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서울 서초동의 한 성형외과. 일본인 34살 마리꼬 씨가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쳐져 보이는 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뛰어난 성형 기술은 이미 익히 들어 '한국에 가서 성형수술을 받고 싶다'는 생각만 막연히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마음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엔고!!!!!!!!!!!!!!!"
최근 원엔환율이 쭉 떨어지면서 수술비용이 반으로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기회에 마리꼬 씨는 한국에서 그동안 미뤄뒀던 진료를 다 받고, 수술도 다 했습니다. 한 주 전엔 라식 수술도 받았고, 씻어도 지워지지 않게 눈썹 화장을 하는 이른바 '퍼머넌트 메이크업'이라는 문신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다 받아도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다 평소의 반값이기 때문이죠. 마리꼬 씨의 가족과 친구들도 이런 이유로 속속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적은 돈을 들여 예뻐진다는 생각에 마리꼬와 친구들은 신이 났습니다.
이 성형외과의 김준호 원장은 "요즘 경기침체로 성형을 하려는 사람이 줄긴 했다. 그나마 겨울방학 특수로 재미교포, 재일교포들이 찾고 있는데, 최근엔 일본인들까지 몰려들면서 지난 겨울에 비해 예약건수가 2배나 늘었다"고 말합니다.
# 장면 2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일본인 관광객 55살 고우사꼬 씨가 부인과 함께 점심으로 한우갈비를 먹고 있습니다. 평소 한우가 고기 질도 좋고 맛도 좋다는 얘기에 먹어보고 싶었지만, 한국 여행을 와도 비싼 가격에 입에도 못대보고 입맛만 다셔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에서 백반을 먹는 비용이면 한우갈비를 실컷 먹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날 고우사꼬 씨는 배불리 한우갈비를 먹은 뒤 소화도 시킬 겸 평소 사고 싶었던 명품도 살 겸 백화점 쇼핑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는 지난 8월 이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8월 원엔환율은 26일 기준으로 992.90원에서 11월 26일에는 1,553.93원으로 석 달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관광객 수는 9월에는 20만 2229명, 10월에는 무려 14.8%, 3만 명 정도가 더 늘어 23만 2168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어난 수치입니다. 일본관광업협회는 올 12월 한 달 동안에도 28만 4,000명 정도가 한국을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 채, 두둑한 지갑을 마음껏 여는 일본인이 심심치않게 눈에 띌 것 같네요.
# 장면 3
경기도 동두천의 한 원단 염색공장. 평일인데도 공장 안에는 직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무실에도 사장 정 모씨와 경리직원 단 두 명 뿐입니다. 지난 2000년 설립돼 한 때 연매출이 20억 원에 달했고, 러시아와 터키 등지에 염색 원단을 수출하기도 했던 '잘 나가는' 중소기업이었지만, 최근 계속되는 경기 침체 탓에 거의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정 사장의 고민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시중은행을 통해 받은 엔화 대출입니다. 원엔환율이 830원 일때 공장을 담보로 잡고 모두 2억 4천 6백만 엔, 우리돈으로 19억 원을 엔화로 대출받았습니다.
당시 금리는 2.53%, 7~8%하던 원화대출에 비해 확연히 낮은 이자율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원엔환율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이제는 갚아야할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야 말았습니다.
이자는 무려 5% 넘게 두 배로 뛰었고, 환율까지 1590원 선으로 두 배가 됐으니 상환 금액은 무려 34억 원. 게다가 공장 담보비율을 반으로 깎인 상태여서 돈을 더 빌려 막을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지금쯤이면 내년 봄을 겨냥해 새로운 원단 염색에 들어가야 할 때지만 공장 운영 자체가 오늘 내일 하고 있으니 앞날이 막막할 뿐입니다.
한 때 백 명이 넘게 일했던 공장에 지금은 열 명이 겨우 남았을 뿐이고,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장을 내놓기까지 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질 않습니다. 낮은 금리를 앞세워 엔화 대출을 부추겼던 은행들. 지금은 상환 만기를 연장해준다며 적금이나 펀드를 들라고 꼬드기고 있습니다.
이런 은행들의 태도에 정 사장은 더욱 분통이 터집니다. 급기야 정 사장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중소기업 대표 200여 명은 '엔화대출 피해자 모임'을 조직해 은행을 상대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은행 앞에 몰려가 농성도 벌이겠다고 합니다. 어차피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하는 거, 크게 목소리라도 내보자는 심정이라며 이들은 뜨거운 눈물을 삼키고 있을 뿐입니다.
출처 : sbs 뉴스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5086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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