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김겨울 산문집 『독서의 기쁨』 (초록토비, 2022)을 읽고
“책 읽고 싶어지는 책”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펼쳐지는 책은 유튜브 ‘겨울서점’ 채널을 운영하는 북튜버 김겨울 작가의 산문집이다. 음악에 심취해 앨범을 냈고,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고, MBC 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인, 에세이스트이다. 그가 영혼이 자유분방한 진정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디오 북클럽에서 책을 소개할 때 목소리가 확신에 찬 힘이 느껴진다. 또한, 맑고 또록또록하다. 진행도 매끄럽게 잘해서 집중해서 잘 들을 수 있었는데 책으로 만나는 그도 목소리에 힘이 있고, 주장하는 바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능력자다. 일반적인 책과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책이라는 물질 자체와 책의 내용에 대한 설명으로 「1부, 물성과 정신성」에서 물성은 외양, 내지, 무게, 독서대, 책갈피, 띠지와 가름끈의 역할들에 대해 적고 있다. 정신성에 대한 설명에서도 가장 즐거운 유희 활동, 책을 읽는 목적과 방법, 믿고 사는 작가, 교양서 읽기, 소설과 시 읽기를 적었다. 「2부, 만남과 동거」에서 책과의 시간, 책을 고르는 방법, 책을 사는 과정, 책을 사는 행위, 책을 처음 만나는 공간 등을 설명하고 있다. 동거에 대해서는 다독과 속독, 책을 듣기, 책을 소리 내어 읽기, 책 냄새, 독서 환경, 필사하기 등을 설명했다. 「3부, 책과 세계」에서 책의 세계 편에서 자신이 읽은 책의 리뷰를 5편 적었고, 세계 속 책 편에서는 책을 다루는 매체들, 책에 주어지는 상, 책에서 빌려 간 이야기들, 북튜브, 북튜버로 꾸며졌다. 세세하게 목차를 적는 이유는 목차만 보더라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기에 적어 본다.
“1부는 책의 모습과 물적 속성, 그리고 그 안에 든 정신을 주제로 삼았다. 나는, 으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러하듯, 책의 물성을 사랑한다. 책의 모습과 그 안에 든 정신을 주제로 삼았다. 2부는 책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을 고르고, 사고, 곁에 두고, 냄새 맡고, 읽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3부는 책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책이 어떻게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가 되었는지, 세계는 어떻게 책이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 속에서 책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다루었다.” 작가는 일목요연하게 책 소개를 하고 있다.
「책의 즐거움」에서 “독서는 돈도 비교적 적게 들고, 드는 돈에 비해 누릴 수 있는 유희의 크기가 크며, 질이 높다. 물론 책이 제공하는 유희를 온전히 즐기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지만, 일단 그 허들을 넘기면 그 뒤로는 죽을 때까지 배신하지 않는 재미를 보장한다. 죽을 때까지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기까지 하다.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읽을 책이 늘어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책을 읽는 활동의 긍정성을 이렇게나 찬찬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며 책 읽기의 즐거움을 체험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무엇보다 “읽으면 읽을수록 읽을 책이 늘어나는”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기에 그의 말들에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인간이 남기는 것」에서 “인간이란 죽으며 한낱 활자만을 남길 수 있는 존재임을, 동시에 그 활자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임을 상기한다. 책에 대한 소유욕은 그래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자 애정의 발로다. 구체적인 하나의 인간에 대한 소유욕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의 정신성에 대한 소유욕인 셈이다.” 읽고 싶은 책은 구입해서 읽고 소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주장에도 크게 공감이 간다. 또한, 그런 좋은 글을 써서 좋은 책을 출간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처럼, 그도 그런 생각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독」에서 “많이 읽고 적게 읽고보다 중요한 것은 책을 얼마나 ‘충실하게’ 읽었는가 하는 것이다. 천 권을 읽어도 읽는 내내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면 슬픈 일이다. 천 권을 읽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셨을 텐데. 이왕 오래 할 거 좀 즐겁게 하시지. 책에 집중하고, 책과 대화를 나누고, 책에게 질문하고, 반박하고, 때로 귀퉁이를 접고,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는 독서가 조금 더 충실한 독서일 것이다.” 책 읽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책을 정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어놓는다. 오탈자를 만났을 때도 교정표시를 하고 귀퉁이를 접곤 한다. 많이 읽는 것보다 충실하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이 가면서도 책에게 질문하고 반박하고 말을 걸라는 부분은 잘 실천하지 못한다. 대부분은 수긍을 잘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다시, 세계가 된 책」에서 “세상은 곧 독자가 읽는 책이며, 책은 곧 독자가 방문하는 여행지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세계와 책은 서로의 은유가 되어 독자를 가운데에 둔 한 쌍의 거울처럼 서 있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은유가 된 독자』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적은 글이다. “책은 유일하게 우리가 두 번 이상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활자는 시간에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차마 헤아리지 못했던 의미를 뒤에 가서 깨달을 수도 있고, 그 깨달음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앞에서부터 살아볼 수도 있다. 세상의 의미를 앞장 뒷장 넘기며 재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책 읽기에 대한 애정을 과감하게 쏟아붓고 있다. 책 읽기의 활동을 확장하여 해석함으로써 삶 자체를 독서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책과 책 읽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