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바로 알기
에볼라가 서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다. 올해 봄 기니를 시작으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으로 에볼라가 전염된 뒤, 최근 교통의 중심지 나이지리아에서까지 환자가 발생했다. 8월 21일 현재까지 에볼라에 감염된 사람은 2473명, 사망자는 1350명이다. 이번 에볼라의 치사율은 54.6%로, 이전의 다른 에볼라 아웃브레이크에 비해 특별히 높지 않다. 그럼에도 희생자 숫자는 가장 많다. 이번 에볼라 비상사태는 어떻게 시작돼서 퍼진 걸까. 에볼라 쇼크, 어떻게 시작됐나?처음 시작은 단 세 명! 정체모를 질병은 다른 감염자를 통해 인근의 게케두로 확산됐다. 게케두는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의 국경이 모두 만나는 위치에 있는 인구 10만의 도시다. 게케두에 거주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는 메리나도우 마을에 들렀다 에볼라에 걸렸다. 그는 마센타에서 치료를 받다가 의사에게 병을 옮겼고, 키씨도고에서 열린 의사의 장례식에서 그의 형제 두 명이 에볼라에 감염됐다. 형제는 올해 3월 7일과 8일에 각각 숨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24일 기니 남부의 게케두, 마센타, 키씨도고에서 86명의 에볼라 환자가 발생해 6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WHO가 기니의 세 도시에 에볼라를 퍼뜨린 사람으로 지목한 이는 최초로 감염된 멜리나도우의 남자아이, 마을을 방문했던 보건의료 전문가, 그를 치료하다 숨진 마센타의 의사, 딱 세 명이었다. 재앙의 시작은 의외로 작고 단순했다. 첫 환자는 왜 감염됐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을 먹었다 에볼라를 보유했을지도 모르는 야생동물 대신 가축을 길러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게케두 인근 주민인 시아 펠라 레노는 영국 신문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야생 동물을 사냥하기 쉽기 때문에 가축 사육이 널리 퍼지지 않았다”면서 “갑자기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아프리카는 가축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가축은 찜통 같은 더위를 싫어한다. 인간은 현재 약 10종의 가축을 키우고 있는데, 그 중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종은 단 한 종도 없다. 또 이번에 에볼라가 퍼진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은 모두 최근까지 오랜 내전에 시달렸다. 아이들이 소년병으로 끌려가고 총성이 오가는 와중에 가축을 기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치사율 낮은 에볼라 사망자는 왜 더 많나?에볼라가 영악하게 진화했다 에볼라는 어떻게 지금처럼 진화한 걸까.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독일 베른하르트 노치 병원의 스테판 군터 박사팀은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의 DNA 서열이 자이르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하며 그 차이는 약 3%라고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4월 16일자에 발표했다(자이르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 중 가장 위험한 종으로 치사율이 80%에 달한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간에 DNA 서열 차이 3%는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이 3%의 차이가 치사율을 낮췄을 가능성이 높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출혈을 일으킨다. 출혈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지질막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다 지친 대식세포에 의해 혈관에 상처가 나서 생긴다. 온 몸에서 피가 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출혈 증상이 약해 치료가 쉬웠고 치사율이 낮았다. 대신 질병은 더 많이 퍼졌다. 장례식을 통해 에볼라가 퍼지다?시체와의 키스가 참사를 불렀다 그동안 에볼라는 쉽게 퍼지지 않았는데?이번에는 버스와 비행기를 탔다 에볼라는 비행기도 탔다. 라이베리아 재무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패트릭 소여는 6월 20일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의 공항에 내린 뒤 쓰러졌다. 그는 라고스 시내의 유명병원에서 말라리아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라고스는 1300만 명이 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를 잇는 교통의 중심지다. 세계보건안보센터의 데이비드 헤이만 센터장은 “비행기를 같이 탄 모든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 우리 교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정부는 최근 교민 700명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대응팀을 나이지리아에 급파했다. 한국 대사관은 철수를 권고했고, 대부분이 귀국을 준비 중이다. 이제 더 이상 에볼라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4년 3월, 아프리카 기니에서 출혈과 열을 동반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의료진들은 이 환자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금방 알아냈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증은 1976년에 처음 등장했다. 자이르(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나타난 이 질병은 약 1년에 걸쳐 자이르와 수단에 600여 명의 환자를 발생시키면서 새로 등장한 강력한 바이러스 질병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했다. 에볼라라는 이름은 처음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 흐르고 있는 강 이름에서 유래했다. 출혈과 열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을 일으킨다에볼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을 에볼라 열 또는 에볼라 출혈열(hemorrhagic fever)이라 한다. 열이 나고, 바이러스가 내부장기를 침범하는 경우 출혈이 생기는 증상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출혈열’이라는 용어가 비교적 익숙하게 느껴질 텐데 이것은 ‘유행성 출혈열’ 또는 ‘한국형 출혈열’이라는 용어가 한동안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1976년 우리나라의 이호왕 박사가 한탄강 유역에서 출혈과 열을 동반하는 질병, 즉 출혈열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최초로 분리하였다. 이를 한탄바이러스(한타바이러스)라고 하는데, 이 연구결과는 세계 곳곳에서 출혈과 열을 동반하는 질병의 병원체를 찾아낼 수 있도록 큰 자극을 주었다. 그 중에서 필로바이러스과(Filoviridae)에 속하는 에볼라(Ebola)와 마르부르크(Marburg) 바이러스가 특히 유명하다. 1976년에 자이르에 처음 에볼라 출혈열이 발생했을 때 318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280명이 사망함으로써 88%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88%라는 숫자는 수백 명 단위로 발생한 질병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사망률로, 이보다 더 치명적인 질병은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자연히 ‘이러다가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것인 아닐까?’하는 공포를 안겨 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직후 수단에서 또 유행을 하여 284명 감염에 151명의 사망자를 낸 후 어느 날 갑자기 이 병이 사라져 버렸으니 신비의 질병 취급을 받게 되었다. 발병 당시부터 그 병을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질병의 정체도 불명확하고 치료법도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1년여 만에 자취를 감추었으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90년대 중반까지는 새로운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로 2013년 이전까지 지역을 옮겨 가며 가끔씩 수십에서 최대 425명까지 환자가 발생하는 산발적 유행을 해왔다.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된 에볼라 바이러스에볼라 바이러스가 공포의 대상으로 대중에게 인식된 데에는 대중문화의 영향도 크다. 콜럼비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소설가로 명성을 얻고 있던 로빈 쿡은 1987년에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Outbreak]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그 이전의 그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도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이 소설은 TV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에서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또 우리나라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질병 관련 작가로 미국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리처드 프레스톤은 에볼라가 처음 유행할 당시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The Hot Zone]이라는 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웃브레이크]라는 로빈 쿡의 소설과 같은 이름의 영화도 제작되었는데,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을 맡았으며,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보유한 아프리카 원숭이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감염병을 퍼뜨리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원숭이를 싣고 간 배가 한국 배여서 영화 중간에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것이 보는 이들의 열을 올리게 했다. 두 영화 모두에 에볼라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는 등장하지 않으나 그 특성이 에볼라를 연상시켰고, 전체적인 내용에 음모론이 내재되어 보는 이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이유에볼라 출혈열은 왜 그리 치사율이 높을까? 역설적이지만 에볼라 바이러스가 ‘진화가 덜’ 되었기 때문이다(바이러스 입장에서 인체에 잘 적응했다는 의미다). 바이러스란 그 자체로는 생존하지 못하며, 반드시 숙주가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일단 숙주세포에 들어가면 그 숙주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야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다. 숙주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면 생존을 위해 숙주가 죽기 전에 새로운 숙주를 찾아가야 하는데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감기의 경우 숙주에 치명적이지 않으므로 비교적 오래 머물 수 있고, 기침을 할 때 멀리 튀어나감으로써 쉽게 전파될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는 대부분의 경우 숙주에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키지 않은 채 수십 년간 머물 수 있다. 이들은 인체에 적응을 잘 한 바이러스라 할 수 있다. 반면,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1976년에 보여 준 사람에 대한 치명성을 아직까지는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감염빈도가 많지 않아서 아직도 진화될 기회를 충분히 가지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도 인류에게 계속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한 에볼라 출혈열이 발생하게 된다면 에이즈가 그런 것처럼 그 치명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이전에 치료약과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이긴 하지만 말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의 예방과 치료에볼라가 무섭기는 하나, 예방과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에볼라 출혈열은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는 않고 환자와의 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환자의 체액, 분비물, 혈액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잠복기에는 전파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미리부터 겁을 먹을 필요는 없으며, 조리한 음식과 끓인 물을 마시고, 외출 후에는 꼭 손을 씻으며, 환자 또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동물과의 접촉을 금하는 것 등 일반적인 감염질환 예방수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2-21일의 잠복기가 지나 발열·오한·두통·근육통·권태감·가슴통증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얼른 병원에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람의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완전히 죽이는 것은 어렵지만 증상을 완화시키고 질병의 진행을 느리게 하는 방법으로 대응을 하면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력이 커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인두염·구토·설사 등과 함께 내부장기의 출혈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내부장기가 못쓰게 되거나 혈관질환, 신경계질환 등으로 발전하여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이 개발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최근에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시험 중인 약이 여럿 있으니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지맵(ZMapp), TKM-에볼라(TKM-ebola)라는 약 등이다. 이 외 백신도 개발 중이므로 가까운 미래에 백신에 의해 에볼라 출혈열에 대한 공포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2014년 에볼라 발병 상황에볼라는 언제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다가, 2014년 올해 처음으로 2천 명이 훨씬 넘는 환자가 서아프리카 4개국에서 발생했다. 3월에 기니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더니 며칠 후 인접국 라이베리아에 같은 환자가 나타났다. 5월에는 두 나라 사이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에도 환자가 발생했다. 7월에는 나이지리아에서도 발생했다. 사망자도 1천명이 넘었다. 2014년 8월 18일까지의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 관련 자료. 최신 자료는 WHO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최근 환자 발생상황을 살펴보면, 최초 발생했던 기니보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의 상황이 더 나빠졌다. 특히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빈민가 웨스트포인트(West Point)에서는 에볼라를 믿지 않는 주민들이 환자를 격리하고 시신을 수거하는 당국에 저항, 격리치료소에 난입하여 환자들을 ‘탈출’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웨스트포인트에는 수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라이베리아의 상황이 특히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
국내 에볼라 대응에볼라 발병에 대응하여 우리나라 외교부는 기니(7.31일자),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전지역(8.1일자)에 대하여 각각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하고, 우리 국민들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을 방문하지 말 것과 해당 국가들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들은 조속히 안전한 국가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나이지리아 라고스에도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후 8월 8일부터는 공항에서 에볼라 발생 4개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을 상대로 ‘게이트 검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진신고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당국의 조치에 잘 협조해야 되겠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잠복기에도 전파되지 않고,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 않으므로 전파력이 약하다. 우리나라 같이 건강에 관심이 높은 나라에서 크게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과도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에볼라가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더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위협을 주는 병들 중 오히려 관심이 부족한 병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결핵이다. 매년 새로운 결핵 환자가 우리나라에서만 3만 5천명 이상, 결핵 사망자가 2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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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학성산의 행복찾기 원문보기 글쓴이: 학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