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울 수 없는 사람
운구차가 들렀다 가는 길가에는
아랫배에 공손히 두 손 모은 사람들이
젖은 가로수처럼 만장처럼 서 있었다
똑같이 단정한 작업복을 예복으로 입은
여성노동자들이었다
짧은 조문이 끝나면 입은 그대로
대리석 바닥을 쓸고 화장실 변기를 닦아야 할
사람들이었다
운구차가 한 사람 한 사람 곁으로 곁으로
천천히 스쳐가자 하나 둘 고개가 깊이 꺾이고
어깨는 속절없이 흔들렸다
속울음이 낮게 누운 그이의 귀에 흘러들어갔는지
유난히 큰 귀가 살아나 쫑긋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의 망자는
고상한 의원실을 청소원들의 회의실로
휴게실로 내준 사람
빗자루들의 말일지라도 쓸어버리지 않고
쓰레받기에 담아 버리지 않았다는 사람
수평의 눈으로 말을 들어주고 먼저 걸어주며
물 묻은 손에 용접 불똥이 남은 하얀 손을 포겠다는 사람
높이를 버리고 수직을 버리고
깊이와 수평을 향해 가려다 쓰러진 사람
한 점 묻은 얼룩조차 부끄러워
어떤 누구의 빗자루질도 마다하고
스스로를 쓸어간 사람
변명과 변론도 마다하고
가끔 쑥스럽게 켜던 첼로를 뉘어 놓고
미완성의 악보를 초여름 바람에 날려버린
살아온 길도 살아갈 길도 치워버린
끝내는 스스로를 다 치워버린 사람이었다
발굽이 닳은 낡은 구두를 신고
사인볼 삐거덕거리는 허름한 동네이발소에 들러
많지도 않는 머미를 깎고 어디를 간 것인지
그가 그를 치우자
그를 치울 수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꽃을 들고 조문하고 도열하여
그의 청빈하고 염결한 영혼을 배웅하였으니
이젠 아무도 그를 쓸어버릴 수 없겠다
누구도 그를 닦아버릴 수 없겠다
―《황해문화》 2022년 봄호(114호)
문동만
1969년생, 제1회 《박영근 작품상》 수상. 주요 시집으로 『그네』, 『구르는 잠』, 『설운 일 덜 생각하고』 와 주요 산문집 『가만히 두는 아름다움』이 있음. munyae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