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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정비업체 승계불가” 법령해석에
전주시, 조합에 “정비업체 재선정” 명령
법원 “정비업체 선정은 추진위원회 업무,
정비업체 계약도 조합이 포괄승계” 판결
법제처, 법원 판결과 정반대로 법령해석
형식적 자구해석에 일선 현장 혼란 가중
[그래픽=홍영주 기자]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조합에 승계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제처가 지난 2019년 “정비업체는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법령해석과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전주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김상곤)는 지난달 27일 하가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전주시장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처분 취소의 소’에서 조합에게 정비업체를 다시 선정하라는 시정명령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 창립총회를 개최해 조합이 정비업체 계약을 포괄승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안건을 가결했고, 6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는 일부 주민들이 정비업체 선정 등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자,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근거로 조합에 정비업체를 재선정할 것으로 명령했다. 반면 조합은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업체는 조합이 승계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추진위의 정비업체를 조합이 승계한 것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상 정비업체의 선정은 추진위원회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로 규정하고 있고, 추진위가 수행한 업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운영규정에서 “추진위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업무나 계약 등은 조합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추진위의 정비업체 선정이 법령이나 정관 등이 정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상 정비업체의 선정과 변경을 조합총회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 승계불가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규정은 추진위가 정비업체를 의무적으로 선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추진위가 정비업체를 선정하기 않았거나, 조합이 정비업체를 새로 선정하려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를 초과한 것이 일부 포함됐더라도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창립총회의 승계 결의만으로 부족하다면 조합 총회에서 의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가 법령 해석상 추진위의 업무범위에 속하지 않아 효력이 없더라도 조합에게 모두 포괄승계된다”며 “정비업체와의 계약이 무효이고 원고에게 포괄승계될 수 없음을 전제로 새로 정비업체를 선정하도록 시정을 명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조합의 소송 대리를 담당한 법무법인 윤강의 허제량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를 일탈하는 부분이 일부 포함됐더라도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없어 조합에 포괄승계된다는 것”이라며 “법원이 추진위원회와 조합의 업무 연속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법제처의 해석상 오류로 인해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던 부분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법제처가 내놓은 법령해석과 정반대의 법원 판결이 나오는 사례는 적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법제처는 조합설립인가 후 다주택자가 일부 물건을 매각한 경우 분양권이 없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내놨지만, 지난 1월 대법원은 분양권이 있다는 고법 판결을 인용한 바 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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