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래 전에 썼던 "Beat LA의 기원" 이란 글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https://cafe.daum.net/ilovenba/9eHg/108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식서스와 셀틱스가 2년 연속으로 7차전까지 가는 컨퍼런스 파이널을 치뤘습니다. 81년엔 셀틱스의 승리. 82년엔 식서스의 승리.
82년 7차전 말미엔 패배가 거의 굳어지자 셀틱스 홈관중들이 "Beat LA"를 한 목소리로 연호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라이벌리였지만, 승부가 결정된 그 순간만큼은 동부 소속으로 하나가 되어 식서스가 파이널에서 자기들 대신 레이커스를 부숴달라는 응원의 메시지였죠. 감동이었고 전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나 82-83 시즌의 서막을 알리는 프리시즌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식서스와 셀틱스가 다시 만났습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양 팀 모두 기싸움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식서스는 오프시즌 동안에 모제스 말론을 트레이드 해왔고 몸싸움에 능한 마크 아야바로니 또한 영입한 상태였습니다. 골밑 싸움이 더욱 더 거칠어질 전망이었죠.
결국, 경기 초반부터 모제스 말론과 세드릭 맥스웰의 몸싸움이 격렬해졌고, 맥스웰이 공을 모제스에게 세게 던지면서 첫번째 격투가 벌어졌습니다.
모제스 말론도 81년 파이널에서 자신의 로켓츠 팀에게 패배를 안겨준 셀틱스에 감정이 많았던 선수죠. 당시 셀틱스 감독이나 선수들이 시리즈 내내 자기를 조롱하고 도발했었거든요.
맥스웰도 힘 좋기로 유명한 파워포워드였으나 모제스 말론과는... 글쎄요 사실상 싸움 자체가 될 수가 없었죠.
모제스 말론은 영리하게도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을 먼저 던진 맥스웰만 퇴장을 당했죠.
맥스웰이 퇴장당하자 셀틱스 선수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습니다.
급기야 골밑 몸싸움 과정에서 버드와 아야바로니가 붙어버렸습니다. 두 선수 모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대로 상대선수 얼굴에 갈길 기세였죠. 버드의 승부욕과 힘은 이미 잘 알려져있죠? 그런데 이 아야바로니 또한 한 주먹 하는 선수였습니다. 유럽에서 프로생활 하는 동안에 상대팀 빅맨 둘을 때려눕혔던 선수입니다.
모두가 달려들어 말리는 바람에 큰 격투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양 팀 감코진까지 모두 나와 싸움을 말리고 중재하던 차에 아직도 자기 분을 못이긴 버드가 아야바로니에게 주먹을 날렸습니다. 이를 말리던 식서스의 빌리 커닝햄 감독을 밀쳐내는 과정에서 버드의 악력에 커닝햄 감독의 양복 자켓이 종이처럼 부욱 찢어져버리기도 했습니다.
저 때의 버드는 나이도 젊었고, 그 혈기나 근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이런 기싸움에서 젠틀하게 져주면 상대팀에게 먹혀버리던 약육강식의 시절이었기에 이런 모습이 필요했던 시절이었기도 하고요.
빌리 커닝햄 감독도 선수시절부터 한 성깔 했던 레전드입니다. 실력만 좋았던 선수가 아니고 주먹싸움에서도 일가견이 있던 분이죠. 그레서 팀원인 윌트 체임벌린이 커닝햄을 아주 좋아했었다고 전해집니다.
경기가 과열되고 아직도 맥스웰의 퇴장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레드 아워바크 보스턴 단장이 경기 중에 코트를 가로질러 와서 심판진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룰이나 매너에 매우 어긋나는 행동이었고, 그래서 이를 본 커닝햄 감독이 그를 말리려하자 아워바크 단장이 커닝햄 감독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안좋은 욕설까지 퍼부었습니다.
레드 아워바크 단장의 이런 월권(?) 도발이 계속되자 양 팀 감코진과 선수들이 모두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아워바크 감독은 심판진들이 경기 운용을 잘못해서 이 지경까지 온 거라며 심판진을 나무랬습니다. 그러자 모제스 말론이 아워바크 단장에게 "너나 잘하세요" 라고 해서 또 다시 분위기가 가열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 보스턴 가든을 아름답게 장식해준 5개월 전 컨파 7차전의 "Beat LA" 감동은 개나 줘버리라는 프리시즌의 진짜 개싸움판이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접해보지 못했던 요즘 분들에겐 매우 생소하며 불편한 모습들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우리가 사랑하는 NBA 역사의 한 부분이니까, 알고는 있어야겠죠?
이 GIF 영상들의 대부분은 제가 1982년 당시 AFKN 스포츠 뉴스에서 녹화해두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재생조차 불가능한 베타맥스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뒀던 영상입니다. 이 영상이 제 컴퓨터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십수년 전에 이 카페에 제가 올렸던 저화질 편집영상을 Dance OZ님이 다시 복원(?)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단 말씀을 전합니다.
아래 캡쳐 사진은 위 프리시즌 격투사건을 보도했던 AFKN 스포츠 뉴스 담당 미장교의 모습입니다. 이 분이 매일 저녁 6시 20분과 10시 20분에 미국 스포츠 뉴스를 전해줬습니다. 당시엔 CNN 뉴스조차도 없었기에, 이 분의 말 하나하나가 그날 NBA 소식의 전부였습니다.
첫댓글 버드가 어빙 목조르는 그 사진만 떠오르네요 살벌했어요 ㄷㄷ
이렇게 언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원은 아니고 그냥 녹화 해서 다시 드린건데 ㅎㅎ 항상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언급해야죠. 시간내서 노력을 해주셨는데..
아주 혼돈의 카오스네요.. ㅋㅋㅋ 혼란하다 혼란해.
아야바로니? 선수는 파이팅 포즈가 바로 나오네요ㄷㄷ 이렇게나 치열한 프리시즌 경기가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 날 상황이... 식서스로선 새 시즌에 맞춰 새로 영입한 두 명의 빅맨들이 연루가 된 것이죠. 그만큼 이전의 식서스보다 골밑이 훨씬 더 강하고 터프해졌다는 걸 보여준 것이고요. 이전의 식서스는 골밑에서 강팀들에게 한없이 밀리던 팀이었습니다.
와..감독님 터프하시네요
그리고 장교가 NBA 소식을 전해줬던것도 흥미롭네요^^
와 재밌는 글 잘 보았습니다. 양팀의 격한 라이벌리! 흥미진진하네요.^^
식서스 팬들은 알고 계시면 좋을 에피소드죠.
빌피치가 셀틱스 감독이 아닌걸 보니 식서스 우승 다음시즌같네요..
식서스 우승시즌 맞습니다. 빌 피치 감독은 퇴장당했고 KC 존스가 감독대행을 했습니다.
@Doctor J 유튜브에선 83년 시범경기로 나오던데 그럼 그게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겠네요
@Statistics 82년 10월 영상뉴스입니다. 당시에 제가 직접 녹화했습니다.
그리고 저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AFKN 스포츠뉴스 앵커는 82-83 시즌까지만 활동했습니다. 83-84 시즌부터는 AFKN 자체 스포츠 뉴스가 CNN 스포츠 뉴스로 대체됐으니까요.
그러니까 83년 시범경기라고 나온 유투브 정보는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