복을 입고 긴장 된 표정으로 왔다갔다 한다.
메리 ; 좀 가만히 앉아있어. 나까지 떨린다.
대구 ; 무림의 사내들은 순수해. 떨리는 건 떨리는 거야.
메리 ; 자긴 잘 할 수 있어.
대구 ; 어려운 질문 나오면 어떡하지?
메리 ; 청풍이 내게 말하네 그 질문엔 대답할 수 없다고....
대구 ; 그럼 되겠다.
메리 ; 자기 오늘 최고로 멋져.
대구 ; 니가 옆에 있으니까 그렇지.
가슴에 꽃을 꽂고 한껏 멋을 부린 사장, 들어온다.
사장 ; 시간 됐다. 나가자.
대구 ; (심호흡 한번)
메리 ; 강대구 파이팅!
사장, 대구를 데리고 나간다. 메리, 두 손 모으고 기도...............
메리, 세미나실로 들어선다. 놀라 멈춘다.
대구, 앞에 서 있고 독자석엔 성자와 도철, 황재.... 사장 아들.........
그리고 대학생 서너 명 정도 앉아있다.
채 열명이 안되는 초라한 인원.
메리 ; ........(속상하다.... 눈물이 핑글)
대구 ; ..........
성자 ; 이게 웬일이야.... 백 만부 나갈려면 한참 걸리겠네....
도철 ; 내 이럴 줄 알았지.... 저 놈한테 갔다가는 메리 평생 고생한다니까.
성자 ; 리키 박도 안 보이네....
도철 ; 아들도 안 보러 오는 거 봐. 그 놈 인간 되려면 아직 멀었어.
메리, 대구를 향해 힘내라고 주먹 쥐어 보인다.
대구, 미소.
사장, 단상에 선다.
사장 ;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자 그럼 이 가족적이고 오붓한 분위기에서 저자와의 대화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대구 ; 안녕하세요, 백발광녀전의 저자 강대구입니다.
메리와 사람들, 열심히 박수쳐 준다.
대구 ;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조촐하게 진행해 보죠. 편하게 질문 해주세요.
사람들 조용.....하다. 대학생 하나 손든다.
대구 ; 네, 거기.
학생 ; 이거 끝나면 나미미 작가님 간담회로 바로 이어져요?
대구 ;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학생들, 가방 챙겨 나간다.
메리 ; (가방 잡으며) 아니 학생들... 왔으면 끝까지 듣고 가야지.....
분위기 다운........ 가족들만 남았다. 조용하다.
대구, 메리 앞에서 참담하고.....
메리, 대구가 안쓰럽고....
사장, 벌컥 성질 낸다.
사장 ; 이럴꺼면 그냥 우리집 마루에서 해도 됐겠다. 천고마비의 슬럼프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거야.....
아.... 아.... 당 빠져.
메리 ; 홍보가 덜 돼서 그래요. 나쁜 놈들.... 신인작가라고 너무 신경 안 써주네.
문 열리고 서점 직원 들어온다.
직원 ; 강 작가님!
대구 ; ??
직원 ;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장소 바뀐 거 모르고 계셨어요?
S#11. 서점 대형 홀 /(D2)
직원, 문 열어 준다.
대구가 앞장 서고 메리와 사장 성자 도철 우르르 따라 들어간다.
자리를 꽉 채운 독자들, 대구가 들어서자 박수를 쳐 준다.
대구와 메리, 눈물이 글썽해진다. 메리, 얼른 등 돌려 눈물을 닦는다.
황재, 리듬감 있게 손수건 꺼내 풀어헤쳐 눈물을 닦는다.
객석엔 소란과 도진도 보인다.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앉아있다.
소란, 자꾸 도진 쪽으로 시선. 도진, 소란 쪽을 쳐다보지 않는다.
대구는 앞으로 가고 나머지는 객석 일각에 자리를 잡는.
대구 ; ....감사합니다... 얼떨떨합니다. 이렇게 많이 와 주실 줄을 정말 몰랐습니다. . . .
메리 ; (입 모양으로 파이팅!! 하며 손가락으로 하트 만들어 보인다)
대구 ; 편하게 질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사람, 손 들고 일어선다. (짜장면 배달 소녀)
독자1 ; 여주인공 캐릭터가 참 독특하던데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신 겁니까?
대구 ; 저에게 영감을 주는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특이하고 신기한 사람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독자1 ; 어떻게 특이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대구 ; 제가 쿠폰을 모아 시킨 피자를 다 먹어버리고 공원에서 시도 때도 없이 노래도 부르고....
수 틀리면 신고 있던 실내화도 던졌습니다.
사람들 ; (웅성웅성)
메리 ; ............
대구 ;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랑스럽고 변화무쌍한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작품이 4권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그녀는 백발광녀의 분신이라 할 수 있죠.
독자2 ; 그 분과는 그럼 애인 사이세요?
대구 ; 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입니다.
메리 ; ........... (수줍게 웃으며... 굿!)
소란, 쓸쓸..... 도진, 메리보며 미소.
성자와 도철도 미소.
독자1 ; 백발광녀전은 몇 권까지 출간될 예정입니까?
대구 ; 그녀가 제 곁에 있는 한... 30권까지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자들 환호와 박수.
세미나실 입구. 풍운, 물끄러미 서서 보고 있다.
대구, 문가의 풍운을 본다.
독자3 : 전작으로는 <풍운도사의 백팔번뇌>가 있는 것으로 고 있는데요.
그 책은 어떤 경험을 통해서 집필하시게 된 겁니까?
대구 ; ........그 책은 제게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실패작입니다.
풍운 ; (사라진다)
대구 ; .............
독자1 ; 백발광녀의 분신이 누군지 궁금합니다. 여기 오셨으면 인사시켜주세요.
사람들 박수.
메리, 놀라 머리 매만지는데
대구 ; 밝혀 드릴 수 없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독자2 ; 뭐하는 여자분인데요?
대구 ; .......그냥 작품에 관련된 질문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리 ; .................
S#12. 서점 일각 /(D2)
도진, 걸어간다.
소란 따라가며 부르는.
소란 ; 선도진 선생님..... 도진씨.....
도진 ; (못 들은 척 걸어가고)
소란 ; (따라가 잡으며) 오늘은 몇 시에 검도할까요?
도진 ; 오지 마세요.
소란 ; 화 나셨어요?
도진 ; 화 안났습니다.
소란 ; 그럼 나한테 왜 이러세요? 무섭게....
도진 ; 그동안 소란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싹 터서 이만큼 자랐는데 그냥 싹을 뽑아 없애기로 했습니다.
소란 ; .........왜요?
도진 ; 한번 더 상처를 받으면 제가 너무 힘들어 질 것 같아서요.
사람 때문에 마음 아픈 게 얼마나 독한 건진 소란씨도 잘 아시죠? (휙 가는)
소란 ; ........ 이상하게 떨리네...... 차가운 남자는 참 매력적이야.
두사람, 세도의 포스터를 증오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풍운이 보인다.
S#13. 레스토랑 /(D2)
메리, 혼자 앉아있다. 물 마시는데 물잔이 다 비었다.
대구, 뛰어 들어온다.
대구 ; 부모님은? ... 가셨어?
메리 ; 기다리다가 좀 전에 가셨어....
대구 ; 미안해. 싸인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시간이 늦어졌어.
메리 ; 괜찮아..
대구 ; 배고프지? 우리 맛있는 거 먹자.
메리, 혼자 스파게티 먹고 있다.
앞엔 손도 안 댄 대구의 스파게티 접시. 대구, 밖에 나가 바쁘게 통화중이다.
메리 ; .............
대구 ; (들어온다) 미안.... 이제부터 전화 꺼놓을게.
메리 ; 천고마비 사장님한테 좀 알아서 해달라고 해.
대구 ; 형이 할 게 있고 또 내가 할 게 있지.
메리 ; 자기 꺼 다 식었다.
대구 ; 괜찮아. (먹는데)
메리 ; 아까 왜 안 밝혔어? 백발광녀 분신이 나라구.
대구 ; ..........그냥. 밝혀서 좋은 게 뭐 있어?
메리 ; ...........
대구 ; 내 딴에는 널 배려해서 안 밝힌거야. 너 아까 그 앞에 나와서 인사하고 싶었어?
메리 ; 내가 챙피해?
대구 ;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메리 ; ........
대구 ; 한번만 더 그런 소리하면 나한테 혼난다.
메리 ; 나 같으면 내 남자친구 저기 있다고 얘기했겠다.
대구 ; 알았어, 다음부터 얘기할게.
메리 ; 내가 지금 뭐 유명해지고 싶어서 이러는거야?
대구 ; 알았어요. 미안해요.
메리 ; ............
S#14. 거 리 /(D2)
메리, 대구 손잡고 걷는다. 전화벨 울린다.
대구 ; 어, 형! 응.... 아니 연락 못 받았는데....
메리 ; 천고마비 사장님이셔?
대구 ; (고개 끄덕하며) 응.... 내일 만나서 해. 나 지금 메리랑 같이 있어..
메리 ; 나 괜찮아 자기야.
대구 ; ...(전화에) 그럼 좀 기다려. 메리 집에 데려다주고 이따 들릴게.
메리 ; 내가 뭐 집을 못 찾아가니? 가 봐. 괜찮아.
대구 ; (못 가게 손을 꼭 잡고) 형! 쫌만 기다려 금방 갈게.
메리 ; 나 먼저 갈게.
메리, 대구의 손을 뿌리치고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 서 있는 버스 아무거나 잡아탄다.
출발하는 버스.
메리, 대구에게 손 흔든다.
대구 ; 황메리! 내려!
버스, 붕 하니 떠난다.
대구 ; 야! 성남 가는 버스를 집어타면 어떡해......
S#15. 달리는 버스 /(D2)
메리, 버스노선 보고 어리 버리한 표정으로 서 있다.
메리 ; 아저씨.... 저 좀 내려주시면 안돼요?
기사 ; 성남 직행인데요.
메리 ; ........(울상)............
S#16. 도심 건물 사잇길 / (D2)
풍운, 울적한 얼굴로 걸어온다.
풍운 ; .............
풍운, 걸어가는데 등 뒤에서 내리치는 누군가의 봉.
풍운, ‘윽’ 하며 무릎이 꺾인다.
모자를 쓴 건장한 남자. 다시 한 번 공격, 풍운 봉을 잡는다.
실랭이 하다 치한과 얼굴을 마주하는 풍운. 머리가 희끗한
풍운 ; ......너는.... 희봉이 아니냐....
남자 ; 리키 박.... 니 놈이 우리 동방을 망쳐놨어.
풍운 ; 오해야. 이세도 저 놈 책은 다 거짓말이야.
남자 ; 우리 돈 다 들고 튀어서 혼자만 잘 먹고 사니까 좋았냐.
널 찾아다니느라 허비한 시간이 얼만지 알아.
풍운 ; 난 사고로 혼수상태에 있었어. 그런 내가 어떻게 .....
남자, 풍운에게 강한 일격을 가한다.
풍운, 푹 쓰러진다. 남자, 분이 안 풀리는 듯 쓰러진 풍운을 몇 번 더 짓밟고 간다.
풍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
S#17. 메리네 마루 /(N2)
도철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창을 보고
도철 ; ...... 모르는 번혼데..... (받아) 여보세요.
S#18. 병실 /(N2)
링겔 꽂고 누워있는 풍운.
도철, 들어선다.
도철 ; 어떻게 된 일이요?
풍운 ; 폐를 끼쳐서 미안합니다... 제가 달리 연락할 데도 없고.....
도철 ; 시킨대로 말 안하고 나만 슬쩍 빠져나왔어요. 어쩌다 이랬어요?
풍운 ; ..........뭐.... 좀 사고를 당했습니다.
도철 ; 강대구한테 연락해요.
풍운 ; 아닙니다. 그 놈한텐 말하지 마세요. 그냥 제 짐이나 좀 이리 갖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도철 ; 무슨 슬픈 사연이 더 있는 겁니까.
풍운 ; ...................
도철 ; 딱한 양반하고는..... 짐 갖다 줄테니까 매일 연락해요.
S#19. 수 퍼 /(D3)
메리, 핸드폰 들고 있는.....
메리 ; 자기, 오늘 저녁에 시간 돼? 사장님이 영화표 주셨는데 같이 보러갈래?
대구 ; 오늘은 힘들겠는데.... 무협 동호회 초청행사에 가야 돼.
메리 ; 그럼 토요일날 볼까?
대구 ; 토요일은 무협채널에 출연해야 돼.
메리 ; ...........그렇구나....
대구 ; 나 지금 바쁘거든..........내가 밤에 전화할게. (끊는)
메리 ; ..............
황재, 들어오며
황재 ; 왜? 대구가 튕겨?
메리 ; 무지 바쁜가봐요.
황재 ; ........그래서 성공이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니야. 두 사람이 사귀다가 한 사람한테 변화가 생기면
깨질 확률이 커져요. 옛날부터 그렇잖아요. 사법시험 합격하면 뒷바라지 한 애인 버리고,
남자가 사업 성공 하면 집을 바꾸고 차를 바꾸고 마누라를 바꾼다고 하잖아.
메리 ; ........옛날에나 그랬죠. 요새 그런 남자가 어딨어요.
황재 ; 옛날 남자친구도 사시 붙고 메리양을 찼다며.
메리 ; ...........
황재 ; 이럴 때 메리도 같이 성공하고 같이 뜨면 되는데. 그럼 헤어질 확률도 줄어드는데.....
메리 ; ........(벌떡 일어서) 저 하드 하나 먹을께요.
S#20. 메리 방 /(D3)
메리, 들어와 피곤한 듯 뻗는다.
성자, 따라 들어온다.
성자 ; 이것도 강대구가 쓴거랬지!
메리 ; 엉.. 그것도 지금 되게 잘나간대
성자 ; 강대구 이거 제정신이니? 여기 몇십페이지에 걸쳐 욕을 해놓은 리키박이라는 사람!
강대구 아버지야! 박흥복씨야!
메리 ; 정말이야?
성자 ; 자기 아버지를 이렇게 밟는 아들이 어딨니! 다 날조된 거짓말이드라만
내 첫사랑 리키박을 아주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아붙였어! 나 절대로 용서 못해!
메리 ; 그럼 이세도 회장이랑 대구 아버지는 옛날부터 아는 사이였나?
성자 ; 이세도 이사람 기억나! 옛날 동방극단에서 삐에로 했던 사람이야.
리키박덕분에 먹고 살았으면서 삼십년 뒤에 뒷통수는 왜 치는건데!
메리 ; 아버지 뒷통수 치는 내용 강대구가 썼단 말이지!
성자 ; 얼른 강대구한테 말해! 당장 내용 수정하라구!
아니면 나 서점앞에서 일인 시위할꺼야. 피켓 만들어줘!
메리 ; ...
S#21. 오피스텔 /(N3)
메리, 들어선다.
도진, 맞아주고
도진 ; 저녁 먹었어?
메리 ; 응.... 집에서 잡채를 했거든. 좀 싸왔어.
도진 ; 강대구 좋아하겠네. 잡채 귀신인데.
한 쪽에 메리가 사준 양복 걸려있다.
메리 ; 강대구 오늘 인터뷰 있다고 하지 않았어?
도진 ; 맞어.
메리 ; 추리닝 입고 갔니?
도진 ; 팬들이 명품 양복 두 벌 해줬대. 홍보 다닐 때 입으라고...
메리 ; 응............
S#21. 수 퍼 /(D4)
메리, 졸고 있다.
대구, 들어선다.
대구 ; (책상 쾅 친다)
메리 ; (벌떡 일어난다) 어서오세요.
대구 ; 졸리면 집에 들어가서 자던가.... 왜 여기서 졸고 있어.
메리 ; 전화 받을 시간도 없어? 내가 어제 중요한 얘기 할게 있었단 말야
대구 ; 쉿!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사장님 깨시겠다!
화난 메리 나가버리고 대구 쫓아가며
S#22. 공 원 /(D4)
메리, 걸어온다.
대구, 뒤에서 따라온다.
대구 ; 메리야! 이번주말에 나 중국간다. 선물 뭐 사다줄까.
무협채널에서 하는 탐방 프로그램인데 내가 게스트로 나가게 됐어
메리 ; 강대구!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대구 ; 너 속상한 거 알어. 나 혼자 갑자기 바빠지고 연락도 잘 안되고 그러니까 화도 나고 심술도 나겠지.
다 이해해.
메리 ; 내가 왜? 화 안 났어.
대구 ; 그래서 내가 소란씨랑 더블데이트를 하면서까지 널 도운 거 아냐.
그거 그냥 했으면 좋았잖아, 이럴 때. 같이 바쁘니까.
메리 ; 그걸 말이라고 해! 자기 가만히 보면 이소란네 은근히 의지하더라.
책도 그 집에서 돈 대서 나온거라며.
대구 ; (기분 상한다. 자존심도 상하고) 출판사 형이 그렇게 한 걸 어쩌라구. 난 몰랐어.
메리 ; 알았어도 냈을 꺼야.
대구 ; 이러지 말자. 나 오늘 하루종일 시달리고 피곤했어.
집에 가선 또 칼럼을 하나 써서 아침까지 줘야 돼.
메리 ; 잘 나가십니다 강작가님.
대구 ; (버럭) 야!
메리 ; 이세도 회장 자서전에 등장하는 리키박이 누군지나 알아? 박흥복씨야! 당신 아버지야!
대구 ; .....
메리 ; 뭐하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집에서 돈주고 챙겨주니깐 그냥 하란대로 하고 시키는대로
꼭두각시 처럼 군거 아냐!
대구 ; 리키박이 박흥복이건 박놀부건 나랑 아무상관 없어!
그사람이 과거에 뭘 하고 다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메리 ; 27년만에 만난 당신 아버지야! 돈많고 잘나가는 사람이여도 그렇게 나왔을까?
아들을 찾아와서 사과하고 손 내밀었잖아. 그런데도 강대구 그렇게 밖에 못해?
대구 ; 듣기 싫어
메리 ; 다 맘에 안들어. 그집에서 책을 내준것도 당신이 그사람 책을 써준것도!
대구 ; 그럼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돈대준다고 해서 기회를 포기하니?
메리 ; 점점 이회장처럼 변해가네? 난 못할것이 없다? 그래.. 돈을 위해서 성공을 위해서 어디 못할것이
없는 것처럼 한번 살아봐. 그게 어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대로 살아가는 길인가!
대구 ; 넌 우리 책 출판된게 마음에 안드니? 백발광녀가 너하고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책인데!
메리 ; 난 자기처럼 안살꺼야. 이소란의 뮤지컬도 내 발로 뛰쳐 나왔어!
대구 ; 그래.. 넌 나랑 달라. 아주 바르고 훌륭해.
메리 ; 그건 또 무슨 뜻이야?
대구 ; 관두자. 가라
메리 ; 끝내자는 거야?
대구 말없이 뒤돌아 가버린다.
S#23. 공원 화장실 안 /(D4)
1부에 나왔었던 이동식 화장실 비슷한....
메리, 앉아서 흑흑 울고 있다. 흑흑......
누군가 뻥 걷어찬다..... 또 뻥!
메리 ; (울다가 반가움에) 뭘! 끝났다더니 왜 왔어!
머리가 떡이 된 노숙자, 소주 들고 화장실 걷어차고 있다.
노숙자 ; 야, 빨리 나와! 싸겠다!
메리, 얼른 나와 겁 먹은 얼굴로 도망간다.... 가다가 또 서러움에 흑흑.....
S#24. 오피스텔 /(N4)
기분 다운된 대구, 들어온다.
대구 ; 형, 자?
대구, 도진 방문을 열어본다. 도진, 침대에서 자고 있다.
마루에 털썩 앉아 옷 벗는대구.
대구 ; 아... 피곤해 죽겠는데.... 칼럼은 또 언제 써....
대구, 고물 노트북을 켠다.
대구 ; (탕탕 쳐 보며) 이거 왜 이래.... 이젠 켜지지도 않네....
대구, 상자에서 풍운이 준 새 노트북을 꺼낸다.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대구. 바탕화면에 ‘대구에게’ 라는 폴더가 보인다.
클릭하면 풍운의 동영상이 뜬다.
풍운(E) ; 사랑하는 아들아.... 어디서부터 얘길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30년전 나는 리키 박이었다.
네가 천하의 파렴치한으로 알고 있는 그 리키 박.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지만 난 너에게 진심을 이야기 해야겠다....
대구 ; .............
풍운의 동영상을 계속 응시하는 대구, 표정이 점점 바뀌어간다.....
대구 ; .........믿을 수 없어.....
S#25. 담쟁이 골목 /(N4)
대구, 달려간다.
풍운(E) ; 이세도는 동방극단의 삐에로였다. 내가 친형제 이상으로 믿고 아끼던 친구였지.
S#26. 세도의 서재 +비밀의 공간 /(N4)
대구, 마음이 편치 않은 듯 왔다갔다 세도의 서랍을 뒤지다 ..... 벽에 털썩 기대선다.
대구 ; ??
대구, 뒤돌아본다. 벽의 느낌이 좀 다르다. 벽을 밀어본다. 밀리는 벽.
대구, 조심스럽게 비밀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대구 ; ..............
대구, 들어와 둘러본다. 수상한 느낌.... 캐비넷을 열어본다. 잘 안 열린다. 힘주어 다시 열면 문 열린다. 안에 있는 가발과 낡은 옷과 구두를 꺼내보는 대구.
대구, 앨범을 펼쳐본다. 이리 저리 뒤져본다. 젊은 시절의 리키 박과 세도가 찍은 사진.
대구 ; !!!
풍운(E) ; 그 녀석은 늘 욕심이 너무 앞섰어. 공연 중에 내가 잡고 있던 줄을 끊었어.
나는 30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일주일 넘게 혼수상태로 있었지.
그리고 그 놈은 우리 동방의 모든 재산이 담긴 금고를 들고 사라졌다. 나를 죽인 그 날 밤에!
대구, 캐비넷을 뒤져본다. 금고가 나온다.
대구 ; !!!
대구, 사색이 된 얼굴로 휘청거리며 나온다.
세도, 들어오다 비밀의 방에서 나오는 대구를 보고 깜짝 놀라
세도 ; 자네 지금 거기서 뭐하는거야?
대구 ; 죄책감과 열등감을 가진 인간이 다른 사람들한테 얼마나 큰 피해와 상처를 입히는지
회장님을 보고 알았습니다. 작가로선 도움이 됐습니다.
세도 ; 하하하하.... 수업료를 톡톡히 받아야겠는걸.
대구 ; (멱살 잡으며) 당신은 쓰레기야 이세도.
세도 ; (있는 힘껏 대구를 밀친다) 그럼 넌 뭐냐? 쓰레기를 훌륭하다고 존경한다고 쓴 너는 뭐야?
니 애비를 몹쓸놈이라고 쓴 너는 뭐란 말이야!
대구, 꽂혀있는 책들을 집어던지는데
S#27. 소란네 거실 /(N4)
소란, 아문 2층에서 내려온다. 서재에선 다투는 소리 들린다.
부길 ; (방에서 나오며) 이게 무슨 소리야....
대구, 사색이 된 얼굴로 휘청거리며 나온다.
소란 ; ....대구씨....... 무슨 일 있어요?
대구, 가다가 휘청.....
소란 ; 대구씨!
대구 ; (말 없이 뿌리치고 나간다)
소란 ; .........
S#28. 오피스텔 /(N4)
도진, 어두운 얼굴로 문 열어 준다.
메리 ; 대구한텐 아직 연락 없지?
도진 ; 메리야..........
메리 ; 응?
도진 ; 대구가 지금 힘든 일이 생긴 것 같아.
메리 ; ............
풍운의 동영상 보고 있는 메리.
도진은 한 쪽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S#29. 몽타주 /(N5/D5)
담쟁이길, 대구를 찾아 헤매는 메리. (N)
메리 ; 강대구! . . . .강대구리!
백범공원, 벤치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는 사람, 달려가 훌떡 열어보면 노숙자.
메리, 얼른 신문을 덮어준다. (D)
메리 ; 어디 있는거야......
S#30. 효창공원 / (D5)
메리, 두리번 거리며 온다. 보이지 않는 대구. 눈물이 터진다.
메리 ; 흑흑......
대구 ; 메리야.
초췌한 모습으로 나무 속에 서 있는 대구를 본다. 뛰어가 껴안는다.
대구, 풀썩 주저 앉는다.
메인 의자에 쭈그려 앉아있는 두 사람.
메리 ; .........것 봐.... 내가 그 아저씨 기분 나쁘다고 했잖아. 이래도 내가 질투 때문에 그런 거 였어?
대구 ; .......책 낼 욕심에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메리 ; 나도 이해해...... 옛말에도 있잖아. 백수생활 3년이면 앞뒤 분간 못한다고.
대구 ; 남들은 모르겠지만 나 사실 그동안 좀 속으로 우쭐해 있었어.
메리 ; 남들이 왜 몰라. 얼굴에 다 나타나던데.
대구 ; 그랬어?
메리 ; 농담이야.... 그냥 자기는 바쁘고 나는 백수고..... 나 혼자 좀 생각이 많아지더라구.
대구 ;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야. 안 그랬음 얼마나 우스운 꼴로 살고 있었겠어.
메리 ; .....우리가 지금까지 백수밖에 할 게 없어서 이러구 있는 건 아니잖아.
타협하기 싫으니까, 나 스스로를 소중하다고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버티고 있는 거 아니었어?
대구 ; 정답이야.
메리 ; 자기를 믿는 것도 용기잖아. 내 책에 대한 자신이 있으면 당장 책 낼 돈이 없어도 되겠지...
그렇게 믿으면 되잖아.
대구 ; 내가 사랑에 눈이 멀어서 그만.... 너한테 빨리 보여주고 싶었어.
메리 ; 그 맘을 왜 모르겠어. 나라고 자기한테 슈퍼에서 라면이나 파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어?
무대에 선 나의 모습이 얼마나 근사하고 예쁜지 나도 보여주고 싶었어!
대구 ; 황메리. 널 만나서 내 인생이 참 다행이다
메리 ; 강대구리! 이제 진짜 강대구 같다.
대구 눈물 흘리고 메리 위로해주고
S#31. 서점 세미나 실/(D6)
기자들과 독자들 모인 가운데 대구, 고백한다.
대구 ; 이세도 회장의 자서전 난 못할 것이 없다.... 저는 그 책을 통해 내 친아버지를 짓밟았고
그 일을 뼈저리게 뉘우칩니다.
S#32. 서점 일각 /(D6)
풍운도사의 백팔번뇌 책이 쉴 새 없이 뽑혀 나간다. 열라1, 2 뽑아든다.
열라2 ; 아버지를 모델로 쓴 책이래....
세도의 책, 카트에 담겨 치워진다.
S#33. 세도네 거실 /(D6)
전화벨 계속 울린다.
신경질 적으로 전화코드를 뽑아 내팽개치는 부길.
부길 ; 이거 어디 시끄러워서 살겠나.
아문 ; 나 다시 영국으로 갈래. 쪽팔려서 학교 못 다니겠어.
소란 ; 아빠는 사과해야 해.
부길 ; 넌 누구 편이니.
소란 ; 이럴 때 누구편이 어딨어.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해야지.
부길 ; 이이는 혼자 어디로 잠수를 탄거야. 의리없게.
아문 ; 아빠같은 남자, 절대 사귀면 안된단 교훈을 얻었어.
S#34. 비밀 공간/(D6)
세도, 의자에 누워 꼼짝도 안하고 있다. 몇 날 며칠이 지나는 분위기......
S#35. 병실 /(N6)
기타를 든 대구, 껄렁하게 들어온다.
대구 ; .............
풍운 ; ............
대구 ; 바보예요? 왜 미리 말을 못해?
풍운 ; 기타는 왜 들고 와?
대구 ; 알면서 왜 물어. (걸터 앉아 기타 튕겨본다)
풍운 ; 넌 기타 누구한테 배웠니?
대구 ; 혼자 연습했어요.
풍운 ; 그것도 날 닮았구나.
풍운과 대구, 각자의 기타를 놓고 앉아있다.
풍운이 먼저 드르릉 치면 대구가 화답하듯 드르릉.....
대구 ; (시선 피한 채) 사랑해요 아버지.
풍운 ; ...........
두 사람, 기타 연주하는데서....
S#36. 햄버거 집 /(D7)
메리, 대구 앉아있다.
메리, 쿠폰 뒤적거리며 한 장씩 꺼내놓는다.
대구 ; 야, 챙피해.
메리 ; 허! 인기 작가됐다고 변한 것 좀 봐. 사람이 그럼 못 써.
대구 ; 그래그래 쿠폰 쓰자. (주머니에서 잔뜩 꺼내는)
메리 ; 오늘도 포식하겠다.
대구 ; 참....
대구, 메리에게 조그만 봉투를 내 놓는다.
메리 ; 돈이야? 인세 벌써 들어왔어?
대구 ; 이런 속물........ 읽어 봐.
메리 ; (편지 펼친다)
풍운(E) ; 사랑하는 내 며느리 후보 메리에게!
메리 ; 어? 아버님 편지네.
대구 ; (눈 찡긋 윙크) 하나 더 있어.
메리 ; (봉투에서 꺼내는) 공연 티켓이네... 왜 한 장이지?
대구 ; 두 장 살 돈이 없었나봐. 아님 너만 이뻐하든지.
메리 ; 쉿! (편지 읽는)
풍운(E) ; 내 인생에 한 때 매일 매일이 축제이던 날들이 있었다.
플래쉬 백 --
서커스 몽타주.... 지금껏 소개되지 못한 불쇼, 접시 돌리기부터 리키 박 노래까지.........
풍운(E) ;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어떻게 하면 더 높이 줄을 매달까 어떻게 하면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그게 그 땐 제일 중요했지. 남의 시선에 기대 살았어. 늘 공허했지.
S#37. 공연장/(D7)
공연 보는 메리. 풀 죽어 있던 얼굴 점점, 공연에 빠져든다.
오프닝, 초원을 깨우는 라피키의 유명한 노래 The circle of life 와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
태양이 떠오를 때 앞 다리 들고 기쁨에 뛰는 치타의 모습......
메리 ; ...........(점점 미소가 번지는.... 시무룩했던 얼굴이 풀린다)
노래가 끝나자 힘차게 박수치는 메리.
S#38. 공연장 앞 /(N7)
팔랑팔랑 뛰어가는 메리.
풍운(E) ; 남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건 외면을 하건 상관없이 자기만의 무대를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딴따라야. 마음을 세우지 못하면 뉴욕 카네기홀 무대도 천막극장만 못하고,
나만의 무대를 즐길 수 있으면 수퍼 앞 공터도 예술의 전당이 되는 거지.
메리 ; (가다가 뒤돌아본다) 자꾸만 돌아보면 뭐하니. 소금기둥 밖에 더 되니.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가!
사랑하는 내 며느리 후보 메리양.. 힘내!~ 화이팅!
S#39. 수퍼 /(D8)
싱글 벙글 메리.
메리 ; 사장님, 제 뒤통수에서 후광이 비추질 않나요?
황재 ; 글쎄.... 애매하네....
메리 ; 기도가 찼고 문이 열렸어. 난 이제 언제 어디서도 행복한 사람이 됐어.
메리 ; 전 이제 아무 때나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황재 ; 그럼 병원 가야하는 거 아냐?
전화벨 울린다.
메리 ; 감사합니다 황제수퍼입니다..... 네...... 네, 그럼요......... 여보세요?
잠깐만요, 사장님 바꿔드릴께요. (수화기 막고) 받아보세요. 어떤 여자분 인데
사장님 잘 계시냐 수퍼는 그대로 있냐.... 묻는데요.
황재 ; ....날 짝사랑 하는 여사님이신가보네..... (전화받아) 네, 전화 바꿨습니다..... 네.........
(놀람) 여보! 비단이 엄마!
메리 ; !!!
S#40. 수퍼 앞 /(N8)
만국기 몇 줄 걸려있고 크리스마스 전구들 황제 수퍼 간판과 차양에 두서없이 걸려있다.
파라솔 테이블 2개 펼쳐져 있고 비단, 메리, 대구, 열라 1, 2 , 황재 환송연하고 있다.
황재 ; 우리 비단엄마를 따라 강릉에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주 가는건 아니예요.
우리 황메리 양에게 수퍼를 위탁경영을 주고 저는 바닷물 춤추는 강릉에서 3년 만에 돌아온
비단 엄마와, 제 딸 비단이 세 식구 함께 새 인생을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일동 ; (박수)
황재, 메리 신나는 댄스.
S#41. 오피스텔 /(D9)
소란, 앉아있다.
도진(E) ; 커피에 설탕 몇 스푼 넣어요?
소란 ; 두 개요!
도진(E) ; 오케이!
소란, 두리번 거리다 반지케이스를 발견한다. 열어본다. 반지 끼어본다.
소란 ; 잘 맞네..... 이쁘다.
도진, 머그잔 갖고 들어온다.
도진 ; 드세요.
소란 ; 이거 예전에 내가 삼켰던 그 반지 맞죠?
도진 ; ..........네.
소란 ; 메리씨한테 결국은 돌려 받으셨군요.
도진 ; 예.
소란 ; 이쁜데.....
도진 ; 가지세요 그럼.
소란 ; 이 반지를요?
도진 ; 처음부터 소란씨 뱃속에 들어갔던 거 아닙니까. 소란씨가 임자인 반지라고 생각합니다.
소란 ; 제가 가질께요 그럼.
도진 ; 소란씨! 사랑은 말입니다.... 그 사람으로 인한 상처와 외로움, 질투와 말도 안되는 욕심까지
다 품어 안는 겁니다. 그게 사랑이예요.
소란 ; 저 번에도 하셨던 말이예요 그만 하세요 지겨워요.
도진 ; 소란씨네 가족을 보니 모두 선도해야 할 대상들이예요.
내가 일생을 걸고 선도해야 할 대상을 찾아서 기쁩니다.
소란 ; ...........일생을 걸구요?
도진 ; 예! 제 일생을 걸고.
소란 ; ..........
도진 ; 일종의 청혼이라 할 수 있지요....
소란 ; (놀라) 흡!
도진 ; .........왜요, 싫으신 건 아니죠?
소란 ; (딸꾹질) 끅! 끅!
도진 ; 아이구.... 너무 놀래켜 드렸나.... 갑자기 딸국질을....
소란 ; 끅! 끅! 물! 끅!
도진 ; 딸국질엔 물 보다도 이게 약입니다.
도진, 소란을 터프하게 확 껴안고 키스한다.
소란, 딸국질이 멎는다.
S#42. 수퍼 앞/(D9)
메리 앞에 서 있는 동파와 남자 백수들 서 너명. 대한도 끼어있다.
메리 ; 자, 남산의 명물. 소피마르소를 닮은 여주인이 경영하는 황제수퍼 아르바이트 자리에
이렇게 응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기엔 현재, 공연계에선 아무도 찾질 않아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제 오랜 친구가 있고.......
동파 ; (못 마땅) 흠!
메리 ; 명문대 재학중이며 지난 주 제대한 본인의 친동생도 있습니다.
대한 ; 아자!
메리 ; 하지만 이런 연줄과 상관없이 투명한 경쟁을 통해 가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선 1차 테스트! 깔끔한 가게 정리 정돈.
동파, 대한, 지원한 남자들..... 있는 힘을 다해 정리하고 걸레로 닦고 쓸고....
동파 ; (티켓 찔러주며) 티켓! 로얄석!
메리 ; 뇌물은 안되는데.
동파 ; (쿡 찌르며 넣어두란 눈짓) 세상 다 뭐 이렇게 돌아가는 거지.
메리 ; 자, 2차 테스트는 배달에 필요한 체력 테스틉니다. 동네 한바퀴 돌고와 파라솔을 펴세요.
사람들 우르르 뛰어간다.
메리 ; 음.......좋아!
메리 앞에 일렬로 서 있는 고무장갑 낀 지원자들.
메리 ; 합격자를 발표하겠습니다. 합격자는......
동파 ; (으쓱)
대한 ; (으쓱)
추리닝 입은 대구, 어슬렁 걸어온다.
메리 ; 합격자는 바로 강, 대, 구!!
동파 ; 야! 이런 법이 어딨어. 이 사람은 응시하지도 않았는데.
메리 ; 내 맘대로 낙하산이다.
동파 ; 내가 뇌물까지 바쳤건만!
메리 ; 세상을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걸 내가 보여주는거야.
대한 ; 편파 판정이야. 우리 지금 헌법재판소 간다.
대구 ; 자 이제 나가주세요. 앞으론 고객으로 만나 뵙게 되길 바랍니다.
S#43. 수퍼 /(D9)
<메리&대구 수퍼> 입간판을 세우는 메리와 대구. 티격태격.
메리 ; 재 정비 기념 세일 어때?
대구 ; 제 살 깎아먹기야, 안 돼.
메리 ; 그래도 뭔가 새로워졌단 티는 내야 손님들이 올 꺼 아냐.
대구 ; 삼거리 대형마트랑 경쟁하려면 마케팅 포인트를 다시 잡아야 해.
메리 ; 자기는 무협소설가가 어떻게 마케팅을 알어?
대구 ; 무림의 사내들은 모르는 게 없어.
메리 ; 뻥치지 마. 내가 경영자야. 내 맘대로 할래.
대구 ; 무슨 여자가 이렇게 고집이 쎄.
메리 ; 여자가 어쩌구 하는 말 젤 듣기 싫어.
대구 ; 뜯어!
메리 ; 뜯어!
두 사람 머리 잡는다. 엔딩.
에필로그-
메리와 대구 한 침대에서 자고 있다.
낮의 일 때문에 삐진 대구 자는척 하고 있고 그 위에 메리가 장난을 치며
메리 ; 자기야.. 사랑해
대구 ; 뭐라는 거야!
메리 ; 사랑해~~
대구 ; 안들려
메리 ; (수줍어 하며) 야옹! 강대구 야옹!
대구 ; (늑대소리) 아오~~~~~
에필로그-분장실
스탭, 출연 배우들을 호명하고 심바 스카 한 사람씩 대답하고 무대로 나간다.
스탭 ; 치이타! . . . .치이타!
메리, 나타난다.
메리 ; 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