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2022년 7월 17일 mbc라디오 서경석 양희은의 여성시대에서 채택해 방송한 글입니다.
시민기자로 누리는 보람과 행복
내가 사는 부산에는 두 개의 지방신문이 있다. K신문과 B신문이다. 나는 두 신문을 번갈아가며 정기적으로 본다. 한 신문을 보다가 조금 싫증이 나면 다른 신문을 본다.
한달에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비용은 일만 오천 원이다. 그 돈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무료로 볼 수도 있지만 매일 새벽마다 종이신문을 보며 새로운 정보를 얻는 즐거움이 있고 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신문사를 조금이나마 돕는다는 마음도 있다.
얼마 전에는 평소에 보던 K신문이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기자 제도’를 운영한다는 공고를 냈다. 독자 제일주의(First)를 구현하기 위해 시민기자를 모집하여 현직 기자가 제대로 다루지 못한 분야의 관심사를 시민의 눈높이에서 발굴해 온·오프라인 신문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니 해당 분야에 관심 있고 전문성을 갖춘 독자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린다고 알리고 있었다.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어려서 한때 언론사 기자가 되고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어서 응모하게 됐다. 자기소개서와 심사용 기사 두 건을 보내면 채택 여부를 알려준다고 해서 주저하지 않고 주변 일상을 취재해 보냈다.
얼마 뒤에 K신문사에서 시민기자로 당첨됐으니 축하한다는 전화가 왔다. 시민기자로 당첨된 40명의 시민들은 신문사에 모여서 기자로서의 취재 윤리나 기사 작성 방법 등을 교육 받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기자들이 취재한 글이나 사진을 신문사로 보내면 담당자가 심사해서 채택 여부를 결정해 매주 월요일에 신문 지면에 싣는다. 요즘은 휴대전화기 기술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별도로 카메라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 못지않게 선명하게 나온다.
시민기자들이 취재한 기사가 채택돼 신문에 실리면 소정의 원고료가 나오고 자신이 애써 작성한 글이 인쇄 매체에 실린 보람이랄까 행복도 맛볼 수 있어서 기분이 아주 좋다.
시민기자로 활동한지 넉 달 됐는데 지금껏 내가 작성한 기사는 지면에 여섯 편 실렸다. 한 지자체에서 오염된 하천을 정비해 강변갤러리로 꾸민 이야기, 집 주변 공원의 기이한 소나무 이야기, 지명 유래에 얽힌 이야기, 공공장소 반려견 소변전용 화장실 설치 이야기, 번화가 쉼터 음악다방 설치 이야기, 공원 어린이 놀이터 설치 이야기 등이 내가 써서 지면에 실린 기사이다.
비록 신문사 전문 기자는 아니고 아마추어 시민기자이지만 내가 쓴 기사가 신문에 실려 많은 사람이 읽어보고 때론 기사 잘 읽었다는 지인들의 전화나 이메일을 받으면 기분이 매우 흐뭇하다. 그럴 때에는 시민기자로서의 보람이나 행복을 느낀다.
흔히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속담이 있듯이 시민기자이지만 이제 기자가 됐으니 외출할 때에나 색다른 곳으로 찾아갈 때에는 기삿거리가 될만한 것이 있나 없나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서 문제점이나 개선점 등을 찾아내고 좋은 점은 주변에 널리 알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정된 40명의 K신문 시민기자들은 서로 격려하면서도 라이벌로 경쟁하며 좋은 기사를 발굴하려고 나름대로 애를 쓴다. 좋은 기사나 화젯거리를 찾아 제출해야 채택률이 높아져 지면에 실리고 지면에 실려야 원고료는 물론이고 시민기자로서의 존재가치가 증명되기 때문이다.
기삿거리를 찾다 보면 때때로 어디서 무엇을 찾아내 글을 쓸까 고민도 되지만 이런 것은 행복한 고민에 속한다. 내가 쓴 기사가 주변 사람에게 기쁨이나 감동을 주고 좋지않았던 점이 기사로 인해 개선돼 살기 좋은 공동체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과 행복을 누릴 수 있어서 좋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부터는 평소보다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신문도 많이 본다. 중국 송나라 때 문장가인 구양수(歐陽脩)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라는 삼다법(三多法)을 주장했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 무엇이든 공짜로 이뤄지는 법은 없다고 본다. 전문기자가 아니고 아마추어 시민기자이더라도 내 글로 인해 신문사나 공동체 사회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미력하나마 세상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이랄까 책임감으로 글을 쓰겠다는 정신으로 가득차 있다.
시민기자끼리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좋은 기사를 찾아내 쓰니 요즘은 사는 맛이 새롭다. 다음에 나올 시민기자 지면에 누구의 어떤 글이 실릴까 기다리는 설렘이 좋고 혹시 내 글이 실리려나 하는 기다림도 유쾌하다. 설혹 내 글이 채택되지 않아 기분이 언짢기보다는 나보다 더 잘 쓴 다른 시민기자의 글이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편이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새삼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격언을 믿게 된다. 기자는 세상의 부패를 방지하는 빛과 소금이라는 말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기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세상에 똬리를 튼 온갖 비리나 부조리가 고개를 내밀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됐으니 내 속에 품은 정의감이나 열정을 최대한 발휘해 공동체 발전에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싶다. 내 글이 신문에 실려 독자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준다면 그것으로 나는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