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면옥 설렁탕)
어제(9일) DJ가 영화 관람을 했습니다. 5.18을 배경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를 본 것이죠.
그런 그가 5.18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를 보았으니 감정이 복받쳐 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자신은 갇혀 있을 때 광주 시민은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구나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흘린 눈물의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영화관람 후 영화 속 명장면을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마지막 결혼식장면을 꼽았습니다.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주인공과 시민군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지만 살아남은 신애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판타지 장면입니다. 5.18은 아직 아픔이 지워지지 않았고 그래서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요. 어쨌든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대통령다운 명장면이 아닌가 싶군요.
(개성면옥으로 손님들이 들어가고 있다)
관람을 마친 DJ가 간 곳은 마포구청역 부근에 있는 ‘개성면옥’이었습니다. 어떤 음식을 들었을까? 맛은 어떨까? 호기심이 발동한 맛객 오늘 당장 다녀왔습니다. 가면서 생각했죠. 개성면옥은 함흥냉면 전문이라는데 DJ가 든 음식은? 일반적으로 생각 할 때는 당연히 함흥냉면이겠지만 미식가로 알려진 DJ가 함흥냉면을 먹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냉면 맛 좀 안다는 사람은 함흥냉면보다 평양냉면을 더 쳐주니까요. 그렇다면 평양냉면을 들었을까?
그러는 새, 개성면옥에 도착했습니다. 마포구청역 4번 출구로 나와 30여 미터 직진하면 크게 보입니다. 사실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앉은 자리를 물어 똑같은 음식을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포기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55분경인데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와 있더군요. 대통령 홍보효과인지 원래 손님이 많은 집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렇군요. DJ는 함흥냉면도 평양냉면도 아닌 설렁탕을 들었답니다. 맛객, 냉면집에 와서 설렁탕을 주문해 보기는 처음입니다. 앞 뒤 좌우에서 냉면을 먹는걸 보니 맛객도 냉면이 먹고 싶지만 꾹 참았습니다. 오늘의 목적은 대통령 따라먹기.
(설렁탕 6천원)
(깍두기와 배추김치, 뚝배기에서 덜때는 약간 부족한 듯 덜어야 남기지 않게 됩니다)
(고추와 양념된장)
금세 설렁탕이 나옵니다. 여태껏 먹어본 설렁탕 중에서 가장 큰 뚝배기 같습니다. 밥은 따로 나오지 않고 토렴을 한 후에 국물을 밥 위에 부은 식입니다. 수육 서 너 점에 밥과 면 육수가 전체적으로 양이 많습니다. 맛객은 양 많은 게 싫어 별로 반갑지는 않지만 든든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할 것 같네요. 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고추와 쌈장이 전부입니다.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파를 듬뿍 설렁탕에 넣었습니다. 파 많이 넣어 먹는 식성이라 하하...^^;
(밥은 국물속에 숨어있다. 풍부한 양은 고맙지만 왠지 남길 것만 같은 예감)
(후추도 살짝 뿌렸다.... 일단 국물부터 맛을 보고)
(토렴한 밥은 부드러워 국물과 하나가 된다)
설렁탕은 오랜 시간 푹 고와야 맛이 나는 음식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푹 고와진 그의 대북경험이, 정상회담을 앞둔 이 중요한 시기에 더욱 맛을 내기를 기대해봅니다.
보태기/ YS가 다녀간 봉희설렁탕, DJ가 다녀간 개성면옥의 설렁탕. 어느 집이 더 잘할까요?
옥호 : 개성면옥 전화 : 02) 332-6772 메뉴 : 설렁탕 6천원, 함흥냉면 만두 등. 위치 : 6호선 마포구청역 4번출구에서 30미터 직진.
잠깐!! 함께 실천해요~
어떤 분이 말씀 하시기를 전라도 지역 식탁 식당은 도시 식당의 식탁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네요.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소금이나 후추 같은 양념 통들이 전라도 식당에는 없다고 합니다. 듣고 보니 어 그렇네! 싶더군요. 그분의 예리한 관찰력에 박수를.
예리한 관찰력에 이어 분석까지 내 놓더군요. 전라도 지역은 음식에 손맛이 다 들어가 있어 굳이 양념이 필요치 않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음식에 자신이 있으니 주는 대로 먹어라 이 뜻이지요. 일견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오늘 다녀온 설렁탕집 테이블에는 여러 가지 양념이 놓여 져 있습니다. 뚝배기에 담겨진 김치도 있고 썰어놓은 파도 있습니다. 밥을 먹다가 옆 테이블을 보고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 손님도 설렁탕을 먹고 있었는데 파 통을 설렁탕 뚝배기 바로 옆에 놓고 먹더군요. 파를 덜고 멀리 떨어지게 놓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파 통을 밥그릇 옆에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설렁탕 국물이나 침 같은 분비물이 파 통으로 들어가지 않을까요? 그 손님이 나가고 나면 파 통은 치우지 않고 계속 놔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비위생적인 파를 먹게 되는 셈이지요? 혹시 지금 맛객이 먹는 파도? 으....
자기 집 안방도 아닌 식당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합니다. 파 뿐만이 아니라 김치통도 접시에 덜고 나면 테이블 구석으로 밀어 놓고, 사용한 양념 통은 원래대로 뚜껑을 덮어 보관했으면 합니다. 각자가 지키지 않으면 우리 모두 비위생적인 걸 먹게 되는 셈이니까요.
2007.8.10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
출처: 맛있는 인생 원문보기 글쓴이: 맛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