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가짜장애인을 만들어주다니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장애인은 서럽다. 어디를 가나 크게 환영해주는 사람도 없고 돌아다니기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의 종류도 가지각색이지만 가장 불편한 사람들은 시각장애인과 지체부자유자들이다. 시각장애인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출입하는데 가장 불편할듯하지만 오히려 감각에 따른 보행이나 인도견(引導犬)의 도움으로 생각 밖으로 자유로운 출입을 하는 듯 하다.
말이 쉬어서 자유롭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할 것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10년도 더 넘은 얘기인데 필자가 살고 있는 서울 상계동은 수락산과 불암산이라는 아름다운 두 산으로 둘러싸여져 있다. 건강을 다지기 위해서 매일 새벽이면 많은 등산객들이 산에 오른다. 그 중에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이른 시간에 산에 오르는 남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가냘픈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로 여기저기를 더듬으며 산에 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산이긴 하지만 바위도 있고 험한 낭떨어지도 입을 쩍 벌리고 누워있다. 눈이 잘 보이는 사람들도 어두운 새벽 산길은 조심스럽기 마련인데 그는 거침없이 산에 오른다. 매일처럼 보는 얼굴이라 인사를 나누면 목소리를 알아듣고 반가워한다. 그가 머무는 곳은 중턱이긴 하지만 산 밑에서 30분은 올라와야 되는 곳이다.
그는 휘황찬란하게 떠오르는 동쪽 태양을 향하여 맨손체조를 한다. 거칠 것이 없다. 바위를 내려가는데도 눈 뜬 사람보다 더 잘 내려간다. 나는 이 시각장애인의 얘기를 월간 신동아에 썼다. 많은 이들이 감탄하는 얘기를 전해왔다. 그 뒤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나타나지 않아 궁금하다. 지체장애인들은 이동에 애를 먹는다. 요즘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지만 곳곳에 넘어야할 장애물이 널부러져 있다.
정부와 사회단체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에 상당한 애를 쓴다. 미국 같은 나라는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복지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크게 발전했다. 세계 각국이 장애인에 대한 복지행정이 어느 정도 잘 되어 있느냐 하는 것으로 ‘선진’여부를 가리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곧 문화이기 때문이다.
또 하계 올림픽이 끝나면 곧이어 그 자리에서 장애인 올림픽이 열린다. 수천 명의 선수가 참가하는데 그들의 기량은 정상인 선수들 못지않다.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도도 크게 높아졌다. 불편한 몸을 이끌며 끝까지 분투하는 눈물겨운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승리의 단면을 본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후 개최된 장애인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많은 금메달을 따 처음 예상했던 13위를 달성했다.
정상인들의 금메달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가꿔낸 소중한 메달이다. 어찌 금메달만 내세울 수 있겠는가. 금 은 동은 색깔이 다를 뿐 피나는 노력으로 얻었다. 비록 메달권에서 벗어났을지라도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스포츠계에 우뚝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장하다. 장애인 선수 중에는 전업선수들도 여럿이다. 다른 직업을 갖기 어려운 처지에 운동선수로 국가의 명예를 빛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들에게도 정상인 못지않은 보상이 돌아가야 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달라지자 이번에는 이들의 복지를 빼앗아 먹는 악의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짜 장애인이 양산된 것이다. 전문 브로커의 알선에 따라 멀쩡한 정상인이 장애인으로 둔갑한다. 장애 진단은 의사의 고유권한이다. 돈을 주고 가짜 장애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인데 한 건에 300만~400만원씩이란다.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LPG차량운행, 승용차특소세 면세, 이동통신‧전화요금‧전기요금‧주차비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지며 주차우선, 의료혜택 등의 특전이 있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보호하고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일이다. 이를 정상인들이 가로챈다는 것은 그만큼 장애인이 받아야할 혜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국립대병원 의사들이 눈 딱 감고 돈에 매수되었다는 것은 인면수심의 부끄러운 행위다. 국가보훈처 직원들이 공상(公傷)이 아닌 부상을 마치 공상인 것처럼 위조하여 국가유공자로 둔갑한 것과 똑같은 부정행위다.
그들 역시 국가유공자가 받을 혜택을 가로챘다는 점에서 가짜 장애인과 한 치도 다름이 없다. 이런 가짜들이 어찌 그들뿐이겠는가. 쌀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 대부분이 가짜 농사꾼이라는 사실 등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있는데 모범이 되어야 할 공무원들이 앞장섰으니 정부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지 알만하다. 장애인, 국가유공자, 농사꾼이 되고 싶으면 공무원을 그만두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라. 이러다가 가짜 공무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첫댓글 정부에서는 공직자들의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 잡아 불법이나 부조리를 저지르는 공직자가 없도록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선진국가에는 4거리 횡단보도가 차량과 평행이며 4곳 모두 설치되어 있는데 유독 광주는 큰 사거리마져 3곳만 이거나 굴절이다. 도보자를 길들이기 위함일까? 더구나 장애자나 노인이 도보길 거리가 자동차 길보다 멀어서야 아니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