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남도여행 완도타워, 명사십리
강진청자마을, 장흥억불산을 다녀와서!
신지명사길
행정구역상 완도군 신지면에 속하는 신지도는 완도군에 딸려 있는
부속섬이다. 하지만 완도도 신지도도 더 이상 섬이란 명칭이 어울
리지 않는다. 육지와 섬 그리고 섬과 섬이 대교라 불리는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완도는 1969년 해남과 완도대교로
그리고 신지도는 2005년 완도와 신지대교로 연결됐다. 그래도
섬은 그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그게 섬의 속성이니까.
신지도의 송곡리에서 대곡리를 잇는 명사길이 매력적인 건 바로
그렇게 꼭꼭 숨겨놓은 섬의 속살을 깊숙이 파고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신지도 명사길은 신지대교 휴게소에서 400미터 남짓 떨어진 강독
마을에서 시작한다. 강독 버스 정류장에서 도로를 건너 11시 방향
으로 길을 잡으면 ‘남도갯길 6000리. 명사길’이란 내용의 글귀가
새겨진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곳이 걷기의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이정표를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강독마을과 완도 그리고 멀리
고금도의 모습이 보이고, 이내 울창한 숲길이 시작된다. 깔끔한 진입
로에 비해 왠지 날것의 느낌이 강하게 전해지는 숲이다. 숲으로 발을
들이면서 느꼈던 약간의 긴장감도 아마 그런 숲의 겉모습 때문이었던
듯싶다. 하지만 막상 밟아본 숲길은 투박한 첫인상과는 달리 참 순한
모습이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길의 모양새도, 사박사박 밟히는 흙의
느낌도. 겉과 속이 어찌 이리 다른지.
마치 딱딱한 껍질 속에 꼭꼭 숨겨둔 달콤한 속살을 한 입 베어 문 것
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 울창한 수풀 탓에 해안풍경을 맘껏 즐
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바람결에 실려 오는 비릿한 바다 향은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강독마을에서 물하태에
이르는 숲길은 그렇게 적당한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며 물
흐르듯 2킬로미터 남짓 이어진다.
햇살이 스미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던 울창한 숲길은 물하태를 지나
면서 활짝 열린다. 덕분에 지금껏 나뭇가지 사이로 간신히 얼굴만
비추던 완도타워도, 그리고 푸른 하늘과 그 빛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완도 앞바다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선다. 숲길을 걷는 동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도저히 같은 길 위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풍광에 발걸음이 더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같은 길,
다른 느낌. 신지도 명사길의 매력 중 하나가 이처럼 같은 길에서
전혀 다른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산허리, 아니 섬의 허리를 따라 위태롭게 이어지던 길은 다시금 숲길로
들어선다. 이번에는 제법 깊숙이 파고든다. 거리상으로야 몇 미터에 불과
하겠지만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던 해안풍경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숲길
에선 불 꺼진 극장 안으로 들어선 것처럼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위안
이라면 마실 나온 듯 어슬렁거리던 고라니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
다는 것. 사실 숲길을 거닐다보면 노루나 고라니를 가끔 보게 되는데,
대부분 그것으로 상황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워낙 민감한 녀석들이다
보니 사진 촬영은 고사하고 바스락거리는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녀석과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그것으로 상황 끝이려니
했다. 한데 녀석은 조금 달랐다. 서로의 눈이 빤히 마주쳤는데도, 찰칵찰칵
급하게 셔터를 눌러대는데도 무덤덤하게 제 갈길을 갈 뿐이다. 그것도
불과 10 여미터 앞에서. 녀석이 모퉁이를 돌아가면 발걸음을 옮기고, 녀석
과 눈이 마주치면 멈추기를 몇 번. 그렇게 녀석과 가슴 졸이는 숨바꼭질을
하는 사이 길이 갑자기 네 갈래로 갈렸다. 길이 갈리면서
녀석의 흔적도 사라져 버렸다.
사방으로 길이 갈린 이곳에서 잠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내쳐 걸으면
명사십리 해수욕장, 좌측은 상산 등산로 그리고 우측은 서봉각 등대 가는
길이다. 산행을 좋아한다면 이곳에서 영주암과 상산 정상을 거쳐 임촌마을
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간 중간 갈림길이 있지만
모두 정상으로 통하기 때문에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등산로 전체
가 가파르게 이어진 탓에 무작정 욕심을 내기보다는 각자의 체력을 고려
코스를 선택하는 게 좋다. 가파른 등산로가 부담스럽다면 눈맛 시원한
산동정까지만 다녀오는 것도 괜찮다.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서
산동정까지는 왕복 600미터.
등산 코스가 선택사항이라면 서봉각 등대까지는 필수 코스이다. 왕복 1.4
킬로미터의 짧지 않은 거리지만 대부분 평탄하게 이어진 길이라 산책하듯
천천히 다녀올 만하다. 다만 해안절벽이 나오는 곳에서 경비초소로 이어지는
내리막 구간은 산책로가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무인등대인 서봉각 등대에는 재미있는 설화 하나가 전해온다. 해무가 짙게
낀 날이면 뱃일 나가는 어선에서 어구를 훔쳐와 등대 부근에 숨긴다는 등대
귀신에 대한 이야기다. 비록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
을 알아버린 터라 폐허로 남아 있는 경비초소와 어우러지는 등대의 모습에서
으스스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다부지게 서 있는 등대의 모습은 들인 발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스럽다
신지도의 대표 관광지인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사정
까지 돌아 보고 나면 이제 걷기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임촌마을에서
울몰까지 이어지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3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규모만이 아니다. 유리알처럼
반짝거리는 모래알도 일품이다.
해변길은 답답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찬찬히 걸어보는 게 좋다. 발이 푹푹
빠지는 마른 모래 위를 걷는 기분도 좋고, 뽀득뽀득 예쁜 소리를 내는 물기
머금은 모래 위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찰싹찰싹 발등을 치고 지나는
여린 파도의 느낌도 빼놓을 수 없는데, 숲길과 산길을 걷는 동안 쌓인 피로
가 그렇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실려 저만치 달아나버린 느낌이다.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해변을 걷다보면 어느새 명사십리
해수욕장의 끝 울몰이 눈앞에 다가선다.
▼완도 고금대교에서 사진촬영을 마치고 강진군으로 이동
고려정자의 본산인 청자기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갈대의 순정/문주란 노래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아 아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갈대의 순정
말없이 떠난 여인이 눈물을 아랴
가슴을 파고드는 갈대의 순정
눈물엔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어라 아 아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갈대의 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